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72)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272화(272/278)
272화.
전장이 정리되고 있었다.
나는 아버지와 단둘이 성벽 위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고생이 많았다.”
“아닙니다. 아바마마.”
“편하게 이야기해도 된다.”
아버지의 말에 나는 시선을 돌렸다.
묵묵히 성벽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아버지의 표정에서는 아무것도 읽어 낼 수 없었다.
“그…… 편하게라면?”
“호칭을 편하게 해도 된다는 뜻이다. 단둘이 있을 때는.”
지금 아버지의 곁에는 매일같이 따라붙어 있는 그림자들도 없었다.
나는 살짝 쑥스러움을 느꼈지만 애써 내색하지 않고 대답했다.
“네. 아버지.”
“제국에 남아 있는 언데드들은 소탕될 것이다. 구심점을 잃었으니까. 서부의 요정들도 제임스 공작이라면 잘 정리하겠지.”
“네. 그는 훌륭한 기사입니다. 통솔력도 남다르고요.”
“네가 뒤를 맡길 만한 사람이지.”
아버지도 제임스 공작을 인정하고 있었다.
하긴 이제 사대 가문 중 남은 건 화이트 가문 공작이 유일했다.
“네.”
“올리비아의 아버지이기도 하고.”
“두 사람 모두 제국 황실에 큰 도움을 주는 사람들입니다.”
“아이는 아직 소식이 없나?”
아버지의 직설적인 말에 나는 말을 더듬었다.
“아, 아이요?”
“결혼한 지도 제법 시간이 지났는데 아직 아이 소식이 없어서. 너도 올리비아도 젊지 않나.”
“그게…… 아무래도 계속 전쟁 중이었기 때문에…….”
“전쟁 중이라 더 불타오를 수 있었을 건데.”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아버지를 보면서 나는 할 말을 찾지 못했다.
칼페온 제국은 모두 열다섯에서 열여섯이면 결혼하고 스무 살이면 기본적으로 아이가 둘, 셋이다.
나나 올리비아가 지나치게 늦은 건 사실이다.
“후계는 언제나 든든해야 하는 법이지.”
“네. 노력하겠습니다.”
아버지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훗날 동생들을 잘 챙겨 주거라.”
아버지가 직접적으로 동생들 이야기를 한 건 처음이었다.
테드는 결국 흔적조차 찾지 못했다.
완전히 언데드로 타락했기 때문이다.
아마 오늘 죽은 수많은 언데드들 중 테드도 있었으리라.
제국의 이황자가 언데드가 되어 비참하게 죽다니.
“나는 자식들 중 누구에게도 정을 주지 못했다. 내가 사랑했던 건 어디까지나 이리엘이었고…… 그나마 이리엘이 낳은 너에게만 마음을 열게 되었지.”
“아버지.”
“하지만 네 동생들 모두 나의 자식인 것도 사실…… 비록 그 아이들을 내가 직접 챙겨 주지 못하겠지만.”
“지금이라도 살갑게 대해 주실 수 있습니다.”
아버지가 쓰게 웃었다.
“아니야. 제국의 안정을 위해서라는 이름이었지만 결국 내 욕심이었다. 통일된 대륙을 꿈꾸며 여러 유력 가문의 자제와 결혼했고 그건 나에게도 그리고 당사자들한테도 무척 불행이었지.”
혼인 정책이야 중세 문화권에서 매우 흔한 일이었지만 아버지에게는 힘들었던 과거였다.
어머니에 대한 사랑은 나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
“정화의 불꽃단이 무너졌으니 이제 어머니에 대한 미안함도 잊으십시오.”
어머니가 죽은 뒤 아버지는 오로지 죄책감과 복수심을 위해서 살았다 말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래. 마왕 벨루시를 소멸시키면 함께 가자.”
“어디를…….”
“이리엘을 뿌린 곳.”
제국은 화장 문화다.
“어머니 무덤이 따로 있는 게 아니었습니까?”
“지금 조성된 무덤은 일반 제국민들의 시선을 의식한 곳일 뿐이다. 이리엘은 화장을 원했고 나는 들어주었다.”
“아.”
“수도 서쪽 테일강 지류에 이리엘을 뿌렸다.”
“네.”
나는 모든 일이 끝난 뒤 아버지와 함께 가기로 결정했다.
“마왕은 녹록지 않은 상대야. 릴리안은 우리 넷을 최소한의 전력이라 말했어.”
“올리비아의 그랜드 소드 마스터 도달, 그리고 제가 네 속성 정령을 모두 소환하는 게 기본이라고 했었죠. 그게 최소한이면 마왕은…….”
“네가 소멸시킨 마족은 다른 마족보다 더 강해 보이더군.”
“네. 벨루시가 만든 특별한 마족이라 하더군요.”
“그런 마족을 만들어 낼 정도의 수준이니…… 단단히 준비하고 가는 게 좋겠지.”
“네. 제국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뒤 갈 생각입니다.”
마족의 말을 미루어 짐작할 때 벨루시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마족을 보내 나를 성장시키려던 것 같았어.’
“음, 그래. 정화의 불꽃단 잔당을 모두 정리하면 좋지.”
아버지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마왕이 그리 오래 기다려 주지는 않을 거다. 만약 그가 왕국 연합에서 벗어나 제국으로 내려오면 어마어마한 재앙이 벌어질 거야.”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아.”
우리는 등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시선을 돌렸다.
릴리안이다.
로브를 펄럭이며 우리 옆에 선 릴리안이 말을 이었다.
“마왕에게 인간의 시간을 적용하지 마.”
아버지가 물었다.
“무슨 뜻이지?”
“그들은 영원을 사는 존재들이야. 인간에게 한 달, 일 년…… 긴 시간일 수 있겠지만 영원을 살면 그러한 시간들이 어떨 것 같아?”
나와 아버지가 동시에 탄성을 터뜨렸다.
하긴 영원을 살면 일 년이든 십 년이든 그게 무슨 소용이겠는가.
시간에 대한 감각 자체를 잃어버리지 않을까?
‘확실히 마왕은 초월적인 존재가 맞는 모양이군. 만약 인간이 영원을 산다면?’
처음이야 좋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차 미쳐 가지 않을까?
강대한 정신력이 없다면 아마 버티기 힘드리라.
“벨루시는 우리가 완성될 때까지 기다릴 거야.”
“그걸 벨루시가 어떻게 알지?”
릴리안이 하늘을 가리켰다.
달빛 사이로 갈색 구름이 떠다니고 있었다.
“그는 강림한 순간부터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어.”
아버지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 정도의…… 존재였나?”
“마왕을 우습게 보면 안 돼. 내가 구서클에 오르고, 올리비아가 그랜드 소드 마스터가 되고 황태자가 네 속성의 정령왕을 모두 소환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최소 조건일 뿐이었어.”
“최소 조건이 있다면 우리가 유리한 조건도 있겠지?”
“꽁꽁 숨어 있는 교황 그리고 폐하이지.”
아버지가 눈가를 좁혔다.
“나와 교황?”
“그래. 이제 전쟁은 정리가 되었으니 슬슬 교황이 나설 거야. 눈치는 다 보았으니까.”
아버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교황과 무슨 일이 있나?’
나는 궁금했지만 아버지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 * *
나는 아버지와 나란히 말을 타고 있었다.
수도로 돌아오자 수도의 모든 백성들이 나와 만세를 외쳤다.
“황제 폐하 만세!”
“만세!”
아버지의 승리는 제국에서 언제나 당연한 일이었지만 이번 승리는 확실히 남달랐다.
언제나 압도적으로 승리했던 아버지의 패배는 충격 그 이상이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다시 승리했고 그들이 알던 황제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 옆에 내가 있었다.
“황태자 전하 만세!”
“만세!”
손을 들어 환영하는 인파를 보면서 나는 다시 한 번 결심했다.
‘이들을 지켜야 한다.’
나는 아버지의 아들이 아니라 제국의 황태자로서 국민을 지킬 의무가 있었다.
정화의 불꽃단을 무너뜨렸지만 잔당은 여전하다.
언데드들이야 눈에 띄니 쉽게 정리할 수 있겠지만, 사이비 종교를 믿는 이들을 완전히 박멸하는 건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아마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
나는 손을 흔들며 황성으로 향했다.
황성 근처에는 신하들이 모여서 아버지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허리를 숙이는 이들을 보면서 나와 아버지가 말에서 내렸다.
“승전을 축하드립니다. 폐하.”
“황태자와 황태자 신하의 공이 컸지. 짐은 지켜만 보았다.”
아버지의 말에 신하들의 시선이 떨렸다.
“대전으로 향한다. 모든 신하들은 빠짐없이 모이도록.”
황궁 안에 긴 행렬이 생겼다.
나와 아버지의 뒤를 모든 신하들이 따르고 있는 것이다.
“대전에서 큰 발표를 할 것이다.”
“큰 발표요?”
“이제 그만 황제 자리에서 물러나려 한다.”
“아버지!”
나의 뾰족한 목소리에 모두가 걸음을 멈췄다.
“걷도록.”
아버지의 말에 나는 다시 걸으며 물었다.
“무슨 말씀이세요?”
“황제의 자리에 물러날 좋은 타이밍이다. 어찌 되었든 나는 한 번의 패배를 기록한 황제가 되었어.”
“모든 전쟁에서 승리할 순 없습니다.”
아버지가 고개를 저었다.
“칼페온은 나의 무력이 바탕이 되는 독재 국가였다. 내 무력에 흠집이 난 이상 언젠가 황실의 힘을 의심하는 사람이 생길 것이다.”
“너무 지나친 우려입니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 때문에 황제의 자리에서 물러나시는 건…….”
“네가 제국의 새로운 태양이 된다. 너는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고 나의 아들이니까.”
“아버지.”
“건국 초기에는 언제나 혼란스러운 법이다. 나는 지금까지 그 위기를 내 힘으로 이겨 냈고 삐긋해 버렸다. 제국은 안정되어 보이지만 내 힘이 무너진 이상 여러 갈래로 찢어지는 일도 생길 거다.”
“마왕과의 전투에서요?”
“당연하다. 협조하지 않는 이들이 나올 거다.”
“어차피 넷만 가는 것 아니었습니까?”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전이라면 나의 부재에도 모두가 나의 승리를 의심치 않고 기다렸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결점이 생겼고 내 부재를 틈타 욕심을 내는 인간이 나올 것이다.”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아버지의 말이 틀리지 않으니까.
“하지만 네가 황제라면 다르다. 너는 완전무결한 황제다. 나처럼. 네가 황제가 되어 마왕을 토벌하러 간다면 모두가 너를 믿고 기다릴 것이다. 너에 대한 신뢰이든 두려움이든.”
그래도 황제가 되는 건 너무 부담스러웠다.
아버지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
“걱정 마라. 이 전쟁이 모두 끝나면 나도 많이 도와줄 거니까. 황제에서 물러나는 것이지 제국을 떠나는 건 아니야.”
“아, 네!”
나는 그제야 안심했다.
내가 바지 황제가 되어도 아버지가 뒤에 있으면 든든하다.
‘제임스 공작도 있고…… 올리비아도 있으니.’
황실의 권위는 오히려 이전보다 더 높아질 것이다.
곧 대전에 도착한 뒤 아버지는 황좌에 앉았다.
신하들이 양옆에 도열하여 허리를 숙였다. 아버지는 툭 내뱉었다.
“짐은 물러난다.”
신하들이 고개를 들었다.
아버지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오늘부터 짐을 대신하여 황태자가 제국의 황제가 될 것이다. 짐은 태상황으로 물러나 황실의 일만 돌보겠다.”
“폐하!”
모두가 무릎을 꿇었다.
머리를 바닥에 찧으며 말했다.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명을 거두어 주소서!”
여러 신하들의 말에도 아버지는 꿈쩍하지 않았다.
“나는 칼페온 제국을 건국할 때 가장 강한 인간이었다. 하지만 황태자가 나를 뛰어넘었고 마땅히 황제 자리를 넘겨줘야지. 제국의 황제는 오로지 가장 강한 인간만이 될 수 있으니까.”
추후 이건 후계에 관한 문제가 붉어질 수 있었지만 아버지도 다 계산에 넣고 이야기하는 것 같으니 굳이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즉위식은 사흘 뒤. 즉위식이 끝나면 새로운 황제를 중심으로 제국을 재정비하고 마왕 토벌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간다.”
마왕이라는 단어에 신하들이 움찔 몸을 떨었다.
“제국의 위험은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오히려 더 큰 위험이 남았지.”
아버지가 몸을 일으켰다.
“즉위식은 아니지만 지금부터 황태자가 제국의 모든 것을 주관할 것이다.”
아버지가 몸을 일으켰다.
대전 신하에게 손가락을 까닥하자 그가 빠르게 다른 의자를 대령했다.
나는 어색한 몸짓으로 황좌에 앉았고 아버지는 내 뒤에 자리를 잡았다.
목소리를 가다듬은 뒤 말했다.
“모두 들으시오.”
신하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아버지가 대전 회의 때 자주 사용하던 건데 나도 한 번 시험 삼아 기운을 뿜어냈다.
가벼운 기운을 뿜어내자 분위기를 완전히 장악할 수 있었다.
알려 주는 것이다.
아버지의 말이 빈말이 아니라는 걸.
건국 초기 황제는…… 강해야 한다.
나는 그에 어울리는 사람이라 믿었다.
“가장 먼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