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64)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264화(264/278)
264화.
고오오오오-!
마나의 파동이 강해졌다.
눈발이 거세게 휘몰아치면서 마치 빨려 들 듯 올리비아의 군막 주변을 맴돌았다.
순백의 마나가 눈발과 만나면서 눈부신 빛을 토해 냈다.
고오오오오-!
두 발을 딛고 서 있기 힘들 정도로 땅이 흔들렸다. 지진이라도 난 듯 병사들이 흔들리는 땅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쓰러졌다. 그나마 기사들은 필사적으로 버티고 있었다.
올리비아의 군막 주변에 부는 눈발과 마나의 파동은 더욱 거세졌다.
제임스 공작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저, 전하 접근이 불가능합니다.”
올리비아의 군막으로 가 보고 싶었지만 마나의 파동을 이겨 내기란 어려웠다.
‘괜찮을까?’
올리비아가 걱정되었다.
이 정도 마나의 파동에서 수련에 집중하고 있는 올리비아가 무사할 수 있을까?
아니면 이 파동 자체를 올리비아가 만들어 냈을 가능성도 있다.
만약 올리비아가 만들어 냈다면 둘 중 하나다.
마나가 폭주했거나.
혹은 새로운 경지로 접어드는 과정이거나.
지금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느낌은 전자에 가까웠다.
마나가 폭주하여 주변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만약 올리비아가 새로운 경지에 접어드는 중이라면 내가 섣불리 개입하는 것은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곧바로 정령왕을 소환하지 못한 건 바로 그 가능성 때문이다.
고민은 깊어지고 마나의 파동은 강해지다 못해 이제 폭풍처럼 몰아쳤다.
콰아아앙-!
주변의 군막마저 모두 날아가고 이제 빛은 눈을 멀게 할 듯 더욱 밝아졌다.
고오오오오-!
마나가 한곳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파동은 점점 더 약해졌고 빛도 서서히 사그라들었다.
나는 즉시 올리비아의 군막으로 달려갔다.
제임스 공작은 물론이거니와 마이크 후작과 기사들까지 모두 함께였다.
빛이 이제는 완전히 사라졌다.
올리비아의 군막은 이미 마나의 파동으로 사라진 뒤였고, 그 자리에는 올리비아만이 남아 있었다.
“올리비아!”
내가 크게 외쳤다.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올리비아 앞에 걸음을 멈췄다.
올리비아가 설마…… 죽은 건 아니겠지?
나는 불안감을 지웠다.
그럴 리가 없다.
올리비아에게서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올리비아.”
다시 한 번 올리비아를 불렀다.
그리고 올리비아가 눈을 떴다.
“올리비아!”
올리비아는 몸을 일으키며 싱긋 웃었다.
“제가…… 모두를 걱정시킨 모양이네요.”
나는 올리비아의 어깨를 와락 끌어안았다.
“괜찮은 거야?”
“괜찮아요.”
나는 그제야 사람들의 시선을 생각하며 큼, 헛기침과 함께 살며시 떨어졌다.
제임스 공작의 목소리가 들렸다.
“올리비아.”
올리비아가 제임스 공작 품에 안겼다.
“고마워요. 아버지.”
“내가 더 고맙다.”
제임스 공작의 어깨가 떨렸다.
딸을 인류를 위한 희생이랍시고 목숨을 건 도박판에 뛰어들게 만든 심정이 어땠을까.
만약 올리비아가 잘못되었다면 제임스 공작 역시 삶을 살아가지 않았을 것이다.
기사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황태자비 전하께서 그랜드 소드 마스터 경지에…….”
이내 기사는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쏟아지는 시선에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아니네. 나도 궁금하던 참이었어. 올리비아, 가문의 비전은 모두 익혔느냐?”
“네. 성과가 좋았어요. 완전히 새로운 경지에 접어들었어요.”
제임스 공작의 표정이 굳어졌다.
나도 모르게 물었다.
“새로운 경지에 접어들었다는 건?”
“네. 맞아요. 완전히…… 새로운 경지에요.”
올리비아는 기어이 대륙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
제임스 공작이 가장 먼저 축하를 건넸다.
“장하십니다.”
너도나도 한마디씩 거들면서 올리비아를 축하했다.
멀리서 병사 한 명이 다가왔다.
“전하!”
병사가 한쪽 무릎을 꿇으며 예를 취했다.
“무슨 일이지?”
“정찰병들이 돌아왔습니다.”
“정찰병?”
“네. 이만이 넘는 언데드가 선발대로 진격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제가 가죠.”
올리비아의 말에 대답했다.
“같이 가지. 병사들을 준비시키도록.”
내 말에 올리비아가 제안했다.
“군의 사기를 위해서라도 전 병력이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이만 마리의 언데드는 큰 위협이지만 현재 우리의 전력으로 충분히 압도할 수 있었다.
“전 병력?”
“네. 언데드는 제가 상대할게요.”
언데드도 여러 종류가 있다.
이만 마리 중 강한 언데드가 얼마나 있느냐에 따라 전력을 나눌 수 있는데 그건 인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반 보병 만 명의 전력과 백 명의 기사가 있는 만 명의 보병 전력은 천지 차이다.
나 역시 정령왕을 소환하여 이만 마리의 언데드들을 충분히 전멸시킬 수 있었다.
리치나 혹은 데스 나이트 같은 강한 언데드들이 있다면 좀 까다롭겠지만.
올리비아의 자신감은 그러한 까다로움도 없다는 뜻이었다.
“괜찮겠어?”
“사기를 올리기 위해서잖아요. 저의 경지를 소문으로 듣는 것과 눈으로 보는 건 다르니까요.”
나도 궁금했다.
그랜드 소드 마스터는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 줄까?
지금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평범한 기사처럼 보일 뿐이다.
“좋아. 가자.”
* * *
제임스 공작, 아룬이 모두 서부로 출정을 나가면서 론은 다시 모든 일을 직접 점검하는 중이었다.
권력의 대부분을 아룬에게 몰아주었지만 여전히 황제의 권위는 필요하며, 살아 있었다.
많은 신하들이 새로운 전설을 써 내려가고 있는 아룬 역시 론처럼 존경하는 것은 물론 두려움도 가지고 있었지만 론과 다른 점이 있었다.
바로 신뢰.
론은 건국 황제이고 그가 써 내려간 수많은 신화적 전투는 단 한 번의 패배로 지워질 역사가 아니었다.
신하들은 여전히 론을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있었다.
누구보다 론을 두려워하면서도 론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는 것이다.
만약 평범한 국가였다면 마왕 벨루시의 강림 자체만으로도 혼란에 빠져 폭동은 기본이고 국가 자체가 붕괴되었을 것이다.
반면 제국은 제국민들이 불안감을 느낄 뿐, 폭동 같은 건 일어나지 않았다.
그만큼 론의 강한 지도력이 증명되고 있는 것이다.
위기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론의 공백은 아룬이 훌륭하게 메웠다.
“찾았어.”
그리고 최근에는 릴리안이 론을 직접 보좌하고 있었다.
“뭘?”
“라인하이드 가문의 흔적.”
교황이 다녀간 뒤 릴리안은 더욱더 라인하이드 가문의 흔적을 찾는 데 매진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교황이 라인하이드 가문에 관한 정보를 주었다.
“교황이 주고 간 정보에 괜찮은 게 있나?”
“해독하지 못한 문자에서 발견한 내용이야.”
릴리안은 간단하게 정리한 문서를 론에게 건네주었다.
황제를 대하는 신하의 예의 따위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지만 론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9서클 마법사라는 건 황제조차 범접할 수 없는 위대한 역사를 이룩한 사람이라는 뜻이니까.
릴리안이 제국에 머물러 주는 것만으로도 론에게는 크나큰 행운이었다.
더구나 아룬과 동료로 앞장서서 마왕을 상대할 방법을 찾는 중이니, 사소한 예의 같은 건 얼마든지 넘어갈 수 있었다.
“마왕 벨루시의 마계 서열은 3위라.”
“맞아.”
론이 쓰게 웃었다.
“최고의 마왕도 아니고 서열 3위의 마왕이 강림했는데 대륙은 멸망을 걱정하고 있다니. 이럴 때 보면 인간의 힘이란 참으로 나약하군.”
“마왕 벨루시가 모든 힘을 가지고 강림했기 때문이야. 본래 마계에서 중간계로 현신하면 힘의 제약이 상당하지. 본신이 아니니까. 벨루시는 본신이 강림한 상태야.”
“정화의 불꽃단 놈들이 정말 터무니없는 짓을 저질렀군. 현신이 아니라 강림이라…….”
론이 턱을 쓰다듬으며 문서를 읽어 내려갔다.
벨루시에 관한 정보가 아주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었다.
“파괴의 마왕이라!”
“마왕도 서열에 따라 특징이 있어. 벨루시는 그중에서도 파괴의 힘을 가진 마왕이지. 만약 그림자의 마왕이 강림했다면 대륙의 태양은 사라졌을 것이고, 다른 힘을 가진 마왕이 강림했다면 그 힘에 따라 대륙에 끼치는 영향력이 달라졌을 거야.”
“벨루시가 파괴의 왕이기 때문에 대륙이 파괴될 것이다?”
릴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벨루시의 나이, 특징, 그리고 추정되는 힘 정도가 적혀 있었다.
“소드 마스터의 오러 블레이드로는 피부조차 뚫을 수 없고, 7서클 마법까지는 마법이 통하지 않는다라. 괴물이군.”
“괴물이야.”
“괜히 그대가 그랜드 소드 마스터와 9서클 마법사, 최상급 정령사가 필요하다는 말을 한 게 아니었군.”
“그건 어디까지나 최소한의 인원이지. 당신과 나 그리고 올리비아와 아룬까지. 네 명이 마왕 벨루시를 잡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어.”
“나와 올리비아가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도달해야 가능성이 생긴다는 뜻인가? 아룬은 네 속성 정령왕을 모두 소환하고.”
“맞아. 그렇게 된다면 그럴듯한 싸움이 될 거야. 당신은 가망이 크게 없어 보이고 올리비아에게는 기대하고 있지.”
론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혀 길을 잡지 못하고 있으니. 이럴 줄 알았으면 검에만 집중할걸. 마법과 정령술은 괜히 익혀서.”
7서클 마법사, 최상급 정령사.
론이 제국을 건국하고 통일을 바라보는 국가를 건설할 수 있었던 이유다.
하지만 마왕 벨루시를 상대로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7서클 마법까지는 소위 면역이고, 최상급 정령도 마왕 벨루시의 공격에 맞는 즉시 역소환당하니까.
“벨루시는 강림 이후 자신의 영토를 건설 중이라고?”
“라인하이드 가문은 마왕 벨루시가 강림하면 일어날 일들에 대해 여러 예언을 해 두었어. 그중 하나가 바로 파괴에 이은 새로운 세계 건설.”
“파괴에 이은 새로운 세계 건설?”
“왕국 연합은 벨루시의 강림과 함께 완전히 마계의 땅이 되어 가고 있어. 아마 지금쯤이면 마물도 돌아다닐걸?”
론이 혀를 내둘렀다.
“마물까지?”
“비어 있는 땅이 모두 마계로 변하면 벨루시는 진격을 시작할 거야. 기존의 대륙을 지워 버리고 깨끗해진 땅에 마계의 영역을 넓히겠지. 그렇게 중간계는 또 하나의 마계가 되는 거야.”
“그가 가만히 있는 이유가 바로 지금 왕국 연합을 통째로 마계로 바꾸는 중이라 그렇다?”
“응.”
론이 미간을 좁혔다.
“그럼 벨루시에 접근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되지 않나? 마물들이 가로막고 마계라면 마족까지 만들어 낼 것 같은데?”
“그래서 교단의 힘이 필요해. 교황을 비롯한 사제들은 마물과 마족에 어마어마한 힘을 발휘하니까. 그들이 길을 뚫고 우리가 벨루시를 상대해야지.”
똑똑-!
“들어오도록.”
잠시 두 사람은 대화를 중지했다.
“폐하!”
황궁 마법사였다.
“무슨 일이지?”
“통신 수정구를 통해 서부에서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황태자비 전하께서 새로운 경지에 접어드셨다고 합니다!”
마법사의 얼굴에는 이미 환희가 물들어 있었다.
론도 벌떡 몸을 일으켰다.
릴리안 역시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녀 자신이 올리비아가 론보다 더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먼저 오르리라 말했는데, 정말로 경지에 접어들었다는 소식에 경악을 숨기지 못했다.
“저, 정말인가?”
“황태자 전하께서 직접 전한 소식입니다. 요정들이 선봉대로 언데드 이만 마리를 보냈다고 하는데, 선봉대를 올리비아 전하 혼자 상대하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결과는?”
론의 물음에 마법사가 차분히 대답했다.
“아직 전투 결과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습니다. 출전하기 전에 통신을 보내셨다고 합니다.”
론이 릴리안에게 말했다.
“점점 더 필요조건이 갖춰지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