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76)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276화(276/278)
276화.
봉인.
릴리안의 표정이 심각했다.
“뭔가 이상해.”
당장이라도 왕국 연합 국경으로 나가는 줄 알았는데 릴리안은 몸을 일으키려는 나를 말렸다.
“봉인이 풀렸는데 마왕의 기운이 완벽하게 사라졌어.”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기운이 사라졌다고?”
“마왕 벨루시가 강림한 이후 나는 그의 기운을 꾸준히 추적했어. 애초에 초월적인 존재답게 강대한 기운을 발산했지.”
올리비아도 거들었다.
“맞아요. 그랜드 소드 마스터가 된 이후 벨루시의 존재감이 뚜렷하게 느껴졌어요. 왕국 연합 쪽에서 밀려오는 괴이한 기운이 완전히 사라졌어요.”
“준비 해야 해.”
릴리안의 말에 내가 물었다.
“전투?”
“맞아. 당장 황궁 앞마당에 벨루시가 나타난다 하여도 이상하지 않아. 당장 교황을 소환하고…….”
콰아아아앙-!
어마어마한 폭발이다.
나와 릴리안, 올리비아는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집무실에서 튀어 나갔다.
고오오오오-!
땅은 물론이거니와 황궁 전체가 흔들리는 것 같았다.
황궁에서 가장 큰 건물이라 할 수 있는 대전.
대전 회의가 열리는 곳이고 고위 귀족 행정가들이 집무를 보는 집무실이 모여 있는 곳이다.
그리고 그 대전 건물 앞에 정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집무실에 있는 모든 이들을 단 한순간에 먼지로 만든 남자가 나를 보며 싱긋 웃었다.
“만나는 건 처음인가?”
카렌이다.
‘아니, 카렌의 얼굴을 하고 있는 벨루시다.’
벨루시는 마치 내 마음을 읽기라도한 듯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아는 얼굴이지? 꽤 괜찮은 육체라 차지했다. 중간계에서 육체를 갖는다면 소멸했을 때 본체에도 상당한 타격이 가기 마련이야. 아마 내가 여기서 소멸하면 마계에서도 소멸하는 것이나 다름없지.”
릴리안이 입을 열었다.
“마계에서?”
“맞아. 여러 선택이 있었지만 너희의 노력을 높이 샀기 때문에 인간 육체에 직접 강림했지.”
벨루시가 검을 빼 들었다.
“자, 그럼 시작할까?”
벨루시의 얼굴에 희열이 번졌다.
릴리안의 표정이 굳어졌다.
나도 후우, 숨을 크게 몰아쉬었다.
지금 이 자리에는 교황도 없고 아버지도 없다.
나와 릴리안, 올리비아 셋이서 과연 벨루시를 상대할 수 있을까?
의심 같은 건 필요 없었다.
당장 눈앞에 벨루시가 있지 않은가.
나는 네 정령왕을 동시에 소환했다.
매끄러운 소환이다.
이처럼 자연스러운 소환은 처음이라 마치 정령왕들이 본래 중간계에 있었던 것 같았다.
벨루시가 호오, 감탄을 터뜨렸다.
“피조물의 육체는 한계가 명확한 법이지. 특히 인간이라는 종족은 삶의 길이가 짧고 나약한 육체라 마나를 담기에는 부족한 그릇이야.”
나를 바라보며 벨루시는 점점 더 진한 미소를 지었다.
“인간의 육체를 극한으로 사용하는 정확한 방법을 찾았군.”
“말이 많네.”
릴리안은 기다리지 않았다.
파파팟-!
땅을 휘감으며 날아가는 나무줄기를 향해 벨루시가 가볍게 검을 휘둘렀다.
동시에 올리비아가 벨루시를 향해 쇄도했다.
네 정령왕 역시 바람과 불, 물과 흙을 동시에 일으키며 벨루시를 압박했다.
“좋군!”
벨루시의 검에서 갈색 마기가 흘러나왔다.
그리 강한 느낌을 주는 색깔은 아니었다.
파팟-!
벨루시의 모습이 잔상을 남기며 사라졌다.
어느새 하늘에서 나타난 벨루시가 아퀼루스를 향하여 검을 휘둘렀다.
서걱-!
‘뭐지?’
나는 의문을 느꼈고 릴리안은 다시 마법을 날렸으며, 올리비아도 벨루시를 쫓았다.
서걱-!
두 번 검을 휘둘렀는데 아퀼루스의 양팔이 잘려 나갔다.
이어서 벨루시가 검을 찔렀다.
푸슉-!
아퀼루스의 목이 꿰뚫리며 그대로 정령계로 역소환당했다.
커억, 절로 입에서 비명이 흘러나왔다.
올리비아의 검이 허공을 갈랐다.
벨루시는 아퀼루스를 단 세 번의 공격으로 강제 역소환시킨 데 이어 어느새 릴리안을 압박하고 있었다.
“힘을 내, 마법사.”
벨루시의 손에서 갈색 구체가 흘러나왔다.
릴리안이 지팡이를 휘둘렀다.
콰아아앙-! 쾅-!
갈색 구체를 겨우 막아 낸 릴리안이 말했다.
“올리비아. 계속 공격해!”
사방에서 수많은 물방울이 벨루시를 향해 쏟아졌다.
아직 내게는 세 명의 정령왕이 남았고 릴리안의 마법도 건재했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벨루시의 움직임을 막는 데 주력하고 있었다.
나와 릴리안의 공격은 벨루시에게 타격을 주기 힘들다는 사실을 단 한 번의 공방으로 파악했기 때문이다.
속도가 가장 빠른 건 올리비아.
그녀가 벨루시에게 공격을 적중시키는 게 가장 좋았다.
아리아가 계속해서 물방울을 만들어 냈다.
벨루시는 마치 장난이라도 치는 듯 손을 휘둘렀고 그때마다 물방울 개수보다 더 많은 갈색 구체가 하늘을 수놓았다.
릴리안의 마법 역시 벨루시를 괴롭혔다.
그럼에도 올리비아의 검을 손쉽게 피해 내는 벨루시의 움직임은 경이로울 정도였다.
마치 몸이 열 개라도 되는 것처럼 보였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나는 벨루시가 의도적으로 봐주고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느끼고 있었다.
당장 그의 움직임으로 나를 벨 기회가 몇 번이나 있었는가?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노엘!”
내 부름에 노엘이 몸을 크게 키웠다.
내 몸을 통과하여 노엘에게 흘러 들어가는 마나의 양이 순간적으로 급증했다.
벨루시가 그 순간 내 앞에 나타났다.
“아룬!”
올리비아가 너무 크게 놀라 내 이름을 불렀다.
벨루시는 내 목에 검을 들이밀며 말했다.
“언제까지 봐주리라 생각했나? 정령사면 자신의 몸을 가장 먼저 보호해야지. 모든 정령을 공격에 투입하면 어쩌나.”
그때였다.
어디선가 작은 파공음이 들렸다.
파파팟-!
벨루시가 순식간에 뒤로 물러났다.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 봐주지 않아도 된다. 벨루시.”
아버지였다.
* * *
론 칼 레오드.
벨루시는 눈앞의 인간을 잘 알고 있었다.
이 육체에 남은 기억에도 론 칼 레오드는 거대한 존재로 자리 잡고 있어 직접 만나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대가…… 인간의 정점이군?”
벨루시가 환하게 웃었다.
론이 검을 비스듬히 들었다.
“마계의 마왕이 뭐가 좋다고 중간계 와서 난동을 피우지?”
“난동?”
“그럼 네가 하고 있는 짓이 난동이 아니면 무엇인가?”
벨루시의 앞에서 펑, 하고 마법이 터졌다.
그 짧은 사이에 론이 마법을 날린 것이다.
처음으로 벨루시의 얼굴이 굳어졌다.
9서클 마법사라면 릴리안도 있는데, 론의 마법은 뭔가 달랐다.
‘잡아내지…… 못했다.’
벨루시의 등 뒤에 땀이 흐르고 긴장감으로 검이 무거워졌다.
그리고 벨루시는 다시 웃었다.
진정한 싸움이 아닌가.
“그래. 난동이지.”
이내 벨루시의 몸이 사라짐과 동시에 론을 향해 쇄도했다.
론이 검을 횡으로 그었다.
공간이 갈라지고 오러 블레이드가 벨루시의 진입을 막았다.
쾅-!
아룬의 정령들이 벨루시의 뒤를 노렸다.
올리비아도 오른쪽에서 쇄도했다.
릴리안의 마법이 속박 위주에서 공격 마법으로 변하고 있었다.
그녀는 끊임없이 캐스팅을 하고 있었는데, 그에 벨루시는 심상치 않다는 사실을 느꼈다.
9서클 마법사의 풀 캐스팅 마법은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없었다.
론이 말했다.
“슬슬 압박이 오나?”
론의 검이 허공을 갈랐다.
허공 속에서 벨루시의 몸이 드러났다.
빠른 움직임을 론의 검이 잡아낸 것이다.
어깨 부근에서 피를 흘리는 벨루시를 보면서 이제는 론이 웃었다.
벨루시가 착각한 점은 하나였다.
론, 아룬, 릴리안 그리고 올리비아까지 그들은 수도 없이 전투를 겪었다.
벨루시는 마왕이었지만 그가 목숨을 걸고 전투에 나선 건 수천 년도 더 지난 일이다.
투쟁의 삶이 그리워 강림했지만, 오히려 너무나 강력했던 벨루시의 본래 힘이 이 전투에서 발목을 잡고 있었다.
파파팟-!
올리비아도 완전히 몸이 풀린 듯 벨루시의 움직임을 잡아내고 있었다.
“너는 인간의 육체에 강림하지 말았어야 했다.”
론의 말에 벨루시는 대답하지 않았다.
사방에서 조여 오는 공격에 이제는 여유를 잃고 있는 것이다.
세 사람을 상대할 때는 여유가 넘쳤지만 론이 합류하자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그의 검술, 마법도 놀라웠지만 벨루시를 곤란하게 만드는 건 단 하나였다.
론의 공간 장악력은 벨루시의 예상을 아득하게 뛰어넘었다.
주변의 마나를 완벽하게 장악하여 벨루시의 움직임을 더디게 만들었다.
벨루시도 론의 공간 장악력을 이겨 낼 수 있었지만 그 찰나의 차이가 큰 차이로 이어졌다.
론의 마나를 찢어 내는 순간을 올리비아와 아룬은 결코 놓치지 않았다.
그 순간을 잡아내어 공격이 들어오니 벨루시도 완벽하게 막아 낼 수 없었다.
피닉스가 송곳처럼 벨루시를 찔렀다.
“큭!”
드디어 벨루시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정확하게 가슴을 찌르는 불길에 벨루시의 몸이 휘청거렸다.
그리고 드디어 릴리안의 마법이 완성되었다.
올리비아, 아룬, 론까지 벨루시와 거리를 순간적으로 벌렸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정확한 움직임이었다.
고오오오오-!
벨루시 주위에 눈이 내렸다.
벨루시는 즉시 검을 크게 들었다.
갈색 마기가 번개처럼 사방으로 퍼지면서 릴리안이 소환한 눈과 만나기 시작했다.
갑작스레 자연의 이변을 만들어 낸 마법!
콰아아앙-! 쾅-! 쾅-!
눈과 번개가 만나며 폭발을 일으켰다.
이어 눈보라는 점점 더 강해졌다.
벨루시가 있는 공간의 기온이 순식간에 내려가면서 땅과 공기마저 얼어붙기 시작했다.
벨루시의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기가 점점 더 강해졌다.
이대로 얼어 죽을 수 없다는 벨루시의 의지가 더 큰 마기를 만들어 냈다.
콰아아앙-! 쾅-! 쾅-!
“고작 인간 주제에.”
벨루시의 눈동자가 붉어졌다.
머리에 뿔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고오오오오-!
눈보라는 점차 심해졌고 벨루시는 완전히 고립되었다.
릴리안의 지팡이가 거칠게 흔들렸다.
곧 눈보라는 점차 뭉쳐져 마치 우박처럼 벨루시를 향해 쏟아졌다.
단순 눈이 뭉친 우박이 아니었다.
하나, 하나에 강렬한 마나가 담겨 과연 9서클 마법다웠다.
“고작 인간 주제에!”
다시 한 번 이를 간 벨루시가 이내 온몸에서 마기를 뿜어냈다.
콰아아앙-! 쾅-!
폭발과 함께 릴리안의 마법이 마기에 뒤덮였다.
론이 음, 하고 신음을 내뱉었다.
벨루시의 기세가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래, 인간의 육체에 강림한 건 오만이었다.”
연기 사이로 벨루시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났다.
머리에는 거대한 뿔 두 개가 솟아 있었고 등 뒤에는 여덟 장의 갈색 날개가 막대한 마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족히 삼 미터는 될 듯한 덩치와 꽉 짜인 근육은 터질 듯 부풀어 올라 있었다.
“후우우우!”
벨루시가 날개를 한 번 펄럭거리자 황궁 전체가 떨렸다.
이미 대전 건물은 무너져 있었고, 황궁 안의 사람들은 전투 여파에 도망가거나 혹은 폭주하는 마나를 이기지 못하고 먼지가 되었다.
황실 기사단과 일부 마법사들은 접근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그저 대전 근처에서 전투의 여파를 이겨 내느라 고생하고 있었다.
벨루시가 손을 휘저었다.
갈색 마기가 하늘로 치솟으며 마치 비처럼 흘러내렸다.
콰앙-! 쾅-!
“주변의 날파리는 모두 쓸어버렸으니 다시 시작하지.”
벨루시가 붉은 입술을 들썩거리며 진하게 웃었다.
론이 신음을 내뱉었다.
“전력을…… 다해라.”
그가 할 수 있는 말은 그게 전부였다.
아룬이 대답했다.
“네. 이제 시작인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