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66)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266화(266/278)
266화.
“쏴라!”
“기마병은 진격하라!”
“마법사들을 노려!”
지휘관들은 각자 맡은 임무를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바람의 정령왕을 소환했다.
바람의 정령왕 아퀼루스가 전장을 휩쓸었다.
콰아아앙-! 쾅-!
켄의 작전은 간단했다.
전면전!
본래 숲에서 요정들을 전멸시킬 계획을 세웠던 우리는 올리비아 덕분에 작전을 변경했다.
압도적인 화력을 두고 굳이 요정들을 기다릴 이유가 없었다.
더구나 남부 전선의 상황이 계속 밀리고 있으니 최대한 빨리 서부를 정리하고 남부 전선 적의 후미를 치는 게 중요해졌다.
콰아아아앙-!
나는 무리한 행동이었지만 불의 정령왕 피닉스까지 소환했다.
무서운 속도로 마나가 소모되고 있었다.
콰아아앙-!
하지만 그만큼 요정들이 휩쓸려 나가는 속도 역시 빨라졌다.
요정들은 이미 전의를 상실했다.
올리비아 한 명이 진영을 헤집어 놓았고 두 정령왕은 요정들이 모여 있는 것을 결코 허락하지 않았다.
참담한 전력 차이 앞에 요정들은 속수무책이었다.
그리고 제임스 공작이 이끄는 기사단 역시 제 몫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서걱-!
요정들은 후퇴하기 바빴다.
“쫓아라!”
서부 영주들이 적극적으로 전면에 나서면서 요정들을 베어 넘겼다.
그들은 황도에서 합류한 병사들보다 요정들에 대한 원한이 훨씬 컸다.
오랫동안 요정들과 전투를 치뤘고 고향마저 요정들에게 짓밟혔다.
수많은 서부인들이 죽었다.
그만큼 그들의 검은 매서웠다.
드디어 가지게 된 복수의 기회를 서부인들은 결코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요정들을 죽여라!”
병사들도 독기에 찬 얼굴로 요정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나는 후우, 숨을 몰아쉬며 바람의 정령왕부터 돌려보냈다.
마나 소모가 훨씬 적어지면서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다.
나는 곁에 있는 켄에게 물었다.
“전장은?”
“금방 정리될 것 같습니다. 이상할 정도로 요정들이 쉽게 무너지는군요.”
“그런가?”
“애초에 전하와 황태자비 전하가 너무 강한 탓도 있습니다.”
요정들의 기본적인 전력은 인간 병사보다 높다.
그들은 오랜 세월을 사는 종족이니만큼 검술에도, 마법에도, 정령술에도 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제국군의 병사들은 기사들을 제외하면 마나 자체를 다루지 못한다.
전면전이 위험한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요정들의 기본 전력이 훨씬 높기 때문에 병사들이 쓸려 버릴 수 있었다.
올리비아가 요정들 중 강력한 이들을 묶어 놓고 내가 정령왕으로 범위 공격을 하면서 요정들의 기본 전력 자체가 묶여 버렸다.
그리고 병사들은 전의를 잃은 요정들을 상대로 사기를 불태우면서 달려들었다.
전투 자체가 우리가 원하는 대로만 흘러갔다는 뜻이다.
나는 피닉스마저 돌려보냈다.
더 이상 정령왕의 소환을 유지하는 건 의미가 없었다.
“얼마나 남았지?”
내 말에 켄이 대답했다.
“이번 전투에 나선 요정들이 대략 오만 정도였으니 남은 요정들도 딱 그 정도가 되겠군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황궁에 서신을 보내. 아바마마에게 보고하고 요정들을 마저 정리한 뒤 남부로 가자.”
“네. 전하.”
켄이 싱긋 웃었다.
해가 질 때쯤 벌판에는 수많은 요정들의 시신이 널브러져 있었다.
그리고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차가운 날씨에 요정들의 시신은 썩지도 않을 것 같았다.
“시신들을 모으도록.”
저대로 방치하는 것은 좋지 않았다.
미관을 떠나서 전염병이 돌 수도 있는 것이고 서부의 통로라 불리는 이곳 대로에 요정들의 시신을 언제까지 방치할 순 없는 노릇이니까.
병사들이 요정들의 시신을 모으기 시작했고, 나는 시신들이 어느 정도 모이면 불의 정령을 소환하여 시신을 태웠다.
제임스 공작과 올리비아가 다가왔다.
“고생하셨어요.”
올리비아에 이어 제임스 공작도 입을 열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전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장은 금세 정리가 되었다.
오늘 승전을 자축하는 의미에서 나는 병사들에게 아낌없이 보급품을 베풀었다.
서부인들은 오랜만에 마시는 술과 고기에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나도 간간이 회식하는 병사들 사이를 돌면서 그들을 위로했다.
임시로 설치된 군막으로 돌아오고 올리비아와 함께 늦은 저녁을 먹었다.
“뭔가 큰 공격 같은 건 하지 않던데?”
무척 궁금했다.
올리비아는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오른 뒤 오히려 오러 블레이드를 예전보다 더 사용하지 않았다.
“화이트 가문의 검술은 극도로 효율을 추구하는 검술이었어요.”
“그래?”
“네. 검에 마나를 덧씌우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오러 블레이드를 뽑아내는 것보다 움직임에 더 중점을 두면 훨씬 더 강한 살상력을 발휘할 수 있거든요.”
“굉장하네.”
나는 순수하게 감탄했다.
“어떻게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오른 거야?”
“초대 가주께서 남기신 서책이 큰 도움이 되었죠.”
올리비아가 슬그머니 말했다.
“전하께서도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나는 아직 벽에 막힌 기분이야.”
나는 올리비아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내가 그녀에게 도움을 주었던 것처럼 그녀 역시 나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다.
검술이든 정령술이든 극에 이르면 결국 같은 길에 서 있게 되는 것이다.
‘아버지한테도 한번 도움을 청하고.’
올리비아가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오른 이후 나는 카렌을 진정한 적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진정한 적은 왕국 연합에 있는 벨루시지.’
정화의 불꽃단은 어디까지나 마왕을 신이라 믿는 멍청한 인간들일 뿐이다.
무엇보다 자신들의 신이라 굳게 믿고 있는 벨루시는 강림 이후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어쩌면 버림받은 것일지도 모르지. 아니, 처음부터 벨루시는 정화의 불꽃단 따위는 관심도 없을 수 있고.’
물론 정화의 불꽃단이 마왕 벨루시에게 버림을 받든, 말든 그들은 제국의 적이다.
더 큰 적을 상대하기 위해서 나는 작은 적을 먼저 넘어뜨릴 생각이었다.
* * *
아룬은 황궁으로 사람을 보내고 요정들의 잔당을 처리하기 위하여 정찰병도 보냈다.
오만에 이르는 요정들이었지만 이제 모두가 그들을 ‘잔당’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마이크 후작과 서부 영주들에게 맡겨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켄의 의견이다.
“그럴까?”
“네. 이미 전의를 상실했고 지난 전투에서 요정들은 지도자마저 잃었습니다.”
켄이 말을 이었다.
“사기가 오른 병사들과 마이크 후작 그리고 서부 영주들이면 충분히 잔당들을 소탕할 수 있을 겁니다.”
“좋아. 맡겨 보지.”
“만약을 대비하여 제임스 공작과 휘하 기사단도 남겨 두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우리 전력이 너무 떨어지지 않나?”
“전하와 황태자비 전하가 있으니 괜찮습니다.”
“그럼 전체 회의를 진행하고 그렇게 결정하지.”
켄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드디어 카렌을 향해 달려간다.
나는 살짝 숨이 거칠어졌다.
* * *
서부와 남부는 지리적으로 상당히 먼 편이다.
그나마 카렌이 남부 전선에서 계속 승리를 거둬 전선 자체를 중부 근처까지 끌어 올렸다.
아버지가 여러 관문을 설치했지만 카렌 앞에서는 소용없었다.
“얼마나 걸릴 것 같나?”
내 말에 켄이 대답했다.
“족히 일주일은 걸릴 겁니다. 거리가 상당한 편이고 남부 전체가 이미 정화의 불꽃단 영역이나 마찬가지이니 그들을 모조리 전멸시키고 진격해야 합니다.”
무척 안타까운 일이다.
본래 모두 제국민들이 아닌가.
하지만 연이은 패배와 정화의 불꽃단이 말하는 허황된 꿈에 빠져 등을 돌렸다.
사이비에 가까운 정화의 불꽃단은 대중들을 선동하는 것에 능했고 한 번 빠지면 마치 늪처럼 정화의 불꽃단 사상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이제 정화의 불꽃단의 병사가 되어 제국을 위협했다.
영주들은 목이 잘리거나 혹은 도망쳤다.
지금 남부는 무법지대나 다름없었다.
정작 정화의 불꽃단은 남부를 자신들의 영역으로 만들어 놓기만 했을 뿐 관리는 전혀 하지 않았다.
남부는 약탈과 방화 등 온갖 범죄가 넘쳐나는 곳이 되었고, 언데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죽음의 땅이 되어 버렸다.
“남부 전체를 다시 원래대로 복구하면서 진격하는 건 불가능한가?”
“네. 시간이 너무 걸립니다. 카렌이 우리가 후미에 들이닥친다는 소식을 듣기 전에 먼저 도착하려면 최대한 빠른 진격이 필요합니다.”
올리비아가 물었다.
“그들 역시 남부 곳곳에 정보원을 심어 놓았을 건데 카렌이 우리가 후미로 진격하는 것을 모를 수 있을까?”
“네. 저들은 체계적이지 않습니다. 체계적인 건 고위 사제들이 있는 본대뿐입니다.”
“아!”
“곧바로 진격한다면 후미를 들이닥칠 때까지 카렌은 모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남부에 사제들이 남아 있다면 카렌이 미리 알 수도 있겠죠.”
“사제들이라…….”
“어쨌든 중요한 건 시간입니다. 다소 무리가 따르더라도 최대한 빨리 진격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나는 켄과 상의한 뒤 최대 오 일 안에 카렌의 후미에 도착하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병사들이 힘들겠지만 어쩔 수 없었다.
기습은 무엇보다 보안이 중요하니까.
올리비아가 켄에게 물었다.
“제국이 버틸 수 있을까?”
“폐하께서 다시 한번 나서실 예정입니다.”
켄의 말에 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바마마가?”
“네. 제국 수도 경계까지 카렌에게 뚫리는 건 위험하니까요. 릴리안과 함께 마지막 관문에서 카렌을 기다려 달라고 서신을 보냈습니다.”
나는 혀를 내둘렀다.
“아바마마께 직접 요구했어?”
“보고서 형식에 간단히 적어 보냈습니다. 카렌을 상대로 시간이라도 끌 수 있는 건 폐하와 릴리안이 유일하니까요.”
“릴리안이라면 카렌을 죽일 수 있지 않을까?”
올리비아의 궁금증에 켄은 고개를 저었다.
“카렌의 성장 속도를 보았을 때 그 역시 그랜드 소드 마스터가 되었다고 생각해도 무방합니다. 그는 기일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니까요.”
시스템 덕분이다.
카렌은 거듭된 전투를 겪었다.
시스템은 카렌이 죽인 제국군 숫자와 강자들만큼 경험치를 제공했을 것이고 여러 퀘스트도 주었을 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도달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닐 수도 있었다.
그는…… 주인공이니까.
물론 두렵지는 않았다.
“릴리안과 동수라 생각하면 검사인 카렌이 좀 더 유리합니다. 대인전에서 마법사보다 기사가 유리한 건 사실이니까요. 정점에 달한 두 사람이지만 그 작은 차이가 승부를 가를 수도 있습니다.”
올리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폐하까지 계시면 카렌도 결코 함부로 움직이지 못할 겁니다. 그때 우리가 후미를 치고 들어가는 게 목표죠.”
나는 말을 몰며 생각에 잠겼다.
앞으로 오 일 안에 모든 게 결정된다.
벨루시를 만나러 가기 전 마지막 준비가 바로 카렌과 정화의 불꽃단을 멸망시키는 일이다.
나와 아버지, 릴리안과 올리비아라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불안감을 지우지 못했다.
시스템이란 그토록 막강한 힘이니까.
내가 그 시스템의 수혜자였기 때문에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나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할 수 있습니다.”
켄이 나를 응원했다.
“그래. 정화의 불꽃단은 벨루시에게 가기 위한 발판에 불과하니까. 그나마 다행인 건 벨루시가 제국에 해를 입히지 않고 가만히 있는 거고.”
“네. 벨루시가 움직이기 전에 정화의 불꽃단을 멸망시켜야 합니다. 마왕이 직접 제국에 내려오면…… 설사 그를 소멸시킬 수 있을지라도 제국이 입을 피해는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를 겁니다.”
가슴이 무거워졌지만 나는 애써 웃었다.
할 수 있다고 몇 번이나 되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