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46)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46화(46/278)
46화.
중세 시대보다 사회 제도와 문명이 극도로 발달한 현대 사회조차 빈부격차는 해결하지 못했다.
내가 살던 국가는 물론이거니와 흔히 선진국이라 불리던 다른 나라도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사회 제도가 발달하고 문명이 진화할수록 빈부격차는 심해졌다.
나 역시 데이비드에게 완벽한 해결책을 제시할 순 없었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진보된 생각은 내놓을 수 있었다.
“대륙 전체의 재산을 하나로 모았을 때 황가와 귀족의 몫은 얼마나 되리라 생각하나?”
“네?”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던 질문인지 데이비드의 눈동자가 동그래졌다.
“대부분의 것이 황가와 귀족의 몫이겠지. 자원은 한정되어 있는데 황가와 귀족의 몫이 많으니 당연히 노예는 말할 것도 없고 평민들의 몫은 적지.”
내가 빙그레 웃었다.
“더 큰 문제는 황가와 귀족은 전체 대륙 인구를 놓고 보았을 때 아주 소수인데 반하여 평민과 노예가 대부분이라는 사실이지. 적은 인원이 대부분의 재산을 가져가니 많은 사람들이 굶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이치야.”
데이비드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그렇습니다. 그들이 가진 것들 중 조금만 양보해도 많은 이들이 지금보다 훨씬 더 잘 살 수 있습니다.”
나는 폴리시아 꽃이 들어간 스프를 먹으며 말했다.
“폐하께서는 영토를 넓혀 생산량 자체를 늘리는 방법으로 평민들의 삶을 개선시키려고 하시지.”
아버지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 솔직히 몰랐다.
내가 설정한 아버지는 권력욕과 영토에 대한 끝없는 탐욕 때문에 전쟁을 반복했다.
하지만 직접 만나 본 아버지는 단순한 권력욕이나 탐욕으로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었다.
한 명의 인간을 단순하게 설명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어쨌든 데이비드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기 위한 하나의 장치로 아버지의 현재 정책을 설명했다.
“정복 전쟁의 허점이 무엇인지 아나?”
데이비드가 눈을 가늘게 떴다.
나는 스프를 마저 먹으며 말을 이었다.
“생산량이 아무리 늘어도 황가와 귀족이 가져가는 비율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지. 결국 황가와 귀족은 전쟁을 통하여 더 큰 부귀영화를 누리고, 평민은 여전히 퍽퍽한 삶에서 벗어나지 못하지.”
“그렇습니다. 의미도 없는 전쟁으로 사람들을…….”
나는 데이비드의 말을 잘라냈다.
“거기에 전쟁을 통해 황가와 귀족의 수는 늘지 않지만 먹여 살려야 하는 평민의 숫자는 늘어나지. 정복전쟁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야.”
내가 웃으며 덧붙였다.
“황가와 귀족의 몫을 나누는 것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야.”
데이비드가 드디어 물었다.
“그럼 전하께서 생각하시는 해결책은 무엇입니까?”
“나도 모르지. 하루이틀 생각해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까.”
데이비드가 허탈하게 웃었다.
“그럼 지금까지 무슨…….”
“먹는 입을 줄이면 되지.”
나는 일부러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귀족들이 가져가는 양을 줄일 수 없다면 귀족의 숫자를 줄이면 될 거 아닌가? 황가의 몫을 줄이는 건 황제의 의지로도 충분히 가능하고, 황제의 의지로 개선이 불가능한 귀족들의 탐욕은 귀족들의 숫자를 줄이면 어느 정도 해결되겠지.”
데이비드의 표정이 가라앉았다.
나는 말을 이었다.
“대륙의 명가 애트란을 보게. 그들이 지난 1차 정복 전쟁을 통해 가져간 땅과 노예들이 얼마나 되는 줄 아는가? 그들의 몫을 자네가 있는 빈민가에 나누어 주었다면…… 그 재산이면 한 번의 자비로 끝나지 않지. 빈민가에 사는 사람들의 삶 자체가 바뀔 정도의 재산이니.”
데이비드가 움찔 몸을 떨었다.
사실 나는 현대에서 정규교육을 모두 받았지만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었고, 사회, 경제, 정치에 관심이 컸던 사람도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이들과 다른 건 바로 생각의 방향과 넓이 차이였다.
이들은 상상하기 힘든 방향으로 생각할 수 있는 장점이 내게는 있었다. 중세 시대의 단점과 귀족 몰락의 이유 정도는 나 역시 충분히 기억했다.
내가 데이비드에게 제시한 건 아주 폭력적인 방법이면서도 데이비드의 감정을 건드리는 것이었다.
예로 든 귀족이 바로 애트란 가문이었으니까.
“아바마마의 정책과도 꽤나 부합하지. 내 입장에서 아바마마의 정책에 반기를 들 수 없는 입장이니.”
“애트란은 제국의 수호 가문입니다. 공신으로서 공작 직위를 받은 가문 중 하나이고요. 그들을 없애실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나는 싱긋 웃었다.
“그건 내가 생각할 문제가 아니지. 황가가 절대 권력을 잡는 게 장기적으로는 정답이 될 수 없어. 빈민가 문제는 앞으로 두고두고 생각할 문제고.”
가라앉은 데이비드의 표정을 보면서 나는 내심 차갑게 말했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하지. 절대 권력의 장점은 황좌에 앉은 이가 누구냐에 따라 어떤 정책이든 실행할 수 있으니.”
나는 몸을 일으켰다.
“거창한 해답은 아니지만 내 생각은 어느 정도 알았으니 이제 자네의 일을 하게. 참, 봄 평가 대회가 앞당겨진 것은 알고 있겠지?”
“네.”
데이비드의 짧은 대답에 내가 제안했다.
“이왕 온 김에 무딘 검의 실력을 볼까? 연무장이 아닌가.”
나는 넓은 연무장을 가리켰다.
곧바로 하인에게 말했다.
“데이비드의 검을 가져다주도록.”
데이비드가 의외라는 듯 놀랐다.
“대련하시려는 겁니까?”
나는 진하게 웃었다.
“왜? 겁나나?”
“아닙니다.”
잠시 후 나와 데이비드는 연무장에서 마주섰다.
-데이비드(Lv50)
-소드 익스퍼트 상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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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애써 놀란 내색을 하지 않았다.
‘게일 급의 기사라.’
* * *
테드의 부드러운 미소에도 첸의 표정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형님이 무슨 일이십니까?”
자신의 궁을 방문하는 건 거의 없는 일인 터라 첸은 경계심을 지우지 않았다.
사람들은 자신의 형을 둘도 없는 황제감이라 말하고, 겸손한 황자라고 말하지만 첸은 알고 있었다.
황태자가 있는 상황에서 그 자리를 노린다는 건 결국 골육상쟁을 의미하는 것. 권력을 위해 친형제를 죽이겠다는 사람이 어떻게 겸손한 사람이겠는가.
첸의 경계심을 느낀 테드가 천천히 말했다.
“뭐가 그리 딱딱해? 형이 동생을 찾아오는 게 특별한 일인가?”
“네. 특별한 일이죠. 형님과 제 사이에서는 말입니다.”
테드가 어깨를 으쓱였다.
“뭐 그리 경계심이 강하니 본론만 말하고 가지.”
테드의 눈썹이 휘었다.
“아룬 형님을 죽이려 했다는 건 알고 있어.”
“형님!”
첸의 목소리에 살기가 물들었다.
“아룬 형님도 알고 있을걸?”
첸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이미 아룬이 알고 있다는 건 짐작하고 있었다.
테드의 목소리가 은근해졌다.
“증거도 가지고 있을지 모르네.”
“그런 건 없습니다.”
첸의 단호한 말에 테드가 피식 웃었다.
“암살을 시도한 것은 사실인 모양이군.”
너무나도 간단한 속임수에 걸려들었다는 사실에 첸의 얼굴이 거칠게 일그러졌다.
“동생은 그게 문제야. 너무 다혈질이라 생각이 표정에 그대로 드러나거든. 아룬 형님은 달라졌어. 전처럼 형님을 대하면 쉽지 않을 거야.”
“형님도 제게는 경쟁자입니다. 자리는 하나이고 노리는 이는 많으니까요.”
첸의 도발적인 말에 테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자리는 하나이지. 하지만 유력한 경쟁자는 동생과 나뿐이지 않나? 다른 동생들은 아직 어리니까. 무엇보다 권세 있는 공작가를 외가로 두고 있는 건 나와 자네가 전부야. 나머지 두 가문은 신경 쓸 것도 없고. 알다시피 그들의 세력은 미약하니.”
첸은 자신도 모르게 움찔거렸다. 테드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하고 싶으신 말이 무엇입니까?”
“뱀의 독 길드라 알고 있네. 그들이 오스틴 공작님 휘하에 있다는 것도 알고. 그들이 지금 구하고 있는 게 있다고 들었는데 마침 내 손에 있거든.”
첸의 눈빛이 강렬해졌다.
“형님.”
“둘만 남을 때까지 손을 잡지. 그 이후에는…… 서로 최선을 다해서 대결해야 되겠지.”
“베레곤 공작님도 동의하신 내용입니까?”
첸의 질문에 테드는 고개를 저었다.
“외할아버지의 동의가 중요하나? 동생, 하나만 충고해 주지.”
테드의 목소리에도 살기가 묻어났다.
“그들은 이 제국의 황제에게 충성을 바치는 신하라는 사실이야. 그건 결코 변하지 않는 진실이지. 군주의 결정에 있어 신하의 동의는 권장되는 사안이지 필수는 아니라는 뜻이야.”
첸의 눈동자가 커졌다.
테드는 어느새 싱긋 웃었다.
조금 전과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다.
“동생도 잘 생각해. 황태자가 되고 황좌에 앉은 이후에도 외할아버지의 명령이나 들을 건가?”
첸의 표정이 묘하게 변하자 테드는 시선을 돌렸다.
‘장남을 부르신다라…… 할아버지, 레오드는 권력을 나누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테드가 직접 첸을 충동질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애트란 가문의 장남이 중앙에 복귀하기 때문이었다.
테드는 그 사실을 굳이 동생에게 알리지 않았다.
자신도 외할아버지를 경계하지만 첸에게 말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황좌에 앉기 전까지 말 잘 듣는 손자로 살아드리죠.’
자신은 애트란 가문의 절대적인 지지 속에서 황태자를 노리고, 첸과 오스틴의 사이를 이간질하기 위함이었다.
* * *
나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후, 힘드네. 역시 소드 익스퍼트 상급이군.”
내 말에 데이비드가 혀를 내둘렀다.
“정확하게 아시는군요.”
“직접 대련하니 더 잘 알 수밖에. 나는 의외로 자네에 대하여 많은 것을 알고 있거든.”
나는 주저하지 않고 바닥에 털썩 앉았다.
데이비드의 눈빛이 빛났다.
“전하께서는 제가 알고 있는 귀족이나 황족과는 확실히 다르시군요.”
“무슨 말인가?”
내 말에 데이비드가 마주 앉으며 말했다.
“그 어떤 황족도, 귀족도 이리 바닥에 앉지는 않습니다. 설사 그게 대련 이후라 할지라도 말이죠.”
내가 피식 웃었다.
“별것도 아닌 거에 특별함을 부여하는군. 힘들면 앉는 거지.”
나는 숨을 고르며 말을 이었다.
“확실히 중급 비기너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아 소드 익스퍼트 상급과의 차이를 메우기는 어렵군. 자네가 봄 평가 대회에 나오면 우승하지 못하겠어.”
데이비드의 얼굴에 경악이 스쳤다.
“중급 정령사에 오르셨다고요?”
대답은 뒤에서 들려왔다.
“두 달 전에 첫 정령과 계약하셨죠.”
켄이었다.
데이비드의 시선이 돌아갔다.
“지금 무슨…….”
“두 달 전에 첫 정령과 계약했고 지금 중급 비기너라는 말이죠. 전하께서는.”
데이비드가 예의조차 잊고 중얼댔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켄이 내게 손을 내밀었다.
“전하의 재능은 말로 표현할 수 없죠. 지식의 해박함이나 생각의 깊이, 방향은 나름 공부 좀 했다고 자부한 저조차도 따라가기 힘들고요.”
나는 켄의 손을 잡고 일어나며 말했다.
“얼굴에 금칠 그만하고, 무슨 일인가?”
“업무를 마치고 보고할 게 있어 왔습니다.”
“그래? 그럼 돌아가지.”
나는 데이비드를 향해 물었다.
“자네는 이만 궁에서 나가도 좋네. 다음을 기약하지.”
미련 없는 나의 모습에 데이비드가 움찔 몸을 떨었다.
그 역시 궁에 올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을 것이다.
내가 자신을 수하로 탐내고 있다는 사실 정도는 짐작할 수 있을 정도의 눈치는 있으니까.
“전하.”
데이비드의 부름에 내가 고개를 돌렸다.
“그래. 아직 할 말이 남았나?”
“말씀하셨던 애트란 가문의 예시 말입니다.”
내가 눈을 가늘게 떴다.
데이비드의 말이 이어졌다.
“혹시 제 가문과 관련하여…….”
나는 데이비드의 말을 도중에 끊었다.
“알고 있지. 그들이 그 어떤 가문보다 많은 것을 가져가는 가문인 것도 사실 아닌가.”
데이비드가 움찔 몸을 떨었다.
“자네 개인 사정에 의하여 제국의 명가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나는 멍청하지 않아. 하지만 대의라면 다르지.”
나는 강하게 말을 맺었다.
“대의 앞에서 제국의 명가가 어디에 있겠는가. 더구나 그 명성을 평민의 피와 땀을 대가로 쌓은 명성이라면…… 평민의 피와 땀을 위해서 거둬들여도 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