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43)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43화(43/278)
43화.
나는 켄의 말을 곰곰이 생각했다.
“귀족과 아바마마의 대립을 이용하라?”
켄은 자세하게 설명했다.
“귀족들은 정복 전쟁 자체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나는 나름대로 귀족들의 심리를 말해보았다.
“저들이 제국민들의 피폐를 명분으로 전쟁을 반대하는 건 말 그대로 그냥 명분일 뿐이야. 애초에 제국민들을 생각했다면 자신들의 기득권부터 내려놓아야겠지.”
귀족들의 수탈은 하루이틀이 아니었다. 칼페온 제국이 아니더라도 대륙 역사 이래 국가라는 존재가 생겨난 뒤 신분 제도의 꼭대기에 위치하고 있는 귀족들은 언제나 평민들을 착취했다.
새삼 그들이 제국민들의 삶을 생각한다고 전쟁을 반대하는 건 웃긴 일이었다.
“저들은 아바마마의 성과가 두려운 거야.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거지. 이번 정복 전쟁에서도 아바마마가 전면에 나서면 제국의 영토는 늘어나고 그 모든 게 아바마마의 영광이 될 거니까.”
정복 전쟁은 아버지의 권력을 더욱 강화시킨다.
귀족들은 아버지가 전장에서 보여주었던 모습을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초인의 길에 접어든 자가 전장에서 적들을 휩쓰는 모습은 전율, 그리고 귀족들에게 공포를 심어주었다.
“네. 전쟁은 폐하의 권력 강화로 이어지겠죠. 그래서 그 부분을 공략해야 됩니다. 폐하의 약점은 전하시니까요.”
적나라한 켄의 평가에 나는 쓰게 웃었다.
“황태자가 나라는 건 아바마마께 정치적 부담이지.”
아무리 최근에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었어도 지난 십 년 동안의 내 모습은 최악이었다. 능력도 없었고 그렇다고 성격이 좋은 것도 아니었다.
“전하께서 나서시면 귀족들이 의외로 괜찮은 반응을 보이실 수 있습니다. 귀족들은 폐하의 황궁 기사단의 전력이 분산되는 것을 원할 겁니다.”
내가 서부 원정을 떠나면 황궁 기사단 중 일부는 나와 함께 파견 나갈 가능성이 높았다.
“1차 정복 전쟁에서 가장 큰 공을 세운 건 다름 아닌 폐하와 황궁 기사단이었습니다. 귀족들은 폐하만큼이나 황궁 기사단의 전력을 껄끄러워하죠. 그들이 전쟁에 참여하지 않고 서부로 가는 데 적극적일 겁니다.”
켄의 판단에 나도 동의했다.
켄은 이어서 아버지의 입장에 대한 예상도 내놓았다.
“폐하께서도 서부를 아예 외면하기에는 부담이 큽니다. 악의 세력 부활은…… 대륙 전체를 위험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전쟁만 강행하시면 정치적 위기에 빠지실 수 있죠.”
나는 켄의 말을 통해 대전에서의 내가 할 말들을 차분하게 정리했다.
‘양쪽 모두에게 내가 서부로 가는 게 이득이라는 인상을 줘야 되겠어.’
켄은 내 결심에 조건을 붙였다.
“봄 평가 대회 우승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지금의 전하를 지휘관으로 임명하는 건 힘드니까요.”
나도 그 부분은 충분히 잘 알고 있었다.
“물론이지.”
결국 선행되는 건 봄 평가 대회의 결과였다.
켄과 회의를 마친 뒤 나는 홀로 남아 고민에 잠겼다.
“고르란의 부활…….”
내가 집필할 때는 카렌의 명성과 기연을 위하여 짧게 넘어간 부분이었지만, 현실이 되니 무게감이 달랐다.
악의 세력 부흥은 대륙 전체의 위기.
‘내가 서부에 가지 않더라도 카렌이 막아낼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은 안 돼. 이미 나의 존재로 인하여 미래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어. 만약…… 카렌이 고르란의 부활을 막지 못하면 대륙 전체가 재앙에 빠진다.’
나의 정치적인 입지를 위한 목적, 게일을 구하기 위함도 있지만 제국의 황태자로서 제국민들의 도탄을 외면할 순 없었다.
황태자로서의 책임감을 외면한다면 앞으로 내가 걸어갈 길에 대한 명분도 약해지거니와 내 스스로도 이미 알고 있는 재앙을 외면하는 일은 불가능했다.
‘사람으로서의 도리야.’
나는 마음을 굳힌 뒤 하인을 불렀다.
“네, 전하.”
“대전 회의에 참석하고 싶다고 아바마마께 알려라.”
“네. 즉시 전하겠습니다.”
하인이 나간 뒤 나는 의자에 몸을 묻었다.
‘일단 서부 문제는 대전 회의에서 결정될 터이니 아버지의 답을 기다리면 되고…… 봄 평가 대회는 일정이 조금 당겨지겠지. 아마 취소되지는 않을 것이다.’
서부에서 악재가 터졌지만, 봄 평가 대회는 제국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대회이고 인재를 뽑는 일이기 때문에 그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았다.
오히려 제국에 악재가 닥쳤기 때문에 인재의 필요성이 전보다 더 커진 상황이었다.
한 명의 기사라도 더 뽑을 수 있다면 이득이니까.
‘무딘 검이 찾아올 때가 됐는데.’
솔직히 곧바로 궁에 찾아올 것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무딘 검의 고민이 길어지는 모양이었다.
나는 조급한 마음을 먹지 않았다.
무딘 검의 소재는 이미 켄이 철저하게 파악하고 있으니 그가 궁에 들어오지 않으면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된다.
언제나 그렇듯 순리대로 차근차근 해결하면 좋은 결과는 따라오게 되어 있으니까.
* * *
나는 대전 회의 참석을 허락받았다.
자칫 말을 잘못하면 귀족들에게 조롱거리가 될 수도 있었지만, 그런 걱정은 접어 두었다.
‘오크 술사에게 저주를 받고 돌아 온 게 창피한 일이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애써 긴장된 표정을 숨기고 나는 대전 신하의 안내에 따라 대전 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많은 귀족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어 아버지가 대전에 들어왔다.
아버지가 옥좌에 앉자 본격적으로 회의가 시작되었다.
나는 베레곤 공작 옆에 서 있었는데 가장 상석이라 할 수 있는 자리였다.
“서부에서 들려온 소식은 모두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아버지의 말에 귀족들이 신음을 삼켰다.
악의 세력은 언제나 인간에게 큰 위협이었으니, 모두 다가올 재앙을 두려워했다.
“이미 파견을 나간 기사들 중 게일 기사를 제외한 모두가 죽었다고 들었습니다.”
베레곤 공작이 먼저 입을 열었다.
“게일 기사도 현재 소재를 알 수 없는 상황이고요.”
내가 보탰다.
귀족들이 웅성거렸다.
아버지의 목소리가 귀족들의 웅성거림 속으로 파고들었다.
“서부 영주들의 보고에 따르면 오크가 군단을 형성하여 어둠의 숲 남부를 장악했다더군.”
베레곤이 말했다.
“오크왕의 탄생은 결코 간과할 문제가 아닙니다. 그들이 그대로 동쪽으로 향한다면 제국 서부가 위험합니다. 서부 영주들만의 힘으로 그들을 막아낼 순 없습니다.”
나도 베레곤 공작의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은 대전 회의의 분위기를 좀 더 살필 때였다.
아버지가 턱을 비스듬히 괴고 말했다.
“피레온을 공격할 때가 얼마 남지 않았다. 서부의 영주들만으로 오크들 따위는 쉽게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자신이 인정한 게일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 상황이고 휘하 기사들은 모두 죽었는데 아버지는 어떤 감정도 느끼지 않는 것 같았다.
아버지의 말이 이어졌다.
“대륙 통일이 머지않았다. 작은 일에 일일이 매여 있을 순 없는 노릇이지. 어둠의 세력 부흥은 대륙의 역사에 늘 있던 일이었고 언제나 그렇듯 금세 꺼질 것이다. 서쪽의 요정들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고.”
귀족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아버지가 서부의 일을 너무 가볍게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요정들의 개입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부분이니 아버지의 말에 딱히 반박할 수는 없었다.
“서부의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도 있습니다.”
내 말에 대전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이미 지난 대전 회의를 통해 중앙 정치에 존재감을 드러낸 나는 오늘 처음으로 공식 회의에 참석했다.
황태자가 대전 회의에 참석하는 건 으레 있는 일일 수 있지만 나의 경우는 달랐다.
존재감이 아니라 아버지의 얼굴에 먹칠을 하던 아들이었으니까.
아버지는 여전히 알 수 없는 깊은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오크 술사에게 들은 정보를 토대로 서부의 일을 조기에 발견한 건 황태자의 공이라 할 수 있지.”
아버지의 말에 귀족들 중 일부는 노골적으로 경멸에 가까운 표정을 지었다.
황태자라는 인간이 오크 술사 따위에게 당했다는 사실이 떠오르는 모양이었다.
나는 그런 이들에게는 아랑곳하지 않고 아버지의 말에 집중했다.
“서부는 작은 곳이다. 서쪽으로 더 뻗어나갈 수 있다면 그곳도 요충지가 될 수 있겠지만 동쪽 피레온 왕국이 훨씬 큰 곳이다. 피레온 왕국의 드넓은 경작지는 제국민 전체를 먹여 살릴 수 있을 정도이고, 피레온의 수준 높은 마탑은 제국의 마법 발전을 크게 이끌 수 있다.”
아버지는 논리적으로 정복 전쟁의 정당성을 알렸다.
“서부는 큰 곳입니다. 서쪽 숲은 남쪽의 경로를 개척하면 서대륙으로도 진출할 수 있는 항구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피레온 왕국 정복은 미래의 자원을 위한 전쟁이지만 서부의 방어는 제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제국의 기본 철칙입니다. 피레온의 마탑은 제국의 마법 발전을 이끌 수 있지만 서쪽 숲 요정들과의 연합은 제국의 역사까지 바꿀 수 있습니다.”
아버지의 말에 하나하나 반박하는 내 모습에 귀족들의 표정이 오묘하게 변했다.
베레곤마저 곧바로 반응하지 못하고 내 말을 곱씹는 모양이었다.
내가 보여주는 의외의 모습은 끝나지 않았다.
“물론 피레온 왕국 정복을 소홀히 해서도 안 되겠지요. 넓은 경작지와 마탑은 제국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할 것이 분명하니까요. 그러니.”
내가 잠시 호흡을 골랐다.
어느새 대전의 모든 이는 나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턱을 비스듬히 괴고 있던 아버지 역시 자세를 바로하고 흥미로운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이번 봄 평가 대회를 통하여 선발되는 인원으로 기사단을 꾸리고 우승자에게 지휘를 맡겨 서부에 파견하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베레곤이 감탄을 터뜨렸다.
아버지 역시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강렬해졌다.
이 한 수는 켄과의 대화를 통하여 도출해낸 아버지와 귀족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결론이었다.
보통 봄 평가 대회 우승자는 황궁 직속 기사단이나 혹은 마법단에 입단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즉, 봄 평가 대회는 황제의 무력을 강화시키기 위한 대회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 말대로 진행되면 이번 봄 평가 대회 인원들은 자연스레 황궁 직속 기사단이 아니라 별도의 조직으로 탈바꿈될 수 있었다.
귀족들은 황제의 세력으로 인재들이 편입되지 않아 좋고, 아버지 역시 피레온 왕국 정복을 밀어붙일 수 있고, 서부의 일도 신경 쓰는 모습을 보이니 좋았다.
“봄 평가 대회 우승자에게 지휘를 맡긴다라…….”
나는 은근슬쩍 귀족들에게 당근을 내놓았다.
“봄 평가 대회 인재들과 황궁 기사단 중 두 개 정도는 서부에 파견하면 서부 영주들이 폐하의 은혜에 크게 감복할 것입니다.”
베레곤이 번개같이 나섰다.
“황태자 전하의 의견이 실로 타당합니다. 서부의 일은 결코 가볍게 넘기실 문제가 아닙니다. 폐하, 악의 세력 부흥은 언제나 대륙의 큰 재앙으로 이어졌습니다.”
다른 귀족들이 거들었다.
“요정들이 서쪽 숲에 잠자고 있는지 벌써 백 년이 넘었습니다. 그들이 다시 나타나리라고 쉽게 생각할 수 없습니다.”
요정 문제를 걸고넘어지는 귀족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악의 세력에 요정들은 언제나 대항하지만, 이번에도 그러리라고는 장담할 수 없었다.
‘카렌 때문에 요정들이 나설 건덕지도 없었지만…….’
미래를 알고 있는 나로서는 그들이 은둔을 깨고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
그 부분을 말할 순 없었기에 나는 아버지의 답을 기다렸다.
“다른 공작들도 모두 같은 생각인가?”
베레곤 공작만이 발언했기에 아버지는 나머지 세 명의 공작에게도 물었다.
절대 권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명분에서 밀리면 아버지 역시 큰 타격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첸의 외할아버지 오스틴 공작이 입을 열었다.
“폐하, 정보의 신빙성부터 검토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제국 최고의 마법사이자 4대 수호 가문 중 리버힐 가문의 가주 오스틴 덴 리버힐이 나를 보며 싱긋 웃었다.
대에 접어들었음에도 40대 중년인과 같은 외모와 큰 풍채는 그의 인상을 넉넉하게 만들었지만 웃음 속에 담겨진 날카로운 눈빛은 흡사 뱀과 같았다.
오스틴의 말이 이어졌다.
“지금 서부 영주들은 오크 군단만 확인한 상태입니다. 오크의 왕 탄생은 오로지 황태자 전하가 들은 말만으로 믿어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조잡한 오크 술사에게 들은 말입니다.”
내 얼굴이 절로 굳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