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61)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61화(61/278)
61화.
S급 퀘스트를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그나마 그동안의 A급 퀘스트가 방어 개념의 퀘스트였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수월한 편이었다.
게일을 구하는 퀘스트는 가만히 앉아서 오는 적을 막는 방어 개념의 퀘스트가 아니었다.
직접 오크 군단 속으로 잠입하여 최대한 은밀하게 게일을 구하는 능동적인 퀘스트였고, 그만큼 준비할 게 많고 또 위험했다.
나는 데이비드에게 솔직하게 털어놨다.
“게일이 오크들에게 잡혀 있는 것 같아.”
“네?”
데이비드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변했다.
“서부로 먼저 파견된 기사들의 시신은 모두 발견되었어. 온전한 시신은 찾기 힘들지만…… 게일의 시신만 발견되지 않았어. 시신의 일부도.”
“게일 님이 잡혀 있다고 확신하십니까?”
나는 데이비드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오크의 왕은 수하일 뿐이야. 그보다 더 큰 악의 주인이 뭔가를 준비하고 있어.”
데이비드의 눈동자가 가늘어졌다.
나는 샐러멘더가 다시 데워준 차를 마시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게일은 아버지조차 인정한 기사야. 소드 마스터가 바로 목전에 있었던 기사였어. 서부 영주 연합군은 주목하지 않고 있지만 그들이 올린 보고서에 아주 특이한 것이 있었어.”
“무엇입니까?”
“시신의 상태이지. 오크들은 시신을 먹지 않았어.”
“오크들이요?”
오크가 인간을 잡아먹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오크는 인간만이 아니라 동족조차 잡아먹는 흉폭한 놈들이었다.
“처음에는 식인 행위를 했다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그저 갈가리 찢겼다고 해. 흑마법 중에 그런 마법이 있지 아마? 상대의 마나를 모조리 빨아들이는 마법. 그 흔적이 시신에서 발견되고 있어.”
나의 말에 데이비드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설마 오크의 왕을 탄생시킨 게 인간이라는 말씀이십니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알 수 없는 일이지. 어쨌든 서부 영주들은 흑마법 흔적에 주목하고 있지 않아. 당장 어둠의 숲에서 뛰쳐나오려는 오크 군단에만 신경 쓰는 중이지.”
“게일 기사님은 다른 기사들과 다르게 특별하기에 아직 살아 있으리라 추측하시는 겁니까?”
“일단 그게 근거야. 누군가가 기사들의 마나를 필요로 했다. 그리고 게일의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는 다른 기사들과 다르게 매우 뛰어난 기사다.”
나의 추측에 데이비드가 동조했다.
“보통 소드 마스터급 기사의 마나를 흡수하려면 아무리 흑마법이라도 시간이 걸리는 법이죠. 그리고 마나를 흡수하는 마법은…… 살아 있을 때 시전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고요.”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게일이 죽기 전에…… 그를 구하는 게 목적이야. 그리고 아마 모두가 반대할 거다.”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아까 말하지 않았나?”
데이비드가 감탄을 터뜨렸다.
“그래서 사령관 자리를?”
내가 싱긋 웃었다.
“그래. 사령관 자리를 넘기면 서부 영주들은 물론이거니와 람과 톰슨마저 정신을 못 차릴 거다. 그때 빨리빨리 진행해야지.”
나는 데이비드의 어깨를 두드렸다.
“자네가 해 줄 일은 따로 있어.”
“무엇입니까?”
데이비드는 내가 수하를 구하기 위하여 목숨까지 걸고 있다는 사실에 꽤 감복한 모양이었다.
데이비드의 얼굴에서 결연한 의지가 느껴졌다.
“참가자들을 회유해.”
내 말이 의외인 듯 데이비드가 눈가를 좁혔다.
“우리 둘이 게일을 구하러 갈 순 없잖아?”
“서부에서 아예 지원을 받지 않으실 생각입니까?”
나는 창문으로 다가갔다.
차가운 겨울바람만큼이나 외로운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황태자로서 몇 달을 지냈는데 내 사람이라곤 게일, 켄, 소리스 그리고 데이비드가 전부였다.
소리스 휘하의 그림자 걸음 길드 출신들도 수하라 할 수 있지만 엄밀히 따지면 네 사람만큼 내 심복들은 아니었다.
물론 조직이 커지면 커질수록 모든 조직원들에게 진심 어린 충성을 받는 것보다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게 더 효율적일지도 모른다.
“보오펜 백작이 지원해 준 기사들 정도만 합류시킬 생각이야. 추후 보오펜 백작을 내 휘하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라도.”
내 기분을 눈치챈 듯 데이비드가 짧게 대답했다.
“이번 서부 방어를 잘 마무리하시면 더 많은 이들을 전하의 신하로 끌어들일 수 있습니다.”
“그래. 그런 면에서 게일을 구출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야. 내 수하는 절대 버리지 않는다.”
나는 말을 하면서도 쓰게 웃었다.
“전하의 마음은 누구보다 게일 님이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나는 데이비드의 위로에 어깨를 으쓱였다.
“고맙군. 게일을 만나면 배울 게 많을 거야. 네가 추구하는 길을 그는 먼저 걸어갔으니까.”
데이비드가 고개를 숙였다.
“늦은 시간인데 미리 이야기는 해둬야 될 것 같아서. 가서 쉬도록 해. 내일 일찍 출발해야지.”
데이비드가 내 말에 몸을 일으켰다.
“그럼 내일부터 참가자들과 은밀히 접촉하겠습니다.”
내가 피식 웃었다.
“은밀할 필요는 없어. 어차피 그 사람들은 내가 끌어들여야 할 사람이고 모두가 내 사람들이라고 인식하고 있으니까.”
나는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어차피 람이나 톰슨도 그 사람들에게는 크게 관심이 없을 거야.”
“네. 전하.”
* * *
사흘에 걸친 행군으로 꽤 지쳤다.
덕분에 승마는 꽤 익숙해졌다.
질풍이 이제는 제법 내 말을 잘 따르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노움이 지속적으로 질풍을 다독인 것이 큰 효과를 발휘한 모양이었다.
“곧 연합 사령부에 도착합니다. 전하.”
켄의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행군도 끝이군.”
천 명이 넘는 병사들과 함께 움직였지만, 행군 자체는 꽤 서둘렀다.
오크 군단은 계속해서 그 숫자를 불리고 있는 와중이었고 서부로 내려오는 순간 재앙은 시작되기 때문이었다.
멀리서 먼지가 피어오르며 말들이 달려오는 게 보였다.
켄이 그들을 보며 말했다.
“사령부에서 사람을 보낸 것 같습니다.”
전령은 어제 먼저 보냈으니 내가 지금쯤 도착한다는 사실은 서부 영주들도 미리 알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켄의 생각처럼 말을 타고 달려온 건 서부의 영주들이었다.
열 명이 넘는 영주가 일제히 말에서 내려 나에게 다가와 무릎을 꿇었다.
“전하!”
저들의 충성을 받는 것도 퀘스트인데 생각보다 서부 영주들이 나를 우대하는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가장 앞에 있던 중년인이 대표로 말했다.
“폐하께서 서부의 어려움을 잊지 않으시고 전하를 사령관으로 보내시니 서부 영주들을 대표하여 감사드립니다.”
나도 말에서 내렸다.
“그만 일어나세요.”
내 명령에 영주들이 일제히 몸을 일으켰다.
“마이크 후작님이시죠?”
서부 연합군 현재 사령관을 맡고 있는 사람이 바로 마이크 후작이었다.
마이크 후작은 포오드 가문의 현 가주였다.
서부에서 가장 넓은 영지를 가지고 있는 게 바로 포오드 가문이었다.
영지 중 일부가 어둠 숲 남부와 맞닿아 있는 만큼 영지군 자체가 강병으로 유명했다.
1차 정복 전쟁 당시에도 활약한 사람으로 본래 백작이었는데 그 공을 인정받아 더 넓은 영지를 하사 받고 후작에 봉해졌다.
마이크 르 포오드 후작, 그는 귀족파 귀족도 황제파 귀족도 아닌 사람이었다.
“네, 전하. 성 안에 드시지요.”
“그러죠.”
나는 질풍에 다시 오르면서 마이크 후작의 상태창을 살폈다.
그래도 레벨이 제법 많이 올랐기 때문에 예전보다 더 많은 정보를 볼 수 있었다.
-마이크 르 포오드(Lv49)
-최상급 소드 익스퍼트
-칼페온 제국 후작
나는 마이크 후작의 상태창을 보자마자 쓰게 웃었다.
레벨이 높아졌다고 자부했는데 나보다 훨씬 높은 레벨의 사람을 곧바로 만났다.
‘하긴, 람이나 톰슨도 내 레벨보다 훨씬 높았지.’
칼페온 제국은 넓은 만큼이나 인재도 정말 많았다.
마이크 후작 역시 게일과 같이 소드 마스터를 목전에 둔 사람이었다.
‘이미 오래 전 최상급 소드 익스퍼트였고 여전히 그 경지에 머물러 있으니…… 새삼 소드 마스터의 경지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알겠군.’
소드 마스터는 신이 허락해야 오를 수 있다는 말이 결코 거짓은 아닌 것 같았다.
“오시는 길은 평안하셨습니까?”
마이크 후작의 질문에 나는 상태창을 종료했다.
어차피 내 레벨이 마이크 후작보다 현저히 낮아 볼 수 있는 정보가 별로 없었다.
나머지 영주들의 정보는 천천히 알아볼 생각이었다.
“네.”
“애트란 가문과 리버힐 가문에서 정예를 보낸 것은 참으로 의외입니다.”
마이크 후작은 거침없었다.
람과 톰슨의 표정이 굳은 게 눈앞에 선했다.
두 사람과의 거리가 그리 떨어져 있지 않으니 아마 마이크 후작의 말을 들었을 것이다.
나는 난처한 듯 웃으며 말했다.
“두 공작 가문 역시 서부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악의 세력이 부흥하여 서부가 무너지면 제국 전체가 위험에 빠지니까요.”
내가 두 가문을 비호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여기서 굳이 마이크 후작의 말에 동조할 필요는 없었다.
마이크 후작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렇습니까? 동부 원정이 얼마 남지 않아 중앙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폐하께서는 큰일을 앞두고 계시니 솔직히 서부 자체 전력만으로 해결하는 것도 각오하고 있었습니다.”
마이크 후작은 내 예상보다 훨씬 대담한 사람이었다.
아버지를 걸고넘어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나만이 아니라 켄, 그리고 주변에 있던 서부 영주들마저 표정을 굳혔다.
일부 영주들이 마이크 후작을 말렸다.
“후작님.”
마이크 후작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래도 폐하께서 소신들을 걱정하시여 이렇게 황태자 전하를 보내주시고 애트란 가문과 리버힐 가문의 정예까지 붙여주셨으니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나는 적당히 화제를 돌렸다.
“오크들은 어디까지 내려왔습니까?”
그제야 마이크 후작은 전황에 대하여 이야기를 꺼냈다.
“아직 어둠의 숲에서 숫자만 불리고 있을 뿐 딱히 밖으로 나오고 있지는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보고 받은 게 일만 대군이라 들었는데 그사이 더 늘었습니까?”
마이크 후작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지금은 최소 오천 마리는 더 늘어났을 겁니다.”
“큰일이군요.”
켄이 슬쩍 끼어들었다.
“오크들의 경로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전하. 만약 그들이 남부에서 직진으로 내려오면 곧바로 후작님의 영지이지만 만약 방향을 틀어서 동부 쪽 산을 넘어 진격하면 지금 진을 치고 있는 곳과는 거리가 상당히 떨어져 있습니다.”
마이크 후작이 그 말에 대답했다.
“오크들은 남쪽으로 내려와 영지로 진격할걸세.”
“어떻게 확신하십니까?”
켄의 딴지에 마이크 후작의 눈가가 가늘어졌다.
“자네는…… 전하를 모시는 신하인가? 작위는 무엇이지?”
“전하를 모시는 사람입니다. 작위는 아직 수여받지 못했습니다.”
마이크 후작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황제파, 귀족파는 아니었지만 마이크 후작 역시 이 시대의 귀족이었다.
밑의 신분의 인간들을 인간 취급도 하지 않는 귀족까지는 아니었지만 귀족과 평민의 차이는 엄격하게 구분하는 사람인 모양이었다.
“감히 작위조차 받지 못한 평민이…….”
나는 마이크 후작의 말을 잘라냈다.
“후작.”
후작이 내게 시선을 돌렸다.
나는 아무런 표정을 짓지 않았다.
때로는 신분보다 더 높게 평가 받는 게 바로 직위였다.
“그 사람은 내 참모로 폐하께서도 사령관 전속 참모로 임명하셨습니다.”
마이크 후작의 얼굴이 굳어졌다.
“폐하께서는…….”
나는 일부러 진하게 웃었다.
“폐하께서는 능력을 중시하시는 분이시죠. 나는 폐하의 권위를 받아 사령관에 임명되었고 켄은 사령관의 참모입니다. 말 그대로 군사이죠. 군령을 집행하는.”
내 말에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나는 강하게 분위기를 매듭지었다.
“폐하의 권위는 무엇보다 우선이라는 사실을 후작께서도 잘 알고 계실 터, 군사의 질문에 답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오크의 경로를 확신하는 이유가 무엇이죠?”
나는 아직 어리고 황태자로서도 완전히 자리를 잡은 건 아니었다.
그래서 일단 아버지의 권위를 빌어 이들을 찍어 눌렀다.
‘어차피 오래 있을 것도 아니니까.’
마이크 후작이 얕은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