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6)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6화(6/278)
6화.
부집사장을 불러 당장 자초지종을 묻고 싶었지만, 차분히 아침 식사를 마치고 게일과 대화했다.
“게일.”
“네, 전하.”
“부집사장이 황태자궁 예산과 전반 대소사를 모두 주관하지?”
게일은 본래 기사인데 날 위해서 집사장으로 남았다. 사회적 지위가 높아도 직책상 하인.
신분제도가 뿌리 깊게 박힌 이곳에서 게일은 자연스럽게 외부의 모든 기회와 포섭을 거부한 것이다.
“네.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게일이 정말로 집사가 하는 일까지 모두 하는 건 아니다.
부집사장이 실질적인 집사장의 일을 하고 있다.
“시녀, 하인, 집사들이 나와 게일의 움직임을 부집사장에게 보고하고 있는 것 같아.”
내 말에 대한 게일의 반응은 내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알고 있었습니다.”
“알고 있었다고?”
“네. 현재 황태자궁을 채운 집사와 하인, 시녀들은 모두 애트란 가문이 소유한 시녀 아카데미 출신들입니다. 부집사장은 그곳 수석 졸업자 중 한 명이고요.”
내 눈썹이 절로 꿈틀거렸다.
게일은 정말 별일 아니라는 듯 평소처럼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물론 애트란 가문 출신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황자와 연결시킬 순 없습니다. 또한 지금까지 전하의 일거수일투족이 알려진다 하더라도 저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만…….”
듣고 보니까 게일의 말이 옳다.
게일의 가장 큰 목적은 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날 지키는 것이었다. 황태자 직위를 지키는 건 게일의 계획에 없을 수도 있다.
어머니는 내가 평탄하게 살기만을 바랐으니까.
“조만간 조치하겠습니다.”
내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곧바로 시녀들을 교체하거나 부집사장을 몰아내는 건 좋지 않아.”
게일의 눈동자에 의문이 번졌다.
‘어떤 음모든 정면 돌파할 수 있는 힘이 있으니 정보 유출에 신경을 쓰지 않는 걸까.’
어쨌든 게일의 생각을 떠나서 나는 내 계획대로 밀고 나가기로 결심했다.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게일 한 명만을 믿고 성년식을 기다릴 순 없었다. 성년식 이후까지 운 좋게 황태자 자리를 지키더라도 문제다.
제국 최고 권력을 손에 쥘 수 있는 자리를 두고 경쟁자들이 욕심을 버릴 리는 없으니.
책상을 두드리며 절로 깊은 고민에 잠겼다.
‘시녀들을 당장 교체할 순 없어. 내 움직임이 조금만 이상해도 의심 할 놈들은 많다. 성질이 급한 놈들은 날 죽이려 들 수도 있고. 여기는 인권이라는 개념도 없다. 경쟁자는 죽이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통하는 곳이야.’
답답한 마음에 나는 가슴이 꽉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결국 할 수 있는 건 힘을 최대한 빨리 키우는 일과 게일을 보좌할 수 있는 사람을 더 포섭하는 일이다.
‘주인공의 기연이나 보물은 내가 당장 손댈 수 있는 것들이 아니지만…… 인재는 다르지.’
기연도 준비가 있어야 완전히 소화할 수 있는 법이고, 보물도 지킬 힘이 있어야 보물인 법이다.
내게는 황태자라는 신분과 게일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황태자라는 그 신분이 가장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도 있었는데, 바로 인재 섭외다.
‘주인공의 동료 중 지금 이 시기 제국에 있는 자들도 있다.’
1차 정복 전쟁으로도 만족하지 못하고 2차 정복 전쟁, 귀족들의 끝없는 탐욕과 황가와의 대립 등 굵직한 사건 등으로 제국에 환멸을 느끼는 이들이 있다.
그들 중 일부 뛰어난 자들이 힘을 키우기 시작하는 카렌과 만나 동료가 되고 이어서 카렌의 신하가 된다.
“게일은 사람 한 명을 찾아줘.”
“네, 알겠습니다.”
여러 가지가 궁금할 것이 분명함에도, 게일은 가타부타 여러 질문을 던지지 않고 곧바로 대답부터 내놓았다.
내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아마 수도에 있을 거라고 짐작하는데 만약 수도에 없으면 포기해도 좋아. 나이는 올해 스무 살, 이름은 켄이야. 아마 도둑 길드에서 전전하고 있을 거야.”
“네, 은밀하게 찾겠습니다.”
“좋아. 부집사장 문제는 그 사람부터 찾은 뒤 의논하자고. 설사 부집사장이 테드가 붙여 놓은 끄나풀이라고 해도 당장 건질 건 하나도 없으니까. 사람이 밥 좀 많이 먹고 운동 좀 하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거잖아?”
물론 그 대상이 나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정상적이라 할 수 없었다. 육체는 병약하며, 마음은 심약함을 넘어서 소심의 극치이고 수련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아 무능력의 대명사였던 아룬 칼 레오드 아니었는가.
‘고작 이 정도에 경쟁자들이 의심할 리는 없지. 나를 제외한 서로를 견제하느라 바쁠 거니까.’
나는 최대한 그 시간을 이용해 빠르게 강해지고 필요한 인재를 모을 생각이었다.
“당분간 운동도 혼자 할 테니까 켄을 찾는 일에 집중해 줘.”
“무리하시면 안 됩니다.”
게일의 당부에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야. 마나홀이 어느 정도 커지면 그때 정령 계약을 시도할 생각이고 당연히 자네가 옆에 있는 상태에서 진행할 거야.”
내 대답에 게일이 다소 안심이 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켄은 내가 가장 섭외하기 쉬운 인재다. 그를 찾을 때까지는 다시 퀘스트에 집중한다. 그리고 아무리 내가 무능력자라고 하지만 황태자인데 내 일거수일투족을 이황자에게 보고하고 있었다는 말이지.’
나는 부집사장이 이황자의 끄나풀이라고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단순히 황태자궁에서 몰아내는 게 아니라 지금까지의 일을 모두 낱낱이 밝히고 그에 상응하는 벌을 줄 작정이다.
‘그 과정에서 내가 개입되어 있다는 사실을 전혀 밝히지 않고 말이야.’
* * *
퀘스트 자체는 어려울 건 없었다. 본래 내 성격 자체가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것이다.
과정 속에 어떠한 난관과 어려움이 있어도 반드시 결론을 맺는 성격이다.
중간에 포기하는 것이 이로울 때도 미련하게 끝까지 가곤 했다.
밥 잘 먹고, 잘 자고, 운동 좀 하는 건 아무리 육체가 받쳐주지 않아도 오로지 의지만으로 해낼 수 있는 일이다.
“후우!”
나는 정원 중앙에 있는 분수대에 앉아 잠시 숨을 몰아쉬었다. 얼마 전까지 정원 한 바퀴조차 돌 수 없을 정도로 저질 체력이었다.
‘새삼, 오크 술사가 있는 숲까지 이 몸으로 어떻게 갔는지도 의문이군.’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다시 몸을 일으켰다.
단순한 걷기 운동이지만 충분한 도움이 되고 있었다. 생각도 정리 할 수 있어 일석이조였다. 한국에 살았을 때도 집 주변 산책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 성격이 어디 간 건 아닌 모양이다.
내가 우선 할 수 있는 건 수련뿐이었다.
‘좋아. 퀘스트를 최우선적으로 실행하고 정령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자. 그리고 켄을 내 편으로 포섭하는 게 중요해.’
켄이라는 등장인물은 꽤 중요하다. 주인공 책사나 다름없는 인물이었고, 실제 그가 카렌이 새롭게 세우는 제국에서 1등 공신으로서 공작 작위를 받기 때문이다.
내가 카렌이라는 인물을 확실히 중세 시대에는 어울리지 않게 설정했다.
핏줄과 가문의 힘, 그도 아니면 본신의 힘. 철저히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오로지 행정 능력과 계획 수립 등 참모로서의 능력이 전부인 켄을 1등 공신으로 삼았으니까.
‘현대에서는 그러한 능력이 상당히 중요하지. 이곳에서는 무척 낮게 평가받고 있지만. 어쨌든 켄을 내 편으로 끌어들인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네 번째 일이 바로 부집사장을 몰아내는 것이다.
황태자라는 직위를 이용해서 그를 궁에서 쫓아내는 건 일도 아니다.
아무리 무능력하고 황제의 관심에서 멀어진 황태자라고 하지만 황태자라는 사실 자체가 주는 권력의 힘은 크니까. 고작 집사장 한 명 내쫓는다 하여 이상하게 생각할 사람은 없다.
“경쟁자들은 다르지. 특히 테드 그놈은…….”
이곳에서 온 뒤 게일과 황태자궁 시녀, 하인들을 제외하면 만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아, 신관들과 황제도 만났지.”
그날로 끝이었으니 내 머릿속에서 이미 지워졌던 모양이다.
나는 다른 누구보다 이황자 테드 칼 레오드를 가장 위험한 인물로 분류했다.
당장 황태자궁의 하인과 시녀들이 모두 그의 외가인 ‘애트란 가문’이 세운 아카데미 출신이다.
과연 그들이 테드의 명령을 거부할 수 있을까?
‘부집사장은 심지어 그곳 수석 출신이니.’
내가 기억하는 애트란 가문은 칼페온 제국의 명가 중 명가다. 1차 정복전쟁에서 가장 많은 공을 세웠고, 아버지가 황제로 등극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미 거대한 세력이었던 그들은 론 칼 레오드가 황제가 되고 나아가 가주의 딸이 황비까지 되었고, 테드를 낳았다.
황태자인 자신과 다르게 테드 칼 레오드는 진정한 론의 핏줄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올 정도로 뛰어난 능력자이자, 천부적인 재능의 소유자다.
‘테드의 검술은 발군이지. 애트란 가주의 집중 지도를 받았으니.’
현 애트란의 가주이자 황비의 아버지는 제국의 4대 소드 마스터 중 한 명이다. 그는 다른 세 명의 소드 마스터보다 좀 더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자도 매우 위험한데.”
당장 그자가 자신의 외손주를 위해서 나를 암살하러 온다면?
아마 게일로도 막기 힘들 것이다.
‘물론 그런 미친 짓을 대놓고 벌이지는 않겠지만, 위험한 인물인 건 사실이지.’
제국의 후계자 권력 다툼은 나도 모르는 일이다. 내가 집필한 건 어디까지나 카렌 중심이었다. 론 칼 레오드 역시 최종 보스로 중요한 인물이지만 그 밑의 인물들은 대략적으로만 서술했으니까.
“형님.”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는 흠칫 몸을 떨었다.
굵고 호탕한 목소리의 주인공을 향해 몸을 돌렸다. 론 칼 레오드를 닮아 뛰어난 외모의 남자가 나를 보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어, 어 나도 모르게 살짝 몸이 굳었다.
“오크 술사에게 당한 저주 때문에 걱정이 많았는데 이렇게 정원에 나와 계신 것을 보니 참으로 다행입니다.”
“그, 그래.”
나는 살짝 말을 더듬었다.
테드 칼 레오드, 그가 나를 직접 찾아오는 건 단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다.
천천히 다가오는 테드를 보면서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될까, 머릿속에 오만 생각이 다 들었다.
테드의 뒤에는 두 명의 기사가 보였는데 호위인 것 같았다.
그들은 황태자인 나를 보면서도 아주 살짝 고개만 숙였을 뿐, 어떠한 예의도 표하지 않았다.
나는 시선을 돌리며 살짝 주먹을 쥐었다. 자신은 언제나 좋은 사람인척, 예의가 바른 척하면서도 자신의 수하들을 이용하여 내게 모욕감을 주는 걸 즐긴다.
‘테드는 원래 그런 놈이지. 어쨌든 이놈이 무슨 바람이 불어 여기까지 찾아왔을까? 나를 벌레보다 못한 취급을 하는 놈인데.’
자신의 발톱에 낀 때보다 못한 존재라 여기면서도 결코 방심하지 않고 자신의 사람들을 모두 내 궁에 심어 두었다. 그 하나만 보더라도 테드가 얼마나 치밀한 성격을 지녔는지 알 수 있었다.
‘모두가 이놈을 좋은 놈이라 생각하니까.’
내가 테드에 대하여 적은 건 단 몇 줄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테드에 대한 경계심을 높일 이유가 되었다.
-철저한 이중인격자, 론의 자식 중 최소 네 명이 테드의 손에 죽었다. 칼페온 제국의 황제를 꿈꾸고 언젠가는 론조차 자신의 발 아래 두려 했지만 카렌에게는 상대도 되지 않았다.
‘테드를 쉽게 처리한 건 어디까지나 카렌이고 지금의 나로서는 무척 벅찬 상대다.’
테드가 나를 따라 자연스레 걸으면서 말했다.
“산책하실 만큼 좋아지셔서 다행입니다.”
그리고 기사 한 명이 끼어들었다.
“북쪽 숲 오크에게 다시 도전하실 생각이신가 봅니다.”
다른 기사가 그의 말을 받았다.
“오크는 아직 무리일세. 고블린 정도라면 모를까. 아니지, 지나가는 강아지 정도?”
“산책하시는 것도 대단하신 겁니다. 전하께서 북쪽 숲까지 가신 것도 기적인데 오크 술사를 만나 무사히 돌아오신 건 신의 보살핌이 있었던 게지요.”
예전의 나라면…… 이 말을 듣고 어땠을까? 그저 테드를 애처롭게 바라보며 저들을 말려주기를 바랬을 것이다. 그러니 테드가 나를 벌레만도 못한 인간으로 취급했지.
하지만 저들에게는 안타깝게도 나는 예전의 내가 아니다.
테드는 이 상황을 즐기는 듯 애써 표정을 관리하며 기사들에게 입을 열었다.
“어허, 전하께 그 무슨 무례인가!”
테드가 직접 시키지 않았다면 결코 황태자에게 할 수 없는 모욕이 분명했으나 테드는 참으로 뻔뻔한 표정이었다.
내가 빙그레 웃었다.
“그대들 이름이 뭔가?”
내 목소리에 기사들의 눈동자에 의문이 번졌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여전히 웃으며 말했다.
“황자를 욕보인 죄는 삼족이 짊어져야 하는데 그대들의 이름을 알아야 내가 그대들의 삼족을 소환할 거 아닌가?”
순간 기사들은 물론이거니와 테드의 표정도 굳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