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54)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54화(54/278)
54화.
“서부 영주들에게 지속적으로 보고가 들어옵니다.”
소리스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악의 세력 부흥은 몇 번을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을 정도로 큰일이었다.
서부 영주들이 계속 중앙에 도움을 청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고 현황 보고도 빠뜨리지 않아야 했다.
그들은 마음 같아서는 아버지가 직접 나서주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솔직히 론 칼 레오드는 적으로 돌려세웠을 때 가장 두려운 적이었지만, 함께 전장을 누비는 아군의 입장에서는 최고의 지휘관이자 기사였으니까.
가장 앞에 서서 적장들의 목을 무처럼 썰어버리는 검술은 물론, 대규모 병력에게 믿을 수 없는 광역 공격 마법을 펼쳐 전멸시키거나, 최상급 정령을 소환해 적진을 휩쓸어버리는 모습은 인간이라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나는 차분하게 소리스의 보고를 들었다.
“오크 군단의 규모가 날로 커지고 있답니다. 족히 일만 마리가 넘는 오크들이 어둠의 숲 남부에서 서쪽 숲까지 퍼지고 있습니다.”
소리스의 말에 나는 절로 혀를 내둘렀다.
“일만 마리?”
“오크들은 본래 번식이 빠른데 왕까지 탄생했으니 전사를 늘리기 위해서라도 평소보다 더 빠르게 늘어나는 모양입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오크 군단의 규모가 훨씬 컸다.
‘카렌은 도대체 그 많은 오크들 사이에서 어떻게 보검을 찾아내고 또 오크 군단 본거지에서 고르란이 부활하기 이전에 죽인 거지?’
내가 써 놓고도 믿기지 않을 지경이었다.
“규모가 엄청나군. 서부 영주들만으로는 역부족이겠어.”
내 말을 소리스가 거들었다.
“네. 아직 오크들이 제국 서부로 오고 있지는 않지만 진격이 시작되는 순간 서부는…… 풀 한 포기 남지 않을 겁니다.”
오크들은 일반 병사보다 훨씬 강한데, 한 마리가 족히 열 명의 병사들을 상대할 수 있었다.
아주 간단한 계산으로는 일만 마리의 오크를 죽이기 위해서 십만 병사가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물론 기사와 마법사, 정령사의 전력을 고려하면 병사가 그 정도로 필요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정말 최소한 삼만 이상의 병력은 필요해.’
나는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내가 알고 있는 서부 영주들의 전력은 삼만 이상의 병력을 동원할 수 없었다.
애초에 서부는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은 아니었다.
대도시가 몇 개 있지만 두세 군데에 불과했고 살기 좋은 동부보다는 사람들의 선호도가 적었다.
척박한 것은 아니지만 어둠의 숲을 끼고 있다는 특성과 서쪽 숲의 요정들 역시 마냥 우호적인 세력은 아니었기 때문에 서부는 대대로 사람들이 많이 살지 않았다.
그나마 서부의 병사는 동부나 다른 지역의 병사들보다 개개인의 전력 자체는 더 강했다.
지역 특성상 활동하는 용병도 많으니 막상 모든 힘을 다하여 병사들을 징집하면 최대 사만까지 모을 수도 있었다.
나는 그 부분을 소리스에게 물었다.
“서부의 병력은?”
“현재까지 영주 연합군 이만과 용병 오천 명입니다.”
소리스의 대답에 나는 얼굴을 찌푸렸다.
“너무 적어. 용병은 더 동원 가능하겠지?”
“네. 중앙에서 활동하는 용병들도 서부로 몰려가는 분위기입니다. 서부 영주들은 오크가 내려오면 끝이라는 생각에 있는 재산, 없는 재산 다 털어서 용병들을 모으고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나는 잠시 관자놀이를 누르며 말했다.
“아바마마가 최소 오천에서 만 명의 병사는 중앙군으로 주실 거야. 기사단은…… 없겠지만.”
기사 한 명은 병사 열 명 이상의 몫을 해냈다.
만 명의 병사보다 천 명의 기사가 절대적인 전력 차원에서는 훨씬 강한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는 이미 피레온 왕국 정복을 멈추지 않을 것이고 중앙의 전력은 이미 피레온 왕국 정복군으로 편성이 끝나가고 있었다.
“그래도 중앙 귀족들의 전력은 조금 차출하시지 않을까요? 서부 영주들의 요구가 거센데 무시할 순 없는 노릇 아닙니까.”
“그 문제는 아바마마께서 알아서 생각하고 결정하실 문제니까. 지켜봐야지.”
나는 슬슬 준비를 해야 되는 시간임을 깨닫고 몸을 일으켰다.
소리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전하, 게일 기사님에 관한 소식이 몇 개 있습니다.”
나는 걸음을 멈췄다.
“게일?”
“서부 영주들은 게일이 죽었다고 보는 모양이지만 몇몇 영주들은 게일의 흔적을 찾았다고 합니다.”
“서부 영주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건가?”
소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일단 총사령관이 없는 상황이니 영주들이 화합하여 지휘를 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각자 의견과 입장이 다르니까요.”
나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서부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건 누구였지?”
소리스가 즉시 대답했다.
“팔로안 후작입니다.”
“팔로안…… 팔로안이라. 임시 사령관을 맡을 수 있는 지위인데 나서지 않는 모양이지?”
소리스는 그 부분에서는 모르는 모양이었다.
“정확하게는 알 수 없습니다. 황궁에서 정보를 공유하는 게 아니고 저희가 정보를 캐내는 거니까요.”
하인이나 시녀들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면 한계가 있기 마련이었다.
그럼에도 소리스가 가져온 정보는 황제에게 직접 보고가 들어가는 내용이었고, 그만큼 신뢰도가 높았다.
소리스의 정보 수집 능력이 상당하는 뜻이었다.
나는 다시 문을 나서며 말했다.
“좋아. 그 부분은 계속 알아봐줘. 해독은 했으니 서부 상황을 알아보는데 주력해. 칠황자와 오스틴 공작은 켄에게 맡기고.”
소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전하.”
나는 빙긋 웃으며 말을 맺었다.
“그럼 가볼까. 이제 결승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 * *
무대로 향하는 길에 사람들의 시선이 전과는 달리 묘한 느낌을 풍기고 있었다.
‘벌써 켄이 작업을 시작한 모양이군.’
내가 중독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건 두 가지 좋은 점이 있었다.
첫 번째는 당연히 아직 남은 상대들에게 방심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아무래도 내가 기대 이상의 실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중독된 상태이니만큼 마음이 조금은 풀어질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는 역시 나에 대한 평가가 훨씬 올라갔다.
첸이 나를 중독시켰다.
그런데 나는 첸도 이겼고 그 상태에서 리오덴마저 꺾었다.
첸은 황자들 중 테드에 이어 뛰어난 재능으로 유명했다.
외가가 리버힐이었고, 오래전부터 대륙의 명가 반열에 오른 리버힐의 마법을 어린 나이부터 익혔다.
천재 소리도 꽤 많이 듣던 첸이 비겁하게 나에게 독살을 시도했고, 실패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팔마저 잘렸다.
내 평가가 올라가는 동시에 첸 얼굴에 똥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나는 애써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으며 무대로 향했다.
무대 위에서는 이미 경기가 펼쳐지고 있었다.
한동안 나는 다른 사람들의 경기를 차분하게 관전했다.
32강까지 올라온 참가자들은 설사 패배하더라도 곧바로 돌려보내지 않았다. 탈락자 중에서도 일부는 아버지의 직속 조직에 들어갈 수 있는 제안을 받으니까.
32강에 올랐다는 사실 자체가 뛰어난 인재라는 의미였다.
이번 대회는 조금 특별해서 32강까지 올라온 참가자들은 모두 서부로 파견될 예정이었다.
‘바로 우승자 직속 조직으로. 나만의 무력 조직을 인재로 채울 수 있는 기회이지.’
결코 우승의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나는 슬쩍 귀빈석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오늘도 어김없이 아버지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대회를 지켜보고 있었다.
다른 귀족들도 많이 보였다.
모두의 시선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귀족들은 내게 큰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우연히 오스틴 공작과 눈이 마주쳤다.
상당한 거리였지만, 이 정도 거리는 나에게도 오스틴 공작에게도 큰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의도적으로 빙긋 웃었다.
오스틴 공작 역시 희미한 미소로 화답했다.
단순한 눈맞춤이었지만, 꼭 많은 대화를 나눈 것 같았다.
오스틴 공작의 미소에서는 나는 숨길 수 없는 살기를 읽어냈다. 마치 먹이를 노리는 뱀 같은 눈빛이었다.
‘리버힐 가문과 비로소 완전히 적이 됐군. 하긴, 황태자가 된 순간부터 아니…… 내가 태어난 순간부터 이미 공작들은 나의 적이었지.’
만약 공작들이 딸을 아버지와 결혼시키지 않았다면 달라졌을까?
이내 철혈 기사단장이 내 이름을 호명했다.
“아룬 칼 레오드.”
이어 상대의 이름이 호명되었다.
나는 무대 위로 오르면서 상대를 관찰했다.
꽤 특이한 검을 사용하는 상대였는데, 범상치 않은 기운을 풍겼다.
‘여기까지 올라왔다는 자체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지.’
이내 철혈 기사단장이 신호를 보냈다.
파울루투라는 이름을 가진 상대가 신호와 동시에 달려들었다.
나는 꽤 당황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곧바로 바람과 대지의 흐름을 탔다.
자연스레 실프와 노움이 소환되었고 파올루투의 검을 피하게 만들었다.
‘마나를 30% 정도만 사용하고 이긴다.’
결코 만만하게 볼 상대는 아니었지만 나는 중독된 상태라고 알려졌다.
전보다 더 스킬의 위력이 강해지거나 혹은 마나 소모가 큰 스킬을 연이어 사용한다면 중독된 상태라는 소문 자체가 의심받을 수 있었다.
‘어려운 미션이군.’
나는 곧바로 실페레를 소환했다.
파올루투에게 의도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단시간에 승부를 보지 않으면 위험하다, 라는 사실을 인식시키기 위하여 운다이론까지 동시에 소환하였다.
중급 정령의 존재감이 파올루투를 압박하지는 못했다.
번개같이 움직이는 검은 날카롭게 들어왔다.
“운디네.”
운디네가 물의 장벽을 만들어내면서 파올루투의 검을 막아냈다.
쾅-!
쾅-!
확실히 파올루투는 리오덴만큼 강한 느낌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속도만큼은 리오덴을 능가하는 것 같았다.
나는 파올루투에게 반격할 기회를 잡아내지 못했고 그만큼 점점 더 수세에 몰렸다.
어느새 무대 끝으로 몰린 나는 재빨리 샐러멘더를 소환하여 불의 장막을 펼쳤다.
고오오오오-!
갑작스레 자신의 시야를 막는 불의 장막에 파올루투가 잠시 뒤로 물러났다.
동시에 나는 노움에게 대지의 포효를 부탁했다.
그그그극-!
무대 전체가 흔들리면서 순간적으로 파올루투의 발을 잡았다.
망설이지 않고 나는 본능적으로 외쳤다.
“실페레!”
실페레가 펼치는 바람의 사슬은 그 무엇보다 날카로웠다.
상당한 마나를 공급하고 내 의식 속에서도 이번 스킬은 승부수라는 게 전해져 평소와는 빛깔이 달랐다.
평소에는 하얀색에 가까운 투명한 흰빛이었는데 오늘은 살짝 푸른빛을 냈다.
파올루투가 경계심을 느끼며 곧바로 검을 들었다.
채애앵-!
“컥!”
파올루투의 입에서 짧은 비명이 새어나왔다.
나는 즉시 운다이론을 날렸다.
운다이론은 폭풍이 되었다.
실페레가 펼치는 바람의 사슬보다 위력 자체는 물의 폭풍이 더 강했다.
그 순간 파올루투가 크게 검을 휘둘렀다.
콰아아아아앙-!
마치 알고 있었다는 듯 파올루투는 운다이론을 쳐냈다.
‘읽혔다.’
파올루투는 내가 하급 정령들로 시선을 빼앗고 실페레로 승부수를 넣는 한 편, 물의 장벽은 마지막 순간까지 숨겨둔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알고 대처했다.
승부수가 막히면 거센 반격에 직면하게 되는 법이었다.
나 역시 다르지 않았다.
빛처럼 쇄도하는 파올루투의 신형이 둘로 갈라졌다.
너무나도 빨라 잔상이 남은 것이다.
나는 급하게 운다이론을 불러들였다.
물의 폭풍은 사방에 물방울을 퍼뜨리면서 물의 장벽으로 변했다.
그리고 파올루투의 검은 이미 내 목젖에 닿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