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63)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263화(263/278)
263화.
인간의 감각 중 가장 화려한 감각을 꼽으라면 아마도 시각이 아닐까?
마이크 후작은 화려한 정령들의 몸놀림을 보면서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소문으로 듣던 것보다 훨씬 더 대단하지 않은가? 마왕이 강림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전하만 계신다면 제국은 승리할 것이다.’
가슴이 희망으로 부풀어 올랐다.
매일같이 절망적인 소식만 들었고, 하루하루 요정들에게 밀리지 않기 위하여 많은 병사들을 잃었다.
그런데 오늘 본 것은 마이크 후작에게 큰 충격이자 희망이었다.
“전하께서는 많은 정진이 있으셨던 것 같습니다.”
“네. 개인적으로는 좋은 일들이 많았죠. 정령왕을 소환할 수 있게 된 것도 좋은 일이고요. 반면 제국의 앞날은 어둡습니다.”
조금 전까지 희망을 품고 있었던 마이크 후작의 얼굴 근육이 떨렸다.
“전하. 전하께서 계시는데 왜 어둡다고 하십니까.”
“마왕 벨루시는 대륙의 모든 것을 삼켜 버릴 수 있는 존재입니다.”
마이크 후작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했다.
“서부를 지키는 것에만 몰두하다 보니 마왕에 대한 건 소문만 얼핏 들었습니다.”
“왕국 연합이 멸망했고 정화의 불꽃단 대사제 역시 마왕의 희생양이 되었습니다.”
“한 나라가 순식간에 몰락하다니. 믿을 수 없는 일이군요.”
“몰락 정도가 아니라……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벌레 한 마리 살지 못하는 곳이 되었습니다.”
마이크 후작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그 정도일 줄이야.
“대체 어떻게…….”
“급한 건 정화의 불꽃단입니다. 요정들을 멸망시키고 카렌이 이끄는 부대를 상대로 승리하면 그때 마왕 벨루시 토벌에 나설 생각입니다.”
“그런 정도의 존재감을 보여 준 마왕을 상대하려면 대체 얼마나 강해야 하는 겁니까?”
마이크 후작은 순수한 궁금증이자 한편으로는 기대감을 가졌다.
“릴리안이 있고 폐하께서도 계십니다. 그리고 올리비아는…….”
마왕 벨루시 이야기를 할 때 희망이 없어 보였던 아룬의 표정이 밝아지자 마이크 후작이 물었다.
“황태자비 전하께 좋은 소식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자신의 목숨을 걸고 제국을 지키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랜드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서요.”
마이크 후작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변했다.
“네? 그랜드 소드 마스터 말씀이십니까?”
“맞습니다. 화이트 가문의 비전 검술에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관한 내용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매우 위험하고요.”
“그럼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황태자비 전하께서 수련을 하고 계신 겁니까?”
“네.”
마이크 후작이 탄성을 자아냈다.
“정말……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이 대단한 희생정신입니다. 제국의 황태자비로서 책임감을 보여 주셨군요.”
“올리비아를 믿고 있습니다. 그녀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으리라고요. 지금 희망은…… 그녀뿐입니다.”
곧 군막이 설치되어 있는 진지에 도착했다.
눈발이 또다시 강해졌다.
“병사들에게 충분히 휴식을 주겠습니다. 식량도 많이 지급하고요.”
“감사합니다.”
마이크 후작의 말에 아룬이 빙긋 웃었다.
“당연한 일입니다. 후작님과 영주들을 후퇴시킨 건 접니다. 그에 관련한 준비를 하고 있었던 거죠.”
“네. 즉시 지시하겠습니다.”
“추격대가 전멸했으니 요정들도 함부로 움직이지는 못할 겁니다. 정찰병들을 충분히 보냈으니 그들이 진격하는 것도 알 수 있고요. 후작님도 그동안 노고가 크셨는데 편이 쉬십시오.”
“네. 전하.”
마이크 후작이 고개를 숙였다.
아룬이 군막으로 돌아가자 제임스 공작이 마이크 후작에게 다가왔다.
“오랜만입니다. 후작님.”
“공작님.”
가벼운 안부 인사를 나눈 뒤 마이크 후작이 하얀 입김을 뿜어내며 말했다.
“황태자비 소식은 들었습니다.”
“네. 제국의 황태자비로서 책임감을 다하고 있죠.”
“개인적으로는 걱정이 많이 되실 건데요.”
제임스 공작이 쓰게 웃었다.
“괜찮습니다. 저 역시 제국의 신하입니다. 딸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은 잠시 접어 두어야죠.”
“공작께서도…… 정말 훌륭하신 신하이십니다.”
후계가 없는 마이크 후작은 제임스 공작의 현재 감정에 관하여 깊이 공감할 순 없었다.
다만, 제임스 공작의 결정이 얼마나 큰일인지는 조금이나마 느꼈다.
“오면서 전하께 많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서부는 소식이 늦었죠. 치열한 전투를 벌이던 곳이라.”
“네. 방어에 정신이 없었으니 제국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습니다. 소식은 간간이 들었지만 단편적인 것들뿐이었습니다.”
제임스 공작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상황이 썩 좋지 않습니다.”
“전하께서 추격대 요정 천 명을 정령왕을 소환하여 단숨에 몰살시켰습니다. 희망을 보았죠.”
“전하의 성장은 확실히 눈부십니다.”
“그럼에도 마왕 벨루시의 존재감이 전하만으로도 감당할 수 없다는 건 굉장히…… 충격이었습니다.”
제임스 공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폐하께서도 걱정이 많으십니다.”
마이크 후작이 쓰게 웃었다.
“걱정하시는 폐하라……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저도 많이 놀랐습니다. 카렌이라는 자도 그렇고 마왕 벨루시까지. 제국은 건국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제임스 공작이 다른 주제를 꺼냈다.
“오스틴 공작은 찾으셨습니까?”
“찾지 못했습니다.”
“남부에서 많은 제국 병사들이 언데드가 되었습니다. 오스틴 공작이 8서클 마법사이긴 하지만…… 만약 시신이 언데드로 부활했다면.”
마이크 후작이 제임스 공작의 말을 대신 맺어 주었다.
“어마어마하게 강한 리치가 우리를 공격하겠죠.”
“산 넘어 산이로군요. 요정에 이어 오스틴 공작을 상대해야 될 수도 있다니.”
제국의 개국 공신인 후작과 공작은 동시에 입을 다물고 거세게 내리는 눈발을 바라보았다.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지독한 날씨는 꼭 지금 제국이 처한 처지 같았다.
한때 파죽지세로 통일을 위하여 달려가던 제국이 어쩌다 이런 지경이 되었을까.
후작과 공작은 애써 한숨을 참아 내고 있었다.
* * *
올리비아는 여전히 명상에 잠겨 있었다.
그녀의 군막은 철저하게 잘 지키는 중이다.
켄, 마이크 후작과 서부의 젊은 영주들, 제임스 공작까지 모두 임시 지휘 본부로 설정한 군막에 급히 모였다.
나도 올리비아 군막을 서성이다가 군막에 들어갔다.
켄이 곧바로 보고했다.
“요정들이 성을 정리하고 진격을 시작했습니다.”
“요정들의 규모는?”
마이크 후작이 대답했다.
“요정은 십만이 약간 넘습니다. 그리고 언데드는 요정의 두 배가 넘습니다. 정확한 숫자는 파악하기 힘들었습니다.”
나는 서부 영주들을 격려했다.
“서부의 모든 병사들이 그들보다 적었는데 지금까지 버틴 건 모두 그대들의 공입니다.”
“감사합니다.”
젊은 영주들의 얼굴에 자부심이 서렸다. 충분히 자부심을 가져도 될 일이다.
요정들은 하나같이 정예이고 언데드들은 상대하기 까다롭다.
마이크 후작의 뛰어난 지휘력과 젊은 영주들의 유능함이 성공적인 방어를 이끌었다.
“켄. 작전은?”
“바르겐 숲은 세계수 뿌리가 자라나 만들어진 숲입니다. 마왕의 주구가 된 주제에 요정들은 여전히 자신들이 빛의 종족이라 착각하고 있죠.”
마이크 후작이 거들었다.
“맞습니다. 그들은 전투를 벌일 때마다 신성한 전쟁을 수행 중이라고 습관적으로 중얼대더군요.”
젊은 영주들이 고개를 끄덕였고 나와 제임스 공작은 절로 혀를 찼다.
“미친놈들이군요.”
내 말에 마이크 후작이 동의했다.
“요정들이 사이비에 홀릴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정화의 불꽃단이 그만큼 위험한 조직이라는 뜻이죠. 마왕까지 강림시킨 놈들이니까.”
내가 말을 맺자 켄이 다시 입을 열었다.
“요정들은 반드시 바르겐 숲으로 들어올 겁니다. 그때 우리는 화공을 이용하여 바르겐 숲을 태울 생각입니다.”
“불의 정령왕을 소환하면 되겠군.”
“전하께서는 힘을 아끼셔야 합니다. 요정만이 아니라 언데드도 있으니까요. 서부의 영주님들이 궁수와 기병을 맡아 주십시오. 바르겐 숲 근처에 매복했다가 요정들이 도착하면 불부터 지르는 겁니다.”
“그들 중 마법사가 굉장히 많소. 단순 화공은 통하지 않을 거요.”
젊은 영주의 말에 켄이 빙그레 웃었다.
“릴리안 마법사가 직접 만들어서 보내 준 불화살이 따로 있습니다. 마법으로 끌 수 없습니다.”
모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릴리안에 대한 이야기를 듣지 못한 모양이다.
내가 말했다.
“릴리안은 최근 9서클에 올랐습니다.”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내 두 눈으로 보았으니 가능한 일이지요. 릴리안은 대륙 최고의 마법사입니다. 이전 역사에도 없었고 앞으로 이어질 인간의 역사에 없을지도 모르는.”
영주들은 더 이상 의심하지 않았다.
“공작님도 나서 주시기 바랍니다.”
“내가 할 역할은 무엇인가?”
제임스 공작의 질문에 켄이 짧게 답했다.
“숲에서 나오는 요정들을 상대해 주십시오. 혼란에 빠진 무리들을 상대하는 건 어렵지 않을 겁니다.”
다시 한 번 젊은 영주 중 한 명이 손을 들었다.
켄이 발언권을 주었다.
“요정들은 언데드들과 따로 떨어지지 않습니다. 일부 병력만으로는 아무리 바르겐 숲 전체를 태워도 그들을 막기란 요원합니다.”
“바르겐 숲은 신성한 숲입니다. 타락했지만 요정들은 여전히 요정이죠. 그들의 사상이 타락한 것이지 그들이 사용하는 힘은 언데드나 정화의 불꽃단처럼 흑마법 같은 게 아니니까요.”
“언데드는 바르겐 숲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뜻입니까?”
“네. 자연스럽게 분리될 겁니다. 그리고 언데드는 전하께서 맡아 주시면 됩니다.”
“좋다.”
나도 동의했다.
“기본적인 작전 구조는 이렇습니다. 세부적인 건 부대마다 따로 지시를 내릴 것이니 지휘관을 통해 들으시면 됩니다.”
켄은 큰 그림만 알려 준 뒤 세부적인 작전은 지휘관 한 명, 한 명에게 직접 전달할 뜻을 밝혔다.
“지금 진격 속도라면 앞으로 이틀 뒤 요정들과 언데드들이 도착할 겁니다.”
“얼마 안 남았군.”
나는 켄에게 제국 사정도 물었다.
“우리는 요정을 최대한 빨리 전멸시키고 카렌의 후미를 공격하기로 결정했어. 지금 남부는 잘 버티고 있나?”
“어제 첫 번째 관문이 뚫렸습니다.”
모두가 침울하게 신음을 삼켰다.
남부는 아직 제국이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한 전장이다.
왕국 연합을 상대로도 마왕이 강림하기 전에는 여러 번 승리했다.
반면 남부는 패배만 거듭했다.
베레곤에 이어 아버지까지 패배한 전장이다.
카렌의 파죽지세는 쉽게 막을 수 없었다.
아버지가 관문을 설치했고 마지막 관문에서 승부를 보려 했던 게 이해가 되었다.
“두 번째 관문을 공격할 때 우리가 그들의 후미를 공격하려면 이틀 뒤 단 한 번의 전투로 요정들을 전멸시켜야 됩니다. 그리고 곧바로 출발할 필요가 있죠.”
마이크 후작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가능하겠습니까? 아무리 전하가 계시고 제임스 공작님도 계시지만 요정들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닙니다.”
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준비가 많이 필요한 겁니다. 일부 병력을 차출하여 바르겐 숲에 먼저 작업을 해 둔 뒤 작전대로 실행하면 반드시 전멸시킬 수 있습니다.”
젊은 영주들은 여전히 반신반의하고 있었다.
정령왕의 존재를 보았음에도 워낙 오랫동안 이어진 방어 전쟁에 요정이라면 이골이 났기 때문이다.
요정들의 무서운 점을 가장 잘 아는 이들이다.
“켄은 폐하께서 직접 임명하신 작전 사령관이고 우리는 그가 짜놓은 작전에 맞춰 전쟁을 진행하면 된다. 모두가 나를 믿듯 켄을 믿고 그리고 서로와 자신을 믿어라.”
내 말에 모두가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네. 전하.”
“그럼 준비하자. 감히 제국의 땅을 침범하고 스스로를 빛의 종족이라 부르는 타락한 이들을 몰아내자.”
“네, 전하!”
힘찬 대답에 나는 빙그레 웃었다.
콰아아아앙-!
엄청난 폭음에 나는 본능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올리비아의 군막입니다.”
제임스 공작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렸다.
이미 나는 군막에서 나가고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