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42)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42화(42/278)
42화.
똑똑-!
노크 소리에 내가 짧게 대답했다.
“들어오도록.”
문이 열리며 하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전하, 대전에서 사람이 나왔습니다.”
“대전? 들어와.”
하인 뒤에서 남자가 한 명 모습을 드러냈다.
남자가 들어온 뒤 내게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다.
“아바마마께서 보냈나?”
“그렇습니다.”
짧은 대답이었지만 나는 서늘한 남자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인형 같은 남자의 얼굴에는 표정이 없었다. 남자가 풍기는 기운 역시 싸늘하여 집무실 공기마저 얼어붙는 것 같았다.
나는 하인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자네는 그만 가서 일 보도록.”
하인이 고개를 숙인 뒤 나갔다.
“그래 무슨 일이지?”
“서부의 일로 폐하께서 전하라 하신 말씀이 있어서 왔습니다.”
황제의 명령을 편하게 앉아서 받는 건 예의에 어긋나는 일, 나는 몸을 일으킨 뒤 의자에서 벗어나 남자의 앞에 섰다.
“전하, 예를 취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폐하께서 간략하게 전해만 주고 오라고 하셨습니다.”
예를 표하지 않아도 된다니 나는 잠시 쉴 겸 테이블 앞에 있는 가죽 소파로 자리를 옮겼다.
“그래. 자네도 그쪽에 앉지. 서부라면 아바마마께서 내 말도 듣고 오라 하셨을 것 같은데, 맞나?”
“그렇습니다.”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남자의 모습을 보자마자 곧바로 느꼈다.
‘그림자.’
나는 지금은 아버지이지만 한때는 내 소설의 최종 보스 론 칼 레오드에게 몇 가지 특별한 설정을 더했는데 그림자는 더 특별한 설정이었다.
황제를 지근거리에서 보호하는 호위 기사는 물론이거니와 정책 방향까지 제시하는 조직이 바로 그림자 조직이었다.
딱히 명칭은 정해두지 않았지만 그림자 조직은 황제의 손발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림자 조직의 소속된 조직원의 숫자는 대략 스무 명 정도였는데 그 중 눈앞의 남자는 나만이 아니라 귀족들도 모두 얼굴을 알고 있어 바깥의 그림자라 불렸다.
‘이자가 나를 찾다니…….’
눈앞의 남자를 제외한 그림자들은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애트란 가문의 가주 베레곤만이 아버지의 비밀 조직에 대하여 어렴풋이 짐작만 하고 있을 뿐 정확하게는 알지 못했다.
직접 설정한 나야 아주 잘 알았다.
그래도 내색하지 않고 그저 대전의 신하 중 한 명이라 생각하며 편안하게 입을 열었다.
“그래, 아바마마께서 자네를 보내신 이유가 뭐지?”
“서부의 일 때문입니다.”
켄에게 오전에 미리 들은 이야기가 있었지만 나는 짐짓 모르는 척 자연스럽게 물었다.
“게일은?”
“서부 영주들이 폐하의 명령에 따라 서쪽 숲과 어둠의 숲 남부를 조사했고 그 와중에 꽤 많은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이미 고르란이 부활했고 오크의 왕마저 탄생했다.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은 서부 영주들과 군사들이 그들을 막아낼 턱이 없었다.
고르란이 부리는 오크의 왕은 결코 단순한 몬스터 따위가 아니었다.
나는 대륙의 여러 종족을 설정했는데 몬스터는 어둠의 종족이라 할 수 있었다.
엘프는 빛의 종족이고 인간은 그 중간격인 종족이었다.
‘카렌이 대륙에 명성을 떨친 건 바로 어둠의 종족의 부흥을 사전에 예방하거나 혹은 이미 부흥했을 때 그들을 제국을 대신해서 막아냈기 때문이었어.’
나 역시 카렌과 같이 명성을 드높일 수 있는 기회였다.
제국에서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일을 황태자인 내가 해낸다면 나의 정치적 입지는 물론이거니와 능력 자체도 크게 증명할 수 있었다.
내가 고민에 잠기자 잠시 숨을 고르던 바깥 그림자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오크들이 군단을 형성한 것을 확인했고…… 마적단 소탕을 위해 파견을 나갔던 기사들의 시신 일부를 회수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게일 기사의 시신은 찾지 못해 일단 행방불명으로 보고 받았습니다.”
나는 짧게 물었다.
“그 사실을 알려주기 위하여 직접 찾아왔나?”
아버지는 내가 아무리 게일을 아껴도 사람까지 직접 보내 소식을 알리실 성격이 아니었다.
바깥 그림자가 대답했다.
“게일 기사의 소식도 소식이지만 폐하께서는 전하께서 어둠의 숲에서 겪으셨던 일을 좀 더 소상하게 듣고자 저를 보내셨습니다.”
나는 곤란한 표정을 숨겼다.
‘그거 지어낸 건데…….’
고르란의 부활에 대해서 게일 때문에 알리긴 알려야겠고 정보의 출처를 소상히 밝힐 수 없는 노릇이었으니 일단 지어낸 게 바로 오크 술사의 저주였다.
당시 정신을 잃기 전 오크들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꾸며낸 것이다.
나는 시간을 살짝 벌기 위하여 물었다.
“그런데 자네는 이름이 뭐지?”
바깥 그림자라고 부를 순 없으니 이름을 물었다.
남자는 의외의 질문이라 생각한 듯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지만 이내 내 물음에 이름을 밝혔다.
“진입니다.”
“성은 없나?”
“없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인 뒤 말을 이어나갔다.
“그래, 진. 아바마마께 잘 전해드려. 딱히 더 보고를 드릴 건 없어. 자네도 알겠지만 당시 나는 오크 술사에게 저주…….”
자랑할 만한 일은 아니었기에 잠시 말이 끊어졌지만 이내 숨을 고른 뒤 차분하게 말했다.
“저주에 당하기 전 혼미한 정신 상태였기 때문에 많은 것을 듣지 못했어. 정보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에 아바마마께 보고할 때까지 고민도 많이 했고. 만약 내가 일찍 보고했다면 게일이 행방불명 될 일도 없었겠지.”
진도 동의하는 눈치였다.
“일단 폐하께 그리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나는 진이 온 김에 궁금했던 정보를 물었다.
“새로운 정복 전쟁 준비가 한창이라 들었는데 그 와중 서부에 문제가 터졌으니 아바마마의 근심이 크시겠군.”
진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좀 더 직접적으로 물었다.
“곧 대전에서 이 문제가 공식적으로 다뤄지나?”
“그 부분까지는 제가 알 수 없습니다. 전 단지 폐하의 심부름만 하는 사람입니다.”
나는 몸을 일으켰다.
“그럼 이만 돌아가게. 아바마마께 잘 전해드리고.”
진이 고개를 숙인 뒤 나갔다.
나는 바깥 그림자라 부르고 싶은 것을 가까스로 참았다.
그를 격동시켜 그림자 조직의 관한 것을 캐내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니까.
‘아버지는 나의 적도 아니고…….’
* * *
게일의 행방불명은 내게 큰 타격이었다.
가장 믿을 수 있는 수하가 살아 있는지, 죽어 있는지도 모른다는 건 내게 큰 불안감을 주었다.
켄도 소리스도 분명 충신이라 할 수 있었지만 게일만큼 아직 신뢰하기 힘들었다.
새롭게 얻으려 노력하고 있는 무딘 검 데이비드는 비교 대상도 될 수 없었다.
게일은 내가 어렸을 때부터 곁을 지켜왔던 신하이고, 어머니의 유언을 들은 사람이었다.
나는 애써 게일에 관한 것을 잊기 위하여 수련에 집중했다.
지금 내가 게일을 걱정해보았자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었다.
‘서부로 달려간다고 내가 그를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냉정한 게 아니야. 그가 돌아왔을 때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그를 위한 길이다.’
게일은 아바마마와는 다른 의미의 아버지나 마찬가지였다.
“게일…….”
내가 이곳에서 눈을 뜨고 어렵지 않게 적응할 수 있었던 건 역시 게일 덕분이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역시 게일이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자 마음을 진정시키기 힘들었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 다 때려치우고 서부로 달려갈까?’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렸다.
나는 숨을 고르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들어오도록.”
켄이었다.
“전하!”
“그래. 무슨 일이지?”
“폐하의 신하가 방금 궁을 나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나는 빙긋 웃었다.
“나도 자네도 모두 폐하의 신하이지.”
반쯤은 농담이었다.
엄연히 이 제국의 주인은 아버지이고 제국의 신하는 모두 아버지의 신하였다.
나는 물론이거니와 다른 황자, 황녀들도 개인적인 조직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건 모두 아버지의 묵인 아래에 벌어진 일이었다.
후계자에 대한 아버지의 표면적인 입장은 능력 위주였고 세력을 일구는 것 또한 후계자의 덕목 중 하나였으니까.
그 과정에서 유력 귀족들의 개입 역시 아버지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자신감이다. 그 어떤 귀족들이 황자와 크게 세력을 일구어도 자신의 권력에 아무런 해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
내가 생각하는 사이 켄의 말이 이어졌다.
“폐하께서 따로 명령하신 것이 있으십니까?”
“아니, 따로 명령하신 것 없어. 오크 술사의 일에 대한 것만 자세히 물으셨지만…… 내가 기억하는 건 별로 없으니까.”
켄은 잠시 고민에 잠겼다.
무엇인가 생각할 게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켄을 재촉하지 않고 가만히 기다렸다.
아까 우려 놓은 차를 마시고 있자 켄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정복 전쟁이 중지될 수도 있겠군요. 봄 평가 대회도 앞당겨질 것 같고요.”
대회 시기가 당겨질 것 같다는 의견은 전에도 말했었다.
“정복 전쟁이 중지된다고? 그럴 일은 없을 거야.”
너무나도 단호한 내 목소리에 켄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서부의 문제는 전하께서도 예상하시는 바와 같이 굉장히 큰 문제입니다. 대륙 역사를 보면 어둠의 세력이 일어났을 때 항상 엄청난 피해가 있었습니다.”
제국이 어둠의 세력 부흥을 외면한다면 켄이 말하는 그 피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역사를 직접 집필한 나는 미래를 알고 있었다.
‘오크의 왕과 고르란은 카렌에게 죽는다. 그래서 서쪽 숲 엘프가 나서지도 않는 결과가 나오고…… 제국이 흔들리는 계기가 되지. 아버지의 악명이 쌓이기 시작했고.’
아버지는 서부 악의 세력 부흥은 외면하고 정복 전쟁을 진행했다.
“서부의 일을 외면하고 정복 전쟁을 진행할 순 없습니다. 아무리 폐하라고 하시지만 그냥 진행하시기는 힘들 겁니다.”
나는 내 미래 지식을 켄에게 설득력 있게 설명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일단 강조했다.
“자네 의견도 타당하지만 아바마마는…… 아마 외면하실 걸세. 작은 일이라고 생각하실 가능성이 높고 그런 일보다 아직 제국 아래 있지 않은 나라를 정복하는 게 더 큰 일이라고 생각하실 거니까.”
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내 말에 켄은 아버지에 대한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가 음모를 서슴지 않고 목적에 있어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성향이라고 하지만 켄 역시 영웅 카렌의 대의에 동조하는 사람이었다.
정의와 제국민 구제라는 명분과 부합하지 않은 오로지 개인의 욕심이라고 느끼는 정복 전쟁에 동의할 순 없었을 것이다.
“서부는 어지러워질 거고 어지러운 세상에는 그에 맞는 영웅이 나오는 법이지.”
내 말에 켄이 눈을 가늘게 떴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나는 카렌이 명성을 수월하게 얻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다.
“아무래도 봄 평가 대회보다 서부의 일이 더 중요한 것 같아.”
켄은 살짝 격양되었다.
“당연합니다. 봄 평가 대회는 제국의 인재를 뽑는 일이지만 서부의 일은 미래의 인재들을 모두 죽이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죄 없는 이들까지 휘말려 죽게 될 겁니다.”
“방법이 없을까?”
내 말에 켄이 고민에 잠겼다.
이내 한 가지를 물었다.
“서부에…… 직접 가고 싶으신 겁니까?”
“그래. 게일을 찾아봐야지.”
역시 가만히 앉아 있을 순 없는 노릇이었다.
“일단 서부 영주들이 1차적으로 오크 군단을 막는 데 동원될 것 같습니다. 그들은 정복 전쟁 징집에서도 빠졌으니까요.”
내가 물었다.
“그래서?”
“봄 평가 대회까지는 기다리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거기서 능력을 증명하셔야 어떤 직책이라도 받고 서부에 가실 명분이 생기십니다.”
켄은 단숨에 계획을 쏟아냈다.
“정복 전쟁에 대한 폐하의 의지를 막을 수 없다면 서부의 일을 크게 키워 황태자로서 폐하를 대리하여 악의 세력에 대항하셔야 됩니다.”
“아예 일을 크게 키우자?”
내 말에 켄이 추천했다.
“대전 회의에 참석하시죠. 이번 기회에 폐하와 귀족들의 대립을 한 번 이용해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