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5)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5화(5/278)
5화.
-F 게일에게 끈기를 인정받기 : 두 달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수련
“괜찮으십니까?”
나는 게일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아, 괜찮아.”
단지 처음 퀘스트가 개방되어 놀랐을 뿐이다. 더불어 나는 한 가지 결심을 하게 되었다. 기억들을 메모하는 것이다. 줄거리는 물론이거니와 설정집, 등장인물 성격 등 영웅 카렌 전반에 관한 기록이 필요했다.
“오전에는 마저 호흡법에 집중할 게. 오늘부터 점심 식사 이후 오후에는 육체 단련을 게일이 도와줬으면 좋겠는데.”
내 제안에 게일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 단련할 수 있는 수준까지 몸이 좋아지신 건 아닙니다. 지금처럼 식단 관리 꾸준히 하시고 걷기 운동 정도로 또래와 비교할 때 최소한의 몸이 만들어지면 그때부터 직접 봐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나도 게일의 말이 옳다고 느꼈다. 이 몸은 정말 허약하다. 거창한 운동이 아니라 가벼운 산책에도 지칠 정도니까. 뼈가 두드러질 정도로 말라 비틀어져 있기 때문에 살부터 찌우는 게 우선이다.
‘점차 식사량을 늘리고 있으니까.’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대답했다.
“좋아.”
게일이 꾸벅 허리를 숙인 뒤 침실을 나갔다.
나는 곧바로 책상에 앉았다. 필기구는 모두 갖춰져 있었다.
‘이야, 이거 도금이 아니라 순금 같은데…… 아무리 무능력자 취급받는 황태자라도 황태자라 이건가.’
소설을 쓰면서 사용하는 건 낡은 중고 노트북 하나뿐이었다. 20권이 넘는 분량과 그에 관련한 설정이 모두 들어 있는 노트북을 가지고 올 수 있었다면 지금의 삶이 훨씬 편했을 것이다.
‘아룬 칼 레오드가 된 것도 기적이나 마찬가지인데 더 바라면 욕심이지.’
나는 욕심을 털어내고 만년필을 집어 들었다. 가장 먼저 상태창에 관련된 것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상태창에서 가장 중요한 게 바로 퀘스트다. 게일에 관련된 퀘스트가 떴을 때 놀랍고 기뻤던 건 나 역시 이제 성장의 기반이 마련되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아직 레벨 1에 불과하지만. 그리고 퀘스트도 난이도도 고작 F급이지만 퀘스트가 개방되었다는 자체가 중요해.”
퀘스트는 난이도에 따라 해결했을 때의 보상 보너스 스탯이 다르다. 보너스 스탯은 퀘스트 개방, 스킬 개방에 있어 중요하다.
난이도가 높은 퀘스트와 좋은 스킬을 개방하려면 캐릭터 레벨이 높아야 된다.
‘보너스 스탯이 15였나? 스킬 개방은 신설되지 않았으니 다른 퀘스트들을 개방시켜야겠어.’
나는 상태창 마지막에 나와 있는 추가 퀘스트 개방을 선택했다.
-F 출발이 반이다 : 1주 연속 수련, 3주 연속 수련, 한 달 연속 수련, 두 달 연속 수련
└각 목표치 달성 때마다 보너스 스탯 5
-F 첫 정령과의 계약 : 처음으로 정령과의 계약에 성공한다
└정령 관련 랜덤 스킬 개방
난이도 F급에 불과한 퀘스트에서 보상이 무려 스킬 개방이다!
내 눈이 멀쩡한지 의심이 들어 눈을 비볐다.
어떤 스킬이 개방될지 모르지만 일단 스킬이 개방되는 자체가 좋다. 스킬은 내 고유의 능력이고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까.
좋은 스킬이라면 당연히 숙련도를 높여 레벨을 올린다면 그만큼 나는 강해진다.
가장 낮은 F급 퀘스트밖에 없지만 나는 충분히 기뻤다. 이 이상 바란다면 욕심이 과한 것이다.
나는 피식 웃은 뒤 다시 집중했다. 누구도 알아볼 수 없는 문자, 한글로 내 기억들을 차근차근 적어 나가기 시작했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뒤에야 어느 정도 기록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나와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누었던 독자의 정체는 신이었을까.
내가 영웅 카렌처럼 상태창을 가지게 된 이유도 아마 그 존재의 배려라고 생각했다.
점심을 먹은 뒤 산책 겸 운동으로 황태자궁 정원을 천천히 걸었다. 게일이 조심스럽게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만개한 꽃들과 조경이 되어 있는 나무들 그리고 한국과는 비교하기 힘든 청량한 공기 속에서 나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상태창을 근원으로 성장하는 건 당연하고. 우선 현재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는 후계자 선정에서 승리해야 된다. 그럼 세력이 중요해. 이미 다른 황자, 황녀들과 내 능력의 격차는 너무 크다.’
냉정하게 현재 나의 상태를 파악하는 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곳은 내가 살던 곳이 아니다.
아무리 내가 집필한 세계라 하더라도 살아 있는 세계다. 내가 모르는 것들이 수두룩하다.
‘대부분 카렌에게 당했다는 선으로 마무리했지. 그렇게 설정했을 뿐 그들의 능력을 얕잡아볼 순 없어.’
영웅 카렌 입장에서 생각하면 곤란하다. 내가 영웅 카렌이 된 것도 아니고 최종 보스도 아니며 최종 보스의 가장 무능력한 아들이 되었으니까.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레벨을 올리는 게 중요해. 레벨을 올려야 좋은 스킬을 개방할 수 있다.’
정원을 한 바퀴 돌았을 무렵 내 생각은 어느 정도 정리되었고 게일의 목소리도 들렸다.
“오늘은 이만 들어가시죠. 충분히 땀을 흘리셨습니다.”
“그래?”
그제야 옷이 온통 땀으로 젖은 걸 깨달았다.
“저녁 식사는 좀 푸짐하게 부탁해. 저녁 먹은 뒤에는 바람의 호흡법에 집중할 생각이니까 아무도 침실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고.”
게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 * *
-스킬 레벨이 올랐습니다.
이제 나는 중세 판타지 배경에서 살게 되었는데, 게임 시스템 음성과 같은 소리를 듣자 느낌이 묘했다.
‘뭐 상관없지.’
상태창을 살피자 바람의 호흡법 레벨이 1에서 2가 되었고 더불어 캐릭터 레벨도 2로 올랐다.
좁쌀만큼이나 작던 마나홀이 아주 조금이나마 늘어났다.
‘적어도 야구공만큼은 키워야 정령을 소환해도 기절하지 않을 것 같은데.’
내가 있는 칼페온 제국의 수도는 대륙 중앙에서 살짝 북쪽이다. 사계절이 뚜렷한 곳이고 전략적 요충지로 설정해 놓아 정복 전쟁 당시 아버지가 가장 먼저 차지한 도시다.
겨울이 성큼 다가와 이제는 밤에도 제법 선선해서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이 차가웠다.
캐릭터 레벨이 오르면서 주어진 보너스 스탯은 고작 10. 퀘스트를 개방하기에는 모자란 수치이니 일단 모아두었다.
추후 여러 퀘스트를 수행하면 보상으로 보너스 스탯을 받을 수 있으니 어느 정도 모이면 퀘스트 혹은 스킬 개방을 시도할 생각이다.
이미 달이 하늘 높게 떠올랐고, 오늘은 잠을 잘 생각이었다.
침대에 편안하게 눕자 밖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뭔가 좀 달라지신 것 같지 않아?”
“뭐가?”
“전하 말이야. 식사도 많이 하시고 정원 산책도 자주 하시고. 게일 집사장님과 대화도 많아지시고. 원래 매일 방에 혼자 계셨잖아. 밖으로 나오는 일이 거의 없었고.”
시녀들의 목소리였다.
“오크 술사의 저주를 받아 혼쭐이 나신 게 불과 얼마 전이야.”
괜스레 입맛이 무척 썼다. 시녀들조차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대화 내용이었다.
‘그러고 보니…… 마나홀이 생긴 덕분인가? 뭔가 청력도 좋아진 기분이야.’
가볍게 무시하고 자려는 찰나, 대화가 이어졌다.
“방에 틀어박혀서 엄마 찾으며 울 줄 알았는데 확실히 달라졌지.”
괜스레 내 이마에 힘줄이 돋는 느낌이다.
“부집사장님에게 보고해야 되지 않을까? 전하에 관련된 일이라면 뭐든지 보고해야 되잖아.”
“글쎄. 딱히 특별한 건 없잖아? 일상 보고야 늘 하는 일인데.”
별 대화가 아닐 수 있었지만 나는 시녀들의 대화에서 위화감을 느꼈다.
부집사장.
실질적으로 황태자궁의 모든 일을 주관하고 있는 사람이다. 나는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켜 오늘 작성한 영웅 카렌 줄거리 및 설정집을 펼쳐 보았다. 빠르게 넘겼지만 부집사장에 관한 내용은 하나도 없었다.
나도 모르게 귀를 기울였다. 아무래도 시녀들의 대화가 끊이지 않을 것 같았고, 대화 내용 속에서 위화감의 정체를 찾을 수도 있으니까.
“밥 많이 먹고 정원 산책하는 게 특별한 일은 아니지. 그냥 일상 보고잖아. 평소대로 하면 돼.”
“하긴 그렇겠지. 그나저나 집사장님도 요새 바쁘신 것 같은데 그 부분은 좀 특별한 거 아니야? 하루종일 궁에만 붙어 계시던 분이잖아.”
“그건 그래. 그 부분은 특별 보고로 올리자.”
보고? 특별 보고?
어느새 나는 잠이 싹 달아나 책상으로 자리를 옮겼다.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었다. 누군가가 시녀들을 통해 나와 게일을 감시하는 중이다.
나를 감시하는 건 특별하지 않다. 황태자라는 직위가 있었고, 경쟁자는 한두 명이 아니니까. 황자, 황녀들뿐만 아니라 그들의 외가 및 우호 세력들이 내 일거수일투족을 궁금해하는 건 당연하다.
아무리 내가 무능력해도 아직 황태자 직위를 가지고 있으니까. 론 칼 레오드의 성격을 고려할 때 황태자 직위가 날아가도 몇 번이나 날아갔어야 하는데 여전히 나는 직위를 지키고 있다. 만약 성년식 때까지 황태자 직위를 지킬 수 있다면 내가 아무리 무능력해도 다른 황자, 황녀들의 불안감은 지금보다 훨씬 커질 것이다.
“보통 이 대륙의 문화는 성년 때 후계자가 완전히 정해지니까.”
많은 이들이 내가 성년식을 치르기 전에 황태자 직위를 박탈당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일 년도 남지 않은 지금도 자격 박탈 소식은 없다.
론 칼 레오드도 황태자 직위에 대한 언급은 한 번도 안 했으니 경쟁자들이 서둘러 움직이려 할 수도 있다.
‘이거 생각보다 시간이 없잖아? 성년식의 의미를 완전히 잊고 있었어. 다른 황자나 황녀가 후계자가 되면 장남인 나를 제거하려 들 게 분명해.’
지금도 썩 좋은 상황이 아니다. 성년식 직전까지 정말 황제에게서 아무런 명령이 없다면 암살당할 수도 있었다.
“시녀들을 통해 감시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미 기회를 찾고 있을지도 모른다. 게일이 있으니 쉽지 않겠지만.”
시녀들의 수다는 큰 도움이 되었다. 시녀들이 부집사장에게 보고한다는 정보를 얻었으니까.
‘그놈부터 손봐야겠다. 티나지 않고 은밀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