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69)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269화(269/278)
269화.
해가 중천에 이르렀을 때 언데드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며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어느 때보다 강렬한 의지로 정령들을 불렀다.
최상급 정령들이 언데드들 위에 소환되면서 바람과 불 그리고 물과 흙이 각자의 스킬로 전장을 뒤덮었다.
동시에 성문이 열렸다.
“진격하라!”
나의 외침에 따라 카렌의 부대 후미를 우리는 물결처럼 덮쳐 갔다.
나와 올리비아 그리고 게일이 가장 선두에 있었다.
하늘이 어두워졌다.
고오오오오-!
릴리안이 성벽 위에서 압도적인 마나를 뿜어내고 있었다.
콰아아아앙-!
대지가 갈라지고 흔들렸다.
실로 한 인간이 발휘하는 힘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지진.
자연재해가 한 인간의 손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릴리안이 뿜어내는 마나가 점점 많아지는 순간, 한 줄기 섬광이 그녀를 향해 날아갔다.
피슉-!
릴리안의 마법이 중간에 끊기고 갈라지고 흔들리던 땅이 멈췄다.
올리비아가 그대로 허공을 밟아 릴리안에게 쏟아진 섬광을 향해 날아갔다.
‘카렌!’
나는 눈을 부릅뜨고 즉시 정령왕을 불렀다.
그때 기이한 살기가 느껴졌다.
본능적으로 바람의 흐름에 따라 몸을 비틀었다.
콰아아앙-!
“과연.”
네 장의 날개, 무시무시한 마기.
머리 위에 솟아 있는 뿔.
언데드가 아니다.
언데드의 사이한 기운과는 완전히 다른 어둠의 기운이다.
소위 ‘마기’라 불리는 기운을 뿜어내며 다가오는 남자를 보면서 나는 정령들을 불러들였다.
내 주위에 정령들이 마치 경호원처럼 겹겹이 쌓였다.
마족의 존재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나는 곧바로 정령들의 스킬을 사용했는데, 마족은 무리 없이 막아 냈다.
콰아아앙-!
최상급 정령이 펼치는 바람의 칼날마저 한순간에 무력화시키는 마족을 보면서 나는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를 만났단 사실을 깨달았다.
올리비아는 어느새 카렌과 맞붙기 시작했다.
아버지와 게일은 성벽 위에서 마족 한 명을 동시에 상대하고 있었다.
내 눈앞의 나타난 마족은 소드 마스터 한 명과 아버지를 동시에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강자라는 뜻이다.
릴리안의 마법도 다른 곳에 펼쳐지지 못하고 마족에게 붙잡혀 있으니까.
‘총 네 명인가?’
마족이 가까이 다가오며 말했다.
“기다리고 있었다.”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놈을 보면서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네 명의 마족은 변수 그 자체다.
기습의 묘와 후미를 공격하는 이점을 살렸기에 방어하던 병력이 성문마저 열고 쏟아져 나왔는데 초강자들이 마족들에게 묶여 버렸다.
나는 정령왕을 불러냈다.
‘단숨에 끝내야 한다.’
피닉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피닉스는 아퀼루스보다 화력이 강하다.
내 마나보다 아직도 아버지가 준 영단의 힘이 더 강하다는 뜻이다.
아퀼루스는 나의 마나로 소환하지만 피닉스는 아직 완전히 융화되지 않은 영단의 힘으로 소환한다.
그렇기 때문에 피닉스를 소환할 때마다 완전히 융화되지 않은 영단의 마나가 허공에 사라진다.
내 마나는 호흡법을 통해 얼마든지 회복되고 착실하게 쌓이지만 영단의 마나는 융화시키지 않은 이상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줄어드는 소모품 개념인 것이다.
처음에 피닉스를 소환한 건 어디까지나 융화되지 못한 불안한 마나를 처리하기 위한 임시방편이었다.
융화되지 못한 불안한 마나는 내 육체 자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행여 폭주하면 그대로 죽을 수도 있으니까.
지금은 폭주하지 않고 자리를 잘 잡은 상태다.
융화하지만 못했다.
아무리 소모품이라 하더라도 미래에 내가 내 마나 홀과 융화시킬 수만 있다면 어마어마하게 큰 마나인데.
나는 아까웠지만 지금은 전장 상황이 더 중요했다.
이 자리에서 카렌을 죽이지 못하면 제국은 끝없는 전쟁의 늪으로 빠져들 게 분명하니까.
“호오, 왕이라.”
마족의 손에 창이 생겼다.
피닉스가 얼굴을 찌푸렸다.
“마족임은 분명한데 마계 냄새는 나지 않는데?”
“이제 막 왕위에 오른 자가 꽤 오만하군.”
나는 즉시 피닉스에게 공격을 부탁했다.
사실 피닉스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니까.
피닉스는 마족을 향해 날아갔다.
마족의 창에 거대한 갈색 구체가 생겨나면서 피닉스에게서 쏟아지는 화염을 막아 냈다.
콰아아아앙-!
한 번의 부딪침으로 힘의 우열은 확실히 드러났다.
피닉스가 근소하게나마 마족보다는 우위에 있었다.
‘이제 막 왕위에 올랐다, 라…….’
나는 마족의 말에서 한 가지를 깨달았다.
내 정령술이 미숙하니만큼 정령왕들 역시 내 소환에 응하여 이 세계에서 힘을 발휘하는 게 제한적이라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정령왕들이 온전한 힘을 발휘한다고 ‘착각’했던 것뿐이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언데드들을 소멸시키고 엄청난 활약을 했기 때문에.
피닉스 역시 내 심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의 자존심은 크게 상해 있었다.
“아직 서투른 정령왕은 왕이 아니지.”
마족의 모습이 잔상을 남기며 사라졌다.
나는 위기감을 느끼고 클라임을 통하여 내 주변 땅을 뒤흔들었다.
콰아아앙-! 쾅-!
마족은 내게 공격을 감행하다가 튀어 오르는 땅의 움직임에 뒤로 물러났다.
피닉스가 모습을 줄였다.
쓸데없이 큰 덩치로 마족의 속도를 따라잡기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나에게 마나를 몰아라.’
피닉스의 의지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정령들이 정령계로 돌아가고 영단의 마나는 물론이거니와 내 본래 마나 홀에서도 피닉스를 향해 마나가 흘러갔다.
피닉스의 모습은 곧 인간처럼 변했다.
어떤 정령이든 중간계에 소환되었을 때 일정한 형태를 갖기 마련인데, 정령왕은 달랐다.
자신의 의지에 따라 형태를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하긴 아퀼루스는 아예 바람 그 자체였지.’
온몸이 화염으로 불타오르는 화염 병사가 된 피닉스가 검을 소환했다.
나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피닉스에게 들어가는 마나의 양을 잘 조절하는 게 바로 ‘정령술’이다.
정령사는 직접 싸우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정령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전투를 할 뿐.
그래서 정령과의 호흡이 얼마나 잘 맞느냐에 따라 정령사의 수준이 결정된다.
나는 그런 면에서 최고나 다름없었다.
나도, 정령도 서로의 의지를 읽어 낼 수 있으니까.
마치 본능처럼.
피닉스가 순식간에 마족을 향해 쇄도했다.
* * *
검과 검이 만나는 순간 올리비아는 깨달았다.
카렌은 자신보다 좀 더 강하다는 사실을.
좀처럼 믿기가 힘들었다.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이른 뒤 적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마왕은 논외이고 인간 중 가장 강해졌다고 자부한 올리비아였다.
카렌에 대한 이야기는 귀가 따갑도록 들었지만, 자신보다 강할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검술은 아직 몰라.’
올리비아는 허공에서도 마치 지상처럼 움직였다.
부드러운 움직임에 카렌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악의 무리치고는 마나 운용이 뛰어나군.”
카렌은 올리비아의 섬세한 공격에 놀랐다.
정말 끊이지 않는 연쇄 공격이었는데 좀처럼 틈을 찾을 수 없었다.
올리비아는 자신의 공격이 끊기는 순간 곧바로 반격당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치명적일 거야. 절대 틈을 주면 안 돼.’
오랜 전투 경험을 통하여 올리비아도 노련한 기사 중 한 명이 되었다.
한 번 주도권을 잡았을 때 끝까지 밀어붙이지 못하면 상대방의 반격에 당하기 마련이다.
챙-! 챙-! 챙-!
공중에서 싸우고 있을 뿐 두 사람은 오러 블레이드나 큰 기술은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순수한 검술의 대결!
그러기에 올리비아는 더욱 놀랐다.
카렌은 무명의 기사나 다름없었다.
유수한 가문 출신도 아니며 용병 출신이라고 들었다.
하지만 카렌의 검술에는 아주 오랫동안 갈고 닦아진 흔적이 느껴졌다.
정통 검술이라 불리며 여러 가문들이 수십 년, 수백 년 동안 쌓아 온 검술의 비전이 카렌의 검에 녹아 있었다.
“뛰어난 검술이군.”
카렌의 말에 올리비아는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챙-! 챙-! 챙-!
단 한 순간도 호흡을 놓치지 않으려면 말할 여유가 없었다.
즉, 카렌은 올리비아를 상대로 여유가 있다는 뜻이다.
‘불리해.’
카렌의 가슴을 향해 휘두르는 검에 올리비아는 더욱 강한 힘을 실었다.
그리고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카렌이 눈을 부릅떴다.
챙-!
올리비아의 검을 쳐 내는 즉시 올리비아의 어깨를 노렸다.
마치 빛처럼 빠른 반격에 올리비아는 어깨를 내주었다.
푸슉-!
올리비아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지는 순간 카렌의 눈동자는 더욱 커졌다.
한 손으로는 어깨를 꿰뚫은 검을 잡고 검을 든 손은 다시 한번 움직였기 때문이다.
인간은 검에 몸을 관통당하면 주춤하기 마련이다.
차가운 금속이 피부를 뚫고 뼈까지 닿으면 그 고통은 보통 인간의 의지력으로는 결코 견딜 수 없다.
기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올리비아는 잠시도 움찔거리지 않았다.
카렌은 아주 잠시 올리비아를 과소평가했고 그 대가는 처참했다.
푸슉-!
심장 바로 위에 검이 파고들었다.
곧 두 사람은 서로의 몸에 검을 꽂은 채 지상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크으윽!”
카렌이 비명과 함께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올리비아의 몸에 꽂힌 검을 뽑으려고 했지만, 검은 꼼짝하지 않았다.
자신의 예상보다 훨씬 강한 올리비아의 악력에 카렌은 검에 그대로 마나를 흘려보냈다.
푸슈슈슉-!
올리비아의 어깨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오러 블레이드가 올리비아의 어깨를 말 그대로 절단했다.
동시에 올리비아 역시 검을 위로 그었다.
순백의 오러 블레이드가 카렌의 몸에서 터졌다.
쾅-!
두 사람이 떨어졌다.
올리비아는 즉시 어깨에 손을 가져다 대며 마나로 지혈했다.
어깨의 일부분이 완전히 날아갔다.
카렌은 심장부터 어깨까지 수직으로 완전히 갈라져 있었다.
제법 심각한 부상이었다.
그럼에도 올리비아는 곧바로 카렌을 향해 쇄도했다.
카렌 역시 재빨리 지혈하며 다시 한번 검을 휘둘렀다.
콰아아앙-!
검술 대결은 사라지고 어느새 두 사람은 공간마저 왜곡시킬 정도로 강렬한 마나가 함축되어 있는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콰아아아앙-!
그 여파는 주변에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언데드는 물론이거니와 제국 병사들마저 그랜드 소드 마스터가 뿜어내는 오러 블레이드들이 만나 폭발하는 여파에 휩쓸려 몸이 찢어졌다.
어느새 두 사람의 주변은 자연스레 아무도 남지 않게 되었다.
올리비아가 싱긋 웃었다.
“시간이 얼마 없으니 빠르게 마무리 짓지.”
“당신과 같은 거대한 악을 내 손으로 죽일 수 있다는 사실은 신의 축복이지.”
“미친놈.”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 * *
론은 새롭게 등장한 마족의 존재에 당황하지 않았다.
“게일.”
“예, 폐하.”
“잠시 마족을 붙들고 있도록.”
론과 게일을 상대하던 마족이 오만하게 웃었다.
“인간, 내가 너를 죽이지 못해 데리고 놀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는 모양이지?”
마족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앞에 땅에서 정령이 튀어나왔다.
푸슉-!
마족이 가까스로 피했지만 이내 게일의 검이 마족의 눈을 현혹시켰다.
그리고 론은 그사이 검을 휘둘렀다.
짧은 순간에 마법을 발휘하여 언데드들 진영에 떨어트렸다.
콰아아앙-!
론 자신이 병사들의 전투를 도와주지 않으면 이대로 확 밀려 버릴 수 있으니까.
아룬을 살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많이 성장했구나.’
피닉스를 자유자재로 부리는 아룬을 보면서 론은 뿌듯했다.
자신도 혼자 감당하지 못하는 마족을 홀로 감당하며 자신처럼 병사들의 싸움을 도와주고 있었다.
“폐하!”
게일의 목소리에 론이 정신을 차렸다.
“한눈을 팔면 되나. 내가 말했지? 죽이지 못해 데리고 놀고 있는 게 아니라고.”
마족의 날카로운 손톱이 론의 목덜미를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