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52)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52화(52/278)
52화.
“제법 싸울 줄 알더군.”
론의 말에 진이 짧게 대답했다.
“네.”
론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전투를 이해하는 익스퍼트는 마스터도 이길 수 있는 법이지.”
진이 덧붙였다.
“황태자께서는 확실히 달라지신 것 같습니다.”
론의 얼굴에는 어느새 웃음이 사라져 있었다.
“그래. 달라졌어. 아마 해독도 하겠지. 물론 황태자가 호흡법을 제대로 활용해야겠지만.”
* * *
대지의 포효가 정말 적절한 순간에 들어갔다.
새삼 나는 정령이 내 의식을 읽고 행동하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느꼈다.
리오덴이 순간적으로 비틀거리는 순간 실페레와 함께 운다이론이 무섭게 마나를 빨아들였다.
두 중급 정령이 동시에 펼치는 공격 스킬이 무대 위를 수놓았다.
실페레가 먼저 거대한 바람의 사슬을 일으켜 리오덴의 복부를 강타했다.
콰아아아앙-!
리오덴도 정말 놀라운 강자였다.
그 찰나의 순간에 복부를 보호하면서 실페레의 공격을 막아냈다.
하지만 바람의 사슬을 정면으로 맞은 충격을 모두 이기지는 못하고 무대 위를 데구르르 굴렀다.
운다이론이 그 위를 거친 소용돌이 물의 폭풍으로 덮었다.
콰아아아아앙-!
하늘에서 수직으로 낙하한 물의 폭풍은 리오덴이 자리한 무대를 움푹 들어가게 만들었다.
나는 거친 숨을 숨기지 못하고 헉헉거렸다.
철혈 기사단장의 선언이 이어졌다.
“아룬 칼 레오드 승리!”
정령들이 철혈 기사단장의 목소리와 동시에 정령계로 돌아갔다.
나는 비틀거리지 않기 위하여 두 다리에 힘을 주었다.
쿨럭, 소리와 함께 리오덴이 피를 토해냈다.
‘죽지 않았군.’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리오덴의 생사를 결정할 수 있을 정도로 나는 강하지 못했다.
모든 힘을 다한 공격이었고, 리오덴의 생사는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다.
막연히 죽지 않았으리라 짐작했지만 살아 있는 게 두 눈으로 보이니 적잖이 안심이 되었다.
철혈 기사단장이 무대 아래에 신호를 보냈고, 곧 몇 명의 기사들이 리오덴을 데리고 무대 아래로 내려갔다.
나도 뒤따라 무대 아래로 향했다.
“평가 대회 1, 2차전은 이것으로 모두 마칩니다. 3차전에 진출한 참가자들은 내일 오전까지 늦지 않게 다시 이곳으로 모이십시오.”
무대 아래에서 켄이 기다리고 있었다.
“전하.”
켄이 내게 고개를 숙이자 절로 주변에 있는 인물들도 쭈뼛쭈뼛 고개를 숙였다.
평가 대회는 참가자의 신분을 가리지 않지만 오늘 경기가 모두 마무리된 상황이니 다른 이들도 내게 예를 표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의 눈빛은 여러 가지로 나뉘었다.
경악, 불신, 두려움, 의심…… 나에 대한 소문은 참가자들도 익히 알고 있었고, 우승 후보 리오덴을 꺾은 반응은 다양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대회 최대 이변의 주인공은 바로 나였다.
나는 간략하게 인사를 받은 뒤 켄과 함께 별궁으로 길을 잡았다.
평가 대회 기간 동안에는 황태자궁을 사용할 수 없었다.
모든 참가자가 서쪽 별궁에서 생활해야 했고, 나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별궁 하나로도 충분히 참가자들을 수용할 수 있겠군.’
대회 첫날에 가장 많은 탈락자가 발생하니 막상 별궁에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사람의 숫자는 많지 않았다.
정확하게는 서른두 명이었다.
‘8강까지는 두 경기가 남았군.’
켄은 서쪽 별궁 정문에 도착한 뒤에야 입을 열었다.
“진출자들 명단은 모두 추려두었습니다. 주의해야 될 인물들도 선별해 두었습니다.”
그 일은 급하지 않았다.
어차피 우승을 하려면 누구보다 뛰어나야 하니까.
“하인은 잡았습니다.”
내가 원하던 정보였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어디에 있나?”
“황태자궁에 감금해 두었고 데이비드가 직접 감시를 맡기로 했습니다.”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변장이나 혹은 마법으로 얼굴을 바꾼 건가 아니면 처음부터 첩자였나?”
내 질문에 켄이 대답했다.
“마법으로 얼굴을 바꾼 것입니다.”
“뱀의 독 길드가 오스틴 공작의 손발이라고 들었는데 마법 쪽에도 조예가 깊은 모양이군.”
“얼굴만이 아니라 체형, 목소리 심지어 일부 기억 전이까지 이뤄진 것 같습니다.”
나는 켄의 말에 혀를 내둘렀다.
“사람 한 명을 아예 만들어내는 마법이 아닌가?”
얼굴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체형이나 목소리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었다.
거기에 기억 전이라니!
단순히 기억을 말하고 듣고 외우는 게 아니라 아예 머릿속에 마법을 통해 집어넣었다는 뜻이 아닌가.
켄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기억 전이 마법의 흔적을 찾아낸 건 정말 우연이었습니다. 놀랍게도 데이비드가 그쪽에 조예가 조금 있더군요. 그래서 알 수 있었습니다.”
“고위급 마법으로 알고 있는데?”
내 말에 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전이하는 기억의 양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5서클은 되어야 합니다.”
더구나 마법은 그 특성 때문에 익히는 사람이 검술보다 훨씬 적었다.
“리버힐 가문의 마법사가 직접 개입했을 확률이 높습니다. 아니, 확정적이죠.”
켄의 말과 함께 나와 켄은 배정 받은 별궁의 방에 도착했다.
나는 문을 열면서 말했다.
“하인은 잡아두고 있도록. 서부로 가기 전에 처리한다.”
“네, 전하.”
“자결하지 못하게 철저히 감시해야 돼.”
오스틴 공작의 가문이 직접 개입한 증거라 할 수 있는 암살자는 매우 중요했다.
자칫 자결이라도 한다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될 수 있었다.
“이미 몇 번 시도했지만 모두 막아냈습니다. 특별히 더 주의하겠습니다.”
나는 의자에 앉으며 암살자 이야기는 마무리하고 독에 관한 것으로 넘어갔다.
“해독약은 혹시 단서라도 잡았나?”
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 * *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내가 포션을 마시다가 이상해서 도중에 마시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켄은 내가 남긴 독을 통해 알아낸 것을 말했다.
“일단 독의 성분부터 파악하고 있는 중입니다. 신성력으로는 이미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고, 황궁 마법사를 은밀히 접촉하려다가 중단했습니다.”
나는 담담하게 물었다.
“오스틴 공작 때문인가?”
“네. 마법사 중 그의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리고 지난 날 중앙대로 습격 사건 이후 칠황자 쪽과 우리 쪽이 부딪치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고요.”
나는 켄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느꼈다.
“어떤 형식으로든 오스틴 공작에게 내 상태가 알려지겠군.”
“네. 그러면 별로 좋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나는 잠시 고민에 잠겼다.
중독된 상태에서도 나는 리오덴을 이겼다.
아마도 오스틴 공작은 중독되지 않았다고 의심할 수 있지 않을까?
이내 나는 고개를 저었다.
‘포션을 확실히 마셨고 그걸 본 사람이 있으니…….’
나는 결정을 내렸다.
“암살자를 철혈 기사단에게 넘기는 건 어때?”
나는 명령이 아니라 켄에게 제안했다.
그래야 내 판단에 대하여 생각할 수 있으니까.
켄은 잠시 고민했다.
“공개적으로 전하의 중독 사실을 퍼뜨리자는 말씀이시군요? 긍정적인 효과는 중독 상태에서도 전하가 우승 후보를 꺾었다는 것을 알리고, 지난날 암살범과 동일범으로 만들면서 오스틴 공작을 더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켄은 이내 단점도 말했다.
“하지만 다음 상대들이 중독 사실을 알고 집요하게 약점을 찾아낼 겁니다. 오늘 전하의 경기에서 정령의 흐름이 썩 좋지 못했습니다.”
나도 익히 알고 있는 바였다.
리오덴을 이긴 건 그의 방심이 나의 덫에 제대로 걸려들었기 때문이었다.
계속 수세에 몰리면서 단숨에 역습을 통해 승리했다. 첸과의 경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내가 수세에 몰리자 방심했고 단 한 번의 공격으로 패배했다.
만약 다음 상대들이 리오덴과 동급의 강자라고 생각했을 때 그들이 방심하지 않으면 나는 사용할 수 있는 카드가 극히 줄어들었다.
중독이 되지 않은 상태라면 정면 대결을 통하여 틈을 찾아볼 수 있겠지만 중독된 상태에서는 불가능했다.
어떻게든 적의 방심을 통해 폐부를 단박에 찔러야 승리할 수 있었다.
나의 장점은 정령과 의식을 통해 스킬을 사용하는 것 하나뿐이었다.
마나의 절대적 양도 부족한 상황이니 확실히 중독 상태를 알리는 건 양날의 검이었다.
켄이 말을 이었다.
“평가 대회는 암살마저 대회를 위한 하나의 관문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마 대회 중에는 아무런 수사도 이루어지지 않을 겁니다.”
나는 감수해야만 했다.
“반드시 우승해야 돼. 게일을 위해서라도. 하지만 리버힐 가문을 몰아붙일 수 있는 기회가 앞으로 또 언제 오겠나? 이번 기회에 반드시 첸을 후계자 경쟁에서 탈락시켜야 돼.”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후계자 경쟁 탈락만이 아니라 칠황자를 후원하고 있는 리버힐 가문의 전력도 반쯤은 깎아야 하고. 4대 공작을 필두로 귀족들의 힘이 점점 더 커지는 추세야. 아버지가 억누르고 있지만…… 나는 아버지 이후의 세상도 생각해야 되니까.”
너무나 먼 미래의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미뤄둘 수도 없는 문제였다.
내가 황태자로 태어난 이상 황가와 귀족의 대립 사이에서 황제파의 승리는 필수다.
지금 귀족들 중 90% 이상이 귀족파이고 그 수장은 당연히 4대 가문이었다.
그 가문 중 하나에게 강력한 타격을 줄 수 있는 기회를 쉽게 놓칠 순 없었다.
켄이 잠시 대답하지 않고 생각에 잠겼다.
차를 한 잔 따라 마시고 있을 때 쯤 켄이 입을 열었다.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그래. 대회는 어떻게든 내가 승리한다. 이 정도 시련도 이기지 못하면 장차 아바마마의 자리를 물려받기란 요원하지.”
나에게 하는 다짐이자 켄에게 하는 독려였다.
켄 역시 나를 보좌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음모와 계략을 타개하고 혹은 짜기도 해야 되는 입장이니까.
나는 켄을 믿었다.
“자세한 건 자네가 알아서 진행하도록 해. 이거 미안하군. 명령만 내리고 나는 빠지는 꼴이니.”
켄이 싱긋 웃었다.
“전하께서는 우승할 생각만 하십시오. 우승하지 못하면 많은 것들이 틀어집니다.”
귀여운 경고도 곁들이는 켄을 보면서 나는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당연하지. 우승한다. 서부의 총사령관 자리는 결코 빼앗길 수 없지.”
이내 켄이 몸을 일으켰다.
“그럼 오늘 밤…… 부디 조심하십시오.”
노을이 지고 달이 뜨면 별궁에는 참가자 이외에 아무도 머물 수 없었다.
켄 역시 마찬가지였다.
황태자에 대한 특혜는 어디까지나 최소한이었지 대부분의 참가자들과 나 역시 처지가 다르지 않았다.
“어차피 오늘 경기를 통해 많은 이들이 걸러졌고, 남은 이들은 실력으로 자신을 입증하고 싶을 것이다. 암살이 묵인되는 기간이라 해도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암살은 비겁한 방법이니까.”
켄은 동의하면서도 걱정을 더했다.
“그래도 조심하셔야 됩니다.”
“그래.”
켄이 고개를 숙인 뒤 나가자 나는 곧바로 가부좌를 틀었다.
‘바람의 호흡법으로 해결을 볼 수밖에 없다.’
일단 중독 상태를 알리기로 결정했으니 만약 도중에 해독만 할 수 있다면 대회에서 굉장히 좋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
적은 내가 중독된 상태라는 사실을 고려할 것이니 어느 정도 방심을 유도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되니까.
그리고 오늘 전투를 통해서 깨달은 바가 있었다.
‘마나가 마나 홀에서 빠져 나올 때 독을 계속 건드린다. 특히 운디네나 운다이론으로 흘러갈 때는 미약하나마 정화의 힘이 독을 공격해.’
내가 생각해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바람의 호흡법을 운디네와 운다이론과 함께 운용하는 것이었다.
정령 역사에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마나 호흡법에 정령을 동원하다니!
‘나만이 할 수 있는 생각이지. 내가 이 세계에 관한 설정을 썼고 또 현대 사회에서 살다왔으니 획기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
물론 해독을 확신하지는 않았다.
또 부작용이 없을 것이라는 장담도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나는 도박이라 할 수 있는 방법을 동원할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는 우승하지 못하니까.’
켄에게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과 달리 나는 불안했다.
침착하기 위해 노력하며 운디네 둘과 운다이론을 불렀다.
나는 긴장되는 마음으로 천천히 숨을 들이쉬며 마나를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