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37)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37화(37/278)
37화.
바렌이 쇄도하는 경로에 불의 장막을 뿌렸다.
샐러멘더가 꼬리를 흔들며 불꽃을 키웠다.
바렌은 거칠게 검을 흔들었고 나는 뒤로 물러나며 바람의 사슬 역시 동시에 사용했다.
‘마나가 절반 정도 남았나.’
나는 아주 찰나에 불과하지만 바람의 호흡법을 운용했다. 마나가 조금이나마 회복 되었다.
솔자르와의 대결 직후 곧바로 바렌을 도발했기 때문에 마나의 양을 조절하는 게 중요했다.
패배보다는 당연히 승리가 레벨 경험치도 많이 주고 스킬 숙련도도 많이 올랐다. 무엇보다 나를 무능하다고 모욕한 이들에게 내게 패배하는 치욕을 선사하고 싶었다.
어느 때보다 집중력이 올라가는 느낌이었다.
‘운디네.’
단숨에 승부를 보기 위하여 바렌에게 일부러 허점을 노출했다.
운디네가 내 생각을 읽고 옆구리에 슬며시 붙었다.
바렌은 이미 분노로 눈이 돌아간 모양인지 내 허점을 보자 거침없이 달려들었다.
오른쪽으로 도는 바렌의 속도는 무척 빨랐다.
나는 바람과 대지의 흐름을 사용하면서 바렌의 공격을 피할 것처럼 행동했다.
강렬한 기세로 바렌이 검을 찔러 넣었다.
솔자르보다 레벨이 낮다고는 하지만 바렌 역시 중급 소드 익스퍼트 경지의 기사라는 사실을 의심할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캉-!
바렌의 몸이 비틀거렸다.
이미 내 옆구리에는 운디네가 바렌의 검 끝의 크기보다 살짝 크게 물의 장벽을 생성하고 있었다.
회심의 공격을 실패하면 반격의 위험에 노출되는 법이었고 나는 그 기회를 잡았다.
바람의 사슬이 바렌의 머리카락을 잘랐다.
서걱-!
바렌의 머리카락이 산발이 되어 흩날렸다.
그 서늘한 기세에 바렌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더 할 필요가 없군.”
긴박한 순간을 막 넘겼기 때문에 나는 숨이 차올랐지만 필사적으로 억누르며 담담하게 말했다.
“그대와 솔자르에 대한 처벌은 곧 집행될 예정이니 대기하고 있도록.”
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떨어진 자신의 머리카락을 보고 있는 바렌을 뒤로하고 연무장에서 벗어났다.
소리스와 켄이 즉시 따라 붙었다.
“괜찮으십니까?”
켄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좋은 경험이었어. 확실히 기사들은 다르군.”
켄과 소리스와 대련할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을 주었다. 암살자들에게도 느끼지 못했던 정통 검술의 위력을 두 기사를 통하여 조금이나마 느꼈다.
바렌 같은 경우는 너무 흥분하여 쉽게 이겼지만 솔자르는 확실히 힘들었다.
‘과연 명문가의 검술이라는 건가.’
물론 솔자르는 애트란 핏줄이 아니기 때문에 독문 검술은 전수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솔자르는 충분히 강했고, 애트란 가문이 보편적으로 가르치는 검술의 위력도 상당하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주었다.
“아바마마께 알현을 신청해. 저 둘에 대한 처벌을 보고해야 되니까.”
수사권은 물론이거니와 처벌권도 받았지만 그래도 보고는 필요했다.
그리고 아버지를 만나는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고르란의 부활에 대해서 운은 떠 보아야겠어.’
내 성장을 위하여 노력하면서도 게일에 대한 걱정을 지울 수가 없었다.
켄이 즉시 대답했다.
“네.”
“아바마마께 아무래도 게일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봐야겠어.”
“네. 게일 님이 위험에 빠져 있으니까요.”
솔직히 아버지에게 크게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요새 아버지가 내게 주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니까 혹시 내 말에 귀를 기울일 가능성도 있었다.
나는 궁에 도착한 뒤 저녁부터 먹었다.
확실히 하인, 시녀들이 새로 들어오니 음식도 더 입에 맞는 것 같았다.
소리스는 다시 정령술서에 빠져 들었고 내일 아침쯤에는 정령술서에 관해서 첫 번째 수업을 진행하겠다고 알렸다.
공식적인 스승은 아니었지만 소리스가 내 스승이나 다름없으니 그의 수업은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집무실에서 저녁을 모두 먹자 켄이 대전의 소식을 알려왔다.
“폐하께서 알현을 허락하셨습니다.”
나는 곧장 몸을 일으켰다.
이번에는 켄을 대동하고 대전으로 향했다.
이제 대전으로 가는 길도 제법 익숙해졌다.
많은 귀족들이 예전과는 다른 눈빛으로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물론 탐색하는 눈빛이 대부분이었다.
‘경멸하는 것보다는 낫지.’
나는 미소로 궁을 나가는 그들과 인사를 나누며 대전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번에도 대전에는 아버지 홀로 계셨다.
켄은 고개를 숙이며 예의를 표했고 나 역시 황제를 대하는 예의를 잊지 않았다.
“자주 보는구나.”
아버지의 말에 내가 짧게 대답했다.
“근래에 일이 많습니다.”
“하긴 그렇지.”
기억을 더듬어 보면 아버지와 내가 아기 때 이후로 이토록 자주 만나는 건 처음이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아버지는 나를 거의 만나지 않았고 내가 무능함을 증명할수록 아버지와는 더욱 멀어졌다.
“바렌과 솔자르에 대해 처벌하기로 결정하여 알현을 신청했습니다.”
“그들에 대한 처리는 네게 맡겼다. 새삼 나와 논의할 건 없지.”
아버지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나는 더 이상 테드의 기사에 대하여 이야기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시간을 허투로 쓰는 것을 혐오하는 성격이었다. 이미 내게 맡겼는데 그 문제를 가지고 다시 한 번 나와 논의하는 것은 아버지 입장에서 시간 낭비였다.
그래서 나는 그냥 하고 싶었던 말을 곧바로 꺼냈다.
“어둠의 숲에서 들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아버지의 눈빛이 착 가라앉았다.
아직도 나는 내가 칼페온 제국 내 침실 안에서 새롭게 눈을 뜬 그 날의 일을 기억했다.
-이런 쓸데없는 일로 짐을 부르지말도록.
그 무섭도록 차갑고 섬뜩했던 아버지의 목소리가 되살아났다.
아버지에게 시간이란 바로 그런 의미였다. 아무리 아들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시간이 낭비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내게는 아픈 기억이었지만 적어도 이 시점에서 게일에게 도움이 되고 또 아버지에게도 시간을 낭비시키지 않는 정보니까.
“어둠의 숲과 서쪽 숲의 경계에서 어둠의 기운이 부활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아버지가 몸을 일으켰다.
* * *
게일은 어깨를 지혈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서걱-!
벌써 오크의 목을 몇 마리나 베었는지조차 잊었다.
“대, 대장!”
남은 수하 중 한 명이 공포에 질린 목소리로 게일을 불렀다.
게일이 시선을 돌렸다.
남은 건 자신을 포함한 셋이 전부였다.
그리고 능선 위로 개미 떼만큼이나 많은 오크들이 파도처럼 밀려들어왔다.
게일이 낮게 말했다.
“전력을 다해 달려라.”
“네.”
이미 도망치는 것도 한계에 다다랐지만, 게일은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완전한 착각이었다. 마적단이 아니었어…… 인간이 아니었어.’
누구도 그들을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 뒤늦게 깨달았다.
마적단이라 짐작한 건 마을에 대한 약탈과 학살, 그리고 빠른 기동력 때문이었다.
하지만 마적단의 근거지는 오크의 소굴이었다.
게일은 말을 몰면서 잠시 능선 위를 살폈다.
오크들은 무서운 속도로 추격하고 있었고, 그중 유난히도 거대한 오크가 보였다.
‘오크의 왕이 탄생했다.’
게일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이 자리에서 그냥 죽을 순 없었다.
어둠의 숲에서 오크 왕이 탄생했고 어마어마한 규모로 군대의 숫자를 늘리고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수도에 보고해야만 했다.
만약 빠르게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제국의 서부는 오크로 인하여 쑥대밭이 되리라.
‘뜯어진 시체를 보고도 몬스터가 먹었다는 사실을 짐작하지 못했다.’
식인까지 일삼는 미친 마적단이 아니라 몬스터라는 사실을 짐작했다면 지금의 상황이 달라졌을까?
게일은 고개를 저었다.
감각이 무뎌졌다.
오직 아룬을 지키는 것만이 자신의 남은 임무라 생각하여 다양한 경험들에 대한 감각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
‘남은 이들만이라도 지키고 반드시 돌아간다.’
여기서 죽을 순 없었다.
이리엘의 유언을 지키고자 기사가 아니라 황태자궁의 집사장으로 남은 것이었다.
무능했던 이리엘의 핏줄이 이제 완전히 달라져 자신의 자리를 위하여 싸우기 시작했다.
마땅히 가져야 할 자리임에도 아룬을 위협하는 세력은 너무나도 많았고, 아룬에게 기사라고는 오직 자신 한 명뿐이었다.
게일이 앞을 가로막은 오크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형용한 금색의 오러가 게일의 검에서 빛나고 있었다.
* * *
“누구에게 들었나?”
“오크 술사들이 떠드는 것을 들었습니다.”
아버지의 표정에서는 아무것도 읽어낼 수 없었다.
나는 그저 기다렸다.
강한 주장도 필요없었고, 간결하게 들은 사실만 전했다.
내가 아버지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기 위하여 강하게 말을 하거나, 장황하게 설명을 늘어놓는 건 좋지 않았다.
아버지가 내 말을 믿는 것이나, 믿지 않는 것이나 내가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은 없었다.
“알아보지.”
일단 아버지는 내 말을 곧바로 내치지는 않았다.
그리고 나는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했다.
아버지가 알아본다고 했으니 서부 영주들에게 소식이 갈 것이고, 그 것만으로도 게일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다.
‘문제는 시간이지. 게일의 죽음을 내가 정확하게 기술한 것은 아니니…… 게일이 죽지 않을 수도 있어.’
내가 이 시점에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미리 이 기억을 떠올렸다면 게일을 절대로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젠장. 그렇게 꼼꼼하게 적는다고 적었는데.’
내 실책 때문에 게일을 사지로 몰아넣었다는 죄책감이 들었다.
나는 아버지에게 고개를 숙인 뒤 대전에서 나갔다.
켄이 옆으로 바싹 붙으며 물었다.
“폐하께서 빨리 움직여주셔야 게일 기사님이 조금이라도 안전해지지 않을까요?”
나는 내가 알고 있는 아버지에 대한 것을 켄에게 말했다.
“1차 정복 전쟁이 지방 영주들이나 혹은 다른 나라들에게 가장 크게 남긴 것이 무엇인지 알아?”
켄은 대답하지 않았다.
내가 말을 이었다.
“바로 아바마마에 대한 두려움이지.”
1차 정복 전쟁에서 가장 큰 전공을 세운 건 다름 아닌 바로 아버지였다.
대가문의 소드 마스터, 마법사들은 그저 아버지의 뒤를 받쳐주는 역할일 뿐이었다.
“특히 서부 지방 영주들은 당시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반발조차 못하고 항복한 이들이 많아. 그들에게 아버지가 명령을 내리면 어떻게 되겠어?”
“부리나케 움직이겠군요.”
“그래. 1차 정복 전쟁이 끝난 지 오 년도 되지 않았으니까. 여전히 아버지가 적 기사단을 홀로 쓸어버리는 모습, 왕들을 무릎 꿇리는 모습이 선명하게 남아 있을 거야.”
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 생각하니…… 폐하께서는 과연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셨군요.”
“그래. 일인군단이나 마찬가지시지. 어쨌든…… 게일이 살아 돌아오기를 바랄 수밖에 없어. 그가 없으면 많은 게 흔들리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를 취하였지만 해결책은 아니었다.
어쩌면 이미 늦었다는 생각이 들어 불안했다.
‘다시는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굳게 결심했다.
켄이 살며시 물었다.
“그나저나 이황자의 기사들은…….”
내가 싱긋 웃었다.
“이황자에게 돌려보내.”
“네?”
되묻던 켄이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켄 역시 깨달은 것이다.
내가 사형을 집행하는 것보다 두 기사에게 더 큰 고통은 바로 살아서 테드에게 복귀하는 일이었다.
테드의 진짜 성격을 알고 있는 나는 두 사람의 운명을 짐작할 수 있었다.
‘잔인한 일이지만…… 테드에게도 한 번쯤은 굴욕을 선사해야지.’
지금까지는 두 기사가 모욕한 것을 갚았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조정한 건 테드였고, 그는 심심치 않게 자신의 기사들을 이용하여 나를 능멸하는 것을 취미로 삼았다.
이제 내가 그들을 실력으로도 이기고 자비마저 베풀어 돌려보낸다면 테드는 어마어마한 굴욕감을 느낄 것이다.
‘이제 시작이다.’
그때 켄이 한 가지를 더 말했다.
“베레곤 공작이 전하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오늘 대련도 지켜본 모양이더군요.”
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게 무슨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