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38)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38화(38/278)
38화.
켄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황자궁에서 연무장을 봤다고 합니다.”
나는 무척 놀랐다.
이황자궁과 황태자궁은 정말 멀리 떨어져 있었다.
이내 나는 베레곤이 소드 마스터라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인물이 득실거린다는 사실을 잠시 잊었어. 아버지가 워낙 괴물이라.’
아버지의 존재감에 가려 있지만 베레곤 역시 이 시대를 대표하는 마스터 중 한 명이었다.
“베레곤 공작이 내게 관심이 아주 많아진 모양이야. 근데 그건 어떻게 파악했나?”
“하인과 시녀는 어디에나 있죠. 그래서 그들이 황태자궁 하인과 시녀를 꽂아 넣어 전하의 생활에 대하여 보고받지 않았습니까.”
켄의 대답에 나는 절로 웃음이 새어나왔다.
참으로 대담한 켄의 행보에 나는 이미 그의 성격에 대하여 잘 알고 있다고 하지만 무척 놀랐다.
“역으로 그들의 하인과 시녀들 중 일부를 포섭했다는 건가?”
“마음에 들지 않으십니까?”
켄의 질문에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아주 마음에 드네.”
적의 첩자는 잡아내어 적을 압박하고, 나의 첩자는 최대한 활용하는 건 좋은 일이었다.
음모와 계략이 난무하는 중앙 정치에서 이 정도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베레곤이 나를 지켜본다니 연무장도 더 이상 마음 놓고 사용하지 못하겠군.”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다는 건 굉장히 신경이 거슬리는 일이었다. 특히 그 사람이 나를 적대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랬다.
“지켜보는 것을 막을 수도 없고…… 솔직히 베레곤이 내 수련을 훔쳐본다고 하여 달라질 건 없잖아. 그는 훔쳐보지 않아도 내 경지 정도는 충분히 알 수 있는 사람이니까.”
“네. 그래도 베레곤 공작이 궁에 있는 시간이 길어진 만큼 최대한 살펴보겠습니다.”
켄이 있어서 든든했다.
황태자궁으로 가는 길은 여전히 추웠지만, 그래도 희망이 있었다.
어쨌든 아버지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다는 사실 자체가 굉장히 중요했다.
현안이 산더미처럼 쌓인 황제에게 나의 의견은 보잘것없을 수도 있었다.
‘요새 보인 모습이 확실히 아버지에게 각인된 모양이야.’
집무실로 돌아오자 이미 날이 어두워졌다.
나는 켄에게 쉬라고 한 뒤 집무실에 앉아 상태창을 살폈다.
바렌과 솔자르와의 대결 이후 레벨이 2가 올라 캐릭터 레벨이 22가 되었다.
“보너스 스탯 100이라 나쁘지 않군. 당장 사용할 순 없지만 보너스 스탯은 차곡차곡 쌓아놔야 필요할 때 쓸 수 있으니까.”
스킬 레벨은 불의 장막만 1에서 3으로 올랐다.
상태창을 보는 김에 퀘스트도 한 번 살폈다.
변화는 없었다.
나는 ‘보이지 않는 손길로부터의 해방’ 퀘스트를 보면서 책상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고민에 잠겼다.
‘이제 겨우 두 달 남았어. 그 안에 또다시 암살 시도가 있을까?’
암살이라는 건 쉬운 게 아니었다.
더구나 이미 두 번이나 실패했으니 또 시도하려면 전보다 훨씬 세밀한 준비가 필요했다.
아버지의 시선까지 내게 집중되어 있었고 다른 귀족들도 마찬가지인데, 이런 상황에서 첸은 또다시 멍청한 짓을 저지를까?
그가 다혈질이기는 하지만 멍청하지는 않았다.
멍청하다면 애초에 그는 마법사가 될 수 없었다.
마법은 범인 수준의 머리로는 익힐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분야로 설정했으니까.
‘더구나 그는 어린 나이임에도 벌써 4서클이지. 아무리 외가의 대대적인 지원이 있다 하더라도 본인이 멍청하면 4서클에 오를 수 없어.’
첸이 테드에게 유독 경쟁심을 느끼는 이유 역시 그가 마법사라는데 있었다.
애트란 가문은 제국을 대표하는 검술 가문이고, 첸의 외가 바르론 가문은 마법 명가이니 서로 경쟁하는 건 당연했다.
단순히 추구하는 학문이 다른 것만이 아니라 베레곤 드 애트란 공작과 데이본 덴 바르론의 영향력도 마찬가지였다.
두 공작은 제국의 개국 공신이고 젊은 시절부터 오랜 경쟁 관계였다. 그 관계가 외손주들에게도 이어졌고 테드는 한참이나 앞서나가는 상황이었다.
그동안 나는 무늬만 황태자였기 때문에 아무도 의식하지 않았는데 불쑥 내가 황태자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든 것이다.
‘이런저런 관계를 생각하고 첸의 성향을 고려했을 때 아무리 퀘스트라고 하지만 암살시도를 확신할 순 없어.’
물론 가능성을 아예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퀘스트가 끝나지 않았으니 한 번 쯤은 충분히 추가 암살 시도가 있을 수 있었다.
‘암살 시도도 레벨을 올릴 수 있는 기회일 뿐.’
나는 생각을 하면서도 웃겼다.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조차 성장의 기회로 삼으려고 하는 내 자신이 한편으로는 섬뜩하게 느껴졌다.
이제 칼페온 제국과 위태로운 황태자라는 신분에 완전히 적응한 것 같았다.
“바람의 호흡법에 집중하자. 마나의 양을 늘리는 게 가장 중요하니까.”
암살 시도에 대한 대비도 중요하지만 바람의 호흡법을 할 시간이었다.
아차, 나는 한 가지를 더 확인하기 위하여 서랍에서 노트를 꺼냈다.
“고르란의 부활에 대해서 더 자세한 정보를 떠올려야 돼.”
오랜만에 현대의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
* * *
아침에 눈을 뜨고 창문을 활짝 열었다. 차가운 한기가 아직 달아나지 않은 잠을 쫓아냈다.
나는 크게 숨을 몰아쉬었다.
‘결국 고르란의 부활에 관한 건 딱히 떠오른 게 없어.’
어제 꽤 오랫동안 집무실에서 기억을 떠올렸지만 정작 도움이 되는 건 없었다.
카렌은 고르란의 부활을 먼저 알아채고 피해를 입을 제국민들을 위해서 나섰다.
악의 화신은 론 칼 레오드이지 변함없이 이 땅을 살아가고 있는 제국민들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카렌이 장기적으로 악의 제국에서 구해내야 될 사람들이었다.
카렌은 어둠의 숲 남부에서 드워프가 벼리고 엘프가 달빛을 담은 검 ‘라디’를 얻게 된다.
라디로 오크의 왕을 벤 카렌은 제국 서부의 살고 있는 제국민들에게 큰 명성을 떨친다.
고르란의 부활에 대하여 집필한 내용 자체가 거의 없었다. 주인공의 애검 라디를 얻게 되는 사건 중 하나로 악의 부활을 사용한 것뿐이었다.
‘허술함 그 자체야.’
나는 내 스스로에게 혀를 차며 질책했다.
고르란의 부활은 제국에게도, 그 근처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엄청난 일이었지만 주인공에게 검 하나 주겠다고 너무 대충 썼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사건이 현실이 되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가볍게 넘어가기 위한 설정 중 하나가 나의 사람을 위험에 빠뜨렸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라디는 어디에 있는지 자세히 쓰지도 않았어. 고르란이 부활하고 영역을 넓혀가는 곳 중 하나가 어둠의 숲 남부이니 대충 그쯤으로 설정했지.’
“기다릴 수밖에.”
내가 당장 서쪽 숲으로 달려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대규모 병력을 파견할 권한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아버지에게 보고했고…… 알아보신다는 대답을 들었으니 초조해도 차분하게 기다리자.’
나는 애써 게일에 대한 문제는 잊었다.
그가 무사히 돌아오면 좀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뒤 침실에서 나왔다.
식사도 이제 침실이 아니라 황태자궁 전용 식당에서 하고 있었다.
‘이제 굳이 방에만 있을 필요는 없으니까.’
식당으로 내려가자 이미 아침 준비로 하인과 시녀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중이었다.
“전하!”
나를 가장 먼저 발견한 하인의 인사를 시작으로 줄줄이 예의를 표하는 하인과 시녀들을 보면서 나는 손을 저었다.
“마저 식사 준비하게. 켄과 소리스는?”
“네. 내려오는 중입니다.”
하인의 대답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았다.
역시 폴리시아 꽃이 들어간 요리가 나왔다.
이제 향이 너무나도 익숙해 어떤 요리가 나와도 폴리시아 꽃이 들어갔는지, 들어가지 않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효과가 있는 게 확실한데 향이 너무 강하니 매번 먹는 것도 곤욕이군.’
나는 그래도 만든 사람들의 성의를 생각해서 내색하지 않고 포크와 나이프를 들었다.
곧 켄과 소리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전하.”
“아, 그쪽에 앉아. 아침부터 먹자고.”
내 말에 켄과 소리스도 자리를 잡았다.
“봄 평가 대회의 상대가 첸만은 아니지 않습니까.”
불쑥 말을 꺼낸 켄의 목소리에 내가 잠시 포크를 내려놓고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목표는 우승이니까.”
“슬슬 지방에서 올라오는 실력자들이 수도에 도착할 시기입니다. 미리 한 번 봐두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미리?”
소리스가 슬쩍 끼어들었다.
“켄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와중에도 며칠 동안 정리한 명단이 있습니다. 그중 알려지지 않은 강자들도 있는데 전하께서 봐두시면 대회 때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나는 두 사람의 말에 의문을 표했다.
“평가 대회 하나만 보고 올라온 이들이 자신의 실력을 보여줄까?”
켄이 싱긋 웃었다.
“실력을 숨기고 싶어 하는 이들도 있지만, 경쟁자를 미리 탈락시키고 싶어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위한 무대도 있고요.”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불법…… 도박장 같은 건가?”
켄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소리스도 감탄하는 표정이었다.
나는 피식 웃었다.
“제법이라고 생각한 모양이지?”
소리스가 서둘러 답했다.
“새삼 전하의 식견에 놀랐습니다.”
“식견이랄 것까지야. 경쟁자를 미리 탈락시키는 방법은 당연히 참가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지. 암살도 하겠군. 또 그런 것을 이용하여 돈을 벌려는 놈들도 당연히 생길 것이고. 불법 도박장은 가장 쉬운 것 중 하나 아닌가.”
“통찰력이 뛰어나시군요.”
켄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쉽게 생각할 수 있지. 통찰력이라 할 것도 아니야.”
내 말에 소리스가 자신의 생각을 얹었다.
“평민들의 삶과 봄 평가 대회 참가자들의 목적 등 여러 복합적인 부분을 완전히 이해해야 가능한 생각이십니다.”
이제는 내가 놀랄 지경이었다.
‘아니 그게 그렇게 대단한 일인가?’
나는 내색하지 않고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둘에게 좋은 인상을 남겨서 나쁠 건 없으니까.
식사를 마친 뒤, 나는 켄의 제안을 곧장 실행하자고 했다.
“이왕 말이 나왔으니 오늘 궁을 나가지.”
소리스가 고개를 저었다.
“전하 참가자들을 보는 것도 좋지만 궁 밖으로 나가시는 건 좀 더 준비가 필요합니다.”
이미 한 번 밖으로 나갔다가 습격을 당했다.
“얼마나 걸리지?”
“오후면 나가실 수 있습니다.”
대답은 켄에게서 나왔다.
“그렇게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닙니다.”
소리스가 반대했다.
시기에 대한 두 사람의 의견이 갈리자 나는 고민에 잠겼다. 소리스가 걱정하는 부분이 무엇인지도 잘 이해되었는데, 켄이 매우 적극적으로 나섰다.
“많은 인원들이 충원되었습니다. 그때와는 다르게 적들도 준비가 필요한 시간일 겁니다. 이때가 오히려 가장 안전할 수 있습니다.”
“흠, 오전 중에 결정하지. 일단 준비는 해둬.”
나는 켄에게 집무실로 따라오라고 말한 뒤 몸을 일으켰다.
‘경쟁자들을 보는 게 가치가 있을까?’
위험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는 게 어려우면서도 중요했다.
‘하긴 중요한 결정은 언제나 어려운 법이지.’
나는 뒤를 따라오고 있는 켄에게 말했다.
“경쟁자를 봐야 한다는 건 내가 봤으면 좋겠다는 인물이 있다는 뜻 아니야?”
켄이 움찔 몸을 떨었다.
이내 켄의 입에서 사람의 이름이 나왔다.
“예, 소리스도 저도 전하가 미리 보셨으면 하는 인물이 있습니다. 데이비드라고, 한때 대륙에서 무딘 검으로 불렸던 자인데 워낙 활동 기간이 짧아 많은 사람들이 알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아는 사람은 무딘 검 데이비드를 잊지 못하고 있답니다.”
데이비드라는 이름은 정말 많았다.
하지만 무딘 검이라 불렸던 이는 단 한 명뿐이었다.
“무딘 검? 설마 용병왕의 수하였던 무딘 검을 말하는 것인가?”
켄이 놀라며 물었다.
“아시는 모양이군요.”
당연히 알았다.
그는 주인공의 동료이고 내가 꽤나 공들여 설정한 조연이었으니까.
“그가…… 수도에 왔다는 말인가?”
미래가 비틀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