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50)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50화(50/278)
50화.
나는 리오덴이라는 인물을 알지 못했다.
내가 직접 이름을 부여한 조연이나 혹은 단역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이번 봄 평가 대회에서 내가 집필한 내용 자체도 한두 문장이 전부였다.
하지만 현실은 한 문장으로 표현이 불가능한 시간의 흐름이다.
“시간이 얼마나 남았지?”
내 말에 데이비드가 대답했다.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소리스가 정리해둔 자료 중에서 리오덴에 관한 자료만 받아 오게. 한번 볼 시간은 있겠지?”
데이비드가 다른 대안을 제시했다.
“리오덴에 관한 것은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차라리 데이비드에게 조언을 구하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
내가 흔쾌히 기회를 주자 데이비드는 천천히 설명했다.
“리오덴은 정통 검술을 익힌 자는 아닙니다. 그는 실전 검술의 달인인데 소드 익스퍼트 상급이라 알려져 있습니다만 아마도 상급과 최상급 사이일 겁니다.”
나는 데이비드의 설명 속에서 한 가지 사실을 유추했다.
“리오덴이 우승 후보로 점쳐지고 있으니 소드 익스퍼트 상급이면 우승급 전력이라는 이야기군.”
“네. 그리고 리오덴은 알려진 것보다 더 강하죠.”
데이비드가 확신했다.
“아마 머지않아 최상급에 오를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실전 검술로 마스터에 이른 이는 단 한 명도 없었지만 리오덴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데이비드는 리오덴에 관한 자신의 평가는 마치고 실전에 관한 조언을 꺼냈다.
“정통 검술과 실전 검술의 차이 중 하나가 바로 움직임입니다.”
“움직임?”
내가 되묻자 데이비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정통 검술은 기본기부터 모두 동작에 맞는 움직임이 따로 있습니다. 하급, 중급, 고급 검술마다 정해진 움직임이 있고 그 모든 게 아우러져 하나의 검술이 되는 것입니다.”
나는 데이비드의 말에 큰 흥미를 느꼈다.
데이비드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실전 검술은 정통 검술보다 간략하고 빠른 게 장점이지만, 정통 검술을 따라올 수 없는 결정적 이유가 바로 움직임과 마나의 사용에 있습니다.”
이번에는 나도 지식을 보탰다.
“명문가에 있는 마나 호흡법 역시 검술 동작 하나, 하나에 녹아나니까. 반면 실전 검술은 오로지 감에 의지하여 마나를 사용하는 것이고.”
데이비드가 빙긋 웃었다.
“이해가 빠르시군요. 맞습니다. 다만, 실전 검술도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르면 정통 검술 못지않은 움직임을 보여줄 수 있고 마나를 사용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죠. 리오덴은 그 경지에 오른 용병입니다.”
데이비드는 눈을 가늘게 뜨며 덧붙였다.
“하지만 틈이 아예 없는 건 아닐 겁니다. 그가 아직 최상급에 오르지 못한 게 바로 그 증거죠. 소드 익스퍼트 최상급은 마스터 바로 직전 단계로 몸 안의 모든 마나가 마치 자신의 몸처럼 움직이고 오러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으니까요.”
데이비드는 나의 정령술에 관한 이야기도 꺼냈다.
“전하의 정령술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바로 기사 검을 휘두르는 것보다 더 빠른 정령들입니다.”
“더 빠르다?”
“전하께서는 정령들의 기술을 아무런 공백도 없이 곧바로 사용하시니까요. 저는 단 한 번도 그런 정령사에 관한 이야기를 본 적도 듣지도 못했습니다.”
갑작스러운 칭찬에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데이비드는 진지했다.
“만약 그런 정령사가 있다고 들었다면 비웃었을 겁니다. 마법도 캐스팅 과정이 있고 기사 역시 검에 오러를 덧씌우는 과정, 오러 블레이드를 만드는 과정이 있는데 정령의 기술이 곧바로 구현되다뇨.”
데이비드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결론은 리오덴을 이기시려면 쉼없이 움직이시고 정령들로 끊임없이 공격하셔야 됩니다. 분명 틈을 드러낼 겁니다. 그때 단 한 번의 기술로 끝내십시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의 조언을 잘 참고하지. 알다시피 전투라는 게 계획처럼 흘러가지는 않으니까.”
“네.”
곧 하인이 들어와 나의 경기가 다음 경기라고 알려주었다.
벌써 노을이 지고 있었다.
별궁을 나서자 많은 시선들이 내게 모였다.
새삼 나는 내가 1차전을 승리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지금껏 내가 보여주었던 그 어떤 모습보다 1차전의 내 모습이 다른 이들에게 충격이라는 것도 느꼈다.
‘하긴 무능함의 표본이었던 내가 테드의 경쟁자로 유명한 첸을 이겼으니.’
그냥 이긴 것도 아니었다.
나는 무대에서 덤덤하게 첸의 팔을 잘라냈다.
분명 멈출 기회가 있었음에도 나는 망설이지 않았다.
잘린 팔을 마법으로 붙일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나는 힘들 것이라 예상했다.
‘내 기억에는 정령의 힘에 당한 부상은 다른 부상과 다르게 치료하기가 좀 더 까다롭다고 설정했지.’
당시에는 최종보스인 아버지가 최상급 정령사라는 사실을 생각해서 좀 더 강하게 만들기 위하여 짜놓은 것이었지만 지금은 나를 위한 설정이나 다름없었다.
오스틴 공작이라는 대마법사가 있지만 첸의 완전한 치료는 힘들 것이다.
그건 마법 수준이나 신성력 등 치료사의 문제가 아니라 태초부터 내려오는 정령의 위대함 중 하나가 작용된 결과니까.
‘팔 하나 없이 살게 될 가능성이 크겠지.’
첸의 자존심을 배려한다면 죽이는 게 더 편했을 것이다.
이내 나는 쓰게 웃었다.
‘나도 완전히 달라졌군. 사람 죽이는 것을 서슴없이 이야기하고 있으니.’
주위의 웅성거림이 커질 때쯤 나는 생각을 정리했다.
“아룬 칼 레오드.”
철혈 기사단장이 내 이름을 호명했고, 이어 내 상대를 불렀다.
“리오덴.”
* * *
첸은 믿을 수 없었다.
고개를 젓는 신관의 멱살을 거칠게 부여잡았다.
“다시 해!”
첸의 살기 어린 목소리에 신관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내 날카로운 목소리가 첸의 귓가를 찔렀다.
“그만하거라!”
첸이 신경질적으로 시선을 돌렸다.
오스틴 공작이 문에서 첸의 어머니와 함께 서 있었다.
“울 거면 그만 나가거라. 나중에 부둥켜안고 울어도 늦지 않으니까.”
차가운 아버지의 말에 첸의 어머니는 차마 한 마디도 반박하지 못하고 첸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들의 표정에는 지독한 분노와 모멸감이 섞여 있었다.
이내 자신의 아버지인 공작을 한차례 쳐다보던 첸의 어머니가 방문을 나섰다.
공식적인 신분은 황제의 부인이었고, 황자의 어머니였지만 그녀가 가진 영향력은 조금도 없었다.
팔 하나를 잃은 아들을 위로할 수 없는 현실보다 어머니인 자신의 위로가 필요하지 않다는 아들의 모습이 더욱 슬펐다.
첸에게도 끝내 한 마디 하지 못한 그녀가 나가자 오스틴 공작이 신관에게 물었다.
“오면서 대략적으로 들었다. 정확하게 어떤 문제이지?”
“정령술에 당한 상처는 신성력으로도 치료하기 어렵습니다.”
신관의 대답에 오스틴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 나가거라.”
신관은 서둘러 나갔다.
첸이 오스틴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이대로 물러날 순 없어!”
“예의를 갖춰라. 나는 이 나라의 개국 공신이며 공작이다.”
첸이 으르렁거렸다.
“나는 이 나라의 황자야.”
“그래. 황자이지. 그저 그런 황자는 아무것도 되지 못하고 평생을 쓸쓸히 늙어가야 한다는 점은 알고 있겠지? 그것도 운이 좋아야. 오늘 네 형을 보니 성년식을 치르는 순간 모두를 죽이고도 남겠더구나.”
첸은 아침의 대결이 떠오르며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네놈이 무대 위에서 나불거린 말들 때문에 네놈만이 아니라 내 가문까지도 영향을 받게 생겼다.”
오스틴 공작 역시 베레곤 공작과 크게 다른 사람은 아니었다.
자신의 자식이 낳은 아들이 황좌에 앉는 것도 좋지만 더 좋은 건 바로 자신들의 가문이 황가가 되는 것이었다.
첸은 론 칼 레오드에게 숙이고 있는 시점에서 필요한 패 중 하나일 뿐 꼭 쥐고 갈 필요가 없는 패였다.
그렇다고 버릴 수도 없었다.
“그깟 팔 하나 없다고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네놈이 실수한 건 쓸데없이 황태자에게 확신을 준 것이야.”
“어차피 곧 죽을 거야.”
평소에 오스틴에게만큼은 예의 바른 첸이었지만 지금은 극도로 분노한 상황이라 본래 성격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오스틴이 다시 한 번 지적했다.
“한 번만 더 망아지처럼 굴면…….”
대마법사가 일으키는 기세는 첸이 감당할 정도가 아니었다.
첸이 울컥 피를 토했다.
“분노를 가라앉혀라. 이 오스틴의 피를 이어받았다면 패배 속에서도 냉정해야 된다. 테드에게 재료를 받았다지? 그리고 조직원들을 마음대로 이용하여 독을 만들고.”
첸은 애써 신음을 참아냈다.
심장을 찌르는 살기에 분노는 사라지고 천천히 이성이 돌아왔다.
“그렇습니다.”
오스틴이 기세를 거둬들였다.
“너의 재능은 나도 인정할 정도로 뛰어나다. 너는 내 아들들과는 다르게 마법적 재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너를 황태자 자리에 앉히려고 내 가문의 힘을 사용하는 것이다.”
오스틴은 후우, 한숨과 함께 말을 이었다.
“독을 이용할 거면 확실하게 이용하지, 어중간하게 테드 따위에게 휘둘리니 일을 그르친 것이 아니냐.”
“죄, 죄송합니다. 공작님.”
첸은 순한 양이 되었다.
이미 오스틴 공작의 조직을 사사로이 사용한 것도 들켰고, 재료를 테드에게 받은 것도 들켰다.
“정말 오색뱀의 독이었다면 오늘 아룬은 그 자리에서 녹아 없어졌을 것이다. 어깨너머로 배운 놈이 조잡하게 만들어서 살아남은 것 같지만…… 오색뱀의 독이 진짜였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깔끔했을 테지.”
오스틴은 의자에 앉으며 고민에 잠겼다.
첸이 슬쩍 물었다.
“앞으로 어떻게…….”
“당분간 자중하고 있거라. 애트란 가문의 장자가 곧 수도에 올라온다고 들었으니 평가 대회 이후에는 여러 변동이 있을 것 같다.”
오스틴은 첸을 엄하게 다스리는 만큼 기대감도 갖고 있었다.
그게 바로 베레곤 공작과 다른 점이었다.
오스틴 덴 리버힐, 그는 자신의 아들들이 첸의 재능을 반만이라도 따라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리버힐의 피를 잇고도 고작 4서클에서 그토록 오래 헤매고 있는지 이해조차 되지 않을 지경이었다.
반면 첸은 열다섯의 나이로 그들의 수준을 따라잡았고 최근에는 벽을 서서히 깨고 있었다.
‘역시 레오드의 핏줄인가…… 하지만 반은 나의 핏줄이나 다름없다. 나의 자식이 낳았으니.’
오스틴은 잠시 망설였지만 이내 품에서 책 하나를 꺼냈다.
“5서클 마법서이다.”
“할아버지!”
첸이 오랜만에 할아버지라는 호칭을 입에 담으며 놀랐다.
“아까도 말했지만 팔 하나 없다고 낙심하지 마라. 마법사에게 중요한 건 팔이 아니니까.”
오스틴이 건네 준 건 단순한 5서클 마법서가 아니었다.
바로 리버힐 가문에 독문으로 내려오는 마법서였다.
마법사 역시 기사 가문처럼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마나 호흡법이 있었다.
리버힐 가문의 마나 호흡법은 오직 4서클까지 올라와야 익힐 수 있었는데, 때문에 4서클에 오르지 못한 이는 리버힐 가문의 가주가 될 수 없었다.
“당분간 마법을 익히는 데 주력해라. 아룬도 아룬이지만 정말 무서운 건 테드다. 그 아이는 검술에 관한 재능을 제 아버지를 닮았고, 탐욕과 정치는 제 외할아버지를 닮았으니까.”
“네.”
첸이 고개를 숙였다.
“뱀의 독 길드와 네가 사용한 독에 대해서도 당분간 잊어라.”
첸이 다시 오스틴의 눈치를 보며 물었다.
“아룬이 이미 다 아는데…….”
오스틴이 피식 웃었다.
“네 형이 많은 것을 숨기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고 참 놀라운 일인 것도 맞다. 나조차도 놀라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말이다.”
오스틴의 미소가 진해졌다.
“그래 보았자 아직 성년식도 치루지 않은 어린 아이다. 너도 알게 될 것이다. 내가 그리고 베레곤 공작과 다른 공작들이 어떻게 개국 공신이 되었는지.”
오스틴은 뒷말을 굳이 손자에게 하지 않았다.
‘인간으로 느껴지지 않는 초인을 이겨내기 위해 버틴 세월은 그리 녹록하지 않지. 황태자, 꽤 당돌했지만 거기까지요. 이제 와서 한 명의 경쟁자가 추가되는 건 나도 베레곤 공작도 원치 않으니.’
오스틴은 몸을 일으켰다.
아주 오랜만에 베레곤 공작과 와인을 한잔할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