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3)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3화(3/278)
3화.
소설 속 모든 등장인물이 애틋했다. 1권에는 지나가는 나그네조차 이름을 붙일 정도였다.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 기억하기 힘들 지경에 이르러서야, 주연과 조연 중심으로 전개를 이끌어갔다.
어쨌든 나는 모든 등장인물들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내가 게일을 믿는 이유도 게일을 잘 알기 때문이다.
게일은 능력 있는 기사이자 만고의 충신이니까.
-게일
-충신
-최상급 소드 익스퍼트
-멸문한 이그니에 가문의 기사. 이그니에 가문이 멸문한 뒤 이리엘의 시종장이 되었으며 그녀가 사망한 후 그 아들 아룬 칼 레오드의 시종장이 되었다. 이리엘의 아들을 지켜 달라는 유언을 지키기 위하여 론 칼 레오드의 제의조차 뿌리치고 아룬의 시종장으로 남아 있다.
이름 밑에 있는 건 ‘칭호’다. 칭호가 충신이라는 건 보통의 충성심으로는 불가능하다.
능력은 두말할 나위 없이 뛰어나다. 익스퍼트 중 최상급이라는 건 아주 작은 계기로도 마스터 반열에 오른다는 뜻이니까. 소드 마스터 자체가 대륙에서 몇 없었다.
‘지금은 황제를 포함해 열 명 정도인가.’
대륙에는 제국과 함께 수십 개의 왕국이 남아 있는데 그중 열 명만이 마스터의 칭호를 받았다.
‘황제가 괜히 최종 보스가 아니지.’
나는 황제에 대한 생각을 미뤄두고 게일의 상태창을 다시 한 번 떠올렸다.
“상태창은 믿을 수밖에 없지. 게일은 현재 내 유일한 신하라 할 수 있고.”
일부러 게일에게 자세하게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그저 정령사가 되고 싶다는 의지만 내비쳤다. 나머지는 그에게 맡기는 게 옳다.
아무리 내가 이곳에 대하여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제국의 하루하루, 아룬 칼 레오드의 하루하루를 집필한 건 아니다. 정령사를 설정했지 실제로 뭐가 필요한지 모른다.
게일이 결과를 가지고 올 때까지 나는 오로지 이 몸을 살찌우는 데 집중했다. 아침, 점심, 저녁을 거르지 않았다.
아주 힘들었지만 산책도 꼬박꼬박 나갔다. 정원을 절반 정도 걸었을 뿐인데 다리가 떨리고 온몸이 땀범벅이었다.
나는 황태자궁의 정원 가운데서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북쪽 숲까지 살아서 도착한 게 용하다.”
오늘은 아무래도 한계인 것 같았다. 정원에서 침실로 돌아가는 것도 일이다. 내가 비틀거리자 시녀 두 명이 재빨리 다가왔다.
“전하!”
나는 시녀 두 명에게 애써 웃으며 말했다.
“괜찮다.”
“부축해 드릴까요?”
아직 어린 시녀다. 황궁은 시녀들까지 권력의 흐름에 민감하다. 이 어린 시녀가 내 처지를 아는 데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고, 그 말은 곧 이런 배려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나는 그런 사실을 굳이 크게 여기지 않았다.
아룬 칼 레오드는 변했다. 사람이 바뀌었으니 상황도 바뀔 거고 인생 자체가 달라질 거다.
가까스로 침실에 도착한 내가 씻지도 않고 침대에 벌러덩 누워 버렸다.
“전하 목욕물 준비할까요?”
“목욕할 힘도 없어.”
그때 게일의 굵은 목소리가 들렸다.
“전하.”
나는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시녀에게 나가보라는 손짓과 동시에 게일에게 말했다.
“들어와.”
시녀들이 사라지자 게일이 고개를 숙였다.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게일에게 정령사가 되고 싶다고 한 지 고작 사흘째였다.
내 목소리는 절로 기대감이 묻어났다.
“준비는?”
“끝났습니다. 내일 아침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기다리실 것 같아 결례를 무릅쓰고 밤중에 찾아왔습니다.”
나는 손사래쳤다.
“아냐. 고마워. 어쨌든 내일부터라는 말이지?”
“네.”
“당분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으면 좋겠어. 게일이야 알아서 처신하겠지만 시녀들이나 집사들은 다르니까.”
지금 정령사가 된답시고 떠들고 다니면 지나가는 시녀들조차 비웃을 것이다.
‘동기화가 이런 영향도 있나? 묘하게 내가 소심해진 기분이네.’
나는 슬쩍 내 상태창을 살폈다.
-동기화 60%
며칠 동안 동기화가 10%가 늘어났다. 새롭게 추가된 기억이 있었지만 모두 좋지 않은 것들이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주의하자. 이놈과 성격이 완전히 같아지면 곤란하겠어.’
나는 아룬 칼 레오드인 동시에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니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게일의 든든한 대답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걱정하지 말라면 정말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까.
‘게일이 있어 정말 다행이다.’
게일이 아니었다면 다른 능력들을 모두 가지고 있었어도 아룬 칼 레오드로 살아가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 편히 쉬십시오.”
게일이 나가자마자 나는 다시 침대에 누웠다. 삼시 세끼 모두 챙겨 먹고 운동이라고는 산책이 전부였는데 피곤함이 몰려왔다. 정말 갈 길이 멀었다.
* * *
게일은 뜻밖에도 아주 낡은 양피지 묶음을 주었다.
‘게일이라면 무리를 해서라도 황궁 정령사를 데리고 올 줄 알았는데.’
아무리 은밀함을 요구하는 일이라 하여도 게일의 능력은 충분히 황궁 정령사 한 명을 섭외할 수 있다.
그가 황제의 총애를 받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고, 당장 대륙에 열 명밖에 되지 않는 소드 마스터가 열한 명으로 늘어난다면 그 주인공은 게일일 테니까.
그런데 이토록 낡은 서책이라니?
나의 표정에도 게일은 동요하지 않고 차분하게 말했다.
“전대 가주님이 남긴 정령술입니다. 폐하의 명령으로 황궁 도서관에서 적색급으로 분류되어 있었습니다.”
게일은 알아 듣지 못하는 날 위하여 설명을 덧붙였다.
“황비님이 남기신 정령술이고 황궁 도서관 적색급 책들은 오직 폐하의 재가가 있어야 반출할 수 있습니다.”
내 목소리가 절로 떨렸다.
“그럼 이게 어머니가 남기신 책이라고?”
“네.”
나는 한 가지를 더 물었다.
“폐하의 재가가 있어야 한다는 건…….”
“폐하께서는 알지 못하십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폐하께서 제게 적색급 책들을 자유롭게 반출할 수 있는 권한을 주셨습니다.”
게일의 말에 또 궁금증이 도졌다.
“폐하께서 게일을 엄청 총애하시는 모양이야?”
순수한 궁금증이다. 질투나 그런 감정이 아니라, 나는 황제가 게일의 능력을 높게 산다고 했지 이런저런 권한까지 주었다는 건 설정하지 않았으니까.
‘이게 다 세계가 살아 있다는 증거. 내가 살게 된 이곳이 현실이라는 뜻이지.’
자칫 게일의 기분이 나쁠 수도 있는 질문이었지만, 그는 상세하게 대답했다.
“마스터의 길은 어디에나 있으니 책을 참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하셨을 뿐입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저런 사정을 떠나서 내 손에 들어온 이 양피지 묶음이 어머니가 직접 집필한 것이 틀림없었다. 상급 정령 마스터가 직접 서술한 정령술이라. 호기심이 커졌고 나는 서둘러 양피지 묶음을 풀었다.
첫 장을 펼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아, 하고 탄성이 터져 나왔다.
-나의 아들 아룬 칼 레오드에게.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게일은 언제 나갔는지 방 안에는 다행히 나 홀로 남아 있었다.
단순히 정령술에 관해 집필한 게 아니었다. 이건 자신의 죽음 이후 홀로 남을 아들에 대한 어머니의 마음이었다.
-동기화가 곧 완료됩니다.
상태창이 혼자 멋대로 나타났다. 밀려오는 감정을 말로 표현하기 힘들었다.
어머니의 필체에서 느낄 수 있었다. 얼마나 간절하게 이 편지를 썼는지.
-엄마의 가문, 아버지의 욕심, 제국의 무게…… 참 많은 짐을 네게도 남겼구나. 하지만 사랑스러운 나의 아들아, 엄마는 그저 네가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전쟁의 참화 속에서 멸문한 어머니의 가문, 황제의 아들로 태어난 숙명 같은 건 상관없단다. 그저 네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구나.
-게일에게도 일러두었다. 이 편지는 네가 원할 때 건네라고. 정령술에 관심이 생겼다는 건 험난한 제국 속에서 스스로 뭔가를 해보겠다는 뜻이거나 네 스스로를 지켜야 할 상황이 펼쳐졌다는 뜻이니까.
이후 나는 한참이나 걸려 편지를 읽었다. 자꾸만 흐르는 눈물이 앞을 가렸기 때문이다. 기억 속에 어머니를 그토록 찾았어도, 유품 하나 없다는 게일의 말에 울부짖어도 이 편지를 받을 수 없었다.
편지 속에서 어머니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가문의 비기이자 자신의 혼이 담긴 정령술이 아들에게 전해지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하셨고, 그저 아들이 행복하고 평온하게 살기를 바라셨다.
하지만 황제의 아들로 태어난 이상 어머니 역시 언젠가는 이 편지를 내가 읽을 것이라 예상하셨던 모양이다. 편지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정령술을 익히기 위한 마음가짐 등이 이어졌다. 드디어 마지막 줄. 어머니는 아룬 칼 레오드도, 그리고 심지어 작가인 나도 예상할 수 없었던 말을 적어 놓았다.
-론…… 아니 아버지를 너무 원망하지 마라. 그는 많이 외로운 사람이니까. 그리고 만약 많은 것들이 네게 허락된다면 아버지의 옆에 있어주렴.
마지막은 어머니도 눈물이 번진 듯 잉크도 함께 번져 있었다.
-론은 네 아버지이고 내 남편이니까.
나는 눈물을 닦으며 첫 번째 양피지를 책상 위에 올렸다. 가슴이 묵직한 느낌이 뭔가 폭풍을 맞은 듯 나를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또 상태창이 제 멋대로 떠들어댔다.
-아룬 칼 레오드 동기화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탯이 개방됩니다.
* * *
나는 어머니의 편지를 읽고 요동치는 감정을 다스리기까지 꼬박 하루가 걸렸다. 게일은 찾아오지 않았다.
식사를 챙기는 것도 시녀들의 몫이었다. 편지를 읽고 이튿날 점심을 먹고 나는 게일을 불렀다.
“게일에게 들어오라 전해라.”
“네, 전하.”
시녀가 다 먹은 점심과 함께 방을 나갔다. 불과 몇 분 뒤에 게일이 모습을 드러냈다.
내가 다시 찾을 줄 알고 황태자궁에 머무르고 있었던 모양이다. 나는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함께 산책하러 가지.”
“네. 모시겠습니다, 전하.”
겨우 일주일 정도 밥을 잘 챙겨 먹고 산책했을 뿐이지만, 발에 꽤 힘이 붙었다.
푹 들어가 빛나는 외모를 가리고 있었던 볼도 살이 조금 차올랐다. 덕분에 거울 속의 외모는 더욱 빛났다.
게일과 정원 한 바퀴는 돌 수 있는 체력을 만든 게 가장 뿌듯했다.
“게일, 난 어제까지는 그냥 바람이 부는구나 생각했어.”
게일이 내게 고개를 돌렸다.
“어머니의 편지를 읽고 책을 읽다 보니 알게 됐어.”
내 말에 게일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여느 때와는 확연히 다른 반응이었다.
내 얼굴에 절로 미소가 번졌다.
“역시 나는 어머니의 아들이라는 걸.”
손을 들자 정원의 나무와 꽃들 사이로 산들바람이 불어왔다. 그리고 바람이 내 손바닥 위에서 맴돌았다.
이제 게일의 눈동자는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나는 태초의 맹약에 따라 바람의 벗되기를 원하니 그대는 내 부름에 응답하라.”
바람은 작은 생명체가 되어 눈을 떴고, 상태창이 기분 좋은 말을 전해 주었다.
-S급 재능 ‘동반자’가 개방됩니다.
-최상급 바람의 정령 ‘???’이 소환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