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59)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59화(59/278)
59화.
애트란 기사단과 리버힐 마법 병단!
가문 최고의 정예 부대.
가문의 이름을 붙였다는 건 그만큼 실력에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나는 질풍의 갈기를 쓰다듬으며 켄에게 말했다.
“베레곤 공작과 리버힐 공작이 가문의 정예들을 우리에게 붙였어.”
켄의 눈을 가늘게 뜨며 낮게 대답했다.
“좋은 의도는 아닐 겁니다.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건 바로 전하가 공을 세우는 것을 방해하는 수준이겠죠.”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고작 그 정도로 1차 정복 전쟁에도 한정적으로 동원한 가문의 정예들을 보냈다? 아마 더 큰 목표가 있겠지.”
나도 켄도 알고 있었다.
켄이 말을 꺼냈다.
“전쟁을 빙자하여 전하를 죽이려 들 겁니다. 황궁 안에서의 암살 시도는 더 이상 힘들고…… 전쟁에서 사령관이 죽는 건 드문 일이지만 서부 전쟁은 좀 특별하니까요.”
상대가 같은 인간이 아니라 오크 군단이었다.
더구나 오크의 왕까지 탄생했고 고르란이라는 거대한 악의 수장 중 하나가 부활할 예정이었다.
‘고르란의 부활은 나만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나는 오크의 왕 탄생까지만 대전에서 경고했다.
오크의 왕 존재도 믿지 않는 사람들이 태반이었는데 고르란 이야기까지 했다면 아마 신뢰를 얻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오크 군단은 결코 만만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두 명가의 정예들이 동원되었지만 어려운 전투가 될 겁니다.”
켄의 말에 나도 동의했다.
“오크의 전투력은 병사들보다 훨씬 뛰어나니까. 기사단의 역할이 중요한데…… 애트란 기사단, 마법 병단이 순순히 도와줄 것 같지는 않고 천상 서부 영주 연합군의 기사단에 기대를 걸 수밖에.”
켄은 내 판단의 허점을 지적했다.
“서부 영주들이 고분고분할까요? 아마, 저들 못지않게 전하를 배척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제야 나는 퀘스트가 떠올랐다.
-A 서부의 총사령관.
서부의 영주들로부터 충성 맹세를 받는 내용이었고 A급 난이도이니 매우 어렵다는 뜻이었다.
‘이거 전쟁이 제대로 진행될까?’
인간 모두를 멸망시킬 수도 있는 오크 군단과의 싸움을 앞두고 내부 문제가 너무 많았다.
“일단 부딪쳐봐야지. 지금은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심지어 평가 대회 참가자들에게도 크게 기대를 걸 수 없다는 사실에 나는 절로 한숨이 나왔다.
‘그들만이라도 확실한 내 세력이라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켄과 대화를 나누는 사이 보오펜 백작의 성이 보였다.
수도 근처에 자신의 영지를 갖고 있는 백작이라 그런 듯 규모가 상당했다.
도시 외곽을 보호하고 있는 성벽 역시 무척 높았다.
성벽을 유심히 보는 나의 모습에 켄이 설명했다.
“보오펜 백작은 1차 정복 전쟁 당시 높은 공을 세워 백작이 되었습니다. 폐하께서 작위를 수여하실 때 귀족들의 반발이 상당했죠.”
황태자인 나보다 켄은 제국의 역사에 대하여 더욱 자세히 알고 있었다.
켄 역시 황태자인 내가 기본적인 제국 역사도 모르는 사실을 크게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내가 무능한 겁쟁이라는 건 수도 뿐만이 아니라 지방 영주들에게까지 알려진 사실이었으니까.
당시 방에만 틀어박혀 우는 게 일상이었던 내가 공부를 제대로 했겠는가.
‘내가 집필했지만…… 사실 제국의 세세한 역사에 대해서는 잘 모르니까.’
지금부터 알아가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나는 켄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보오펜 백작은 본래 귀족이 아니었습니다. 전형적인 전쟁 공신이라 할 수 있죠. 그는 정복 전쟁 당시 꽤 많은 전투에서 승리했습니다. 따지고 보면 사대 공작보다 더 많은 공을 세웠는데 출신의 한계 때문에 백작 이상의 작위를 받지 못했습니다.”
켄이 덧붙였다.
“당시 가장 반대하던 게 바로 베레곤 공작과 오스틴 공작이죠. 그들은 순혈 귀족주의자들이지 않습니까.”
“그렇군.”
“보오펜 백작은 당시 자신의 공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는데 반발은 없었나?”
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는 폐하의 충신 중 한 명입니다. 현재 소수의 황제파 귀족을 이끌고 있는 수장이고도 하고요.”
나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궁에 들어오기 전에 분명 소매치기 아니었나? 나보다 현 정세에 대해서 더 잘 아네.”
켄은 어깨를 으쓱였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이어 나는 가장 궁금하던 점을 물었다.
“내가 알기로는 보오펜 백작은 소드 마스터도 아닌데 전투에서 그토록 많은 공을 세울 수 있었던 이유가 있었나?”
“보오펜 공작은 중급 소드 익스퍼트. 그러나 그는 정말 뛰어난 지휘관이었습니다.”
나는 감탄을 터뜨렸다.
칼페온 제국은 내가 살던 중세 시대와는 또 달랐다.
한 명의 기사가 백 명의 병사, 천 명의 병사를 죽일 수 있는 무력을 갖춘 곳이 바로 이 대륙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지휘관들은 정말 뛰어난 무력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제국과 같은 대규모 전쟁의 사령관들은 소드 마스터는 아니더라도 거의 최상급 소드 익스퍼트급이었다.
켄이 설명을 이었다.
“그는 전술의 천재라고 불렸습니다. 가장 적절한 곳에 기사들을 배치했고, 마법사들은 적재적소에서 위력을 발휘했죠. 그의 전투 기록은 군사학의 한 획을 그었죠. 특히 그의 병력 운용은…….”
켄은 몸서리쳤다.
“1차 정복 전쟁 중 보오펜의 보병이 두 개의 기사단을 전멸시킨 기록도 있습니다.”
나 역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어마어마한 사람이군.”
“네. 직접 보시고 좋은 관계를 맺으시면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나는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그가 충성을 바치는 건 레오드라는 제국의 황가가 아니라 아바마마 개인일 것 같은데?”
나의 정확한 평가에 켄이 응원했다.
“전하께서도 충분히 하실 수 있습니다. 폐하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으시니 자신감을 가지십시오.”
“최선을 다하지.”
스스로 하는 다짐과 함께 나는 질풍을 재촉했다.
* * *
보오펜은 병사들에게 좋은 음식과 따뜻한 잠자리를 주었다.
모두 개인의 재산을 털어 마련한 것들이었다.
나는 보오펜을 만나자마자 그 점부터 칭찬했다.
“준비한 음식들이 모두 좋아 보이더군요. 이 겨울에 천 명을 먹일 정도의 고기까지 내어주시고요.”
보오펜의 인상은 꼭 옆집 마음씨 좋은 아저씨 같았다.
푸근한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으니 보는 이의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동글동글한 얼굴선과 다르게 기사다운 날렵한 몸매가 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동부 원정에서 빠지게 되어 병사들과 보급품을 올려보내려고 했는데 마침 서부 방어군 이야기를 들어 폐하께 보고드렸습니다.”
“본래 동부 원정군에 징집될 병사들과 보급품이었나요?”
나의 말에 보오펜이 길을 안내하며 말했다.
“네. 비록 전선으로 직접 가지는 못하지만 제국 귀족의 일원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해야지요.”
보오펜은 동부 원정에서 제외된 것이 꽤 서운했던 모양이었다.
표정에는 벌써 적진에서 병사들을 지휘하고 있는 듯 살짝 들떠 있었다.
“폐하와 함께 전장을 누볐던 게 벌써 기억에서 희미해질 정도이니…… 제 영지도 좋지만 저는 역시 전장 체질인 모양입니다.”
나는 빙긋 웃었다.
“다시 전장에 가실 겁니다. 백작님과 같은 인재를 언제까지나 영지에만 두실 아바마마가 아니시지 않습니까.”
보오펜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습니다! 칼페온 제국이 대륙을 통일할 때까지 폐하는 멈추실 분이 아니지요.”
보오펜과 대화를 나누는 사이 도시 내부로 깊숙이 들어왔다.
영지 밖에서도 선명하게 보이던 성에 도착했다.
보오펜 백작의 성이었다.
“성이 멋지네요.”
내 말에 보오펜이 대답했다.
“새로 지은 성은 아닙니다. 본래 이곳은 다른 사람의 영지였는데 따로 보수를 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보시다시피 살짝 사치스럽지만…… 무너뜨리고 새로 짓는 것보다는 나으니까요.”
보오펜은 욕심이 크게 없는 사람 같았다.
본래 귀족 출신이 아닌 덕분인지 그의 성정이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허영심은 없어보였다.
‘명예욕인가…… 전장이 체질이라는 것을 보니 피와 살이 튀기는 아슬아슬함을 즐기는 모양이야.’
성 안으로 들어가자 추위가 한결 가셨다.
밖에서 볼 때는 장식이 많은 사치스러운 성 같았는데 내부는 단촐했다.
아마 내부 장식은 보오펜 백작이 모조리 떼어낸 모양이었다.
“자네들도 오게. 수하들의 자리는 따로 마련해두었으니.”
보오펜 백작이 지금껏 조용히 따르고 있던 애트란 기사단 부단장과 리버힐 마법 병단 부단장에게 권했다.
그들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들도 따라오게.”
켄과 데이비드가 짧게 고개를 숙였다.
곧 보오펜을 따라 성 안의 식당으로 들어갔다.
연회 수준까지는 아니었지만 제법 푸짐한 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보오펜은 자신의 자리를 내게 양보했다.
나는 굳이 거절하지 않았다.
이곳은 보오펜의 영지였지만 나는 제국의 황태자이니 보오펜보다 신분도, 직위도 높았다.
내가 자리에 앉자 각자 자리를 잡았다.
하인들과 시녀들이 분주히 다니면서 식사를 거들고 있었다.
보오펜이 내 와인잔을 채우며 말했다.
“전하를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나야말로 이 나라의 황태자로서 보오펜 백작에게 고맙지. 사병 오백과 상당량의 보급품을 지원했으니. 폐하는 물론이거니와 서부에서도 보오펜 백작의 희생을 결코 잊지 않을 거야.”
그리고 드디어 리버힐 마법 병단의 부단장 톰슨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귀족이라면 당연히 짊어져야 할 책임입니다. 희생이 아니죠.”
대놓고 나의 말에 반박하는 톰슨의 말에도 나는 여유를 잃지 않았다.
딴지 정도야 충분히 예상했다.
‘모욕까지는 안 하겠지. 이미 테드의 기사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고 있을 것이고…… 첸도 여러 번 당했으니까.’
심지어 오스틴의 모욕조차 나는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톰슨의 말꼬리를 잡자는 게 아니라 첫 대면이나 마찬가지인 이 자리에서 그들에게 주도권을 넘기고 싶지 않았다.
이미 경계라는 경계는 다 하고 있는 이들인데 만만해보이면 그만큼 앞으로의 일이 더욱 곤란해질 것이다.
“희생이 아닌 책임이라.”
나의 말에 톰슨이 덧붙였다.
“리버힐 가문도, 애트란 가문도 최정예를 파견했습니다. 그게 바로 귀족의 책임감이죠. 병사 몇 명과 보급품 몇 개 정도는 희생이 아니라 생색내기입니다.”
보오펜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지만, 금세 풀어졌다.
나는 그 모습에서 그가 그동안 받았을 차별에 대하여 여실하게 느꼈다.
‘그럼에도 아버지에 대한 충성은 여전히 대단하다. 좋은 사람이군.’
어쩌면 전장이 더 좋다는 그의 말은 이런 일이 수두룩한 중앙 정치가 싫다는 뜻이 아닐까?
톰슨이 포크를 놀리는 순간 내가 입을 열었다.
“리버힐 가문의 명성을 생각하면 마법 병단 하나를 파견한 것도 생색내기 같은데?”
톰슨이 움찔 몸을 떨었다.
“아니라 생각하는 건가?”
“리버힐 가문은 대륙 최고의 명가입니다. 그런 가문의 최정예를 파견했다는 건…….”
나는 톰슨의 말을 잘라냈다.
“오스틴 공작님에게 물어야겠군. 책임을 다하셨냐고 말이야. 자네가 말한 책임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톰슨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전하.”
“백작 성에 초대받아 도움을 받는 입장인데 언행을 조심하도록. 그리고 하나 더.”
나는 톰슨의 눈을 마주보며 말했다.
“전투에 대한 판단, 전술적인 선택…… 뭐 이런 것들은 내가 사령관으로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충분히 끼어들 수 있지.”
톰슨은 내 눈을 피하지 않았다.
나는 옅게 웃었다.
“하지만 그 이외에는 내 말에 토를 달지 말게.”
“경험이 부족한 건 전투만이 아니십니다, 전하.”
애트란 기사단의 부단장 람이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