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34)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34화(34/278)
34화.
황태자 직위를 지키는 방법은 실로 간단했다.
“정통성은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지. 내 어머니는 귀족이셨다. 돌아가시기 전까지 직위는 황후이셨고.”
내 말에 켄이 고개를 끄덕였다.
놀랍게도 황후의 자리는 여전히 공석이었다.
제국 4대 수호 가문이라 불리며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공신 가문의 여식들을 아내로 맞이했지만 아버지는 누구에게도 황후의 자리를 허락하지 않았다.
내가 설정한 것 중 가장 잘 적용 되고 있는 것이 바로 아버지의 일편단심이었다.
아버지, 론 칼 레오드는 이리엘을 제외한 그 어떤 여자도 사랑하지 않았다.
최종 보스라 설정하고 철혈의 군주, 냉혹함의 대명사 아버지에게 인간미라 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훗날 이조차 제국 분열의 원인이 되지만 어쨌든 내가 설정할 때는 론 칼 레오드라는 인물이 인간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하나의 징표 정도는 넣고 싶었다.
지금은 그러한 설정이 내게 큰 도움이 되고 있었다.
“아버지의 적통은 오로지 나 한 명뿐이지. 남은 건 직위에 어울리는 능력뿐이다. 단순히 황궁 안에서의 능력 증명으론…… 귀족들의 반발을 억누를 수 없어.”
켄이 대답했다.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정도의 공, 그리고 공을 세우는 과정에서의 결정적인 역할과 능력 증명이 필요하죠. 폐하의 후계자에게 모두가 폐하처럼 강한 모습을 기대할 테니까요.”
맨손으로 거대한 칼페온 제국을 일으킨 론 칼 레오드의 아들이라고 하기에 나는 너무나도 부족했다.
솔직히 그 어떤 황자, 황녀와 아버지를 비교해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다른 황자, 황녀들에게는 기대감이라는 게 있었지만 나에게는 기대감이 아니라 실망을 넘어 절망, 분노마저 여러 귀족들이 느끼고 있었다.
내가 황제의 자리를 물려받으면 제국은 망할 것이라는 불안감!
나는 그 모든 것을 씻는 것만이 아니라 모두의 반발을 막기 위하여 큰 한 방이 필요했다.
“어둠의 기운을 몰아내고 서쪽 국경을 안정시키는 한편 몬스터들을 소탕하면 충분하지.”
소리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보탰다.
“아직 누구도 해내지 못한 업적이죠. 어둠의 숲과 서쪽 숲의 경계 지역 몬스터 문제는 폐하께서도 신경 쓰지 못하는 부분이니까요.”
켄은 소리스보다 좀 더 세세하게 파고들었다.
“2차 정복 전쟁 준비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정복 전쟁 준비는 하루 이틀이 아니라 최소 일이 년이 필요합니다. 그 시기 안에 후방이라 할 수 있는 서쪽 지역을 정리한다면 엄청난 공입니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 켄은 한 가지 사실을 더했다.
“물론 이 모든 건 전하께서 오크들의 대화 속에서 들었다는 그 말이 사실로 드러날 때의 이야기입니다.”
나는 단호하게 대답을 주었다.
“확실하다. 게일이 돌아오면 그 쪽 정보를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이고…… 봄 평가가 끝나는 시점에 맞춰 폐하께 건의 드릴 생각이야.”
켄도 일단 동조했다.
“준비하겠습니다. 물론 그 전에 암살 사건에 대한 마무리가 중요합니다.”
나는 봄 평가 대회 목표를 다시 한 번 짚었다.
“최소한 첸은 정리한다.”
“정리한다는 말씀은 그가 후계 구도에 끼어들지 못하게 만드시겠다는 겁니까?”
“그래.”
켄이 눈을 가늘게 뜨고 다소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평가 대회를 핑계로 전하를 시해하려 할 것입니다. 이미 암살의 배후가 칠황자 첸이라는 사실이 어느 정도 드러났습니다. 아직 결정적 증거는 없지만…….”
나는 싱긋 웃었다.
“앉아서 죽어줄 생각은 없다.”
솔직히 나는 내 스스로에게 제법 놀랐다.
지난 습격 사건 때 내가 죽인 사람이 제법 많았다.
특히 마지막 이프리트의 소환으로 정말 많은 암살자들의 몸이 녹아내렸다.
충격이 상당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의외로 나는 무척 담담했다.
아마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시작에 불과할지도 몰라…… 제국의 황태자로 태어났고, 정치적 기반도 뒤를 받쳐줄 무력도 없는 이상…… 피의 길은 예고된 것일지도 모르고 은연중에 받아들이고 있었던 모양이야.’
앞으로 내 앞에 펼쳐질 잔혹할 미래에 비하면 지난 습격 사건은 하나의 작은 사건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직감 때문이었다.
일단 두 사람에게 앞으로의 큰 그림에 대하여 언급해 두었으니 오늘 대화는 이 정도로 마무리했다.
저녁 준비를 부탁한 뒤 나는 의자에 등을 깊숙하게 기댔다.
“하루하루가 쉽지 않아.”
정말 쉽지 않은 삶이었는데 활력도 도는 기분이었다.
생존을 위한 사투가 내게 어떤 즐거움마저 주고 있었다.
나는 고르란의 부활에 대하여 고민했다.
‘고르란은…… 요정이었다. 그것도 하나의 왕국을 다스리던 위대한 요정.’
어둠의 기운을 부활시키는 존재가 놀랍게도 빛의 종족이라 불리는 요정이었다.
더구나 왕국을 다스릴 정도의 요정이라면 혈통은 물론이거니와 실력 자체도 무척 뛰어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주인공 카렌보다 먼저 고르란의 부활을 막으려는 건 황태자 직위를 위한 공 때문만은 아니었다.
초반부 주인공 카렌이 강해지는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고르란의 부활을 막기 위한 과정 중 얻게 되는 기연과 아이템들이었다.
“선점해야지. 크게 보면 제국을 위한 길이기도 하니까.”
내가 주인공 카렌의 기연을 선점하여 강해지는 한편 공도 세우고 나아가 제국의 힘이 약화되는 것마저 막는다.
일석이조가 아니라 일석삼조 나아가 일석사조까지 될 수 있었다.
“그 전에 중급 정령사가 된다.”
고르란의 부활을 막는 과정에서 죽지 않으려면 최소한 중급 정령사 마스터 수준은 되어야 했다.
나는 그대로 바람의 호흡법에 빠져 들었다.
* * *
“대장님, 흔적을 찾았습니다.”
수하의 보고에 게일이 몸을 일으켰다.
국경에 내려오고 제법 시간이 흘렀지만 마적단의 그림자도 찾지 못하고 있었던 실정이었다.
마적단은 찾지 못하고 있는데 마적단으로 인한 피해는 여전히 지속되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는 마적단의 기동력 때문에 항상 한 발 늦을 수밖에 없었다.
“어디로 연결되어 있지?”
“어둠의 숲과 서쪽 숲 경계입니다.”
게일은 아무런 감정도 드러내지 않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놀랐다.
‘어둠의 숲 근처라…….’
게일이 수하를 향해 짧게 말했다.
“정찰대를 꾸린다.”
“정찰대라면?”
“병사들을 제외하고 기사 소수로만 꾸려 움직인다. 마적단의 근거지를 확인하면 공격은 그때 감행한다.”
게일의 말에 수하가 고개를 숙였다.
“네. 즉시 준비하겠습니다.”
게일은 천막 밖으로 나갔다.
국경으로 파견을 나온 뒤 인근 영주들의 성에서 쉰 건 단 하루에 불과했다. 나머지 시간들은 모두 마적단의 활동 반경 안에서 생활하며 흔적을 뒤쫓았다.
번번이 실패한 끝에 드디어 근거지를 찾을 수 있는 희망이 생겼지만 게일은 흥분하지 않았다.
그동안 마적단들에게 당한 마을들의 위치를 지도에 모두 표시해 두었다.
표시를 보면서 게일이 중얼댔다.
“철저하게 제국 국경 밖의 마을만 공략하고 있다.”
마적단은 이상할 정도로 제국 국경 안쪽은 공격하지 않았다. 제국이 두려워서? 게일은 고개를 저었다.
‘제국을 두려워하는 이들이 아니다. 소름끼치도록 잔인한 놈들이 두려움이라…….’
게일은 그동안 마적단에게 당했던 마을들을 떠올렸다.
차마 두 눈을 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참혹했었다.
“서쪽 국경은 무의미할 정도로 빈약해. 안쪽으로 들어오면 좀 더 큰 마을이 있는데…… 철저하게 국경 밖의 작은 마을들만 노렸어.”
곧 밖에서 수하가 게일을 불렀다.
“대장님, 준비 끝났습니다.”
게일이 밖으로 나가자 열 명의 기사들이 게일을 기다리고 있었다.
“말은 두고 간다.”
게일의 말에 기사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게일은 기사들 중 수염이 덥수룩한 자를 가리켰다.
“레인저 출신이라 들었다.”
“네. 기사가 되기 전에 잠시 용병 레인저로 활동할 때가 있었습니다.”
“자네가 선두에서 정찰을 이끈다.”
기사가 움찔 몸을 떨었다.
중앙에서도 명성이 높은 게일이 자신의 지휘를 받겠다는 말을 그는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게일은 간단하게 말했다.
“우리가 정찰할 곳은 어둠의 숲과 서쪽 숲 경계다. 숲은 위험한 곳이지. 경험자가 중요하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기사의 대답과 함께 정찰대가 출발했다.
열 명, 게일까지 열 한 명의 기사들이 빠르게 북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레인저 출신 기사가 게일에게 슬쩍 물었다.
“위험하지 않을까요?”
“위험하다. 하지만 많은 인원이 흔적을 쫓으면 마적단이 알아차릴 수 있다.”
게일의 대답에 기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기사들 역시 게일의 걱정에 동감했다. 벌써 여러 번, 마적단의 만행만 본 뒤 놓치기를 반복했다.
이번 기회에 마적단의 근거지를 초토화시키면 지긋지긋한 마적단 소탕도 끝나리라 생각했다.
희망 찬 얼굴로 달리는 수하들을 보면서 게일은 불안한 느낌을 애써 억눌렀다.
단순한 마적단이 아니라는 건 수하들도 느끼고 있겠지만 게일은 그들에게 그 이상의 뭔가가 느껴졌다.
딱히 무엇이라고 꼬집을 수 없었지만 불안한 느낌은 마적단에 희생당한 첫 마을을 본 뒤로 쭉 이어지고 있었다.
게일은 애써 불안한 느낌을 떨쳐냈다.
* * *
게일에게 소식을 보냈지만 나는 걱정을 떨쳐낼 수 없었다.
“전하.”
켄의 목소리에 나는 시선을 돌렸다.
연무장 끝에서 다가오는 켄을 보면서 내가 물었다.
“무슨 일이지?”
“게일 기사님에게 보내는 사람이 막 수도를 벗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왔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잘 맞아야 되는데…… 신중한 게일이라면 내 경고를 무시하지 않을 거야.’
자칫 게일이 죽을 수도 있는 문제였기 때문에 마음 같아서는 곧바로 아버지에게 보고한 뒤 대규모 인원을 파견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내 주장의 근거가 너무 빈약했다.
오크 술사에게 당하기 전의 기억에 대해서 귀족들은 물론이거니와 아버지조차 믿어줄 것이라 장담할 수 없었다.
‘그래도 말은 한번 해봐야겠어.’
내가 결심하는 사이, 켄이 아쉬운 목소리로 말했다.
“서쪽은 대도시가 없어 마법 통신이 불가능한 게 무척 아쉽습니다.”
“나도 그 부분이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서쪽의 지리적 요건이 나쁘니 대도시가 들어오기 힘들죠.”
켄이 슬쩍 물었다.
“게일 님을 믿지만…… 괜찮을까요? 전하의 말씀대로라면 지금 서쪽은 굉장히 위험한 상태입니다.”
“일단 그를 믿고 기다릴 수밖에. 그가 오기 전에 황궁 문제를 대부분 확인하고. 테드의 기사들에 대한 처리가 끝났다고?”
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모두 자신들의 죄를 인정했습니다.”
처음에는 강하게 황태자 능욕죄를 부정했던 테드의 기사들이 태도의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소식이었다.
“그래? 그럼 처분만 남았군.”
아버지를 만날 명분이 하나 생겼다.
“폐하께 보고한 뒤 그들부터 처리하지. 그 다음은 애트란 가문과 전 부집사장의 연결 고리이고.”
“애트란 가문과 엮는 건 쉽지 않을 겁니다.”
나는 켄의 걱정에 싱긋 웃었다.
“긴장감만 줘도 유의미하지. 자금만이 아니라 나에 관한 정보도 애트란 가문에 보고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