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67)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267화(267/278)
267화.
“베라!”
올리비아가 직접 기사들을 이끌었다.
나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주변을 훑어보았다.
이곳은 제국이 아니라 마치 왕국 연합 같았다.
제국의 남부는 아름다운 자연환경으로 유명하다.
절경으로 꼽히는 곳도 많았고 도시들 역시 각 도시마다 특색이 뚜렷했다.
이제 그러한 제국의 남부는 찾아볼 수 없었다.
가는 곳마다 언데드 천지였다.
인간들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고 그나마 남아 있는 인간들은 언데드를 이용하여 약탈에 환장한 범죄 집단뿐이었다.
제국 남부는 국가라는 것이 없는 땅이었다.
‘젠장.’
나는 거친 말을 겨우 삼켰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상황이 처참했다.
“전하.”
게일이다.
그동안 묵묵하게 기사단을 이끌었던 게일은 오늘 올리비아가 전면에 나서면서 내 곁을 지키고 있었다.
“정의로운 친구라고 들었다.”
게일의 얼굴이 씁쓸하게 변했다.
카렌과 실제로 만나고 오랫동안 대화를 나눈 게일은 카렌의 변화가 믿기 힘든 일일 것이다.
그는 정의로운 카렌을 만난 사람이니까.
“그가 타락한 건 정화의 불꽃단 때문이겠지?”
내 말에 게일이 고개를 저었다.
“그는 그의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입니다. 무지몽매한 제국민들은 정화의 불꽃단의 선동에 휘둘리고 그들의 사악한 속사임에 넘어갔을지 몰라도 카렌은 그러한 속임수에 속아 넘어갈 만한 인물이 아닙니다.”
게일은 단호했다.
“그 스스로 선택한 길입니다. 과거에 정의로웠다 하여 그가 벌이고 있는 작금의 행태가 이해될 수 있는 건 결코 아닙니다.”
“맞아.”
게일이 검을 강하게 쥐었다.
“제가 목숨을 거둘 기회가 있다면 직접 거두고 싶습니다.”
한때나마 나에게 카렌을 추천했다는 이유로 게일은 일련의 사태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나는 부드럽게 말했다.
“그래.”
냉정하게 게일은 카렌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소드 마스터에 오른 뒤 게일은 발전이 더딘 편이었다.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올리비아나 나와 같은 상식을 넘어선 성장 속도를 보여 주는 이들에 비하여 그렇다는 뜻이다.
소드 마스터라는 경지 자체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성과인데, 거기서 더욱 성장하는 건 지극히 어려운 일이니까.
게일은 스스로에게 실망하지도 않고 무리하게 경지를 끌어 올리기 위한 도박도 감행하지 않았다.
다만 끊임없이 노력하여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성장하고 있었다.
내 곁을 언제나 묵묵히 지켜 온 게일을 나는 누구보다 듬직하게 여겼다.
“가지.”
올리비아와 기사들이 일단 언데드들을 모조리 정리했다.
켄이 등 뒤에서 다가왔다.
“전하.”
“언데드들이 더 있나?”
“아닙니다. 오늘은 여기서 쉬고 내일 계속 행군하시죠.”
“흠.”
나는 잠시 고민한 뒤 켄의 말에 동의했다.
“좋다. 군막을 꾸리도록.”
“일부 병사는 따로 정화 작업에 투입하겠습니다.”
“정화 작업?”
“네. 이대로 땅을 방치하면 다시는 회복하지 못할 겁니다. 언데드들 시체를 모조리 불태우고 땅을 갈아엎는 작업을 좀 해야 될 것 같습니다.”
나는 그 말에 정령들을 모두 소환했다.
“정령들과 함께 정화 작업에 나서면 보다 빨리 마무리될 것이니 서두르도록.”
“네.”
정령들이 사방으로 퍼지면서 어둠의 기운을 몰아내기 시작했다.
병사들은 조각나 있는 언데드 시체를 모았다.
머리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 것들을 모으니 굉장히 기괴했다.
어떤 이는 구역질을 참지 못했다.
나 역시 역한 광경에 고개를 돌렸다.
불의 정령이 달려가 언데드 머리 조각에 불을 붙였다.
곳곳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군막이 모두 설치되고 나는 내 군막 안으로 들어갔다.
제임스 공작이 빠지게 되면서 빈자리는 게일이 채웠다.
올리비아, 켄까지 한자리에 모였다.
나는 켄에게 물었다.
“얼마나 온 건가?”
“앞으로 사흘 정도면 카렌 부대의 후미를 잡을 수 있을 겁니다.”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럼 척후병을 먼저 보내서 카렌 부대의 현 상태를 살펴보는 게 좋지 않을까?”
켄이 대답했다.
“카렌 부대를 정찰하면 자칫 저희의 위치를 정확하게 들킬 수 있습니다. 현재 카렌이 공략하고 있는 관문으로 정찰병을 보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헤밀튼에게 맡기는 게 좋겠군.”
적에게 들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면 헤밀튼만큼 적임자는 없었다.
“네.”
“헤밀튼을 관문에 보내서 현재 전선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올리비아가 입을 열었다.
“남부를 돌파하면서 현재 남부 상황이 얼마나 나쁜지 알게 되었어요. 황궁에도 사람을 보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황궁에?”
“네. 지금 교단은 전쟁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고 있잖아요. 교황이 폐하와 만났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그들은 마왕과의 전투만 준비하고 있는 중이고요. 교단은 전투도 전투이지만 정화의 불꽃단으로 피폐해진 땅을 회복시키는 일에 더 특화되어 있잖아요.”
켄이 동의했다.
“그렇습니다. 왕국 연합은 죽음의 땅이 되었고, 제국 남부 역시 비슷한 상황입니다. 다만, 왕국 연합은 마왕이 자리 잡고 있어 접근할 수 없지만 제국 남부는 다릅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황궁에 사람을 보내 남부 쪽에 교단의 사제들을 내려보내 달라고 하지.”
“옳으신 결정입니다. 왕국 연합은 멸망했지만 제국은 아닙니다. 전쟁 이후도 생각하려면 지금부터 빠르게 움직이는 편이 좋습니다.”
켄의 말에 나는 게일에게 시선을 돌렸다.
“기사들의 사기는 괜찮나?”
남부 전선에서 하도 못 볼 꼴들을 많이 보았다.
요정들의 전투와 다르게 언데드들과의 전투는 인간을 정신적으로 더 지치게 만든다.
“네. 연이은 승전에 기사들의 사기는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게일의 말에 내가 손뼉을 쳤다.
“좋아. 이제 사흘이야. 정화의 불꽃단이 이 땅에 남아 있는 시간은.”
* * *
카렌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지금까지 승승장구했던 카렌에게 두 번의 패배는 무척이나 뼈아팠다.
특히 제국의 황도를 지척에 두고 관문을 넘지 못한 점은 카렌에게 큰 분노를 일으켰다.
“빌어먹을.”
그답지 않은 거친 말에 주변에 있는 사제들이 움찔 몸을 떨었다.
사제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대사제님,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제 곧 관문이 뚫릴 것입니다.”
“악의 근원 황제가 지난번 패배에 대한 복수심으로 필사적입니다.”
“황제보다는 그 마법사가 문제입니다.”
카렌도 알고 있었다.
‘황제가 더 문제야.’
릴리안이라는 마법사는 혼자서 상대한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9서클 마법사는 처음이지만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 문제는 우리 쪽에서 황제를 상대할 수 있는 재목이 없다는 것이다.’
사제들은 물론이거니와 언데드들 역시 황제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황제는 검술이 뛰어날 뿐 아니라 마법과 정령술에도 능통하여 범위 공격에도 강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릴리안이라는 마법사에게 죽은 야만인 병사와 언데드보다 황제의 마법에 죽은 이들이 훨씬 많았다.
“마법사는 제가 묶어 둘 수 있습니다. 문제는 황제입니다.”
대사제 카렌의 말에 마법사가 문제라고 성토했던 사제들이 입을 다물었다.
“마법사가 날뛰기 시작하면 우리는 전멸당합니다. 9서클 마법사의 마법은…… 결코 녹록지 않습니다.”
“성지로 간 대사제님은 대체 왜 오시지 않는 겁니까!”
“이미 신께서 강림하셨는데 아무런 변화도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성지로 사람을 보내야 합니다.”
카렌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점에는 저도 동의합니다. 신께서 강림하신 것은 확실한데…… 우리에게 어떠한 부름도 없습니다.”
그토록 염원하던 신의 강림이 아니던가.
신만 강림하면 이 더러운 악의 대륙이 정화될 것이라 믿었다.
정작 신은 강림 이후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그럼 신이 강림하지 않은 것인가?
카렌도 사제들도 알고 있었다.
대사제는 분명 신을 강림시키는 것에 성공했고 하늘의 일부는 이미 신의 힘으로 물들었다.
“사제님들 중 한 분이 직접 성지로 가십시오. 여기는 제가 맡겠습니다.”
사제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들도 내심 알고 있었다.
대사제는 죽었을 것이다.
신의 강림 여파에 죽었을 확률이 높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여태껏 아무런 연락이 없다는 게 말이 되지 않으니까.
누구보다 신을 믿는 이들이었지만 마음속 한구석에 피어오르는 의심을 피할 수는 없었다.
신은 정말로 우리의 신인가.
이쯤 되자 사제들의 의심이 점점 커지기에 충분했다.
대답 없는 신.
실종되어 버린 대사제.
연이어 밀리는 전투.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정화의 불꽃단은 최고의 기세를 자랑했는데.
“그 누가 가는 게 좋을까요?”
사제 중 한 명의 말에 모두가 서로 눈치를 보았다.
카렌은 답답했다.
‘그나마 대사제가 있을 때는 편했다.’
대사제는 두려움이 없었다.
믿음이 굳건했다.
이들은 상황이 조금 불리해지자 몸을 사리고 있었다.
“그럼 제가 다녀올 것이니 이 전장을 맡으실 겁니까?”
카렌의 목소리가 다소 날카로워졌다.
사제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카렌은 결국 독단적으로 결정을 내렸다.
“신의 병사들을 통제할 두 분을 제외하고는 모두 성지로 가십시오. 가서 신의 말씀을 듣고 오십시오.”
사제들이 신음을 삼켰다.
카렌은 대답을 듣지 않고 막사를 나왔다.
멀리 관문이 보였다.
빼곡하게 늘어 서 있는 제국군들을 보면서 마음이 무거워졌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정화의 불꽃단이 선두에 선 대륙 정화가 눈앞에 있었는데.
‘9서클 마법사의 존재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대륙 최고의 강자라고 내심 자부했건만, 역시 악의 힘은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황제를 물리치자 릴리안이라는 마법사가 등장했다.
‘그때 황제를 죽였어야 했다.’
남부 전선에서 황제를 죽이지 못한 게 천추의 한이 되었다.
황제만 없었어도 이 정도 관문쯤은 쉽게 넘었을 것이다.
릴리안이 까다로운 존재이지만 그녀와 일 대 일 대결을 펼치는 건 카렌에게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이른 자신이 오직 릴리안에게만 집중하면 릴리안 역시 다른 곳에는 마법을 사용하지 못한다.
‘전력의 공백이 이토록 클 줄이야. 신의 병사들이…… 너무 약하다.’
절대 강자의 부족함에 카렌은 아쉬움을 느꼈다.
데스나이트 숫자가 천 명만 되었어도 황제를 묶어 둘 수 있었으리라.
카렌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다음 전투는 어떻게 치러야 저 관문을 넘을 수 있을지 연구했다.
‘리치들이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게 크다. 전투가 시작되면 9서클 마법사가 디스펠을 사용하면서 모든 리치들의 마법이 봉쇄된다. 그것부터 막아야 해.’
리치들이라도 제대로 활약할 수 있다면 전세는 달라질 것이다.
새삼 카렌은 고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대사제가 있었을 때 그와 많은 상의를 하였지만 지금은 오로지 혼자 생각하고, 혼자 결정한다.
성벽 위에서 웃고 떠들고 있는 제국군의 모습이 보였다.
카렌이 아, 하고 탄성을 터뜨렸다.
저들은…… 정말 악일까?
대륙을 오염시키고 있는 이들이 맞을까?
카렌의 가슴속에서도 한 줄기 의심이 새어 나왔다.
시선을 성벽에서 막사로 돌렸다.
“크어어어.”
“저거 한 마리 구워다 먹자.”
움직임이 느린 구울을 보며 야만인들이 키득거렸다.
남부 전선에서 걷어 온 식량도 바닥을 드러내면서 야만인 병사들은 어느 순간부터 언데드마저 먹어대고 있었다.
그들에게 살아 움직이는 모든 것들은 식량이었다.
카렌은 눈을 질끈 감았다.
야만인과 신의 병사들은 눈앞의 성벽 위에 있는 제국군 병사들과 너무 다르다.
자신의 병사들은 인간이 아닌 듯 보였지만 제국군은 너무나 인간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