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78)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278화(278/278)
278화.
주변의 모든 마나가 빨려 들어왔다.
고오오오오-!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정령왕의 몸이 더욱 커졌다.
쏟아지는 마기를 정령왕은 손을 뻗어 방어막을 만든 뒤 막았다.
콰아아아앙-!
나는 윽, 하고 신음을 삼켰다.
내 육체는 이제 정령왕에게 더 이상 마나를 제공하지 않았다. 자연의 순수한 마나가 정령왕으로 흘러 들어가는 ‘통로’ 역할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감당할 수 없는 마나가 한 번에 들어오니 고통이 극심할 수밖에 없었다.
‘할 수 있다.’
지금 정령왕과 벨루시 사이에 아무도 섣불리 개입할 수 없었다.
릴리안의 마법도 자칫 정령왕에게 좋지 않은 흐름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마기와 마나의 팽팽한 싸움은 자칫 흐름이 방해받는 순간 한쪽이 큰 피해를 입으니까.
피해를 받는 쪽이 마왕 벨루시라면 좋겠지만, 그건 장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아버지와 올리비아 역시 신중하게 검을 들고 벨루시를 바라보고 있었다.
교황 역시 어느새 하늘에서 내려와 아버지 옆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교황도 여유가 없다. 신성력을 어마어마하게 소모했어.’
그의 얼굴은 십 년은 폭삭 늙어 보였다.
‘일대일인가.’
벨루시와 정령왕.
마기와 자연의 마나.
마계를 이루는 근원의 기운과 중간계를 이루는 근원의 기운의 대결.
이번 부딪침으로 모든 게 결정 날 것 같았다.
그래서 고통 따위는 얼마든지 참아 낼 수 있었다.
나는 바람의 호흡법을 필사적으로 운용했다.
내 육체가 통로에 불과해도 바람의 호흡법은 자연의 마나를 훨씬 더 빠르게 정령왕에게 전달할 수 있다.
온몸의 혈맥이 몇 배는 넓어진 것 같았다.
마나 홀의 경계가 완전히 허물어졌다.
더불어 참을 수 없는 통증이 뒤따랐다.
바람의 호흡법을 붙잡았다.
통증에 정신을 잃더라도 마지막 순간까지 정령왕은 반드시 중간계에 유지하겠다는 나의 의지였다.
“크으윽!”
벨루시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신음은 전과 달랐다.
위기, 공포 그리고 고통.
벨루시는 막대한 마기를 뿜어내고 있었지만, 마치 고통이라는 것을 생전 처음 느껴 보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강했던 존재.
수천, 수만 년의 세월, 영원이라 불리는 세월을 살아가며 마계를 주름잡았던 벨루시에게 전투의 고통은 생소했던 모양이다.
삶의 대부분을 압도적인 승리와 그로 인하여 발생했던 무료함으로 보낸 벨루시에게 중간계의 치열한 전투는 흥분되면서도 완전히 새로운 체험을 시켜 주고 있었다.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끝이다.”
벨루시의 뿔이 다시 한 번 크게 솟아났다.
거의 바닥에 닿을 듯 길어진 뿔에서 마기의 폭풍이 몰아쳤다.
정령왕 역시 이제 마지막이라는 듯 마나를 크게 일으켰다.
콰아아앙-! 쾅-!
수도 전체가 흔들리는 것 같았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마기와 마나의 향연은 자연재해처럼 보였다.
하늘과 땅이 흔들리고 두 왕의 대결이 점점 더 극에 달하는 순간 벨루시가 눈을 부릅떴다.
네 명의 정령왕이 합쳐져 있다가 바람의 정령왕이 순간적으로 빠져나왔다.
파파팟-!
바람의 정령왕이 바람의 칼날을 던졌다.
내가 가장 먼저 익힌 기술이 아닌가.
바람의 호흡법을 더하여 바람의 칼날을 한층 더 날카롭게 만들었다.
벨루시는 한 손으로 막아 내려는 듯 손을 뻗었다.
여전히 마기와 마나가 부딪치고 있었다.
콰아아앙-!
서걱-!
바람의 칼날이 벨루시의 손을 그대로 꿰뚫고 벨루시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벨루시의 몸이 순간 떨렸다.
푸슉-!
바람의 칼날이 완전히 벨루시의 심장을 통과하면서 벨루시의 심장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콰아아아앙-!
마나가 마기를 잡아먹기 시작했다.
땅에 닿을 듯했던 벨루시의 뿔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벨루시가 흔들리는 눈빛으로 중얼댔다.
“이런.”
그의 표정이 의미하는 건 하나였다.
소멸.
뿔이 완전히 사라졌을 때 벨루시가 비틀거렸다.
쾅-!
마나가 마지막 마기를 소멸시키는 순간 벨루시는 다리에 힘이 풀린 듯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교황이 주문을 외웠다.
“베어야 합니다.”
교황의 말에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신성력이 아버지의 검을 휘감고 있었다.
정령왕의 모습이 점차 흐려졌다.
정령왕 역시 힘을 다한 것이다.
-맹약의 주인이시여.
-새로운 질서의 상징.
-정령계와 중간계의 길을 여는 자.
-이 땅의 수호자.
아퀼루스, 피닉스 아리아, 노엘이 차례대로 말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퀼루스가 마무리를 지었다.
“이제 태초에 주어진 숙명이 마무리되었습니다.”
네 속성 정령왕이 아버지의 검을 향해 손을 뻗었다.
순백의 바람과 붉은 화염, 푸른 물방울과 거친 흙이 검에 담겼다.
벨루시가 쓰게 웃었다.
“즐거울 줄만 알았는데.”
아버지는 더 듣지 않아도 된다는 듯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서걱-!
벨루시의 머리가 허공에 잠시 떠오른 뒤 이내 바닥을 굴렀다.
고오오오오-!
하늘이 열렸다.
왕국 연합은 물론이거니와 대륙 전체에 남아 있는 마기가 하늘에 뚫린 구멍을 향해 솟아 올라갔다.
마왕이 사라진 중간계에서 마기는 다시 본래의 세계로 흘러가는 것 같았다.
나는 후우, 하고 한숨을 쉬었다.
아버지가 내 어깨에 손을 얹는 순간 정신이 아득해졌다.
* * *
“……해서 폐하께서는 자신의 힘을 모두 잃는 대신 제국과 나아가 대륙의 모든 인간을 지키는 선택을 하셨다.”
한 학생이 손을 번쩍 들자 데이비드가 웃으며 지목했다.
“그래. 질문 있나?”
“벨루시와 전쟁 이후 오 년 동안 제국은 힘을 되찾고 대륙을 통일하였습니다. 나아가 마기로 오염된 중간계가 회복된 건 폐하의 업적이라 들었습니다. 전투 때 힘을 잃으신 폐하가 어떻게 그런 업적을 세울 수 있었습니까?”
자칫 황제에 대한 의심일 수 있었지만 학생의 질문은 황제를 의심하는 게 아니라 순수한 궁금증이었다.
데이비드도 그 사실을 알기에 친절하게 대답했다.
“정령왕들이 스스로 폐하의 곁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폐하께서는 대륙 역사가 정의한 정령사의 한계를 넘으셨다. 정령들을 소환하는 개념이 아니라 폐하의 정령들은 자체적으로 중간계와 정령계를 왕래할 수 있기 때문이지.”
“다른 정령사는 불가능합니까?”
“불가능하다.”
데이비드의 단호한 대답에도 학생은 안타까운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의심하기로 결심한 모양인지 빠르게 물었다.
“폐하와 같은 재능이…….”
“그건 재능이 아니다. 한 명의 인간에게 주어진 숙명이었지. 그리고 숙명을 이겨 낸 인간에게 신께서 보답하신 것이다.”
학생이 그제야 교황의 말을 떠올렸다.
제국 황실이 유일하게 인정한 종교이자 대륙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믿는 종교의 교황은 전쟁이 끝난 뒤 선언했다.
황제야말로 신이 보낸 사자라고.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아, 그리고 자네 정령에 관심이 많으면 학부를 옮기도록. 오늘 내가 폐하 이야기를 하면서 잠시 정령 이야기까지 곁들였지만 나름대로 황실 기사단 단장이 아닌가. 내 수업은 당연히 기사 수업이고.”
다른 학생들이 웃음을 터뜨렸고 질문을 던졌던 학생의 얼굴은 벌게졌다.
피식 웃은 데이비드는 강의실을 나가며 학생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소리스 정령 단장이 인재를 찾아 헤매고 있다고 들었다.”
데이비드는 강의실에서 황궁 대전으로 걸음을 옮겼다.
전쟁 이후 재건된 황궁은 예전보다 규모는 작았지만 자연과 무척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정원은 마치 숲과 같았고 황궁 곳곳에 하급 정령들을 볼 수 있었다.
‘이곳이 정령계인지, 황궁인지.’
데이비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걸음을 옮겼다.
그때 발에서 느껴지는 물컹한 느낌에 화들짝 놀랐다.
“새, 샐러멘더!”
샐러멘더는 무엇이 문제냐는 듯 꼬리를 세우고 눈알을 굴렸다.
“아, 아 정령을 막 밟으면 안 되지.”
익숙한 목소리에 데이비드가 황급히 허리를 숙였다.
“폐, 폐하!”
“수업 다녀와?”
“그렇습니다.”
황제라고는 믿을 수 없는 단출한 차림이다.
특유의 미소와 함께 아룬의 말이 이어졌다.
“릴리안이 동부랑 이어지는 마법 포탈을 하나 열었거든?”
릴리안은 황궁 수석 마법사다.
그녀는 최근 제국을 넘어 대륙 곳곳에 포탈을 설치하고 있었다.
그녀의 포탈은 다른 포탈과 달랐다.
안정성도 굉장히 뛰어났고 기존 포탈보다 훨씬 먼 거리까지 연결했다.
“네. 폐하.”
“동부에 데이비드가 가서 아카데미를 맡아 줘. 그쪽에 선생이 부족한 모양이야.”
“아!”
“동부 영지를 하사할 거니까 빈민 구제에도 신경 좀 써 주고.”
“빈민 구제 말씀이십니까?”
“응. 아무래도 동부 쪽에 식량 배분이 모자랐던 모양이야. 거기 영주 중 몇 명이 작당한 것 같기도 하고. 가서 자세히 알아본 뒤 착취한 영주가 있으면 처리하고 민심을 안정시켜.”
“네. 그럼 기사단이 필요합니다.”
지방 영주들은 여전히 강력한 사병을 보유하고 있는 집단이다.
황실의 권위는 어느 때보다 막강하지만 황실이 제국의 모든 곳을 돌볼 순 없었다.
“물론. 영주로 임명은 하지만 굳이 이사할 필요는 없어. 릴리안이 포탈을 설치한 게 바로 영주성이니까.”
황도에 있는 자신의 저택에서 출퇴근해도 된다는 뜻이다.
데이비드가 대답했다.
“네. 폐하.”
빈민 구제와 악덕 영주 퇴출은 데이비드가 언제나 가장 원하는 일이었다.
“폐하, 대전에 모든 귀족들이 모였습니다.”
대전 신하의 말에 아룬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가자고. 데이비드도.”
“네, 폐하.”
칼페온 제국 10년.
이제는 대륙 유일의 국가가 된 제국은 어느 때보다 평화로웠다.
데이비드는 황제 아룬 칼 레오드의 뒤를 따르며 잠시 황궁에서 돌아다니고 있는 정령들을 보았다.
‘모든 게 달라지고 있다…… 제국은 더 번성할 것이고 폐하께서는 둘도 없는 성군이시다.’
* * *
“탓! 탓!”
기합을 내지르며 검을 휘두르는 아리아를 보면서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리아 벤 레오드.
나와 올리비아의 딸이다.
결혼하고 한동안 아이를 가지지 못했는데 물의 정령왕 아리아가 올리비아에게 물의 정령의 비법이라며 뭔가를 알려 주어 아리아를 가질 수 있었다.
아버지와 올리비아의 강력한 주장에 따라 이름마저 아리아로 지었다.
그리고 아리아는 올리비아를 참 많이 닮았다.
그녀의 미모만이 아니라 재능까지 빼다 닮았는데, 내 쪽은 전혀 닮지 않았다.
정령왕의 도움으로 태어난 아이라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령 친화력은 거의 없는 수준이었고 검술에는…… 무려 천재적인 면모를 보여 주었다.
덕분에 지금과 같은 광경이 매일같이 벌어지고 있었다.
“오, 아리아 정말 대단하다!”
나는 그냥 찌르기로 보이는데.
아버지는 아리아가 귀여워서 죽겠다는 듯 아리아의 양 볼을 비볐다.
“할아버지, 절로 가. 나 연습해야 해.”
아버지의 얼굴에 믿을 수 없다는 듯 낙심이 서렸다.
“할아버지 삐졌어?”
다섯 살이 된 이후 제법 말을 잘하게 된 아리아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아니, 아니, 삐지지 않았다!”
“안 삐졌으면 나 그거 알려 줘. 뱅글뱅글 도는 거. 엄마가 하는데 엄마는 안 알려 줘.”
“그럼, 할아버지가 알려 주마.”
도무지 황실 사람들의 대화라고는 믿을 수 없었다.
물론 나도 어린 아리아에게 딱딱하게 가르칠 생각은 없었지만.
‘누가 저 사람을 철혈의 초대 황제 론 칼 레오드라 생각하겠어.’
그리고 이어서 두 번째 주인공이 등장했다.
“뱅글뱅글은 아직 안 돼. 아리아가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올리비아다.
아버지는 뭐 하나라도 아리아에게 가르쳐 주려 했고, 올리비아는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나가기를 원하는 스승이었다.
“할아버지한테 배우면 돼.”
“아버님!”
올리비아가 도끼눈을 떴다.
처음에는 아버지를 어려워하던 올리비아. 하지만 아리아를 낳고 교육을 시작하고 나서는 아예 두 사람 사이가 변했다.
아버지는 마치 들리지 않는다는 듯 아리아의 손을 잡고 말했다.
“엄마는 잔소리가 심하니까 할아버지 궁으로 갈까?”
“웅! 나 검술 연습 더 해야 돼. 엄마는 검술도 못 하면서 연습은 안 하고.”
아버지와 아리아가 손을 잡고 서둘러 연무장을 떠나자 올리비아가 황당하다는 듯 말했다.
“들었어요?”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하! 이제 둘이 죽이 아주 잘 맞아서 나까지 따돌린다니까요?”
나는 슬그머니 몸을 돌리려다가 올리비아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일은 소리스랑 다른 사람에게 다 맡기면서 바쁜 척하지 마시고. 오늘은 이야기 좀 하시죠. 폐하?”
올리비아의 말에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럼 간만에 부부만의 시간을 가질까?”
나의 말에 올리비아가 순간적으로 얼굴을 붉혔다.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한 말이었는데 막상 올리비아와 단둘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자 아버지가 고마워졌다.
“가자고.”
나는 올리비아의 손을 잡고 궁으로 이끌었다.
“아, 아룬!”
당황한 듯 이름을 부르는 올리비아를 품에 끌어안은 뒤 말했다.
“황제와 황후의 의무를 다해야지. 아리아도 벌써 다섯 살인데 혼자잖아.”
올리비아는 슬그머니 고개를 돌리면서도 이내 살짝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벨루시 소멸 10년.
칼페온 제국의 황제로서 나는 여전히 행복했다.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
완결까지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