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9)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29화(29/278)
29화.
-아룬 칼 레오드(Lv20)
캐릭터 레벨이 단숨에 20이 되었다.
황궁으로 돌아가는 길은 마차를 타고 이동했다. 깊은 생각에 잠긴 척 했지만 사실은 상태창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캐릭터 레벨이 오른 건 기쁜 일이다. 내가 그만큼 강해졌다는 의미이고 앞으로 보너스 스탯으로 뽑을 수 있는 스킬이나 퀘스트의 수준이 높아졌다는 이야기니까.
-하급 정령술사
-황태자
최하급이라는 딱지도 떼어냈고 한 단계 높아졌다.
단 한 번의 실전이었지만 여러 가지 선물이 뒤따랐다.
그리고 재능.
내가 주목하고 있는 건 이제 스스로도 느낄 수 있는 정령술사로서의 내 정령이었다.
-S 바람의 동반자(Lv3)
-S 물의 수호자(Lv3)
-S 대지의 친우(Lv3)
-S 화염의 지배자(Lv3)
새롭게 개방된 화염의 지배자는 시작부터 레벨이 3이었다. 아마도 이프리트가 직접적으로 힘을 행사했기 때문이 아닐까?
다른 속성의 최상급 정령들은 그저 내게 말 몇 마디 하고 정령계로 돌아갔지만, 이프리트는 달랐다.
내 의지에 따라 나의 적들을 ‘자신’의 힘으로 물리쳤다.
내가 이프리트와 계약한 뒤 내 힘으로 이프리트와 공조한 것이 아니라 순전히 이프리트가 호의를 베푼 것이다.
어쨌든 네 개의 속성 정령들에 관한 재능이 모두 레벨 3으로 맞춰졌고, 짐작만 하고 있던 4대 정령과의 친화력이 압도적이라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정령사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정령과의 친화력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내 재능은 실로 터무니없을 정도로 대단했다.
바람의 호흡법을 포함한 모든 스킬들도 레벨이 부쩍 올랐다.
바람의 호흡법은 12, 나머지 공격, 방어 스킬들은 7에 맞춰졌다.
기이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모든 레벨들이 많이 올랐다.
“전하.”
“잠시.”
나는 마차에 난 창문 밖으로 의도적으로 시선을 돌리며 켄의 말을 끊었다.
마차 안에는 나와 켄 소리스 세 명뿐이었다.
켄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내 생각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현재 보너스 스탯 700
저절로 힘이 솟는 숫자였다. 당장 보너스 스탯으로 스킬이나 혹은 퀘스트를 개방할 생각은 없었다.
퀘스트 두 개가 모두 종료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종료된 이후 퀘스트 위주로 보너스 스탯을 사용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상태창에 달라진 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새로운 칭호다.
-위대한 정령사의 길을 걷는 자(예비)
과연 저 칭호는 무엇을 의미할까?
단순하게 해석할 수가 없었다. 이프리트 역시 위대한 정령사를 언급했고, 다른 속성의 최상급 정령들이나 혹은 하급 정령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을 생각하면 확실히 뭔가 느껴지는 칭호였다.
‘예비라…… 지금은 아니지만 노력하면 된다는 뜻인가?’
당장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없으니 일단 상태창을 종료했다. 실전으로 얻은 것이 많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이제 궁으로 돌아간 뒤의 계획도 중요하니까.
곧바로 켄에게 시선을 돌렸다.
“켄.”
“네, 전하.”
“생각이 있겠지?”
켄은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을 시작했다.
“여러 경우의 수가 있지만 아마 궁으로 돌아가면 황제 폐하의 부름을 받으실 겁니다.”
아무리 아버지가 내게 무관심하고 날 진정한 황태자로 여기지 않는다하더라도 무시하고 넘어갈 수 있는 사건이 아니었다.
켄의 말에 동의를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수도 경비대장은 물론 인근에 주거하던 귀족들 그리고 빈민들까지 황궁에 줄줄이 불려가겠지.”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켄의 말에 내가 고개를 갸웃 거렸다.
“두 가지 방법?”
“네. 첫 번째는 폐하의 권위를 빌어 전하의 입지를 다지는 방법입니다.”
내가 대답하지 않고 기다리자 켄이 곧바로 두 번째도 말했다.
“두 번째는 전하의 실력으로 입지를 다지는 방법입니다.”
이야기를 들었을 때 누구나 두 번째 방법이 좋다는 사실쯤은 느낄 수 있었다.
누군가의 권위를 빌어 입지를 다지는 것보다 스스로의 능력으로 다지는 입지가 훨씬 공고하다는 건 당연했다.
내가 눈가를 좁히며 켄이 말한 방법들의 숨은 의미를 찾으려고 하자 켄이 빙긋 웃었다.
“폐하의 권위를 빌어 전하의 입지를 다지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일단 대외적으로는 폐하가 전하를 황태자로 인정하고 있다는 인식을 줄 수 있습니다. 그만큼 안정적으로 황태자 자리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없지요.”
켄은 잠시 숨을 고른 뒤 말을 이었다.
“또 한편으로 폐하가 좀 더 전하에게 깊은 관심을 가지실 수 있습니다. 자신의 권위를 빌려주었으니 그 권위에 손상이 가지 않으시려면 당연히 전하를 자세히 살펴봐야겠죠.”
내가 물었다.
“두 번째 방법은?”
“전하 스스로 입지를 다지시면 당연히 스스로의 능력이니 긍정적인 효과가 많습니다. 굳이 설명드리지 않아도 될 정도로 쉬운 문제니까요. 단지, 확실한 단점이 하나 있죠.”
나는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경쟁자들이 한층 긴장하겠군.”
“그렇습니다.”
내가 피식 웃으며 덧붙였다.
“폐하께서 권위를 쉽게 써 주실 분도 아니고, 이미 내가 모든 사람 앞에서 최상급 정령 이프리트를 소환하고 그의 힘으로 적들을 물리쳤으니 두 번째 방법이 훨씬 더 쉬울 거야.”
켄이 고개를 숙였다.
“현명하십니다.”
그리고 나는 켄의 생각에서 한 발 더 나아갔다.
“세 번째 방법도 있다. 켄.”
내 말에 켄의 눈동자가 깊게 가라앉았다. 역시 내가 생각하는 것을 켄이 생각하지 못할 리 없었다.
나는 현대를 살아온 사람이기 때문에 시야 자체가 중세 시대 사람들과 다를 수밖에 없고, 생각의 방향이 더 새롭거나 혹은 대담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켄은 현대인과 중세인의 간극을 메울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인재다.
거침없이 켄은 그 사실을 증명했다.
“폐하의 권위도 이용하고 스스로의 능력도 입증하시면서 이 기회를 살리실 생각이시군요?”
“그래.”
하지만 그런 켄조차 짐작하지 못하는 게 있었다.
“어떤 방법을 사용하실 생각이십니까?”
나는 대답 대신 마차 창문을 열고 마쉘을 불렀다.
“마쉘. 먼저 사람을 보내서 폐하께 곧바로 알현하고 싶다고 전하도록.”
* * *
황궁으로 돌아가자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문을 통과한 뒤 마차에서 내리자 족히 수백 명의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모두가 일제히 내게 고개를 숙였다.
귀족들은 물론이거니와 황궁 기사단, 마법사들까지 나를 마중할 줄은 몰랐기 때문에 살짝 당황했다.
‘반반으로 나뉘었군. 소문을 믿는 자와…… 믿지 않는 자.’
나는 담담하게 귀족들을 살폈다.
모든 소란이 끝나고 황궁으로 돌아오기까지 고작 한 시간 남짓에 불과했다.
그사이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한 소문이 퍼졌다.
그리고 귀족들이 주목하는 건 내가 습격당했다는 사실보다 습격에서 살아남았다는 것과 최상급 정령에 관한 내용이라는 게 한눈에 느껴졌다.
일부 귀족들은 나를 노골적으로 훑어보았다.
“큰일을 당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누군가의 목소리에 나는 시선을 돌렸다.
훤칠한 기사 한 명이 내게 다가와 정중히 허리를 숙였다.
“그렇습니다.”
나는 내게 다가와 허리를 숙이는 중년인이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했다.
이내 그가 두르고 있는 망토 어깨 부분에 새겨져 있는 태양과 태양 옆에 그려져 있는 사자를 보고 이름을 기억해냈다.
‘애트란 가문의 가주…… 애트란 베레곤 공작.’
이황자 테드의 외할아버지이자, 4대 수호 가문 중 으뜸이라 불리는 애트란 가문의 현 가주 그리고 아버지와 함께 제국의 기둥으로 꼽히며 제국의 4대 소드 마스터.
나는 빙긋 웃었다.
“괜찮습니다. 공작님께서 직접 나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내가 그동안 이 사람과 만난 적이 있던가? 필사적으로 기억을 더듬었지만 없었다. 나는 현대의 기억만이 아니라 아룬으로서의 기억도 모두 가지고 있었다.
기억 속에 없었다는 건 베레곤 공작과 첫 만남이라는 뜻이다.
“전하께서 큰일을 당하셨는데 당연한 일입니다. 수도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고, 폐하께서 모두를 소집하셨습니다.”
베레곤 공작은 부드럽게 현 상황에 대하여 설명했다.
‘꼭 나를 마중 나온 게 아니라 아버지가 불러서 왔다는 말인 것 같군.’
자격지심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베레곤 공작의 부드러운 눈길 속에 감춰진 한 줄기의 경멸은 내 기억 속의 사람들 눈빛과 너무나도 비슷했으니까.
“폐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경비대장, 전하를 모시게.”
베레곤은 마치 이 자리의 주인이 자신이라는 듯 마쉘에게 명령을 내렸다.
나는 잠자코 가만히 있었다.
아버지가 소식을 듣고 모든 귀족들을 불러 모은 것 같았다.
베레곤 공작만이 아니라 나머지 공작 가문의 가주들도 사람들 속에서 찾을 수 있었고, 대전으로 향하면서 황자와 황녀들 즉 동생들도 하나둘 합류했다.
그중 첸도 보였다.
나는 첸과 눈을 마주치자 싱긋 웃었다.
첸은 굳은 표정으로 내 시선을 외면했다.
곧 대전에 도착하자 모두가 숨을 죽였다.
수십 명의 귀족들 모두가 하나같이 고위 귀족들이었고 또 그만큼이나 많은 황자와 황녀들 마지막으로 높은 옥좌에 앉아 모두를 내려다보고 있는 아버지가 보였다.
양옆으로 귀족들과 황자, 황녀들이 흩어졌고 나와 일행들은 정면에 서서 아버지를 향해 예를 표했다.
“전부 모였나?”
칼페온 제국의 절대자이자 아버지 그리고 이 제국의 주인 황제의 목소리에 모두가 고개를 숙였다.
‘2차 정복 전쟁을 시작으로 황제와 귀족들의 대립이 서서히 기지개를 펴는데…… 그게 가능한가?’
아버지가 보여주고 있는 압도적인 존재감에 모든 귀족들이 벌벌 떨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난 분명히 칼페온 제국이 흔들리는 설정 중 하나로 황제와 귀족의 대립을 넣었는데 지금의 상황에서는 황제에게 반한다는 자체를 상상하기 힘들었다.
아버지에 이어 제국 2인자라 불리며 실력으로 아버지를 제외한 누구보다 강하다고 설정한 베레곤 공작마저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에게는 그 자체가 굴욕인 모양이었다.
‘주먹을 떨고 있군.’
정작 아버지는 베레곤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내게 시선을 돌렸다.
“황태자.”
나도 모르게 허리가 숙여졌다.
“네. 아바마마.”
“수도 남문으로 향하는 대로에서 습격을 당했다지?”
여기서부터가 중요했다.
나는 켄에게 말해주었다.
그가 말한 두 가지 방법을 모두 사용하여 이 상황을 이용하겠다고.
나는 허리를 천천히 폈다.
“그렇습니다.”
귀족들이 순간 웅성거렸다. 아무리 무능한 황태자일지라도 수도 한복판에서 대낮에 습격을 당했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고 너무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소란 사이로 아버지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다친 곳은 별로 없는 모양이군?”
날 걱정해서 하는 말이 아니었다.
아버지는 꽤 궁금해하는 것 같았다.
내가 적들의 습격에서 무사히 살아 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아버지에게는 의문이었다.
불과 두 달도 되기 전에 나는 어둠의 숲에서 고작 오크 술사 따위에게 저주가 걸려 오지 않았던가?
아버지의 의문은 곧 다른 사람들의 의문이기도 했다.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습니다.”
아들이 밖에서 암살자들의 습격을 당했는데 아버지는 아무런 감흥도 없는 것 같았다.
범인에 대한 분노 같은 건 일절 찾아볼 수 없었다.
“황태자.”
나지막한 부름에 나도 모르게 몸이 떨렸다.
아버지와 눈을 마주치자 마치 벌거벗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저절로 운디네가 소환되어 내 몸을 감싸 안으며 따뜻한 기운을 전달했다.
아버지가 처음으로 호오, 감탄의 감정을 표현했다.
“습격한 놈들 중 살아있는 놈은 있나?”
갑작스레 대전 안이 차가워졌다.
귀족들, 황자, 황녀들의 시선이 내게 집중되었다.
나는 운디네의 기운을 받으며 아버지의 서늘한 기운을 몰아냈다.
그래서일까?
자연스레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두 명을 생포했습니다.”
“대낮에 황태자에게 강도짓을 할 리는 없고 분명 누구의 사주를 받은 것 같은데?”
대전은 이제 기이한 긴장으로 물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