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53)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53화(53/278)
53화.
정령의 본질은 무엇인가.
나는 집필할 때는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던 개념을 상상했다.
‘물의 정령의 본질은 물이다.’
운디네와 운다이론은 분명한 형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실체는 물이었다.
정령이라는 존재가 정령계에서 중간계로 소환되는 과정에서는 실체가 필요한 법이었고 정령이 가진 힘에 따라 모습이 바뀌었다.
중간계에서의 운디네는 작은 요정, 운다이론은 물 속의 전사와 같은 모습이었지만 정령계에서는 달랐다.
운디네는 정령계에서 작은 힘을 가진 물이고, 운다이론은 좀 더 강한 힘을 가진 물이다.
‘정령의 형성 과정도 공부하면 나중에 정령들과 더 깊게 소통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바람의 호흡법을 하면서 고민을 거듭해, 상상에 논리를 덧붙이기 시작했다.
‘정령술만 익힌다고 끝이 아니야. 정령의 형성 과정, 각 속성 정령의 특징, 정령계와 중간계의 차이…… 모든 학문은 이론과 실전이 혼합되어 있어. 정령술도 마찬가지다. 이론은 기본기와 다름없다.’
그동안 어머니의 정령술에만 의존한 탓에 정령술이라는 학문 자체에 대한 고찰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해독에 성공하면 이론 공부도 시작해야겠어.’
소리스라는 스승도 있고 황궁 도서관에는 정령술만이 아니라 검술, 마법 이론에 관한 책은 가득했다.
정통 명가들에 대대로 내려오는 검술이나 마법 이론, 마나 호흡법에 관한 책도 있을 정도이니, 황궁 도서관은 보고라 말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나는 내 시야가 좁고 생각이 짧았다고 느꼈다.
“후우우우!”
깊게 숨을 내뱉으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운디네와 운다이론을 몸속으로 받아들였다.
내가 해독을 위하여 시도할 방법은 바로 바람의 호흡법 속에 운디네와 운다이론을 물방울 형태로 변환하여 마나의 흐름에 녹여 내는 것이었다.
즉, 바람의 호흡법을 하게 되면 마나가 호흡법이 이끄는 대로 혈맥을 흐르면서 마나 홀에 쌓이는데 그 마나에 물의 정령들을 함께 섞는 것이다.
솔직히 이게 제대로 될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그래도 시도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성공하면 좋은 것이었고 성공하지 못해도 상관없었다.
나는 살짝 긴장된 마음으로 천천히 바람의 호흡법을 실행했다.
가장 먼저 코를 통해 공기와 함께 흩어져 있는 마나가 들어오면서 동시에 운디네와 운다이론이 내 의도를 읽고 함께 들어왔다.
‘확실히 나는 다른 정령사와 다르다.’
소리스가 말했던 것처럼 정령과 의식이 통하는 건 실로 어마어마한 장점이었다.
나는 바람의 호흡법을 의도적으로 천천히 펼쳤다.
평소보다 훨씬 느린 속도로 마나가 몸속을 돌기 시작했다.
운디네와 운다이론이 섞인 마나는 전에 없던 커다란 청량감을 선사해주었다.
마나는 곧 마나 홀에 들어갔다.
독이 꿈틀거렸다.
독은 자신의 영역을 건드리는 마나를 용서할 수 없다는 듯 자신을 감싸고 있는 막을 강하게 찔러댔다.
나는 가까스로 신음을 참았다.
독이 요동치자 마나 홀에서 느껴지는 고통은 상상을 아득히 넘어섰다.
입술을 질끈 깨물며 바람의 호흡법을 더욱 거세게 운용했다.
운디네를 추가로 소환하여 새롭게 들어오는 마나에 스며들게 만들었다.
고오오오오-!
좀 전과는 다른 거친 흐름으로 마나가 마나 홀로 유입되었다.
나는 운디네와 운다이론의 존재감을 똑똑하게 느끼고 있었다.
운다이론은 마치 선봉장처럼 마나를 이끌었다.
마나의 막이 벗겨지고 독이 온전히 모습을 드러냈다.
내 마나 홀은 하나의 전투 현장으로 변했다.
그리고 나는 고스란히 그 충격을 감당했다.
쾅-! 콰아아앙-! 쾅-!
독과 운다이론, 운디네 그리고 마나의 싸움이 격렬해졌다.
코에서는 피가 터져 나왔고 가슴에서부터 역류하는 마나가 입안에 맴돌았다.
나는 필사적으로 바람의 호흡법을 유지했다.
지속적으로 새로운 마나가 유입되었고 운다이론의 힘은 그만큼 더욱 커졌다.
평소에는 내 마나 홀에 있는 마나만 공급받던 운다이론이 새롭게 들어온 마나를 실시간으로 끌어당겨 쓰고 있었다.
이건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정령이 마나 홀에 쌓이지 않은 마나를 사용하여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상급 정령 마스터가 아니라 최상급 정령 마스터는 되어야 가능한 일인데…….’
그랜드 소드 마스터, 9서클 마스터, 최상급 정령 마스터나 되어야 자연의 마나를 있는 그대로 끌어다 쓸 수 있었다.
나는 현재 그 경지를 조금이나마 경험하는 중이었다.
콰아아아아앙-!
운다이론이 노도와 같은 마나와 함께 독의 중심부를 때렸다.
동그랗고 단단하게 모여 있던 독이 산산조각 났다.
나는 기어이 피를 토했다.
“쿨럭!”
운다이론 그리고 운디네는 번개같이 마나를 이끌고 내 몸 속을 휘돌았다.
바람의 호흡법에 따라 흐르는 물의 정령들은 조각이 나버린 독들을 정화했다.
나는 피를 닦을 생각은 하지도 않고 집중했다.
지금이 아주 중요한 순간이라는 사실은 누군가 설명해주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느꼈다.
* * *
-레벨이 올랐습니다.
-누구도 시도하지 못한 방법으로 해독에 성공하였습니다.
-보너스 스탯이 주어집니다.
-바람의 동반자 레벨이 대폭 오릅니다.
-바람의 호흡법 레벨이 대폭 오릅니다.
-물의 수호자 레벨이 대폭 오릅니다.
-A 정화의 물결이 개방되어 레벨이 오릅니다.
-폴리시아 꽃의 효과가 발동됩니다.
시스템이 이렇게 많은 말을 한 건 처음이었다.
캐릭터 레벨이 무려 6이나 올랐고 바람의 동반자와 물의 수호자는 4씩 올라 10이 되었다.
바람의 호흡법 레벨은 무려 20으로 껑충 뛰어올랐고 정화의 물결은 개방되자마자 레벨이 5였다.
‘해독은 물론 치료에도 상당한 효과가 있다.’
정화의 물결은 해독에 특히 뛰어나며 신성력이나 혹은 마법으로 사용하는 힐 못지않은 치유 능력도 가졌다.
나는 공격, 방어, 보조 스킬에 이어 치유 스킬까지 가지게 되었다.
“엄청나군.”
리오덴을 이겼을 때는 그 어떤 스킬도, 재능도 오르지 않았는데 해독 한 번에 어마어마한 혜택을 받았다.
“보너스 스탯도 700을 받았고…… 이제 1,000이잖아?”
그리고 한 가지가 더 있었다.
‘중급 끝자락에 닿은 느낌이다.’
정령술 단계를 구분하는 건 항상 상태창에 의존했는데 이번만큼은 내 스스로 판단할 수 있었다.
독이 모두 사라지고 나는 바람의 호흡법을 통하여 비어 있는 마나 홀을 채우기 시작했다.
확실히 레벨 20이 된 바람의 호흡법은 전과는 차원이 다른 효율을 보여주었다.
한 번의 들숨을 통해 전보다 훨씬 많은 마나가 들어왔다.
마나 홀에도 전보다 더 많은 마나 홀이 좀 더 쉽게 쌓이는 느낌이 들었다.
폴리시아 꽃 효과가 독이 사라지면서 발동되었고 마나 홀이 두 배는 커졌다.
‘조만간 마스터에 오를 수 있다. 그리고 마나 홀 크기는 이미 상급 비기너 수준이니 정령술 자체만 좀 더 수련하면 금세 상급 정령사가 될 수 있다.’
하급과 중급의 차이보다 중급과 상급의 차이가 훨씬 크다.
상급 정령사는 같은 수준의 소드 마스터도 상대할 수 있으니까.
무엇보다 상급 정령과 계약할 수 있었다.
그때 시스템 창이 새로운 정보를 한 번 더 알렸다.
-위대한 정령사의 길을 걷는 자가 칭호 효과를 발동합니다.
-태초의 맹약을 따르는 자가 칭호 효과를 발동합니다.
위대한 정령사의 길을 걷는 자의 칭호 효과는 모든 속성 정령 스킬 위력이 두 배 증가였다.
나는 허, 하고 탄성을 터뜨렸다.
‘이거 나도 점점 사기캐가 되어가는 것 같은데?’
스스로 느낄 정도로 어마어마한 칭호 효과였다.
칭호는 하나 더 있었다.
태초의 맹약을 따르는 자의 칭호 효과는 모든 속성 정령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현재도 정령과 의식으로 소통하면서 딱히 불편한 점은 없었는데 직접 육성으로 대화할 수 있다는 건 또 다른 느낌이었다.
나는 곧바로 운디네를 소환했다.
-맹약의 주인을 뵙습니다.
작은 요정 운디네가 빙긋 웃으며 내게 인사를 건넸다.
“내 목소리가 들리니?”
나는 살짝 수줍은 표정으로 물었다.
다른 사람이 볼 때는 구분하기 힘들겠지만 나는 분명 운디네의 미소가 진해진 것이 보였다.
아마 이런 점도 나의 친화력 덕분이 아닐까?
다른 사람 눈에 운디네는 그저 푸른색의 아주 작은 요정일 뿐이었고, 얼굴 생김새도 모두 똑같았다.
하지만 나는 내가 계약한 운디네가 모두 다르게 생겼고 색깔의 차이도 구분할 수 있었다.
-목소리는 언제나 들렸습니다. 단지, 저는 정령사님의 의식을 읽을 수 있었고, 제 목소리는 정령사님이 듣지 못했을 뿐이죠.
나는 궁금한 점이 너무 많았다.
나도 모르게 말이 급해졌다.
“맹약의 주인이라는 건 뭐야?”
-제가 발설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닙니다. 함부로 발설했다가는 그 자체만으로도 세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굳이 운디네에게 꼬치꼬치 캐묻지 않았다.
역시 운디네는 대화하기가 편했다.
굳이 내가 육성으로 묻지 않아도 내 생각을 알기에 가려운 곳을 긁어주었다.
-정령사님의 수준이 더욱 높아지고, 태초의 맹약을 따르는 자에서 진정한 주인으로 인정받게 되면 저절로 아시게 될 겁니다.
즉, 나의 현재 칭호 태초의 맹약을 따르는 자가 맹약의 주인이 되면 알 수 있다는 뜻이었다.
‘칭호도 업그레이드가 되지. 얻기 힘든 칭호일수록 효과가 크고.’
시스템 설정에 관해서는 나 역시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운디네의 말뜻을 곧바로 알 수 있었다.
나는 운디네만이 아니라 내가 계약한 모든 정령들을 불러냈다.
밤이 깊었지만 상관없었다.
아버지의 조언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정령과의 대화를 자주 하도록.
굳이 그 조언이 아니더라도 나는 정령들에게 묻고 싶은 게 아주 많았다.
* * *
다음 날 아침, 어김없이 켄이 나를 찾아왔다.
“전하, 혈색이…….”
켄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말을 잇지 못했다.
나는 싱긋 웃었다.
“해독했어.”
나는 어젯밤 있었던 일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찾아온 건 켄만이 아니라 소리스도 함께였다.
내게 보고할 게 있었던 모양이었는데 이제 그런 건 상관없다는 듯 점점 내 이야기를 들을수록 두 사람의 표정은 기괴하게 변했다.
소리스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정말 믿을 수 없는 이야기군요. 아마 전하와 같은 정령사는 단 한 명도 없을 겁니다.”
“그 이야기는 이미 들었던 이야기잖아.”
나는 어깨를 으쓱인 뒤 말을 이었다.
“혈색이 좋아 보이면 안 돼. 오늘 독에 당했다는 것을 흘릴 예정이었잖아.”
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해독을 숨기고 우승한다.”
나는 비겁한 짓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나의 전력을 숨기고 의도적으로 부풀리거나 혹은 축소시키는 건 전략 중 하나였다.
암살마저 허용되는 대회에 실력을 숨기는 게 무엇이 잘못일까.
켄이 즉시 움직였다.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소리스가 거들었다.
“보고는 제가 하도록 하겠습니다. 칠황자 쪽 움직임과 서부에서 새로운 일이 생겼습니다.”
나도 모르게 움찔 몸을 떨며 물었다.
“서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