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75)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275화(275/278)
275화.
대전 회의를 열기도 전에 교황이 찾아왔다.
교황은 중년인처럼 보였다.
제국이 건국되기 이전에도 그는 교황이었고, 그보다 훨씬 이전…… 전국 시대가 시작되었을 때도 그는 교황이었다.
즉, 교황의 나이는 이미 백 세에 가까웠다.
그런 그의 외모가 중년인이라는 건 한 가지를 의미했다.
‘신성력이 어마어마하다는 증거이군.’
교단의 사제들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기사, 마법사, 정령사와 다르다.
그들이 갖는 힘의 원천은 마나가 아니다.
바로 신성력이다.
신성력이 강하다는 건 그만큼 교황이 강하다는 뜻이다.
“앉으세요.”
나는 교황을 강자로 대우했다.
칼페온 제국에게 눌려 교단 자체의 권위는 많이 약해졌지만 교황 개인이 가지고 있는 강함이 사라진 건 아니다.
“즉위식 때 잠시 뵙고 처음이군요.”
교황의 인자한 미소에 나는 빙긋 웃었다.
곧 차가 들어왔다.
나는 찻잔을 들며 말했다.
“상황 폐하의 즉위식 때는 오지 않으셨다고 들었는데 제 즉위식에는 참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교황의 미소는 더욱 진해졌다.
표정으로 쉽게 파악할 수 없는 사람이다.
마왕 벨루시를 소멸시키기 위한 마지막 퍼즐.
그게 바로 교황이다.
문제는 그 교황을 믿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릴리안은 나의 유일한 마법사이며, 올리비아와 아버지는 말할 것도 없었다.
반면 교황은…… 끝까지 숨어 있던 자다.
어쩔 수 없이 나서긴 했지만 그는 마왕 소멸 이후만 생각할 가능성이 높았다.
“교단과 황실도 이제는 관계를 돈독하게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나저나 향이 좋군요. 본래 차를 즐기신다 들었습니다.”
“네.”
교황의 미소에서는 무엇도 읽어 낼 수가 없었다.
“미래를 생각하기에는 당면한 과제가 너무나도 무겁군요.”
마왕 벨루시.
그를 소멸시키지 않고서는 황실이 아니라 인류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었다.
“네. 마왕이 이 땅에 강림하다니. 교단을 이끄는 이로서 실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정화의 불꽃단 암약은…… 교단에서 오래전부터 파악하고 있지 않았습니까?”
“전대 황후 시해 사건부터 얽혀 있는 이들이 아닙니까. 상황께서 맡으신 일이었고 교단은 끼어들 틈이 없었습니다.”
정화의 불꽃단 세력을 방치한 건 엄연한 교단의 잘못이다.
이 세계의 종교는 오직 교단 하나이고 나머지는 모두 이교도이니까.
이교도 처벌은 종교에 있어 정말 중요한 점인데 이들은 정화의 불꽃단을 의도적으로 외면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아버지에게서 찾았다.
사실이다.
나는 반박할 수 없는 논리에 입맛을 다셨다.
“상황께서는 강력한 힘을 가진 군주셨습니다. 폐하도 마찬가지고요.”
“저는 교단의 힘을 필요로 합니다. 제 힘으로는 마왕을 처리할 수 없으니까요.”
교황의 눈빛이 빛났다.
“신성력은 많은 것을 보게 해 줍니다.”
다소 뜬금없는 말이었다.
내가 말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하여 가만히 찻잔을 들고 침묵을 지키자 교황이 말을 이었다.
“보이지 않는 것도 볼 수 있는 권능. 그게 바로 과분한 신의 축복을 받은 이 몸이 가진 힘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이리 폐하를 뵈니 즉위식 때는 미처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는군요.”
“무슨 뜻이죠?”
“시간이 많지 않다는 뜻입니다.”
나는 움찔 몸을 떨었다.
교황이 부드럽게 웃었다.
“칼페온은 황실, 아니 황제 한 명이 가진 압도적인 무력으로 유지되고 있는 제국입니다. 건국 초기이고 아직은 그 힘이 필요하죠. 그리하여 상황께서 물러나셨을 때 의아했습니다만 폐하의 위명을 듣고 납득했습니다.”
등에 땀이 흐르는 기분이었다.
올리비아도 릴리안도 몰랐는데.
아니, 나 스스로도 최근 의심만 하고 있을 뿐 정확한 건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교황은 분명히 알고 있는 것 같았다.
“폐하의 힘이 얼마 남지 않았군요. 정령은 신께서 균형을 위하여 창조한 존재. 그러한 정령을 단 한 명이 게다가 모든 왕을 거느리게 하는 건 신의 섭리를 벗어나는 일이죠.”
교황이 차를 마신 뒤 말을 맺었다.
“섭리를 벗어난 일은 당연히 다시 섭리로 돌아가기 마련.”
교황이 몸을 일으켰다.
“마왕 벨루시 소멸은 제가 교황으로서 반드시 협력하겠습니다. 다만, 추후의 일은…… 다시 논의하시죠.”
나는 쓰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교황이 나간 뒤 소파에 등을 깊숙이 기댔다.
‘역시.’
나 스스로도 알 수 없었는데 교황 덕분에 확실해졌다.
내게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아버지가 폐관 수련에서 나오면 즉시 마왕 토벌에 나서야 한다.
내 힘이 얼마나 유지될지는 알 수 없었다.
교황은 그게 신의 섭리에서 벗어난 일이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나는 그저 내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틀린 말은 아니지. 네 속성 정령왕을 소환할 수 있다는 건 말 그대로 정령계의 지배자라는 뜻이니까.’
한 세계를 지배하는 존재는 필멸자가 아니다.
시간을 초월하는 말 그대로의 초월자.
나는 여전히 인간이며 언젠가는 죽을 운명을 가졌다.
신의 섭리를 거스를 수 없는 피조물이었다.
그래도 이 문제는 켄과 아버지와의 상의가 필요했다.
마왕 벨루시 소멸에 교황이 적극 협력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는 내 힘을 마왕을 상대하기 위한 신의 축복이라 생각했고 마왕이 소멸하면 당연히 내 힘도 사라지리라 믿었다.
실제로 그가 본 것이니.
‘황제가 힘을 잃으면…… 권력 기반 자체가 흔들린다. 아버지가 굳이 모든 일에 은퇴하시지 않고 상황으로 남으신 것도 혹시 내 상태를 아시기 때문이 아닐까?’
내가 무력이 없는 황제라도 아버지만 건재하다면 귀족이나 교단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
교황도 그 점을 우려하고 있는 듯 보였다.
‘그가 마왕 소멸 이후 요구할 건 제국의 공식적인 종교 승인 정도겠지.’
어디까지나 내 예상이다.
일단 다른 참모들과의 회의가 필요했다.
“복잡하군.”
나는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 *
폐관 수련.
홀로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공간에서 목적한 경지까지 도달하기 위하여 수련하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감았던 눈을 뜬 론이 몸을 일으켰다.
검술의 끝에서 주저앉은 적이 있었다.
소드 마스터가 된 이후 그랜드 소드 마스터의 길을 굳이 열심히 이루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자신의 힘만으로 이길 수 없었던 개인이 나타났으며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던 전쟁에서 패배했다.
언젠가 패배하리라는 생각은 했었지만 막상 일어난 패배는 론에게 큰 상처를 주었다.
아룬이 없었다면 패배의 아픔을 쉽게 털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후우우우!”
아룬은 자신의 기대보다 훨씬 더 크게 성장했다.
그리고…… 그 힘은 얼마 남지 않았다.
상황으로 물러난 건 아룬 때문이다.
설사 힘을 모두 잃더라도 자신이 있는 이상 황실의 권위는 여전히 절대적이리라.
그리고 마왕 벨루시를 소멸시키기 위해서도 발전이 필요했다.
론은 단 일주일의 명상만으로 아릿하게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관한 길을 잡았다.
실로 하늘이 내린 재능이다.
검술에 만족할 생각은 없었다.
마법도 절대적인 위치에 오르리라.
마법은 검술보다 오히려 더 쉬웠다.
천재들한테만 허락된 학문이 마법이라고 하지만 론은 천재를 넘어선 존재였다.
누구보다 신의 사랑을 받는 존재가 론이었고, 본래 카렌에게 죽을 운명이었지만 아룬의 존재로 인하여 이 세계의 운명은 크게 뒤틀렸다.
론이 다시 눈을 감았다.
검술부터 완성할 시간이었다.
* * *
대전 회의가 끝나고 켄과 올리비아만 조용히 불렀다.
“귀족들이 꽤나 당황하고 있을 겁니다.”
켄의 말에 내가 물었다.
“뭘?”
“상황 폐하와 폐하는 다른 인물이라고 생각했던 이들이었습니다. 그래서 딴생각도 품고 있었는데 오늘 대전 회의에서 내뿜은 폐하의 기세에 모두가 숨을 죽였죠.”
올리비아도 동의했다.
“맞아요.”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교황과 독대하셨는데 이야기가 잘 끝나셨습니까?”
이제 본격적인 이야기를 할 차례였다.
나는 담담하게 고백했다.
“내 힘은 불안정한 상황이야.”
올리비아와 켄이 눈빛를 가라앉혔다.
“아마 오래 버티지 못할 거야.”
올리비아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아, 걱정할 건 아니야. 정령술을 잃는 거지 목숨을 잃는 건 아니니까. 아마도…… 평범한 사람이 되겠지.”
“폐, 폐하!”
올리비아는 눈물까지 글썽거렸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는 괜찮아. 힘이 없던 시절에도 잘 살았어. 황실도 괜찮을 거야. 상황 폐하도 있고 올리비아도 있잖아. 제임스 공작님도 있으니까.”
올리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켄.”
“네. 전하.”
“마왕 소멸 이후 전략을 잘 짜 봐.”
켄의 얼굴에는 안타까움이 없었다.
마치 예상했다는 듯 대답했다.
“그런 일은 없길 바랐는데 벌어질 예정이군요.”
교황처럼 신의 눈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강하지도 않은 켄이 짐작하고 있었다니.
“어떻게 알았어?”
“안 게 아니라 여러 가지 고려 사항 중 하나였습니다. 폐하께서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하셨을 때의 상황도 가정해야죠.”
켄의 말이 이어졌다.
“말씀처럼 상황 폐하도 계시고 황후마마도 계십니다. 제임스 공작님도요. 황실의 힘은 떨어지지 않을 겁니다. 교황이 문제겠죠.”
“공식 종교로 승인할 생각도 하고 있어.”
“일단 그 문제는 천천히 생각하시죠.”
“맞아. 급한 건 마왕이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릴리안에게 온 소식은 없나?”
“라인하이드 가문의 유물을 통해 봉인진을 그렸다고 하더군요. 벨루시는 막을 수 없겠지만 적어도 벨루시가 봉인을 파괴할 때 명확하게 알 수 있다고 했습니다. 벨루시가 왕국 연합을 빠져나오면 파악할 수 있다는 뜻이죠.”
“좋아. 상황 폐하는?”
“아직 수련 중이십니다. 그림자들이 주변을 철저하게 통제 중입니다. 아마 조만간 나오시지 않을까요?”
나도 동의했다.
“상황 폐하는 하늘이 내린 천재야. 릴리안의 요구를 충족하실 거다.”
올리비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랜드 소드 마스터와 9서클을 동시에 도달하는 건…….”
그녀의 불안감에 내가 싱긋 웃었다.
“세상은 아버지가 나오기 전까지 마법과 검술을 동시에 익힐 수 없다고 말했어. 그런데 아버지는 정령술까지 최상급이셨지.”
“아!”
“아버지에게는 상식이 통하지 않아. 상식을 아득히 넘어서시는 분이니까. 마왕 소멸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아니라 아버지야.”
올리비아가 안심했다.
“듣고 보니까 그렇네요.”
“다른 문제들은 없나?”
켄이 대답했다.
“행정적인 문제는 전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 같습니다. 서부는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고요.”
“남부와 옛 피레온 왕국은?”
“옛 피레온 왕국은 오히려 피해가 덜한 편입니다. 데이비드를 중심으로 남부와 서부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옛 피레온 왕국은 대륙 최대의 곡창 지대다.
식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피레온 왕국 영토로부터 오는 지원은 큰 도움이 되고 있었다.
“다행이군.”
그때 밖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폐, 폐하. 릴리안 마법사가 돌아왔습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릴리안이 먼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릴리안의 얼굴은 벌겋게 상기되어 있었다.
나는 불안감을 느꼈다.
올리비아와의 켄 역시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하고 릴리안만 바라보고 있었다.
릴리안이 입을 열었다.
“봉인이 깨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