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49)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49화(49/278)
49화.
다음 경기까지는 1차전이 모든 끝난 이후 다시 추첨을 하기 때문에 시간이 좀 남아 있었다.
내 승리에 사람들의 반응이 어떤지 보기도 전에 나는 대기실로 마련 된 황궁 서쪽 별궁에 들어갔다.
정말 많은 참가자가 대회에 참여했지만, 황태자라고 별궁 하나의 작은 방 하나는 배정받았다.
대부분의 참여자들이 네 개의 별궁에 흩어져 하나의 방에 최소 세 명 이상씩 배정받았으니 특혜라면 특혜였다.
나는 거칠게 문을 열었다.
켄이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전하!”
켄이 무릎을 꿇으려는 순간 나는 제지했다.
“지금은 잘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야. 혹시 해약은 알아보았나?”
내가 독에 당했다는 사실이 확실해지자 켄과 데이비드 그리고 소리스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었다.
저들도 내가 전투하는 모습에서 짐작만 했을 뿐, 혹시라는 기대를 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나는 최대한 정확하고 빠르게 설명했다.
“마시는 순간 온몸이 타는 듯한 고통에 시달렸어. 운디네와 운다이론이 아니었다면 아마 목구멍이 타서 죽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혈맥 전체에 독이 퍼져나가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는 데 성공했어.”
나는 잠시 숨을 골랐다.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주전자를 통째로 들고 입을 대어 마셨다.
“현재는 마나 홀 일부에 자리잡고 요지부동이야. 운디네와 운다이론이 정화시키지 못했어. 퍼져 있는 독을 모아 가두는 데만 성공했을 뿐이야.”
켄이 즉시 대답했다.
“오색뱀의 독입니다.”
“오색뱀의 독?”
내가 되묻자 켄이 차분하게 설명을 이어나갔다.
“뱀의 독 길드라 불리게 된 이유가 바로 오색뱀의 특수한 독을 쓰기 때문입니다. 다른 뱀독과는 달리 소화되지 않고 곧장 온몸에 독이 퍼집니다. 고대 문헌에도 등장할 정도로 오래된 독이지만 구하기도 어렵습니다.”
켄의 말에 나는 무척이나 놀랐다.
내가 뱀의 독 길드를 설정할 때는 전혀 쓰지 않았던 내용이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켄을 재촉하지 않고 가만히 그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뱀의 독은 오색뱀이라고 알려진 뱀의 독과 뱀의 독 길드 대대로 내려오는 여러 독들을 합하여 만든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오색뱀은 어둠의 숲 아주 깊숙한 곳에서 서식하고 있죠.”
“핵심이 되는 재료인 오색뱀의 독이 구하기 매우 어렵겠군.”
켄이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 거기에다가 여러 독들의 정확한 배합은 뱀의 독 길드 길드장만 대대로 알고 있다고 합니다. 나머지 재료들도 오색뱀의 독만큼이나 구하기 힘들다고 해서 거의 사용된 적이 없었습니다.”
켄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딱 두 번 뱀의 독 길드가 그 독을 사용한 적이 있는데 두 번 모두 왕국의 왕을 암살할 때였습니다. 특히 신성왕국의 왕을 암살하면서 뱀의 독은 단번에 유명해졌죠.”
나는 쓰게 웃었다.
“신성왕국의 왕이면…… 정화나 치료에는 굉장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을 텐데.”
소리스가 슬쩍 끼어들었다.
“손 쓸 새도 없이 죽었다고 합니다. 덕분에 뱀의 독 길드는 대륙 전체에 명성을 떨쳤죠. 전하께서 당하신 독은 그 독을 희석시킨 것 같습니다.”
나는 한숨과 함께 대답했다.
“진짜 원액이었다면 꼼짝없이 죽었다는 말이군.”
켄이 무릎을 꿇었다.
“모두 제가 부주의한 탓입니다. 폴리시아 꽃을 예정대로 복용하셨어야 하는데…… 포션으로 응축하려다가…….”
나는 켄의 말을 잘라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야. 첸이 준비를 잘했을 뿐이지. 어쨌든 살아남았다는 게 중요해.”
즉사하지 않고 목숨을 건졌다.
얻은 게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일단 나는 얻은 것을 점검하기 위하여 켄과 데이비드 그리고 소리스를 내보냈다.
“일단 다음 경기 때까지는 쉬어야겠다. 켄은 범인을 찾아. 내게 포션을 전해준 건 분명 우리 하인이었으니까.”
켄의 눈빛에 살기가 물들었다.
“네. 배신했는지 아니면 처음부터 첩자였는지…… 반드시 알아내겠습니다.”
나는 켄을 진정시켰다.
“지금쯤 궁 밖으로 빠져나갔거나 혹은 첸의 궁에 숨어 있을 수도 있어. 일단 신병 확보에 주력하도록.”
켄이 고개를 숙였다.
“네.”
나는 소리스에게 시선을 돌렸다.
“자네에게는 해약을 부탁하지. 오색뱀 독을 희석시킨 거라고 추정하고 있을 뿐 정확히는 모르니까.”
“네. 즉시 준비하겠습니다.”
소리스는 자신이 데려온 하인이 일을 저질렀다는 죄책감에 어느 때보다 무거운 목소리였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 앞으로 우리는 이 일을 어떻게 이용할지 생각해야 돼.”
나는 마지막으로 데이비드에게 말했다.
“자네는 황궁 소속 신관들을 은밀히 데려와.”
데이비드는 아직 내게 충성 맹세를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신하였다.
켄의 밑에서 이것저것 돕고 있으며 지위는 없었다.
게일이 돌아오면 게일과 데이비드를 중심으로 황태자 직속 기사단을 꾸리는 게 목표였다.
물론 아직까지는 목표이고 실행하려면 여러 가지가 필요했다.
데이비드에게까지 할 일을 주었고 곧 세 명은 내게 동시에 인사를 건넨 뒤 나갔다.
나는 곧바로 가부좌를 틀고 명상에 잠겼다.
독은 마나 홀에서 요지부동이었다.
일부러 자극하지 않고 지금은 이대로 두었다.
‘두 번째 경기도 해독하지 못한 채 치러야 할 가능성이 높다.’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동안 나를 모욕하고 괄시했던 첸의 팔을 자른 날이었지만, 기쁨을 누릴 새도 없었다.
‘팔 하나 가지고는 안 되지.’
황태자에 대한 암살을 시인했다.
‘철혈 기사단장도 들었으니…….’
나를 반드시 죽일 것이라 확신하고 떠든 첸은 이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우승한 뒤 서부로 가기 전 칠황자를 치운다.”
첸이 죗값을 치르려면 아직 멀었다.
* * *
일단 나는 첸에 대한 생각은 접고 상태창을 확인했다.
캐릭터 레벨은 29가 되었다.
단숨에 4 레벨이 올랐다.
목숨을 건 사투가 많은 경험치를 주었다.
재능 레벨도 모두 1씩 오르면서 바람의 동반자, 물의 수호자는 6이 되었고 대지의 친우와 화염의 지배자는 4가 되었다.
재능 레벨이 오르면 상급 정령과의 계약이 쉬워지고 스킬 위력에도 영향을 미치니 무조건 좋은 일이었다.
스킬 레벨이 오른 것도 빼놓을 수 없었다.
“바람의 호흡법도 올랐네. 이건 신기한 일이군.”
바람의 호흡법은 단 1이 올랐지만 어쨌든 올랐으니 좋은 일이었고, 바람의 사슬과 물의 장벽이 10, 물의 폭풍도 3으로 올랐다.
바람과 대지의 흐름도 10이 되면서 한결 움직임이 편해질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불의 장막까지 5가 되었다.
첸과의 전투에서 모든 스킬을 골고루 사용했고 바람의 사슬과 물의 폭풍이 결정적 역할을 하면서 많은 경험치를 받았다.
“가장 중요한 건 퀘스트인데.”
나는 중얼대면서 퀘스트 목록으로 들어갔다.
보이지 않은 손길로부터의 해방 퀘스트가 완료되어 있었다.
완료를 누르자 보너스 스탯 300과 랜덤 스킬 목록, 랜덤 재능 목록이 나왔다.
“스킬과 재능이라!”
나는 먼저 랜덤 스킬부터 뽑기로 결정했다.
상태창에 물음표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나는 신중하게 손가락을 움직였다.
곧 물음표의 속도가 느려지며 이내 하나의 스킬이 생성되었다.
-A 대지의 포효가 개방되었습니다.
이제는 놀랍지도 않았다.
그리고 한 가지 대지의 포효는 토너먼트 대회에서 아주 요긴하게 쓰일 것 같았다.
‘기사를 상대로 제격인 스킬이다. 움직임을 봉쇄할 수 있어.’
대지의 포효는 땅의 정령이 스킬 범위 내에 포효를 지르며 흔드는 스킬이었다.
땅이 흔들리면 당연히 스킬 범위 내에 있는 대상은 움직임에 제한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빠른 기사의 움직임을 대지의 포효와 불의 장막으로 봉쇄하면서 다른 공격 스킬을 사용하면 아주 좋을 것 같았다.
나는 랜덤 재능 개방으로 넘어갔다.
재능을 개방하는 건 처음 있는 일이라 무척 기대가 되었다.
-재능이 개방되지 않았습니다.
-랜덤 재능 개방권이 소멸됩니다.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이내 깨끗해지는 상태창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무슨 이런 경우가…….”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일에 살짝 당황스러웠지만 금세 정신을 차렸다.
‘그래 그동안 운이 너무 좋았다.’
주인공 카렌과 비교해도 모자라지 않을 정도로 나는 운이 좋았다.
개방하는 스킬마다 A급이었고, 재능마다 S급이었다.
정말 빠른 시간 내에 중급 정령사 익스퍼트가 되었다.
“그러고 보니…….”
중급 정령사 익스퍼트.
그냥 넘어갔지만 나는 한 번의 대결로 비기너에서 익스퍼트 단계에 올랐다.
나는 모든 점검을 마친 뒤 다시 한 번 바람의 호흡법을 시전했다.
오후 경기까지 이제 시간이 많지 않았다.
독을 당장 해결할 수 없다면, 나머지 마나 홀 부분을 맑은 마나로 가득 채워놔야 하지 않겠는가.
똑똑-!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전하, 데이비드입니다.”
심부름을 보낸 데이비드였다.
데이비드 뒤로는 신관 한 명이 주변을 살피며 들어왔다.
낯이 익었다.
“그대는…….”
“신관입니다, 전하.”
데이비드의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이곳에서 눈을 떴을 때 보았던 신관이네.’
나는 굳이 내색하지 않고 데이비드에게 눈짓했다.
“은밀히 데려왔습니다.”
데이비드의 대답에 나는 신관에게 시선을 돌렸다.
“오늘 일은 아무 곳에도 발설하지 말도록.”
“네, 전하.”
풍채가 좋은 신관은 내가 처음 봤을 때와 다르지 않았다.
살짝 삐딱한 시선과 귀찮은 표정이 역력했다.
당시 그가 두려워한 건 아버지였고 나는 오크 술사 따위에게 당한 멍청한 황태자였다.
그리고 그건 과거였다.
“신관.”
스산한 내 목소리에 신관이 움찔 몸을 떨었다.
“그대 앞에 있는 게 누구라 생각하는 건가?”
신관이 그제야 허리를 숙였다.
“소, 송구합니다. 전하.”
“오늘 일이 밖으로 새어나가면 그대 앞에 있는 사람이 이 제국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 지 똑똑히 느끼게 해주겠네.”
신관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겁을 주었으니 이제 달랠 차례였다.
“만약 자네의 능력으로 해결한다면 그때에도 내가 누구인지 느끼게 해주지.”
이번에는 좋은 방향으로 당근을 제시한 것이다.
신관이 눈을 가늘게 떴다.
‘신관답지 않게 탐욕이 큰 자로군. 당장 데려올 수 있는 신관을 고를 순 없으니.’
굳이 데이비드를 탓할 이유는 없었다.
나는 신관에게 독을 마셨을 때와 현재의 상태를 비교적 소상하게 설명했다.
운디네와 운다이론을 통해 정화를 시도한 것도 빼먹지 않고 말했다.
신관은 무척이나 놀랐다.
허접한 오크 술사에게 당했던 내가 중급 정령으로 독을 정화하려 했다는 사실 자체를 믿기 힘든 모양이었다.
나는 운다이론을 소환했다.
“운다이론도 정화할 수 없었어.”
신관은 그제야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의 정령이 정화에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건 맞지만 신성력에 비할 바는 아닙니다. 일단 제가 전하를 살펴보겠습니다.”
신관이 내 어깨에 손을 댄 뒤 알 수 없는 언어로 중얼대기 시작했다.
신관의 손에서 새하얀 빛이 새어나왔다.
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신성한 빛이었다.
나는 속으로 무척이나 신기했다.
‘탐욕에 찌든 눈빛의 신관에게 이토록 경건한 신성력이라니. 알다가도 모르겠군.’
일단 모든 걸 떠나서 그가 황궁 소속 신관이라는 것 자체가 능력이 있다는 증거였다.
교단과 제국의 정치는 엄연히 분리 되어 있지만 교단 역시 제국과 좋은 관계를 위하여 황궁에 신관, 사제를 파견했다.
눈앞의 신관 역시 그렇게 파견 된 신관 중 한 명이었다.
신관의 이마에 어느새 땀이 흐르기 시작했고, 나는 어느 때보다 상쾌한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마나 홀의 독은 요지부동이었다.
이내 신관이 물러서며 말했다.
“전하 아무래도 이 독은 제 능력으로는 해독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대사제급 신관이나 혹은 정화의 신을 모시고 있는 신관이 필요합니다.”
신관의 솔직한 고백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고했네. 자네는…….”
“대지의 여신을 모시는 데메가아교의 신관입니다.”
나는 신관에게 사례를 할 것이라는 말과 기밀 유지에 대한 마지막 경고를 곁들인 뒤 내보냈다.
그리고 데이비드에게 말했다.
“다음 경기까지 해독은 불가능할 것 같군. 데이비드, 내 다음 상대가 누구지?”
데이비드가 짧게 대답했다.
“추첨 결과 리오덴을 상대하시게 되었습니다.”
나는 허, 하고 한숨을 토해냈다.
“산 넘어 산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