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35)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35화(35/278)
35화.
새롭게 입궁한 그림자 걸음 길드원은 모두 스무 명이었다.
순식간에 황태자 직속 조직의 규모가 오십 명 가까이 되었다.
“근심이 많아 보이십니다.”
켄의 말에 나는 차분하게 대답했다.
“사람이 늘어나는 건 좋지만…….”
“그림자 걸음의 전력이 크게 깎였으니 아마 그쪽에서도 움직일 것이고…… 폐하께서 용인하시기는 했지만 황태자 개인 조직이 커지는 걸 외부에서 두고 보고만은 있지 않겠죠.”
켄은 내 걱정을 정확하게 읽어냈다.
“일단 조직이 커지는 건 적당하게 넘어갈 수 있어. 솔직히 다른 황자, 황녀들이 갖추고 있는 조직에 비하면 먼지 수준이나 다름없으니까.”
당장 테드의 조직만 놓고 보아도 그의 배경이 되는 애트란 가문이 테드의 수족이나 마찬가지였다.
황자 한 명이 부릴 수 있는 기사의 수가 황제 직속 기사단 규모와 맞먹는다.
‘뭐 애트란 가문을 사조직과 비교할 순 없겠지만.’
나는 생각을 정리한 뒤 켄에게 짧게 말했다.
“새롭게 들어온 이들에 대한 정보는 잘 정리해서 줘.”
“네. 금방 보고 올리겠습니다.”
켄의 대답을 뒤로 하고 나는 연무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제 봄 평가 대회가 얼마 남지 않았어.”
날씨는 점점 더 추워지고 있었지만, 그만큼 봄은 더 가까워졌다는 이야기였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오는 게 당연한 자연의 이치이니까.
‘칼페온 제국 수도의 날씨는 대한민국과 똑같이 설정했으니.’
연무장에 도착하자 바람이 더욱 심해졌다.
한기가 옷깃을 파고 들어 뼛속까지 시리게 했지만 바람의 호흡법으로 마나를 몸속에 돌리자 금세 몸이 데워졌다.
이런 작은 부분들이 나를 언제나 놀라게 만들었다.
나는 아룬 칼 레오드이며, 내가 사는 곳은 현대가 아니라 중세의 칼페온 제국이라는 사실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주었다.
“후우우우!”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바람의 호흡법으로 마나를 한 바퀴 돌리고 난 뒤 나는 정령들을 소환했다.
내 의지에 따라 자연스럽게 계약한 모든 정령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실프는 바람을 타며 돌아다녔고 운디네는 가만히 내 어깨에 앉았다.
그리고 샐러멘더는 차가운 바람이 싫은 듯 꼬리의 불꽃을 더욱 크게 일으켰다.
‘이제 소환만으로는 마나가 거의 소모 되지 않는군.’
레벨이 올라가고 하급 정령술사가 된 이후 여러 가지 변화들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마나 소모 효율이었다.
최하급 정령술사였을 때는 이렇게 모든 정령을 소환하면 마나 소모가 확실히 피부로 느껴질 정도였다.
지금은 마나 소모 효율이 확실히 올라갔고 그 말은 스킬의 마나 소모에도 적용이 된다는 뜻이었다.
즉 예전에는 한 번 스킬을 사용할 수 있었다면 지금은 마나 소모 효율이 좋아졌으니 두 번 사용할 수 있었다.
“큰 변화야.”
캐릭터 레벨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최대한 빨리 레벨을 올려 중급 정령사가 되는 게 중요해. 그리고 전투 경험은 더욱 많이 필요하고.’
소리스의 도움이 필요했다.
당분간 수사는 켄에게 맡겨두었으니 소리스 한 명이 빠져도 크게 문제는 없을 것이다.
켄을 보좌할 수 있는 인력 충원도 끝났다.
나는 근처에 대기하고 있는 하인 한 명을 불렀다.
“거기.”
“네, 전하.”
“가서 소리스를 불러오도록.”
“곧바로 전하겠습니다.”
하인이 종종 걸음으로 사라지고 나는 바람의 호흡법에 집중했다.
일단 마나의 절대량을 늘리는 게 급선무였으니 시간이 날 때마다 바람의 호흡법은 필수였다.
‘폴리시아 꽃이 있지만…… 시간이 너무 촉박해. 봄 평가 대회 직전에야 폴리시아 꽃의 효과가 나타나니까. 그 전까지 최대한 마나 홀을 늘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리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찾으셨습니까, 전하.”
나는 소리스 곁에 다가가 곧바로 본론을 말했다.
“어머니가 집필하신 정령술서가 있어.”
“어머니라면…… 황후마마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맞아. 어머니는 이그니에 가문의 마지막 가주셨고…… 상급 정령 마스터셨지. 최상급에 가까웠다고 들었어.”
소리스를 정식 스승으로 임명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황자, 황녀들의 스승은 아버지의 허락이 필요한 일이었다.
설사 아버지가 허락한다 하더라도 소리스의 출신을 보았을 때 귀족들이 반대할 게 분명했다.
더구나 현재 내게 시선이 집중 된 상황이니 새로운 변화를 줄 시기가 아니었다.
지금은 내가 강해지는 데 집중할 때였다.
“어머니의 정령술서를 소리스 자네가 좀 검토해 줘.”
소리스의 몸이 움찔 떨렸다.
“네?”
하긴 소리스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이, 이리엘 황후마마의 정령술서를 제가 어찌 감히…….”
어머니의 본명까지 알고 있다니 내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어머니의 명성이 높은 것 같았다.
“어머니에 대하여 잘 알고 있는 모양이지?”
내 말에 소리스의 표정에 동경이 드러났다.
“대륙의 정령술사 중 이리엘 님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황후마마가 되시기 전에도 이미 그분은 중앙 대륙 최고의 정령사로 불리셨죠. 지금은 폐하의 명성에 가려진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정령술사로 두각을 드러내신 건 폐하보다 이리엘 님이 먼저셨습니다.”
소리스가 호흡을 가다듬은 뒤 말을 이었다.
“폐하는 검을 주로 사용하시고 마법도 곁들이시지만 정령은 거의 부리시지 않았으니까요. 1차 정복 전쟁 당시 불의 최상급 정령을 소환하신 것으로 정령마저 마스터 수준이라는 사실을 널리 알리셨죠.”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일단 받아.”
나는 품에서 정령술서를 꺼냈다.
소리스가 감격하는 표정으로 바라보자 실전 경험에 대한 것에도 생각이 미쳤다.
그리고 이내 한 가지 생각이 번뜩 떠올랐다.
‘테드의 기사들!’
* * *
켄, 소리스 그리고 그림자 걸음 길드원들과 정말 많은 대련을 진행했지만 나의 실력을 크게 늘려 준 건 다름 아닌 두 번의 암살 시도였다.
침실에서 암살자들이 왔을 때 나는 죽음의 위기에서 냉정해지는 법을 다소나마 배웠고, 황궁 밖으로 나갔을 때의 대대적인 습격은 레벨 자체를 크게 올려주었다.
아무리 켄과 소리스와 다른 기사들이 실전처럼 대련을 해주지만 진짜 실전과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
정령술서에 정신없이 빠져 있는 소리스를 향해 내가 짧게 말했다.
“집무실에 가서 해석해 봐. 어머니는 최하급부터 최상급까지의 정령술이 기술되어 있어. 자네에게도 큰 도움이 되겠지.”
소리스가 허리를 깊게 숙였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전하, 그리고…… 제게 이런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자네가 내 사람이 된 이상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당연히 해줘야지. 자네가 본다고 정령술서가 닳는 것도 아니고.”
나는 소리스와 함께 잠시 궁으로 돌아갔다.
소리스는 자신의 집무실로 향했다. 걸음걸이가 매우 급해 보였다.
나는 웃음과 함께 켄을 찾았다.
오후 수련을 하는 줄 알았던 내가 갑작스레 자신의 집무실에 들어오자 켄은 놀라며 말했다.
“전하!”
“아, 앉아. 간단하게 상의할 문제가 있어서 말이야.”
수사에 관련된 것인 줄 알고 켄이 화급히 물었다.
“혹시 다른 단서라도 찾으신 겁니까?”
“궁에만 있는 내가 뭘 찾을 수 있나. 다른 문제 때문이야.”
나는 잠시 켄의 집무실을 둘러보았다.
궁을 재정비하면서 켄과 소리스에게 집무실을 따로 마련해주었다.
화려하지 않지만 공간도 넓었고 필요한 것은 모두 갖춘 집무실이었다.
소파에 앉자 켄이 자연스럽게 내 반대편에 엉덩이를 붙였다.
“수사를 하면서 애트란 가문을 엮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점은 역시 봄 평가 대회다.”
“네. 그 이후 성년식이 있으실 예정이고…… 그 전까지는 황태자라는 직위를 공고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이들은 쉽게 인정하지 않고 언제든지 전하의 자리를 노릴 것입니다.”
성년식이라니 뭔가 새로웠다.
‘그렇지, 아직 열일곱 살밖에 되지 않았어.’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맞아. 내 실력 증진이 무엇보다 중요해. 그래서 소리스에게 정령술서 검토를 맡겼어.”
켄의 표정에 경악이 번졌다.
“신하에게 일방적인 충성만 요구하는 군주는 오래가지 못하는 법이지.”
내 말에 켄이 움찔 몸을 떨었다.
“그런…… 생각을 하시기가 쉽지 않을 텐데요.”
군주가 수하에게 일방적인 충성을 요구하는 것이 이곳의 문화이며 상식이었고, 또 수하는 응당 아무런 조건 없이 군주에게 충성을 바치는 게 미덕이였다.
하지만 인간이라는 생물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고 나는 믿었다.
“관계에 있어 일방적인 것은 없어. 자네도 수잔을 찾았듯 소리스에게도 가장 필요한 것을 주었을 뿐이야.”
“저, 전하.”
말을 더듬는 켄을 향해 내가 손을 저었다.
“가장 원하는 것을 주는 게 당연하다는 이야기야. 그리고 마음에 걸리는 것들도 하나하나 해결해야지. 예를 들어 그림자 걸음 길드 문제 같은 것을 말이야.”
켄은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나에 대한 그의 평가도 시시각각 변하는 것 같았다.
“이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하고. 테드의 기사들은 아직 감금되어 있지?”
“네. 조만간 처벌 집행이 이루어질 겁니다.”
“폐하께서 그들의 처벌마저 나에게 맡겼으니 내가 잠깐 활용해도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은데.”
켄이 눈을 가늘게 떴다.
“따로 생각이 있으신 겁니까?”
“어. 그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려고.”
“어떤…….”
“대련.”
내 말에 켄이 몸을 벌떡 일으켰다.
“전하!”
“그들의 사면을 걸고 대련할 생각이야. 어느 때보다 실전에 가깝겠지.”
여러 번 이용할 순 없겠지만 적어도 한 번은 제대로 된 실전을 치룰 수 있는 기회였다.
그들은 사면받지 못하면 처형당한다.
황족, 황태자 능멸에 대한 처벌은 결코 가볍지 않으니까. 본인들이 처형당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가족들에게도 화가 미칠 수 있었다.
아마 내 제안을 듣는다면 최선을 다해 대련을 임할 게 분명했다.
“하지만 너무 위험합니다.”
“봄 평가 대회에서의 목표는 첸을 이기는 정도가 아니야. 우승하는 것이지.”
첸은 통과 의례에 불과했다.
황태자 아룬 칼 레오드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사실을 똑똑히 보여주기 위한 자리였다.
무엇보다 아버지의 인정을 받기 위한 자리라 할 수 있었다.
지금 아버지의 관심은 단지 내가 달라졌다는 것에 그쳤다.
진짜 황태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더 많은 증명이 필요했다.
“아무리 그래도…….”
“암살 시도는 끝나지 않을 것이고 그조차도 나는 실전 기회라고 생각하려고. 그리고 봄 평가 대회에 기사들의 출전이 많은 건 당연한 일. 테드의 기사들은 입심만큼이나 실력도 괜찮거든.”
직접 만나서 레벨을 확인해봐야 알겠지만 어쨌든 테드를 수행하던 이들이니 최소 켄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더 뛰어날 것이다.
하급 정령술사인 내가 그들과 정면 대결을 하는 건 무척 위험한 일이었지만, 실력을 단기간에 늘리기 위해서는 그 정도 위험은 감수할 수 있었다.
“일단…… 준비시켜 보겠습니다.”
“내가 직접 이야기 할 생각이야. 참, 게일에게 소식은 전해졌나?”
이왕 만난 김에 게일 소식도 물어보았다.
“네. 통신구가 있는 마지막 영지에서 오늘 오전에 연락 왔습니다. 아마 내일쯤이면 도착할 겁니다.”
“그거 다행이군.”
게일이 죽지 않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현실이 정말 안타까웠다.
‘젠장. 내 입지가 더 확실했다면…… 고르란의 부활을 확실하게 주장해서 지원군을 파견할 수 있었을 텐데.’
결국 강해지는 게 답이었다.
그래서 나는 켄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테드의 기사들 궁으로 데리고 와. 많이 피폐해졌을 것 같으니까 회복할 포션도 준비해 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