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58)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58화(58/278)
58화.
본래 우승자를 위하여 연회를 열고 수도 전체가 한 차례 더 축제를 진행하지만 서부의 일 때문에 모두 생략되었다.
나는 전혀 아쉽지 않았다.
번거로운 행사로 게일을 구하러 갈 시간이 지체되기를 원치 않았다.
처음부터 서부 방어군이 징집, 편성이 되기 전에 나는 단독으로 참가자들을 이끌고 서부로 향하기를 원했다.
“준비는 어떻게 되어가나?”
잠자코 생각에 잠겨 있던 내가 입을 열자 켄이 큼, 헛기침을 한 뒤 대답했다.
“참가자들의 신분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있습니다. 아마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폐하의 명령만 떨어지면 사흘 안에 출발할 수 있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사흘도 길게 느껴졌지만, 출전을 위해서는 당연히 아버지의 허락이 필요했다.
“데이비드가 신하가 되었더군요.”
“들었나?”
내가 묻자 켄이 옅게 웃었다.
“앞으로 잘해보자고 하더군요. 뭐 그 이상 자세히 말하지는 않았지만 갑작스레 그런 인사를 하는 것을 보고 짐작했습니다.”
“좋은 인재니까.”
켄의 목소리에는 놀라움이 담겼다.
“전하께서는 참 신기한 면이 많으십니다. 정령술에 대한 재능도 재능이지만…… 시국을 파악하는 안목이나 상황 분석…… 그리고 사람을 사로잡는 재주까지요.”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어. 한 번 시작한 일은 끝을 보아야 하고…… 황태자로서 끝을 보는 건 아바마마의 자리를 무사히 물려받는 것이지.”
말을 하다가 나는 평가 대회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상금과 부상에도 생각이 미쳤다.
“참, 상금과 부상은 예산에 포함해서 적절히 사용하도록 하고. 그 다음은…….”
평가 대회 기간이 길지 않았지만 의외로 자리를 비운 동안 처리할 일이 많았다.
켄과 소리스 덕분에 내가 없어도 황태자궁이 돌아가는 데 큰 문제가 없지만 직접 처리해야 되는 일도 있었다.
나는 예산 문제를 처리한 뒤 데이비드가 감시하고 있던 하인 문제를 꺼냈다.
“독살을 시도한 놈이 마나 폭주로 자결하기 전에 찾아낸 것은 없나?”
“뱀의 독 길드 놈은 확실합니다.”
켄의 목소리가 딱딱해졌다.
내 신하가 된 뒤 첫 번째 실수였고 자칫 그 실수가 나의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아마 켄에게는 두고두고 잊을 수 없는 실수일 것이다.
‘켄은 그 실수를 통해 더욱 성장하겠지.’
영웅 카렌의 동료들 중 완벽한 사람은 없었다. 완벽한 사람은 카렌 한 명뿐이었다.
도저히 현실의 인간이라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결점이 없던 사람이 카렌이었고, 그를 따라는 사람들은 모두 카렌과 함께하면서 성장했다.
‘카렌은 아무리 주인공이라지만 정말 비현실적으로 완벽했지. 나는 카렌이 아니지만…… 켄을 신뢰한다. 그리고 켄은 나와 함께하면서도 충분히 성장할 수 있어.’
그래서 나는 켄의 실수를 되짚거나 혹은 그에 대한 훈계 같은 건 하지 않았다.
켄은 스스로 성장할 수 있으니까.
“뱀의 독 길드 창설부터 시작하여 그들이 세력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킨 시기까지 되짚어보고 있습니다.”
켄의 말에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창설부터 리버힐 가문이 관여했을 것이라 생각하나?”
“일단 생각은 그렇습니다. 갑작스레 나타난 길드가 엄청난 독을 통해 극도로 어려운 암살에 성공했습니다. 뒤를 봐주는 세력이 있어야 설명이 됩니다.”
켄이 말을 이었다.
“리버힐 가문은 마법사 가문입니다. 대대로 마법사 가문이었으니…… 흑마법에 대하여 그들만큼 잘 아는 이들도 드물 겁니다. 흑마법사 대부분이 독에 대한 조예가 깊죠.”
나는 눈썹을 꿈틀거렸다.
‘리버힐 가문에 대해 나는 자세히 쓰지 않았어. 정보가 제한적이다.’
내가 생각하는 사이 켄이 말을 맺었다.
“아직은 상상에 불과하지만…… 저는 리버힐 가문이 흑마법사에 대해 연구한 게 아니라 그들이 실제로 흑마법사를 키운 것은 아닐까, 라는 의심도 듭니다. 그 결과 중 하나가 바로 뱀의 독 길드이고요.”
켄의 말은 현재로서는 상상에 불과했다.
하지만 나는 그 상상에서 제법 강한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었다.
“하인도 마법사라고 그랬지?”
“네. 변장술의 대가였습니다. 단순히 마나의 양만 따지면 족히 5서클 수준이었죠.”
흑마법의 장점은 보통 마법보다 마나를 훨씬 빠르게 모을 수 있고, 서클도 쉽게 올리는 게 가능했다.
물론 부작용이 상당하지만 그럼에도 빠르게 강해질 수 있어 흑마법은 마법사를 꿈꾸는 이들에게 상당한 유혹이었다.
“그동안 뱀의 독 길드가 암살에 가담한 사건들을 조사해 봐. 아마 마법을 많이 사용했을 거다. 조사 결과 일정 수준 이상의 마법이 지속적으로 발견된다면…… 리버힐 가문이 단순한 배후 세력이 아니라 자네 상상처럼 그들이 직접 창설했을 가능성이 올라가지.”
“네. 전하.”
애트란 가문과 리버힐 가문은 나에게 있어 가장 큰 위협 세력이었다.
그들을 항상 감시하는 게 중요했고, 그들에 대해서 더욱 자세하게 아는 건 더 중요한 일이었다.
“그럼 오늘은 이 정도로 마무리하고 서부로 갈 준비를 서둘러줘. 원정은 처음이라…… 나도 솔직히 모르는 게 많아.”
켄이 씨익 웃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사령관으로 가시는 건데 가시기 전에 승마와 군사학의 기본 정도는 익히고 가셔야 되지 않겠습니까?”
켄의 말에 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승마부터 하지. 여태 안 했으니, 이제라도 해야지.”
나는 몸을 일으켰다.
“이왕 말이 나온 김에 밖으로 나가야겠어. 서부 영주들이 보는 앞에서 사령관이라는 사람이 낙마하면 망신도 그런 망신이 없으니까.”
* * *
노움은 나를 대신하여 말을 달랬다.
동물은 사람보다 정령의 존재에 대하여 훨씬 예민하게 느끼고 친근하게 대했다.
“질풍, 이놈이 나보다 노움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아.”
내 말에 켄이 피식 웃었다.
“본래 명마의 지능은 사람과 같을 정도로 높은 법입니다. 자신을 잘 다루지 못하는 전하를 좋아하는 건 이르죠.”
켄의 대답에 내가 도끼눈을 떴다.
“너 그거 꼭 나 욕하는 것 같다?”
“설마 제가 전하를 놀리겠습니까?”
가벼운 한숨과 함께 나는 질풍의 윤기 나는 털을 가만히 쓸어내렸다.
현대에서 말을 타보기는커녕 실제로 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질풍이라는 이름을 가진 말을 보고 처음으로 욕심이 났다.
꼭 함께 달리고 싶다.
내 의지와는 다르게 질풍은 굉장히 까다로운 명마였다.
성질도 온순하지 않아 주인을 무척 가렸는데 내가 낙마하기 직전 저절로 소환된 노움이 아니었다면 아직도 질풍의 등에 타기란 요원했을 것 같았다.
“어쨌든 폐하께서 출정을 허락해주셔서 다행이야.”
“네. 저분들과 함께 가는 것만 빼면 말입니다.”
켄이 뒤를 돌아보며 쓰게 웃었다.
나는 켄과 데이비드와 함께 선두에서 말을 몰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 뒤로 애트란 기사단과 리버힐 마법 병단이 따라왔다.
정규군 천 명 역시 함께 행군 중이었다.
나를 포함한 저들 모두가 바로 서부 지원군 선발대였다.
병사들 중 일부는 황가의 깃발과 황태자를 상징하는 깃발을 들고 있었다.
데이비드가 궁금한 점을 물어왔다.
“참가자들을 굳이 병사들과 함께 행군시키는 이유가 있으십니까?”
나는 짧게 대답했다.
“켄의 생각이었어.”
켄은 곧바로 설명했다.
“아직 참가자들을 신뢰할 수 없습니다. 실력은 뛰어나지만 이번 서부 원정은 무척 위험하죠.”
데이비드는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래도 저들을 기사로 받아들이려면 전하께서 저들에게 먼저 다가가시는 것도 필요합니다.”
켄이 옅게 웃었다.
“물론 데이비드 님 말씀도 옳지만 저들 중 귀족 출신은 한 명도 없습니다.”
“그게 무슨…….”
“명분이나 허례허식 같은 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죠. 저들에게 먼저 다가가기 위해서는 전하께서 실력을 보이셔야 합니다.”
데이비드가 허, 하고 혀를 찼다.
“실력은 이미 대회를 통하여…….”
“전하를 직접 상대해 본 이들만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죠. 평가 대회 참가자들은 모두 내로라하는 명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쉽게 신하로 받아들일 순 없는 법이죠. 서부 원정을 통해 전하의 실력이 다시 한 번 드러나면 그때 저들을 끌어들여도 늦지 않습니다.”
켄의 눈가가 가늘어졌다.
“어차피 저들은 애트란 기사단에게서도, 리버힐 마법 병단에게도 환영 받지 못합니다. 서부의 영주들에게는 더더욱.”
나는 켄의 말에 설명을 더했다.
“신분으로 차별받고 이번 평가 대회 수준의 대한 소문 때문에 실력도 의심받겠지. 애초에 저들이 왜 평가 대회에 나왔는지 알고 있나?”
데이비드가 고개를 저었다.
“잘 모르겠습니다.”
“노예라도 귀족보다 높은 황제 직속 조직의 일원이 될 수 있는 기회이거든.”
나는 본질을 짚어냈다.
“평가 대회가 왜 권위가 높지? 바로 아바마마께서 직접 관람하시는 대회이기 때문이지.”
데이비드가 움찔 몸을 떨었다.
“황제에게 직접 자신의 실력을 보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많은 참가자들이 생기는 것이네. 그리고 대륙에서 아바마마의 무력을 의심하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지.”
내 말에 데이비드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아바마마와 다르네. 내가 우승했지만 저들 중 내 실력에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자들이 있어. 그리고 내가 아바마마처럼 신분을 가리지 않고 등용할 것이라는 사실도 장담할 수 없지.”
데이비드는 그제야 나와 켄의 설명을 이해한 것 같았다.
“굳이 서둘러 저들을 신하로 들일 필요가 없다는 뜻이군요?”
“충성은 마음에서 우러나는 것이지 강요한다고 되는 게 아니니까. 나는 이번 서부 원정을 통해 많은 것을 얻어야 해.”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낮아졌다.
“중앙 세력이 전무한 내가 황태자 직위를 지키기 위해서는…… 강력한 지방의 지지라도 얻어야 하니까. 그리고 동부보다는 서부 영주들의 영향력이 크지. 그들은 중앙과 가까운 곳에 있으니.”
전력 자체도 서부 영주들이 동부 영주들보다 우위에 있었다.
‘물론 정복 전쟁을 통해 동부 영주들도 크게 성장하지만 당장은 서부 영주들이 크지. 지금은 동부에 신경 쓸 겨를이 없어.’
나는 데이비드에게 게일에 관한 이야기도 꺼냈다.
“게일에 관한 건 들었을 것이라 생각해. 그가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어. 그를 구해내는 것도 이번 원정에서 중요한 일이야.”
“네, 전하.”
단 한 명의 신하를 구한다는 내 말은 데이비드에게 크게 와닿지 않는 것 같았다.
언제나 평민과 대의를 먼저 생각하는 데이비드에게 서부 원정은 고통 받을 수만의 서부 제국민들을 위한 일이었으니까.
행군은 평화로웠다.
수도에서 벗어나자 나는 다시 켄을 향해 물었다.
“서부 연합군 본부까지 얼마나 걸릴 것 같아?”
“이 정도 속도라면 족히 나흘은 넘게 걸립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반 병사들도 있으니 속도를 너무 빠르게 올릴 수는 없었다.
마음이 급하다고 그만큼 행동마저 서두르면 실수가 생기는 법이니까.
애트란 기사단과 리버힐 마법 병단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지만, 일반 병사들은 신경이 쓰였다.
나는 그들을 최대한 많이 살려서 돌아오고 싶었다.
‘전쟁이라는 게……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수도에서 벗어나고 본격적으로 서부로 향하는 대로에 들어섰을 때쯤 해가 서서히 지기 시작했다.
“전하 조금만 더 가면 보오펜 백작 성입니다. 오늘은 그곳에서 머문 뒤 내일 아침 길을 나서시죠.”
켄의 제안에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지.”
곧 켄이 내 명령을 하달하기 위하여 후미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온 켄이 살짝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전하.”
“왜? 무슨 일 있나?”
“보오펜 백작 성에서 애트란 기사단 부단장과 리버힐 마법 병단 부단장이 전하에게 저녁 식사를 제안했습니다.”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두 사람은 모두 귀족이었고 제국 최고 명가의 정예를 이끄는 기사와 마법사였다.
한번 봐두어서 나쁠 건 없었다.
어차피 앞으로 서부 원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사람들이니 성격을 미리 파악해 놓는 것도 중요했다.
“근데 왜?”
켄이 한숨과 함께 대답했다.
“느껴지는 기색이 썩 좋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전하를 사령관으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아닙니다.”
나는 켄의 말에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어. 기대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