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47)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47화(47/278)
47화.
데이비드는 남아있기로 결정했다.
아직 내게 충성 맹세를 한 것은 아니었다.
나 역시 데이비드에게 충성 맹세를 강요하지 않았다.
그는 나를 옆에서 지켜보고 싶다고 요청했고, 나는 허락했다.
아직 나는 충성이라는 감정 자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지만 한 가지는 알고 있었다.
강요를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며, 짧은 순간에 생기는 감정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데이비드에게 나는 분명 새로운 충격을 주었지만, 충격에서 그쳤다.
‘소설 속 카렌은 만나는 이마다 충복으로 만들었지만 현실에서는… 카렌은 마력과도 같은 매력이나 혹은 능력으로 동료를 만들고 있겠지.’
어쨌든 카렌은 카렌이었고 나는 나였다.
데이비드를 내가 먼저 만났고 지금 함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했다.
“집중하십시오.”
데이비드의 목소리에 나는 생각을 멈췄다.
그가 합류한 뒤 가장 좋은 건 내가 이길 수 없는 대련 상대가 생겼다는 것이었다.
게일이 있었다면 그와 많은 대련을 했겠지만, 그는 실종 상태였다.
잠시 게일에 대한 생각에 우울했다.
이미 게일을 위하여 최선을 다했으니 얼른 잊고 데이비드를 노려보았다.
고오오오오-!
마나가 요동치면서 내가 계약하고 있는 모든 정령들이 소환되었다.
나는 소리스의 조언을 받아들여 실프 둘과 운디네 하나, 노움 하나, 샐러멘더 하나와 추가로 계약했다.
아쉽게도 불의 중급 정령 피닉스와는 계약에 실패했다. 피닉스는 아쉬운 마음에 중급 정령과 좀 더 친밀해진 뒤 다시 시도하라는 조언까지 남겼다.
내가 네 속성의 정령 모두와 친화력이 있다지만 소리스의 말처럼 분명 순서가 있었다.
바람의 정령과 가장 친화력이 높았고, 물의 정령과 땅의 정령 마지막으로 불의 정령 순서였다.
그래서 땅의 중급 정령과 계약을 시도할까, 고민했지만 피닉스의 말을 받아들여 익스퍼트 단계에 오르면 중급 정령과 추가로 계약할 생각이었다.
‘비기너에서 익스퍼트로 넘어가는 건 마나 홀의 크기가 아니라 정령과 함께하는 숙련도니까.’
나는 생각을 정리하고 하급 정령들로 데이비드를 포위했다.
데이비드는 켄과는 차원이 다른 강자였다.
중급 익스퍼트와 상급 소드 익스퍼트는 단 한 단계 차이였지만 실로 어마어마한 거리가 있었다.
특히 데이비드의 움직임은 눈으로 쫓을 수 없을 정도라 발을 묶어두는 게 대결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
실프와 운디네가 동시에 공격했고, 노움이 나의 움직임을 빠르게 만들어주었다.
동시에 다른 속성의 정령 기술을 사용하는 건 데이비드와 대련하면서 처음 시도했는데 생각보다 마나가 자주 꼬였다.
데이비드의 몸이 사라졌다.
바람의 사슬이 허공을 갈랐지만 나는 즉시 샐러멘더로 불의 장막을 펼쳤다.
움직임을 쫓을 수 없다면 공간을 장악하는 방법으로 데이비드의 발을 묶는 시도였다.
불의 장막이 반으로 갈라졌다. 데이비드의 검이 하얗게 빛났다.
상급 소드 익스퍼트에 오르면 검에 오러를 덧씌울 수 있는데, 데이비드의 오러는 최상급 소드 익스퍼트와 견주어도 모자라지 않을 정도로 진했다.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거리를 주는 순간 끝이다.’
데이비드를 상대로 승리하지 못한다면 봄 평가 대회에서의 우승은 요원한 일이니 최선을 다했다.
‘데이비드가 나올지 나오지 않을지 모르지만.’
봄 평가 대회에 대해서는 깊게 이야기를 해보지 않았지만, 일단 데이비드가 경쟁 상대라고 생각하는 게 옳았다.
나는 실페레를 소환하면서 바람과 대지의 흐름을 연속적으로 사용했다.
데이비드는 잔상을 남기며 내 신형을 쫓았다.
어마어마하게 빠른 속도였다.
나는 급하게 운다이론을 소환했다.
내가 계약한 모든 정령이 소환되자 마나 소모가 극심하게 늘어났다.
운다이론이 물의 장벽을 만들며 데이비드의 검을 막았다.
콰아아아앙-!
나는 물의 장벽이 흔들리는 와중에 실프를 날려 보냈다.
지속적인 바람의 사슬로 데이비드의 검을 한 번이라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함이었다.
데이비드는 검을 횡으로 그었다.
쾅-!
실프 둘이 그대로 역소환되면서 마나 홀이 강하게 흔들렸다.
나는 가까스로 신음을 참았다.
운다이론을 뒤로 물러나게 하면서 실페레를 정면으로 세웠다. 동시에 샐러멘더 둘로 불의 장막을 다시 한 번 펼쳤다.
주변이 화염에 휩싸였지만 데이비드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
“실프!”
마지막 남은 실프가 데이비드의 머리 위로 수직 낙하했다.
바람의 사슬.
데이비드의 발놀림은 가벼웠다.
바람의 사슬을 피해내는 동시에 불의 장막이 약한 곳을 정확하게 노렸다.
나는 크게 외쳤다.
“지금이야!”
물의 폭풍을 준비하고 있던 운다이론이 회오리로 산화했다.
물 한 방울 없는 곳이었지만 운다이론 자체가 물로 이루어진 정령이었다.
거대한 소용돌이가 자신을 향해 날아오자 데이비드의 표정이 처음으로 굳어졌다.
‘실프…… 운다이론 뒤로 붙어.’
데이비드의 검에서 휘황찬란한 빛이 새어나왔다.
콰아아아아아앙-!
피할 수 없는 물의 폭풍과 데이비드는 정면으로 맞섰다.
그리고 실프가 조용히 데이비드의 턱 끝을 노리고 있었다.
“좋은 수입니다.”
데이비드는 살짝 몸을 비틀면서 실프의 바람의 사슬을 피해냈다.
콰아아앙-!
물의 폭풍이 사라지면서 데이비드의 움직임을 나는 끝내 막아내지 못했다.
또다시 패배였다.
* * *
“괜찮으십니까?”
켄의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쁠 게 있나?”
“평가가 코앞이군요.”
이제 사흘이 남지 않았다.
“생각보다 시간이 빨라.”
“무딘 검 덕분에 실력이 빠르게 느셨습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여전히 비기너 수준이야. 이 정도로는 안 돼. 데이비드는 평가 대회 참가 신청을 하지 않았다지?”
“네.”
“아마 데이비드 정도 되는 강자는 몇 명 있을 거야.”
켄은 자신이 파악한 참가자 정보를 내게 며칠 전에 보고했는데, 그 중 눈에 띄는 몇 명이 있었다.
“세 명 정도로 압축할 수 있겠죠. 대진 운만 좋으시면 세 명 모두 결승까지 만나시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켄의 말에 내가 피식 웃었다.
“그런 건 운에 기대는 거니까. 실력으로 승부해야지. 그래도 비기너 수준에서는 거의 벗어났으니 남은 시간 동안 좀 더 집중해야 되겠어.”
나는 퀘스트를 떠올리며 켄에게 물었다.
“암살에 대한 건?”
“칠황자 궁을 집중적으로 감시하고 있지만 잡히는 게 없습니다. 뱀의 독과 연결된 건 리버힐 가문인데 그쪽을 캐기란 현재 세력으로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켄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애트란 가문과 전 부집사장 건은 부집사장이 수중에 있으니 압박을 할 수 있는 모양새이지만 리버힐 가문은 순전히 분위기로만 압박할 수밖에 없습니다.”
“너희가 범인인 것을 우리가 이미 알고 있다, 라는 보여주기 수사식으로 말인가?”
켄이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나는 의자에 등을 기대며 말했다.
“평가 대회가 갑작스레 앞당겨지면서 그들의 계획 역시 달라졌을 거야. 사흘……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해.”
첸은 지난 습격 실패로 위축되지 않았다. 대전에서의 오스틴 공작은 암살의 배후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당당했다.
‘티를 낼 수도 없겠지만…… 어쨌든 잠잠한 게 이상해.’
퀘스트는 여전히 끝나지 않았고 봄 평가 대회까지는 시간이 남았다.
사흘은 일이 일어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전하께서 봄 평가 대회에만 집중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평가 대회가 끝나면 내가 대전에서 받아냈던 암살 시도에 관한 수사권 역시 종료될 가능성이 높았다.
서부의 일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거니까.
오늘도 서부 영주들은 오크 군단에 관한 보고를 황궁에 올리는 중이었고, 하루하루 전력이 강해진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었다.
“게일 소식은 여전히 없나?”
켄이 무겁게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게일에 관한 이야기는 하면 마음만 아프니 그 정도로 접어두었다. 죽지 않았다면 반드시 내게 돌아올 사람이었다.
그리고 나는 게일이 죽지 않았다고 믿었다.
나는 부드럽게 화제를 돌렸다.
“수잔이 궁 생활에 적응은 잘하고 있나?”
켄의 여동생은 얼마 전에 입궁했다.
켄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네. 조만간 아카데미에 보낼 생각입니다. 모두 전하의 은혜이시죠.”
조금은 부끄러운 느낌에 나는 큼, 하고 헛기침을 한 뒤 말했다.
“은혜랄 것이 있나. 자네의 여동생인데 내가 더 잘 챙겨야지.”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전하.”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앞으로 잘 돌보게.”
황태자궁에 채용하려다가 아카데미 입학을 권유했다.
켄의 여동생이라면 분명 검에 소질이 있거나 혹은 명석한 두뇌를 가졌을 것이라는 추측 때문이었다.
‘소설 속에서는 거의 등장하지 않으니 나도 잘 모르지만.’
이 정도로 켄과의 대화를 마무리한 뒤 나는 실내 연무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참 폴리시아 꽃 효능은 대회 직전에 나타날 것 같습니다.”
켄의 말에 내가 안타까움을 담아 대답했다.
“갑자기 대회가 당겨져서 너무 아슬아슬해. 그래도 부작용 없이 곧바로 마나 홀이 늘어나는 희대의 꽃이니 어쨌든 완성된다는 사실에 만족해야겠어.”
켄도 동의했다.
“그렇습니다. 대결 직전에 포션 형태로 마시기만 해도 효과는 곧바로 보실 겁니다.”
마지막 사흘, 대련보다는 호흡법과 명상에 집중했고 첸과의 대결 직전 폴리시아 꽃으로 마나 홀을 두 배로 늘리는 게 마지막 준비였다.
‘마나 홀이 지금 상태에서 두 배가 되면 마나의 절대적 양 자체는 중급 정령 마스터와 다르지 않으니까.’
* * *
사흘은 쏜살같이 지나갔다.
평가 대회가 시작되었다.
평가 대회는 전통적으로 개막식도 없었고 따로 어떤 행사를 진행하지도 않았다.
끝나고 난 뒤의 축제도 없는 대회였다.
시작과 동시에 경기가 진행되어 말 그대로 평가 자체에만 집중하게 되는 대회였다.
이 행사가 주목되는 이유는 바로 아버지가 모든 경기를 관람하시기 때문이었다.
황제가 한 경기도 빼놓지 않고 지켜본다!
참가자들에게 그 사실은 무척이나 큰 것이었다.
황제의 눈에 띄어 직속 조직으로 들어갈 수 있다면 인생 역전이요, 황제의 직속 조직이 아니더라도 여러 귀족들에게 눈도장을 확실히 찍을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었다.
대회가 열리는 곳은 황궁 서쪽에 위치한 대회장이었다.
수백 명을 너끈히 수용할 수 있는 관람석에는 이미 귀족들과 그 시종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가장 윗편의 단상에는 황좌가 놓였다.
아버지의 입장으로 아무런 행사도 없이 경기 진행을 맡은 황궁 기사단 단장이 참가자들을 무대 위로 불렀다.
나 역시 참가자 중 한 사람으로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무대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첫 번째 경기는 이번 대회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자로 꼽히는 리오덴과 무명의 용병이었다.
리오덴이 당당하게 먼저 입장했고,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용병이 무대 위에 올랐다.
“나의 신호와 함께 시작한다. 승패는 전투를 지속할 수 없는 부상을 입거나 혹은 사망한 경우, 항복한 경우로 나눈다.”
황궁 기사단장의 말에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슬쩍 아버지에게 시선을 돌렸다.
무료한 눈빛으로 턱을 괴고 무대를 내려다보고 있는 시선에서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리오덴이면 우승 후보인데 아버지에게는 큰 감흥이 없는 모양이었다.
“긴장하셨습니까?”
첸의 목소리였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두 명의 기사를 달고 내게 다가 온 첸을 보면서 나는 옅게 웃었다.
“설마.”
“저들의 경기가 끝나고 바로 형님과 저의 대결이군요. 오랫동안 기다렸습니다.”
첸은 내 대답을 듣지 않고 걸음을 옮기며 말을 맺었다.
“평가 무대에는 형제 개념이 없으니까요.”
나는 대답 대신 무대로 시선을 돌렸다.
첸과 굳이 신경전을 할 필요는 없으니까.
“전하.”
그때 다시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이지?”
황태자궁 소속 하인이었다.
“켄 집사장이 보냈습니다. 경기 전 복용하시라고 합니다.”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마지막 폴리시아 꽃을 넣은 포션이라고 했습니다. 마지막 농축액이라 다소 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퀘스트는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이게 암살 시도라고 보기에는 어려웠다.
폴리시아 꽃은 나와 켄만이 알고 있었고, 하인을 통해 보낼 정도면 정말 마지막까지 포션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었다.
‘아슬아슬하게 맞췄군.’
나는 하인에게 포션을 받아들고 가볍게 마셨다.
순간 하인이 사라졌다.
‘이, 이런!’
극심한 고통에 비명조차 새어나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