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60)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260화(260/278)
260화.
“적의 함정입니다.”
카렌의 말에 사제들도 동의했다.
눈알을 번뜩거리던 사제 한 명이 입을 열었다.
“돌파하면 됩니다. 제국의 수도가 멀지 않습니다.”
갈라진 목소리를 들으며 카렌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돌파하죠. 그리고 우리의 신성한 땅에 신께서 강림하셨습니다.”
사제들이 모두가 무릎을 꿇었다.
“오, 신이시여!”
“진정 신께서 정화를 위하여 이 땅에!”
“드디어!”
카렌이 부드럽게 말했다.
“대사제께서는 연락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만 신께서 강림하신 건 틀림없습니다. 다만, 이 땅에 악의 힘이 너무 강해 지금 당장 활동하는 건 어려우신 모양입니다.”
“우리가 저 악의 제국을 쳐부숴야 합니다!”
“당장 신을 보좌하기 위하여 달려가야 됩니다!”
사제들이 침을 튀기며 흥분하자 카렌이 가만히 손을 들었다.
“아, 아 저도 당장 달려가 신의 모습을 두 눈에 담고 땅에 엎드려 경배하고 싶습니다만, 우리에게 주어진 일이 있지 않습니까? 신께서는 우리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카렌의 목소리에 점점 힘이 들어갔다.
“이제 악의 제국 황도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전력으로 돌파하면 보름 이내에 제국 황도를 점령할 수 있을 겁니다.”
“네!”
“야만인들을 잘 통제하십시오. 신의 병사들을 아끼는 방식으로 돌파할 생각입니다. 머지않아 신을 만나려면 신의 병사들이 많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알겠습니다.”
사제들이 물러난 뒤 군막에서 카렌은 홀로 생각에 잠겼다.
‘북쪽에서 어마어마한 기운이 느껴진다. 대사제의 기운이 아니다. 제단의 기운이 사라지고 대사제의 기운마저 사라졌다.’
카렌은 불안했다.
언데드를 신의 병사라 부르며 제국을 무너뜨리고 있지만 이게 정말 옳은 일일까?
대사제가 사라진 뒤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였다.
그의 굳건했던 믿음은 하루에도 수백 번씩 언데드들에 의하여 살해되는 남부의 야만인들을 보며 흔들렸다.
‘신의 병사는 왜 인간들을 죽일까? 그들이 야만인이라고 불리지만 그래도 모두 인간인데…….’
카렌이 이내 고개를 털었다. 얼굴을 감싸 쥐면서 숨을 거칠게 내뱉었다.
“이 땅의 인간들은 모두 타락했다. 인간이 아니라 정화의 불꽃 앞에 으스러져야 할 악의 무리다. 야만인들도 마찬가지. 그들은 속죄하기 위하여 신성한 전투에 힘을 거드는 것일 뿐…… 인간이 아니다.”
쉼 없이 중얼대면서 카렌은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당장 싸우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았다.
고오오오-!
카렌의 몸에서 마나가 흘러나왔다.
하루가 다르게 강해지는 힘에 조금이나마 안심이 되었다.
남들과는 다른 특별함.
카렌은 이 힘을 신이 자신을 위하여 선사한 축복이라 믿었다.
먹을 양식이 없어 엄마와 누이는 몸을 팔았고, 아버지는 자신을 농노로 팔아 버렸다.
영주의 농노가 되어 입에 풀칠이라도 할 줄 알았지만 지독한 노동 뒤에 주는 건 감자 반 개뿐이었다.
‘어머니…… 누나.’
어느 날 일을 마치고 돌아온 노예 숙소에서 어머니와 누나를 만났다.
잘 살아 있어 기뻤다.
하지만 어머니와 누나는 영주의 노리개가 되어 있었다.
카렌은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몸을 팔지언정 영주의 시중을 든다면 밥은 굶지 않아도 되니까.
그것이 착각이라는 사실은 단 하루밖에 걸리지 않았다.
다음 날 카렌은 어머니와 누이의 시신을 자신의 손으로 버려야 했다.
-가져다 버려. 쓸 만한 줄 알아 침실로 데려왔는데 모녀가 똑같이 쓰레기였어.
피투성이가 되어 있는 어머니와 누이의 시신을 보면서 카렌은 할 말을 잃었다.
-겨우 채찍질 몇 번 견디지 못하고 죽어 버리다니. 이래서 노예들은 안 돼. 때리는 맛도 없잖아.
그날 밤 ‘시스템’이 카렌을 찾아왔다.
힘을 얻은 카렌은 영주를 죽이고 이 타락한 세상을 바꾸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대사제를 만났다.
신을 만났다.
신이 이 땅에 강림하였고, 대사제의 말처럼 정화의 불꽃단이 세상을 점차 정화시키기 시작했다.
“제국 같은 악의 무리만 사라진다면 이 땅에 모든 인간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카렌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흔들릴 때마다 신을 생각했다.
이제 대여정의 끝은 얼마 남지 않았다.
자신의 손으로 이 땅의 더러운 것들을 모두 치워 낼 수 있을 것이다.
카렌은 고개를 털었다.
“할 수 있다.”
제국이 어떤 준비를 하였어도 상관없었다.
모두 뚫고 나가 황도를 점령하고 황제의 목만 취하면 되니까.
‘나머지는 신께서 직접 나서실 것이다. 강림하셨으니 남은 건 정리뿐이다.’
가장 어려운 일이라 생각했던 신의 강림을 대사제가 해냈다.
카렌은 군막을 나갔다.
멀리 보이는 성에는 빼곡하게 제국군들이 지키고 서 있었다.
언제나처럼 저 성은 금세 점령할 수 있을 것이다.
“대사제님!”
군막 밖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카렌이 차림새를 가다듬었다.
입 근육도 풀었다.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카렌이 입을 열었다.
“들어오도록.”
정찰을 나갔던 병사 중 한 명이다.
본래 제국민이었는데, 몸놀림이 빠르고 상황 판단이 기민하여 정찰 부대를 맡겼다.
물론 신을 진정으로 믿기로 하고 정화의 불꽃단에 귀의하여 받아주었다.
그의 믿음은 다른 제국민들에 비하여 남달랐다.
“대사제님, 적들의 병력을 대충 파악했습니다.”
“얼마나 되지?”
“성벽 위에 있는 병사들이 전부입니다. 새로 보급품을 받은 모양인 듯 다들 얼굴은 좋았습니다.”
“사기는 괜찮다는 뜻이군.”
“그래 보았자 계속 우리에게 밀리지 않았습니까? 신의 군대인 우리를 악의 군대가 막아 낼 수 있을 리 없습니다.”
병사의 얼굴이 상기되었다.
“더구나 대사제께서 황제를 물리친 뒤 신의 군대 사기는 최고조입니다. 반드시 저 성을 넘을 겁니다.”
카렌이 병사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 신의 군대에 패배는 없다.”
* * *
바르겐 숲에 도착한 뒤 서부 영주들이 후퇴하기를 기다렸다.
전령이 전해 온 소식에 의하면 서부 영주들은 정말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고 한다.
임시로 설치한 군막에서 나와 제임스 공작, 올리비아 그리고 켄이 함께 전략 회의를 시작했다.
“서부에서 피난 오는 영지민들은 뒤로 물려야 합니다.”
켄의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영지민들은 병사가 아니니까. 피난민 대부분은 노인과 아이들 혹은 여성들이야.”
“네. 싸울 수 있는 병력은 모두 대동해서 싸우고 있으니 영주들과 병력은 가장 마지막에 후퇴할 겁니다.”
“그럼 피난민을 맞을 준비부터 해야 되겠군.”
내 말을 제임스 공작이 거들었다.
“보급품은 충분합니다.”
“모자랄 수 있으니 황도에 더 요청하죠. 그래도 황도에는 보급품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폐하께서 비상 상황을 선포하셨고 각 영주들과 귀족들 그리고 상단들이 보유하고 있던 식량을 모두 내놓고 있습니다만 보급품은 최대한 아껴야 합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자신의 집을 버리고 오는 서부인들에게 보급품을 아낄 순 없습니다. 피난민들은 결국 병사들의 가족들입니다. 그들이 굶주리고 있으면 병사들의 사기도 떨어질 겁니다.”
제임스 공작이 음, 하고 신음을 내뱉었다.
올리비아가 내 의견에 동조했다.
“병사들과 영주들이 마지막으로 후퇴한 뒤 피난민들의 얼굴에 생기가 돈다면 후퇴했어도 사기가 크게 올라가요. 그들은 가족을 지키기 위하여 목숨을 걸고 싸우는 중이니까요.”
의견이 모였다.
피난민들이 몰려오면 보급품을 충분히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일부 부대를 편성하여 피난민들의 경로를 이쪽으로 잡아 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들이 뿔뿔이 흩어지면 죽을 가능성이 높아지니까요.”
켄의 말에 내가 곧바로 결정했다.
“좋아. 기병을 편성해서 피난민들을 데려오지.”
이후 전략에 대하여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자 어느새 밤이 깊었다.
올리비아가 나를 향해 말했다.
“저는 잠깐 명상 좀 할게요.”
“좋아.”
그녀는 최근 시간이 나면 명상에 빠지곤 했는데 아마 지금보다 더 상위의 경지에 도달하기 위한 노력일 것이다.
나도 군막 안에서 눈을 감았다.
바람의 정령왕, 불의 정령왕을 소환할 수 있게 되었지만 나머지 두 최상급 정령이 정령왕이 되는 건 감감무소식이다.
‘마왕 벨루시가 강림한 이상 모든 속성의 정령왕을 소환하면 균형을 맞출 수 있을 것 같은데.’
새삼 벨루시가 얼마나 강한 존재인지 깨달았다.
정령계에서의 힘을 고스란히 가져오는 정령왕들조차 상대할 수 없다니.
아마도 본질의 차이가 아닐까?
마왕은 파괴를 위한 존재다.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마계의 존재들은 파괴와 탐욕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그래서 그들은 끊임없이 서로 싸우고 강해진다.
반면 정령은 균형을 위한 존재.
서로 화합하고 순환하며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 나가는 존재들이다.
객관적으로 ‘강함’을 기준으로 할 때 마계의 존재들이 더 강할 수밖에 없었다.
‘릴리안과 올리비아, 아버지도 있으니 충분히 할 수 있어.’
나는 바람의 호흡법에 집중했다.
결국 더 강해지는 방법은 맨 처음 어머니의 정령술서에 있는 바람의 호흡법을 더 깊게 수련하는 일뿐이라고 믿었다.
아버지가 준 영단이 불의 정령왕을 소환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지만, 나머지 두 정령이 정령왕이 되기 위해서는 내 힘 자체가 강해질 필요가 있으니까.
‘여전히 이질적으로 섞여 있는 영단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든다.’
그럼 나는 한층 더 강해질 수 있었다.
네 속성의 정령왕을 모두 소환하면 서부 전선은 물론 앞으로 남부 전선에서 만나게 될 카렌을 상대로도 자신 있었다.
‘현재 카렌의 수준은 올리비아와 비슷하거나 혹은 더 강하리라 짐작되는데…… 문제는 그의 성장 속도다.’
올리비아보다 훨씬 더 빠르게 성장하는 카렌은 나를 만날 때쯤이면 완전한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이르지 않을까?
인류 역사상 최초로 진정 신의 경지에 이른 자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도 상대할 수 있다.’
릴리안이 나서 주면 좋겠지만 그녀는 마왕 벨루시를 감시하는 역할이다.
만약 벨루시가 갑작스럽게 움직이면 조금이라도 시간을 끌 수 있는 건 오직 그녀뿐이다.
황궁에서 라인하이드 가문의 서적과 아이템을 찾아 벨루시를 상대할 방법을 연구하고 있을 거니 나는 그녀를 믿었다.
“전하.”
군막 밖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나는 호흡법을 중단하고 말했다.
“들어오도록.”
제임스 공작이다.
나는 자리를 권했다.
“앉으세요. 공작님.”
조금 전까지 회의를 거듭했는데 따로 할 말이 있는 걸까?
나는 빙그레 웃으며 물었다.
“쉬시지 않고요.”
“황궁에 있는 동안 많이 쉬었습니다.”
“차를 한 잔 드릴까요?”
“감사히 마시겠습니다.”
나는 차를 우리면서 물었다.
“무슨 일이시죠?”
“오스틴 공작 일 때문입니다.”
“오스틴 공작이요?”
전사했다고 알려진 오스틴 공작은 전쟁 초기 가장 먼저 죽었다.
“아무래도 의심 가는 점이 너무 많습니다. 요정들이 강한 건 사실이지만 오스틴 공작은 전쟁 초기 너무 빨리 죽었습니다.”
나는 찻잔을 공작 앞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렇죠. 하지만…… 시신조차 찾지 못했고 여전히 행방불명이면 이미 전사했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저들이 네크로맨서라는 게 마음에 걸립니다.”
나는 차를 마시며 고민에 잠겼다.
만약 오스틴의 시신을 저들이 리치로 부활시켰다면 꽤 심각한 문제다.
오스틴 공작은 생전에 아주 강력한 마법사였으니.
“리치로 부활시켰다면 여지껏 숨겨 놓은 이유가 무엇일까요?”
“전력을 아끼기 위하여 그랬다는 건 이해되지 않습니다. 저들은 서부방어를 뚫지 못하고 있는데 전력을 아낀다?”
공작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도 동의했다.
“아마 리치로 부활시키지 못했을 겁니다. 저들이 죽은 병사를 모두 언데드로 만드는 건 아니니까요. 오스틴 공작도 그저 시신이 버려져 아무런 해코지도 당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혹은 다른 꿍꿍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알 수 있는 게 없으니…… 그래도 공작님의 걱정은 가슴에 새기죠. 요정들과 전쟁할 때 오스틴 공작이 리치로 합류할 가능성도 생각하겠습니다.”
“네.”
제임스 공작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제발 걱정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