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77)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277화(277/278)
277화.
“가 보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사제의 말에 교황은 고개를 저었다.
황궁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교단의 높은 곳.
신과 가장 가까운 곳이라 불리는 성지 미레할에서 교황은 벨루시와 네 명의 인간이 벌이는 전투를 그저 바라보고 있었다.
“만약 황제가 지면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사제는 이내 자신의 입을 막았다.
자칫 불경한 말을 할 뻔했으니까.
교황이 빙긋 웃었다.
“저들이 죽으면 벨루시를 막을 수 없겠지.”
차마 하지 못했던 말을 직접 내뱉는 교황의 모습에 사제는 서둘러 고개를 숙였다.
“아닙니다. 신의 아들이라 불리시는 교황께서 계시는데…….”
“나의 신성력으로 마왕을 막기란 무리지. 저자는 초월적인 존재인 반면 나는 그저 무력한 인간. 신의 음성을 들은 게 언제인지 모르겠다네.”
아주 어릴 때 교황은 신의 음성을 들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 그는 대륙의 유일한 종교의 교황이 될 수 있었다.
교황의 신성력은 다른 사제들과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지금 전투에 합류하시면 벨루시를 잡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사제의 목소리가 떨렸다.
또 다소 급했다.
제국 건국 이후 교단의 영향력이 아무리 감소했어도 벨루시를 상대하는 문제만큼은 신경전을 할 때가 아니라고 느꼈다.
“아직.”
교황은 여유가 있었다.
“아직 상황과 황제가 모든 힘을 동원하지 않았다. 두 사람이 모든 힘을 동원하고 마법사가 나서고…… 황후마저 위기에 빠지는 그 시점에 내가 나서야 한다.”
사제는 불안했다.
그러다가 누구 한 명이라도 죽는다면?
그때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불안해하지 말아라. 저들은 그리 약한 인간이 아니다. 아니, 너무나 강력한 인간들이다. 그래서 저들이 모든 힘을 동원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그렇습니까.”
“저들이 모든 힘을 동원해 벨루시와 더 팽팽한 균형을 이룰 때 내가 나선다. 그래야…… 벨루시를 이길 수 있다.”
확신에 찬 교황의 어조에 사제는 침을 꿀꺽 삼키고 황궁으로 시선을 돌렸다.
칼페온 제국의 위대한 황궁!
론 칼 레오드의 신화적인 업적이 모두 살아 숨 쉬는 곳.
그곳의 영광은 더 이상 없었다.
거의 모든 건물이 파괴되었고 수도 사람들은 이미 황궁에서 일어난 소란에 경악하여 물밀듯 사방으로 대피하고 있었다.
교황이 손을 뻗었다.
“모든 사제들한테 일러라. 기도를 시작하라고.”
“네. 교황님!”
드디어 교황이 출전할 모양이다.
사제는 기쁜 듯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사제가 내려가는 모습을 보고서도 교황은 움직이지 않았다.
‘전투가 치열해지고 있다. 치고 빠지는 시점이 중요하다. 어차피 황제는 이 전투가 끝나면 힘을 잃는다.정령을 소환하지 못하는 황제는 아무런 힘도 없어. 문제는 상황.’
교황은 자신이 개입하는 순간 전투의 승리를 장담했다.
그렇다면 문제는 상황 론 칼 레오드다.
그의 힘을 얼마나 빼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교단 입지가 정해질 것이다.
아무리 대륙의 멸망을 두고 싸우는 전투라 할지라도 교황은 나중의 일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다소 희생이 따르더라도…… 이번 기회가 아니면 영원히 교단은 제국을 뛰어넘을 수 없을 것이다.’
교황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기다리는 교황 역시 마음이 불안한 건 사실이니까.
사제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교황도 네 사람 중 단 한 명도 죽지 않기를 간절하게 바랐다.
교황이 원하는 건 그들이 힘을 다하는 것이지 그들의 죽음이 아니니까.
대명제는 어디까지나 마왕의 소멸.
이내 두 개의 거대한 기운이 황궁에서 충돌했다.
인간의 육체에서 탈피한 벨루시의 마기와 아룬의 세 정령이 동시에 부딪치는 순간 교황의 몸이 허공을 날았다.
파팟-!
신성력을 기반으로 신성 마법을 펼칠 수 있는 사람이 교황이다.
그는 어느새 전투 현장에 도착했다.
갈색 마기가 빗발처럼 쏟아지는 현장 속에 새하얀 빛이 번져 나갔다.
“호오!”
벨루시가 감탄을 터뜨렸다.
이토록 강력한 신성력이라니.
“천계의 개 한 마리가 끝내 기어 나왔군.”
벨루시는 그대로 하늘로 치솟았다.
릴리안의 대처는 빨랐다.
교황이 등장한 순간 벨루시는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지만, 가장 먼저 처리하려고 마음을 먹은 것을 눈치챘다.
‘교황의 존재는 벨루시에게도 까다롭다.’
당장 하늘에서 번져 나가고 있는 새하얀 빛은 마기를 땅으로 가라앉히고 있었다.
말 그대로 누르는 것이다.
교황의 신성력 자체가 공간을 장악한 벨루시의 마기를 짓누를 정도로 강대하다는 건 그만큼 교황의 존재가 이 전투의 열쇠라는 뜻.
벨루시의 발을 향해 릴리안의 마법이 날아갔다.
동시에 피닉스 역시 불화살로 변하여 벨루시의 가슴을 노렸다.
벨루시는 몸을 돌렸다.
뿔에서 다시 한 번 마기가 번개가 되어 흘러나갔다.
콰아아앙-!
올리비아와 론이 검을 들고 쇄도했다.
동시에 교황은 하늘에서 무엇인가 알 수 없는 말을 중얼댔다.
“천계의 언어마저 할 줄 안다고?”
벨루시의 눈이 가늘어졌다.
교황의 존재는 이미 강림한 순간부터 알고 있었다.
꽤나 거대한 신성력을 가졌기에 천계의 천사 놈들이 사랑하는 피조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의 신성력은 단순히 천사 놈들이 사랑하는 정도가 아니었다.
이건 신을 직접 모시는 ‘제사장’, 즉 인간들이 신이라 착각하는 천족의 고위 천사들을 섬기는 이들한테만 허락된 특별한 신성력이다.
그리고 이 정도의 신성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건 눈앞의 교황이 자신과 거의 비등한 존재의 천사 제사장에게 사랑받는다는 뜻이다.
벨루시가 손을 뻗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공간이 일그러지고 거대한 창이 나타났다.
벨루시의 손짓에 따라 창이 교황을 향해 날아갔다.
벨루시를 공격하려던 릴리안과 아룬은 교황의 앞을 막았다.
콰아아앙-!
창에 릴리안의 마법이 소멸되고 피닉스와 노엘이 밀렸다.
단순한 공격 한 번이 막대한 마기를 담아 9서클 마법사와 정령사의 능력을 뛰어넘었다.
교황은 다시 한 번 중얼댔다.
피닉스와 노엘 위에 하얀빛이 내려앉으며 이내 거대한 창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아룬은 눈을 크게 떴다.
‘축복이다.’
피닉스와 노엘의 힘이 순간적으로 강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 * *
교황은 시기적절하게 등장했다.
눈에 뻔히 보이는 수작이었지만, 교황을 탓할 순 없었다.
아버지의 부상은 제법 심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가 벨루시와 가장 많이 부딪쳤으니까.
벨루시가 나를 직접적으로 노릴 수 있는 이상 정령왕 한 명은 내 곁을 지켜야 했다.
지금까지 노엘이 나를 지켜 주다가 아리아가 내 곁으로 다가왔다.
피닉스와 노엘이 교황의 축복을 받아 순간적인 힘이 몇 배가 되면서 두 정령왕의 스킬이 하나가 되었으니까.
벨루시 근처에 갈색 마기가 뭉치면서 커다란 막이 형성되었다.
쾅-!
모두의 공격을 단번에 막아 낸 벨루시의 눈동자가 더욱 붉어졌다.
그에게는 더 이상 여유가 없었다.
올리비아와 아버지의 검은 벨루시를 날카롭게 노렸고, 교황은 나와 릴리안에게 신성력을 불어넣어 마법과 정령들을 한층 강력하게 만들어 주었다.
피닉스의 불꽃이 푸르게 변하면서 주변의 공기마저 불태우고 있었다.
노엘의 주먹은 바위보다 단단했고 그가 움직일 때마다 대지가 들썩거렸다.
벨루시의 근육이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
콰아아앙-!
단숨에 두 정령을 밀어낸 벨루시의 마기는 실로 놀라울 정도로 강했다.
그 와중에도 아버지와 올리비아의 검을 막는 그의 움직임은 눈으로 쫓을 수 없었고, 간간이 교황을 노려보았다.
릴리안은 마법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음에도 당황하지 않고 다음 마법을 준비했다.
‘이대로는 답이 없다.’
나는 위험을 느꼈다.
벨루시의 표정에 여유가 없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구석에 불안감이 피어올랐다.
‘아직 벨루시는 최선을 다하지 않고 있다.’
그때 교황과 눈이 마주쳤다.
동시에 올리비아를 불렀다.
“올리비아!”
올리비아가 즉시 내 곁으로 왔고 나는 아퀼루스를 다시 한 번 소환했다.
전투 시작 직후 역소환당했지만 지금은 다시 소환할 수 있었다.
소환된 아퀼루스는 막강한 존재감을 뽐냈다.
벨루시에게 당한 뒤 정령계에서 자신을 재정비한 뒤 마음가짐을 달리한 것 같았다.
그리고 교황의 축복이 이어졌다.
네 속성의 정령 모두에게.
고오오오오-!
릴리안의 마법이 다시 한 번 구현 되었고 아버지의 검은 어느 때보다 강한 마나를 뿜어냈다.
올리비아는 만약을 위하여 내 곁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었다.
나는 주변의 모든 마나를 빨아들일 기세로 바람의 호흡을 강하게 일으켰다.
대지의 흙은 마치 줄이라도 달린 듯 하늘로 떠올랐고 순간적으로 벨루시는 움찔 몸을 떨었다.
이내 그는 본능적인 위험을 감지한 듯 나를 향해 쇄도했다.
“아룬!”
아버지의 외침에 올리비아가 말했다.
“걱정 마세요!”
벨루시의 검을 올리비아가 막아 냈다.
챙, 소리와 함께 네 속성 정령왕이 한곳으로 뭉치기 시작했다.
고오오오오-!
‘시간이 걸려.’
릴리안의 마법도 거의 완성이 되어 갔다.
올리비아에 이어 아버지 역시 교황에게 향하는 마기를 막아 냈다.
나와 교황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곧바로 짚어 낸 것이다.
벨루시도 교황의 축복과 네 속성의 정령이 하나가 되는 것을 방해하기 위하여 모든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끝이다.”
더 이상 전투를 이어 나갈 생각이 없다는 듯 팔을 벌리며 이제는 온몸으로 마기를 뿜어냈다.
콰아아앙-! 쾅-!
릴리안의 화염 마법과 마기가 부딪치면서 폭발을 일으켰다.
‘전투에 이기더라도 황궁은 다시 지어야겠군.’
이 상황에 정말 어울리지 않지만 나는 이상하게도 황궁의 재건이 먼저 떠올랐다.
그건 아마도 하나가 되어 가고 있는 정령왕들이 주는 믿음 때문이 아닐까?
벨루시는 교황과 나에 대한 공격을 멈추고 모든 마기를 정령왕들한테 집중했다.
그의 눈동자에 서린 건…… 다급함이었다.
마왕은 지금 두려워하고 있었다.
릴리안도, 아버지도, 올리비아도 두려워하지 않았던 마왕이다.
교황이 왔어도 일말의 여유는 분명히 보였다.
그런데 마왕 벨루시는 하나가 된 정령왕에게 위기감과 함께 공포를 느꼈다.
초월적인 존재 역시 소멸을 두려워하는가?
“투쟁의 삶을 사는 마왕이라 하여도 결국 조물주의 피조물이지. 그대에게 세월은 영원하지만…… 그대를 파멸시킬 존재는 반드시 있는 법이다.”
네 명의 목소리가 하나가 되니 굉장히 오묘했다.
벨루시는 이제 정령왕에게 집중했다.
네 속성의 정령왕이 하나가 되니 모든 게 달라졌다.
정령왕이 손을 뻗었다.
폭포수가 가로로 뻗어 나가는 듯 세상의 균형이 담긴 광대한 기운이 벨루시를 향해 날아갔다.
벨루시의 뿔에서 마기가 나왔다.
콰아아앙-!
이어 정령왕이 벨루시를 향해 쇄도했다.
인간의 형체를 하고 있었지만 정령왕은 그 어느 때보다 막강한 힘과 속도를 보여 주고 있었다.
아버지와 올리비아, 릴리안과 교황까지 누구도 끼어들지 못했다.
정령왕 몸 주위에 은은하게 빛나고 있는 순백의 기운만이 교황의 축복이 유효함을 알려 주고 있었다.
벨루시가 붉은 눈동자를 크게 떴다.
하늘이 갈라졌다.
마기로 이루어진 번개가 정령왕을 향해 쏟아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