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60)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60화(60/278)
60화.
람은 호리호리한 체형을 가지고 있었고 얼굴도 상당한 꽃미남이었다.
아버지만큼 잘생기지는 않았지만 표정이 없는 아버지와 다르게 항상 미소를 머금고 있어 훨씬 호감형이었다.
목소리도 상당히 좋았다.
“전하는 모든 게 처음 아니십니까. 그럴수록 주위의 보좌가 중요하고 조언에 귀를 기울이셔야 됩니다. 앞으로 제국을 이끌어 나가시려면 많은 것들을 배우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애트란에 충성하는 기사가 나의 황태자 직위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이었지만 나는 크게 당황하지 않았다.
‘람은 테드의 외사촌이지. 베레곤 공작의 조카. 그리고 톰슨은 족보가 어떻게 되더라?’
두 사람에 대한 조사는 켄이 미리 진행했었고 기본적인 정보는 모두 알고 있었다.
성격에 대한 것도 켄은 알려줬는데 조사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톰슨은 마법사임에도 성급한 편이었고 속마음을 잘 숨기지도 못했다.
아마 리버힐 가문의 특징이 아닐까싶었다.
첸도 리버힐 가문이 외가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리버힐의 피를 이었으니까.
반면 람은 차분한 성격이었다.
‘어쩌면 테드처럼 가면을 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지. 베레곤 공작도 겉으로 보기에는 그만큼 인자한 사람이 없으니.’
나는 굳이 람의 말에 반박하지 않고 와인을 마셨다.
보오펜 백작이 정리에 나섰다.
“전하께서도 레오드이십니다. 저도 전하에 관한 소문은 들었습니다.”
보오펜 백작의 직설적인 이야기에 람은 물론이거니와 톰슨까지 살짝 놀란 모양이었다.
나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소문은 소문일 뿐입니다. 평가 대회는 아무나 우승하는 게 아니며 몇 번의 위기도 훌륭하게 넘기셨죠.”
그제야 나는 싱긋 웃었다.
“황태자로서 모자란 모습을 보여주긴 했었죠.”
보오펜은 부드럽게 위로했다.
“전하, 과거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미 좋은 모습을 보여주셨고 앞으로는 이 나라의 황제가 될 자질이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주시면 됩니다.”
말 속에 뼈가 숨어 있었다.
보오펜이 황제파 귀족이기는 하지만 나를 절대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좋게 말해서 앞으로 지켜보겠다, 정도였다.
보오펜 역시 아부에 능한 사람은 아닌 모양이었다.
나는 그럼에도 보오펜에게 큰 호감을 느꼈다.
그는 내게 아부를 하지도 그렇다고 나의 소문으로 날 모욕하지도 않았다.
솔직한 평가와 앞으로에 대한 격려를 해주었다.
적어도 귀족 중 보오펜과 같은 말을 해준 사람은 그가 처음이었다.
“자네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해야 되겠는걸.”
나는 웃으며 대화를 마무리 한 뒤, 마저 포크를 들었다.
람, 톰슨과의 기싸움은 여기서 끝내도 될 것 같았다.
아직 많은 날들이 남았고 그들과는 이 전쟁이 끝날 때쯤이면 함께 식사를 할 수 없는 사이가 될 가능성이 높으니까.
내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좋은 식사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보오펜 백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출발하실 때까지 모든 준비를 끝내겠습니다. 전하께서는 정해진 시간에 출발하시면 됩니다.”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 이만.”
하인의 안내를 받고 나는 보오펜 백작이 마련해준 침실로 향했다.
침실 안은 참으로 호화스러웠다.
“백작님의 방인가?”
내 말에 하인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아닙니다. 본래 예전 영주가 사용하던 침실인데 백작님은 사용하시지 않았습니다.”
하긴, 보오펜 백작의 성격을 볼 때 이런 사치스러운 침실을 사용할 것 같지 않았다.
침실을 개조하는 것보다 손님이 오면 머물게 하는 걸 택한 모양이었다.
“차 좀 준비해주고 켄과 데이비드를 불러주게.”
“네, 전하.”
하인이 나간 뒤 나는 창문을 열고 가볍게 숨을 몰아쉬었다.
총사령관이라는 직책을 받았지만, 황태자라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을 때와 기분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내 자리가 아닌 것만 같았고 직책이 주는 책임감에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
‘예전의 내가 아니다.’
나는 이미 칼페온 제국에 오면서 아룬 칼 레오드가 되었다.
아룬 칼 레오드로 살면서 또 기존의 아룬 칼 레오드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 할 수 있었다.
서부 방어군 총사령관이라는 직책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믿었다.
“전하, 켄이옵니다.”
켄의 목소리가 밖에서 들렸다.
“들어오도록.”
문이 열리고 켄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방 안을 보면서 혀를 내둘렀다.
“이 방은 완전히 다른 공간 같군요.”
내가 웃으며 대답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본래 여기 영주가 누구였지?”
내 물음에 켄이 잠깐 생각을 더듬은 뒤 말했다.
“애트란 가문의 누구였는데 이름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습니다.”
“애트란 가문이라.”
나는 절로 입맛이 썼다.
켄이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애트란 가문에서 중요한 인물이 아닌데, 단지 성이 애트란이라는 이유로 이 정도 방을 만들 수 있는 재력을 지녔다.
아마 아버지의 명령이 아니었다면 이 영지를 순순히 내놓지도 않았을 것이다.
“앉아.”
켄은 하인에게 받은 듯 직접 차를 가져왔다.
주전자를 들고 내 찻잔에 차를 우린 뒤 자리를 잡았다.
“일찍 출발하셔야 되는데 쉬시지 않고 무슨 일이십니까?”
“게일 문제야.”
나는 게일 문제를 꺼내기로 결심했다.
이번 A급 퀘스트는 혼자 클리어하는 게 불가능할 것 같아 켄의 지혜가 필요한 순간이라고 여겼다.
* * *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야 될까?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역시 오크 술사라는 결론을 내렸다.
“어둠의 숲에서 헤매고 저주를 받고 돌아왔을 때 꼼짝없이 죽은 줄 알았어.”
“당시 전하는 정령사도 아니셨고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헌데 저주는 어떻게…….”
그제야 나는 아주 심각한 오류 하나를 깨달았다.
‘참, 저주는? 영혼에 새겨지는 저주는 아룬에게 시스템 창이라는 선물과 포악한 성정, 아버지에 대한 어마어마한 원망이라는 저주를 남겼다. 그런데 어째서 나는…….’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영혼이 바뀌었기 때문이 아닐까?
영혼에 새겨지는 저주이니 내가 칼페온 제국에 오면서 저주 자체가 사라졌다 말하면 오류는 아니었다.
‘그럼 시스템 창은…….’
나는 잠시 현대 사회에서의 마지막 기억을 떠올렸다.
우욱, 갑자기 어지러워지며 헛구역질이 나올 뻔하였지만 가까스로 참아냈다.
‘그 문제는 넘어가자.’
당장 해결할 수도 없었다.
나는 적당히 변명했다.
“어머니의 독문 호흡법을 익히자 저절로 사라지더군.”
“뱀의 독으로 추정되는 독마저 해독할 수 있을 정도로 전하의 마나 호흡법은 대단하죠.”
켄은 쉽게 넘어갔다.
하긴, 그리 생각하는 게 가장 쉬운 추론이었다.
“어쨌든 저주가 서서히 사라지면서 그때의 기억이 점점 더 많이 떠올랐어.”
“어둠의 숲에서…… 또 들으신 말이 있는 겁니까?”
내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크 왕은 수하에 불과해.”
켄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
오크의 왕 탄생만 하더라도 어둠의 세력 부흥이라 할 수 있는 재앙인데, 그 왕이 고작 수하라는 사실은 쉬이 믿기 힘들었다.
나는 켄을 진정시키며 은밀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래도 더 자세한 조사가 필요할 것 같아. 그리고 아무리 오크 군단에 고립되었다 해도 기사들이 그리 쉽게 죽었다는 게 믿기지 않아.”
“게일 님은 실종 상태이고요.”
켄이 슬슬 내 말에 빠져들면서 거들자 나는 번개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아무래도 오크들에게 당한 게 아니라 오크의 왕을 수하로 부리는 어떤 존재에 당했을 확률이 높아. 게일은 그걸 조사하기 위해서 홀로 잠적했을 가능성이 있고. 최악의 상황은…… 게일이 그에게 끌려갔다는 것이지.”
“끌려가요?”
“죽었다면 다른 기사들처럼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을까? 이번 오크들은 이상할 정도로 시신을 남기지. 본래 오크들은 인간을 사냥 목적으로 잡지만…… 악의 세력에 물든 오크들은 오직 파괴할 뿐이니까.”
켄도 동의했다.
“그렇습니다.”
“하여튼 이번 서부의 일은 심상치 않아. 그리고 게일이 살아 있을 가능성이 높고, 만약 그를 찾을 수 있다면 많은 단서를 얻어낼 수 있을 거야. 그래서 말인데…….”
나는 켄과 둘만 있는 방 안임에도 괜스레 주위를 살폈다.
켄은 더욱 집중했다.
“데이비드에게 평가 대회 참가자들, 보오펜 백작의 수하들을 붙여주고 수색대를 꾸려 은밀히 게일을 찾아보는 게 어떨까?”
내 제안에 켄이 눈을 가늘게 떴다.
“나쁘지 않은 방법이지만 그렇게 되면 본진에 전하께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너무 적습니다. 가뜩이나 애트란 기사단과 리버힐 마법 병단의 속셈이 음흉한 상황에서…… 너무 위험합니다.”
내가 싱긋 웃었다.
“저들도 섣불리 행동하지 못할 거야. 내가 본진에서 분리되면 더더욱.”
“네?”
켄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전하, 설마…….”
“그래. 총사령관을 임시로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내가 직접 수색대 대장으로 나간다.”
켄은 곧바로 대답했다.
“절대 안 됩니다. 너무 위험합니다.”
“본진에 있으면 공도 못 세우고 두 가문의 정예들 사이에서 더 위험해. 그렇다면 차라리 밖으로 나가는 것이 낫지.”
나는 켄을 설득하기 위하여 노력했다.
“켄은 본진에 남아 있어. 네가 임시 총사령관을 보좌해서 두 가문의 정예들을 이용하여 오크 군단을 막는 거야. 내가 없으면 저들도 마냥 대놓고 농땡이를 부리지 못하거든. 서부 영주들의 눈치도 있는데 말이야.”
켄은 혀를 내둘렀다.
“전하께서는 정말 제가 상상도 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상황을 타개하시는군요.”
켄이 어느 정도 넘어왔다.
나는 차로 목을 적시며 어깨를 으쓱였다.
“무모할 수 있지만…… 게일을 구하고 오크 왕 뒤에 있는 누군가의 흔적을 잡아내면 서부 방어의 판도가 달라질 수도 있지. 오크 술사는 분명 그분께서 왕을 임명하시고 크게 일어나신다고 했거든.”
켄이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번 해보겠습니다.”
“그래. 서부 영주들은 나도 반기지 않고 애트란 기사단과 마법 병단만 반길 거야. 강력한 전력임은 틀림이 없으니까. 하지만 두 가문의 정예들은 제대로 싸울 생각이 없지.”
켄은 하하하, 웃었다.
“이간질을 하면서 적당히 두 세력을 이용해 오크 군단을 막아내겠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역시 켄은 자신 없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매우 어려운 임무를 준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마치 식은 죽 먹기라는 듯 말했다.
“사람을 이용하는 건 의외로 쉽습니다. 더구나 람이나 톰슨 그리고 서부 영주들처럼 욕심 많은 귀족들은 더욱 수월하죠.”
나는 켄과의 대화를 마무리한 뒤 데이비드를 불러달라고 말했다.
켄이 나가고 곧 데이비드가 들어왔다.
차는 이미 식어 있었다.
“이런 차가 식었군.”
나는 데이비드에게 자리를 권하며 샐러멘더를 불러냈다.
내가 차를 데우는 특이한 방법을 보면서 데이비드가 감탄을 터뜨렸다.
“정령을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하시는군요.”
“자주 봐야 정들지. 밤늦게 쉬어야 하는데 미안하네.”
데이비드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당분간은 행군만 할 뿐인데 그리 피곤하지도 않습니다.”
“하긴, 서부에 도착할 때까지는 별 일 없겠지. 가서는 죽을힘을 다하여 싸우겠지만.”
나는 이내 본론을 꺼냈다.
“서부에 도착하면 난 총사령관 자리를 서부 영주 연합군 중 가장 영향력이 큰 귀족에게 넘길걸세.”
데이비드의 얼굴이 굳어졌다.
“전하!”
“아, 임시로 넘기는 거야. 나는 자네와 따로 할 일이 있거든.”
데이비드가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중요한 일인 모양이군요.”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주 중요해. 그리고…… 목숨을 걸어야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