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44)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44화(44/278)
44화.
오스틴은 교묘한 말로 나를 비하하면서 내 의견이 그대로 통과되는 것을 방해했다.
오스틴은 가장 비열한 화법을 사용했다.
“오크 술사의 최면에 걸리기 전이라고 하지만 이미 당시 전하의 정신 상태에 대해서 의구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정말 오크들의 이야기를 들으신 게 맞으십니까?”
나의 신뢰성을 들먹이면서 내 정보의 신뢰성 자체를 공격하는 방법이었다.
귀족들이 동요했다.
확실히 오스틴의 말은 그들의 기억을 자극했고, 그들의 기억 속의 나는 무능함의 표본이었다.
내가 하는 말이 믿어질 리가 없었다.
나는 당황하지 않았다.
모든 귀족들이 내 의견에 찬성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당시 제 기억은 뚜렷하고 이미 오크가 군단을 형성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왕의 탄생에 대한 건 충분히 의심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나는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이미 서부 영주들이 오크 군단에 대해 보고하였으며 그 규모가 서부 영주들만으로 막아내기 힘든 수준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오스틴은 순순히 물러나지 않았다.
“전하, 지방의 영주들은 문제가 생겼을 때 언제나 그 문제를 부풀리기 마련입니다. 아직 경험이 일천하시여 잘 모르시겠지만, 그들에게 중요한 건 오직 자신들의 부귀영화입니다. 자신들 영지에 피해가 갈까 봐 중앙의 지원을 받고자 얼마든지 오크 군단의 숫자를 실제보다 더 많이 보고할 수 있죠.”
어느새 대전은 나와 오스틴의 목소리만 울리고 있었다.
“그들이 숫자를 얼마나 부풀렸건 오크의 왕 탄생에 대해 내가 들은 것은 사실이고, 실제로 그를 뒷받침하는 오크 군단이 어둠의 숲 서남부에 들어섰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나는 사실을 강조했다.
“전하…….”
오스틴이 다시 한 번 반박하려는 순간, 아버지의 입이 열렸다.
“그래. 적어도 지금까지 드러난 것들은 부인할 수 없는 진실이지.”
아버지의 말에 오스틴은 입을 다물었다.
“이번 봄 평가 대회에서 뽑히는 사람들로 기사단이나 혹은 능력 종류에 맞는 조직을 하나 구성하고 우승자에게 지휘를 맡긴다. 서부 영주들의 연합 역시 그 조직의 지휘관에게 맡길 것이다.”
귀족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아버지가 한 발 물러서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봄 평가 대회에는 인재가 많이 모이기로 소문이 났고 이번 참가자들 중에는 대륙에 이름깨나 날리는 이들도 있었으니까.
벌써 수도에 올라와 있는 유명 인사들에 대한 정보는 귀족들도 낱낱이 파악하고 있을 확률이 컸다.
귀족들은 그들을 자기 휘하에 두지 못하는 것보다 그들이 아버지 직속 조직에 들어가는 것을 더욱 경계했다.
“황궁 기사단은 예정대로 피레온 왕국 정복 전쟁에 투입된다. 서부 원정은 봄 평가 대회 이후 만들 조직과 서부 영주 연합으로 한정한다.”
그것으로 대전 회의는 끝났다.
아버지가 내린 결정에는 베레곤도, 오스틴도 나머지 두 명의 공작은 물론이거니와 다른 귀족들도 아무런 반박을 하지 못했다.
왜 귀족들이 아버지를 두려워하는지 알 것 같았다.
아버지의 목소리에는 거역하기 힘든 힘이 담겨 있었다.
나 역시 그저 고개만 숙이고 아버지의 목소리를 들었을 뿐이었다.
베레곤 공작이 옆에서 망토를 살짝 말아쥐는 것이 보였다.
‘누구보다 아버지를 뛰어 넘고 싶어 하는 자이니…… 명령 받는 자체를 모욕으로 여기겠지.’
자신의 가문에 대한 자부심과 순수 귀족 혈통에 대한 특권 의식이 대단한 베레곤으로서는 어디 이름도 모르는 가문 출신인 아버지가 황제가 되었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못했다.
아버지가 제국을 세우는 과정을 도운 것은 시대 흐름에 따라 가문의 이익을 위한 방편 중 하나였다.
당시 이미 제국민의 민심을 얻고 강한 힘을 가진 아버지의 옆에서 기회를 엿보다 자신이 제국을 차지하려는 속셈도 있었다.
‘뭐 그건 카렌 때문에 원초에 막히지만.’
어쨌든 대전 회의는 아버지의 명령으로 끝났다.
아버지는 옥좌에서 내려오면서 나에게 짧게 말했다.
“집무실로 오도록.”
나는 깊게 허리를 숙였다.
아버지가 나간 뒤 여기저기서 안도의 한숨 소리가 흘러나왔다.
베레곤 공작이 내게 먼저 말을 걸었다.
“전하께서는 확실히 많이 달라지셨군요.”
나는 싱긋 웃었다.
“글쎄요.”
오스틴 공작이 끼어들었다.
“제가 황태자 전하를 잘못 보고 있던 모양입니다. 대전 회의에 참석하시어 말씀을 하실 수 있을 것이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황태자궁만이 황태자 전하의 세상인 줄 알았는데 말이지요.”
첸이 누구를 닮았는지 알 것 같았다. 꼬박꼬박 황태자 전하라 하면서도 비아냥거리는 어조가 물씬 느껴졌다.
그래서일까?
베레곤 공작보다 오스틴 공작을 상대하는 게 훨씬 편했다.
“황태자궁이든 어디든, 궁 안도 궁 밖도 폐하의 세상이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겁니다.”
오스틴은 물론, 베레곤 공작의 표정도 살짝 굳었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은 뿌리가 깊어 뽑기 힘들 지경이었다.
‘본인들은 모르는 것 같지만.’
나는 미소를 진하게 지었다.
“공작께서 세상 어디를 보셔도 레오드라는 이름은 피해갈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레오드입니다. 아버지는 첸보다 훨씬 전에 저에게 레오드라는 성을 하사하셨죠. 제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별개로 말입니다.”
오스틴이 입을 떼려는 순간 나는 돌아서며 말을 맺었다.
“황태자 전하는 이만 황태자궁으로 물러가지요.”
* * *
집무실에는 아버지와 진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버지는 서류를 보고 있었고, 진은 내게 자리를 권하고 차를 내왔다. 향긋한 향기에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아버지가 이내 서류를 덮고 내 앞에 자리를 잡았다.
“우승할 자신이 있는 모양이지?”
대뜸 하는 이야기에 나는 움찔 몸을 떨었다.
“네가 오늘 대전에서 했던 모든 말은 네가 서부 원정의 총사령관에 앉아야 한다는 이야기나 다름이 없었다.”
아버지의 말이 옳았다.
나는 내가 고르란의 부활을 막고 싶었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아. 카렌은 고르란의 힘이 완전해지기 전에 고르란을 죽였어. 완전히 부활하기 전에 막은 것이지.’
아무리 영웅 카렌이라도 그 시점에 완전한 힘을 갖춘 고르란을 이길 순 없었다.
내가 설정한 고르란은 힘을 모두 찾으면 오직 아버지 수준의 인간만이 죽일 수 있었다.
‘아니면 요정의 왕이나.’
어쨌든 내 목표는 서부로 원정을 떠나 고르란이 부활하기 전에 오크의 왕을 죽이고 그 과정에서 카렌이 갖는 기연을 내가 갖는 게 목적이었다.
물론 고르란의 부활도 막아내면서 황태자로서의 입지를 다지는 것은 부가적인 덤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제 막 중급에 올랐는데 믿는 구석이 있나?”
역시 아버지의 눈을 속일 순 없었다.
애초에 아버지에게서 무엇인가를 숨기기란 불가능하게 느껴졌다.
‘베레곤, 오스틴이 아버지를 본능적으로 두려워하는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겠군.’
아버지를 보고 있으면 그 눈빛에서 내 모든 것이 발가벗겨지는 느낌이었다.
그건 고작 중급 정령사인 나나 소드 마스터에 이른 베레곤, 7서클에 마스터에 이른 오스틴도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두려운 것이다.
“믿는 구석은…… 그냥 제 자신입니다.”
훌륭한 자들이 많았지만 나는 게일을 살리기 위해서 또 나를 위해서 봄 평가 대회에서는 반드시 우승할 생각이었다.
아직 시간도 있었다.
상태창을 가지고 있는 나였기에 다른 사람보다 훨씬 빨리 성장할 자신도 있었고, 실제로 주위 사람들이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위대한 정령사의 길은 결코 쉽지 않지. 나도 도달하지 못했다.”
나는 설마, 하는 생각으로 아버지를 바라봤다.
“정령과 의식이 통하는 자, 모든 속성의 정령과 특별한 맹약을 맺는 자.”
내 이야기였다.
도대체 어떻게 알았을까?
아버지는 상태창도 없었다.
‘지난번 대련으로 내가 정령들과 의식으로 소통한다는 건 알아차릴 수 있고, 특별한 맹약? 친화력을 말하는 건가?’
내 의문은 커져갔지만 아버지는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사람이 아니었다.
“빛의 종족 요정조차 위대한 정령사의 길은 약속받지 못했지. 그들 중 가장 왕이라 불리는 요정도 고작 두 속성의 정령을 다루는 게 전부야.”
“그렇습니까.”
“그래. 인간과 정령의 맹약이 시작된 이래에 첫 정령 소환부터 최상급 정령을 소환하는 이가 역사 이래 너 말고는 단 한 명 있었지.”
아버지가 몸을 일으켰다.
“네가 과연 그와 같을지 한 번 보겠다.”
그것으로 설명은 끝이었다.
나는 더 물어보고 싶었지만, 이미 아버지는 다시 책상에 앉아 서류를 펼쳤다.
진은 찻잔을 치우기 시작했다.
나 역시 몸을 일으켰다.
아버지는 내게 시선을 주지 않고 말했다.
“한 가지 명심하거라.”
나는 인사를 하기 직전 멈췄다.
“정령과 더 대화를 많이 나누도록 해라. 그게 첫 번째 일이니까.”
나는 아버지를 향해 허리를 숙인 뒤 밖으로 나갔다.
* * *
황태자궁에서 돌아온 두 기사를 보면서 테드는 위로를 건넸다.
“얼마나 고생이 많았나!”
바렌과 솔자르는 무릎을 꿇었다.
“송구하옵니다. 전하!”
테드는 두 사람의 어깨를 두드리며 일으켜 세웠다.
“아니네. 내가 부덕해 두 사람에게 고초를 겪게 했지. 그간의 이야기는 들었어.”
두 사람은 몸을 덜덜 떨었다.
테드는 여전히 웃으며 말을 이었다.
“죄를 받게 되어 참수됐다면 내 마음이 무척 아팠겠지. 하지만 형님의 자비를 받아 돌아오게 되었다지? 대련을 통해서 말이야.”
바렌과 솔자르는 이미 직감하고 있었다.
아룬에게 진 이후 아룬은 자신들에게 가장 큰 벌을 내렸다.
테드의 뜻에 따라 습관처럼 아룬을 모욕했던 일이 이렇게 크게 돌아오고 있었다.
“그만 가서 쉬게. 몸도 회복하고 가족을 만나 보아야지. 가족을 만나지 못한 게 오래되지 않았나?”
바렌은 자신도 모르게 물었다.
“가족들은 괜찮습니까?”
테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 가족들은 모두 같은 곳에 묻었네. 볕이 잘 드는 곳이야. 돈도 많이 썼어. 죄인들이라 장례는 치르지 못했지만 말이야.”
그 말에 솔자르가 비명과도 같은 신음과 함께 테드에게 달려 들었다.
서걱-!
어느새 테드의 뒤에 있던 실론의 검이 솔자르의 허리를 갈랐다.
테드가 실론에게 시선을 돌렸다.
“실론, 피가 튀지 않나! 가족들은 보고 보내야지.”
실론이 끌끌, 혀를 찼다.
지독히도 잔인한 테드의 성격에 혀를 내둘렀다.
둘이 아룬에게 잡혔을 때 이미 테드는 두 사람의 가족을 참수했다.
황족을 능멸한 죄를 자신이 먼저 바렌과 솔자르 가족들에게 물은 것이었다.
그리고 두 사람 역시 가족들의 무덤 앞에서 오열할 때 참수할 예정이었다.
바렌은 몸을 벌벌 떨었다.
허리가 양단되어 죽은 솔자르를, 잔악무도한 테드와 번갈아 보았다.
“저, 전하 용서…….”
“형님께서 자네를 용서하셨지만 어찌 동생 된 자로서 황족을 능멸한 자네들을 용서하겠나. 형님은 아량을 베푸셔서 자비심을 보이셨지만 규율을 잡는 사람이 황족 중 한 명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나? 그래야 황실의 위엄이 바로 서니까. 그동안 고생이 많았네. 가서 가족들을 만나 보게.”
바렌은 다시 한 번 애원하려고 했지만 이미 밖에서 기사들이 들어와 바렌을 끌고 갔다.
테드는 창문을 열었다.
“빌어먹을.”
두 기사를 살려보낸 건 아룬의 명백한 도발이었다.
“오늘 대전 회의를 아룬이 주도했다고요?”
아직 자신은 참여하지도 못한 대전 회의였다.
“머저리 같은 놈이 외할아버님과 다른 귀족들과 나란히 서서 회의를 하고 아버지는 그놈을 편들고…….”
실론이 정정했다.
“폐하께서 편을 드신 건 아닙니다. 황태자 전하의 논리가 완벽했을 뿐이죠. 폐하는 물론이거니와 귀족들마저 만족시키는 제안이었으니까요.”
실론의 피식거리는 말투가 테드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굳이 지적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호위기사일 뿐 충성을 맹세한 기사는 아니니까.
테드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외할아버님이 첸 쪽을 흔들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도 한 손 거들죠.”
실론이 눈을 가늘게 떴다.
테드의 말이 이어졌다.
“쓰레기 같은 놈들에 대한 처리는 알아서 잘 해주시고 저는 첸에게 가보겠습니다.”
뒷수습, 테드의 완벽한 가면을 위한 뒷작업은 언제나 실론의 몫이었다.
실론은 별다른 불만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죠.”
이내 실론이 한 마디 덧붙였다.
“참, 대공자께서 조만간 올라오실 겁니다.”
테드가 나가기 직전 몸을 돌렸다.
“그건 무슨 말이십니까?”
“가주께서 전하 혼자만으로는 황태자 전하를 밀어내기란 불가능하다고 여기시는 모양이죠.”
테드의 눈동자에 진한 살기가 물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