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62)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62화(62/278)
62화.
“오크들이 정찰병을 보내고 있습니다.”
마이크 후작의 말에 내가 눈썹을 꿈틀거렸다.
이는 중앙에 아직 보고되지 않은 정보였다.
“소신도 어찌 영지를 지키고 싶지 않겠나이까. 오크들이 이미 소신의 영지로 지속적으로 정찰병을 보내고 있고…… 군단 전체의 움직임 역시 소신의 영지로 향하고 있기에 눈물을 머금고 영지민들을 대피시켰습니다.”
마이크 후작은 신분 제도에 철저한 사람이었지만, 귀족으로서의 책임감도 강한 사람이었다.
영주로서 그는 모든 것을 희생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마이크 후작의 말이 이어졌다.
“오크 정찰병의 경로는 일정했습니다. 소신의 영지를 기점으로 서부 전체로 뻗어나갈 듯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이크 후작이 굳이 거짓을 말할 이유는 없었다.
“경로는 확신할 수 있으니 그에 맞는 방어 전략을 사용할 수 있겠군요.”
“네. 곧 도착이옵니다. 전하.”
마이크 후작의 영지였다.
안에는 무척이나 많은 병사들이 북적거렸다.
영지 안의 분위기는 내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활기찼다.
병사들이 곳곳에서 병장기를 손질하거나 혹은 훈련을 하고 있었다.
나는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병사들의 사기가 대단하군요.”
마이크 후작의 목소리에 자부심이 깃들었다.
“비록 전투 전에 영지민들을 후방으로 대피시켰지만 병사들의 사기만큼은 최고라 할 수 있습니다. 서부의 병사들에게 전투는 매우 익숙한 것이니까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오크 군단의 규모가 만만치 않고 후작께서 영지민까지 대피시켰는데…… 평소에 병사들 훈련이나 정신무장이 좋은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전하.”
켄을 대하는 모습만 볼 때는 마이크 후작에 대한 평가가 썩 좋지 못했는데 곰곰이 생각하니 마이크 후작은 아주 좋은 귀족의 표본이라 할 수 있었다.
신분의 차이는 확실히 구분하고 귀족으로서의 특권만 누리는 게 아니라 책임감 역시 확실했다.
그는 제국의 귀족으로서 영토를 지키기 위하여, 영지민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사령부 본부조차 천막으로 지었다.
켄이 마이크 후작에게 물었다.
“본부가 임시 천막입니까?”
마이크 후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본부는 천막이면 충분하지 않겠나. 영주성도 허물었고, 거기에서 나온 자재를 모두 성벽 보수에 사용했네. 일만의 오크가 일제히 진격한다면 기존의 성벽은 반나절도 버티지 못하고 무너질 테니까.”
나는 마이크 후작의 대답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영주성을 허물고 외곽 성벽을 보수하셨다고요?”
마이크 후작이 옅게 웃었다.
“영지가 위험한데 영주가 발 뻗고 잘 수 없지요. 성이 다 무슨 소용입니까. 지금의 오크 군단은 그저 숫자가 많은 군단이 아닙니다. 한 마리의 왕 아래에 편성된 정예 오크들이죠. 아마…… 보수한 성벽도 오래 버티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내 마이크 후작이 슬쩍 뒤에 있는 람과 톰슨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나마 두 공작 가문의 정예들이 왔으니 어찌어찌 길이 보이긴 합니다만.”
나는 마이크 후작에 대한 평가를 완전히 수정했다.
그는 진짜 귀족이었다.
솔직히 서부 영주들 중 그 누가 자신이 머물던 성을 허물고 영지 외곽의 성벽을 보수할까.
아니, 영지민들을 대피시키기는커녕 어린아이, 노인 할 것 없이 모두 병사로 세우고도 남는 게 지금의 귀족들이다.
반면 마이크 후작은 오로지 방어를 위하여 모든 것을 희생했다.
나는 애써 차분하게 말했다.
“후작님의 희생을 폐하께서 결코 잊지 않으실 겁니다.”
마이크 후작의 미소가 진해졌다.
“말씀 감사합니다, 전하 그럼 일단 들어가시죠. 전황에 대하여 보고 드리겠습니다.”
나는 임시 천막 안으로 들어가면서 결심을 굳혔다.
‘마이크 후작에게는 어느 정도 정보를 공유해도 괜찮겠군.’
이 정도 책임감을 보여주는 사람이라면 사령관을 맡겨도 좋을 것 같았다.
또 후작이라는 높은 지위에 있고 서부 사람들의 명망이 두터우니 람과 톰슨이 일일이 딴죽을 걸지는 못할 것이다.
그들이 나를 무시하고 끄집어내리려는 건 근본적으로 자신들 가문과 경쟁 관계이기 때문이었다.
마이크 후작은 달랐다.
지방의 강력한 귀족으로서 공작 가문에 뒤처지지 않는 전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서부 영주들이 자발적으로 그의 밑으로 모인 것을 고려하면 명망 또한 상당했다.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면 황태자 자리를 두고 내전이 일어날 수도 있는데 그때 마이크 후작과 같은 지방의 강력한 영주들은 큰 전력이니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는 게 무조건 이득이었다.
‘저들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지. 마이크 후작…… 이번 원정에서 반드시 끌어들여야 할 사람 중 한 명이군.’
서부 영주들 모두가 인상이 다부지고 경험이 많은 장군처럼 보였지만, 마이크 후작과 비교하기는 모자랐다.
“앉으십시오. 전하!”
마이크 후작이 가장 상석을 내게 권했다.
“지금부터는 총사령관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겠습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마이크 후작은 환영은 끝났고 이제 전장에 돌입했다는 사실을 내게 알렸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그럼 간략하게 현재 오크들의 상황과 서부 영주 연합군의 상황에 대해 보고드리겠습니다.”
마이크 후작이 켄에게 시선을 돌렸다.
“군사께서는 중간중간 질문이 있으시면 언제든 개의치 마시고 하십시오.”
“네.”
켄의 대답이 끝나자 마이크 후작이 지도를 펼치며 보고를 시작했다.
* * *
본래 성이 있던 자리라 천막을 꽤 많이 설치해두었다.
마이크 후작은 그중 가장 넓고 좋은 천막을 내게 주었다.
안에는 마법 난로가 있었고 천장에는 야광석까지 달려 있었다.
눈이 휘둥그레진 켄을 보면서 내가 웃으며 말했다.
“왜?”
“신기해서 그렇습니다. 웬만한 성의 침실 못지않군요.”
천막 안에는 침대와 책상도 있었다.
“그래도 야전은 야전이지.”
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쟁이니까요. 마을 큰 건물들은 모두 성벽 보수 재료로 썼다고 합니다. 성벽 주위에 각종 장애물도 나름 많이 만들었고요.”
도착하자마자 마이크 후작에게 전황 보고를 들었고 저녁도 가볍게 먹었다.
간략한 보고였지만 내용 자체가 워낙 많아 보고 시간 자체가 길어졌다.
켄이 꽤 많은 질문을 던진 것도 시간이 길어지는 것을 거들었다.
“후작은 꽤 괜찮은 인물 같아.”
“네. 그런 귀족은 거의 없죠. 보통 귀족들은 귀족이라는 이유로 탐욕을 정당화하는데, 마이크 후작은 귀족으로서의 책임감을 더 중시하는 사람 같았습니다.”
나도 켄의 말에 동의했다.
“맞아. 그래서 마이크 후작과는 정보를 어느 정도 공유할 생각이야.”
“직접 설득하실 생각입니까?”
“그래. 내가 없는 동안 네가 마이크 후작을 잘 보좌해서 방어를 하도록 해. 최대한 빨리 게일을 구해서 돌아올 생각이니까.”
켄이 쓰게 웃었다.
“무사히만 돌아오십시오.”
천막 밖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사령관님, 마이크입니다.”
“들어오세요.”
나는 켄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만 가서 쉬어. 오느라 피곤하잖아. 그리고 내일부터는 쉴 틈 없이 방어 준비에 돌입해야 되는데.”
켄이 내게 허리를 숙이는 순간, 마이크 후작이 모습을 드러냈다.
곧 켄이 나간 뒤 나는 마이크 후작에게 자리를 권했다.
“그쪽에 앉으세요. 후작님. 차 한 잔 드릴까요?”
“감사합니다.”
마이크 후작은 굳이 거부하지 않고 엉덩이를 붙이며 내가 차를 우리기를 기다렸다.
적당히 차가 우러나자 나는 두 개의 잔을 들고 마이크 후작 반대편에 자리를 잡았다.
“서부는 수도보다 따뜻한 편이지만 그래도 꽤 춥네요.”
칼페온 제국의 수도는 지도를 놓고 보았을 때 북쪽에 치우친 편이다.
겨울이 서부보다 빨리 찾아왔고, 기온도 더 낮았다.
서부는 어둠의 숲과 서쪽 숲에서 바람을 일차적으로 걸러 주었고 수도보다 남쪽이라 그나마 따뜻한 편에 속했다.
그래도 겨울은 겨울이었다.
천막 밖으로 겨울바람이 부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샐러멘더까지 불러내어 마법 난로 위에서 놀게 두었다.
샐러멘더가 불꽃을 크게 피웠다.
‘좀 모자란 것 같은데.’
아무래도 성이 아니라 천막이라 온도가 올라가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 같았다.
나는 차를 마시는 마이크 후작을 보면서 피닉스까지 불러냈다.
피닉스는 귀찮은 듯 천막 한쪽에 웅크렸다.
천막 안이 금세 훈훈해졌다.
“차는 괜찮나요?”
내 말에 마이크 후작이 빙그레 웃었다.
“네. 속이 따뜻해졌습니다.”
“오늘 따로 후작님을 부른 건 여러 이야기를 나누기 위함입니다.”
나는 빙빙 돌리지 않고 본론부터 곧바로 꺼냈다.
“게일 기사를 찾아야겠습니다.”
마이크 후작은 아무런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게일 기사의 시신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죠. 저도 살아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
마이크 후작도 게일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훌륭한 기사였지요. 보기 드문 천재이기도 했고요. 저는 이 경지에서 십수 년 동안 발전이 없었습니다만…… 게일은 벽을 넘을 수 있는 기사였습니다.”
마이크 후작의 목소리에는 제국의 인재를 잃은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마이크 후작은 게일이 죽었다고 믿었다.
나는 강하게 말했다.
“게일은 죽지 않았습니다. 오크의 왕은 수하에 불과합니다.”
마이크 후작이 고개를 들었다.
나를 바라보는 눈동자는 흔들림이 없었다.
‘알고 있는 것인가?’
나는 가만히 마이크 후작의 말을 기다렸다.
마이크 후작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제 영지는 어둠의 숲과 맞닿아 있습니다. 오크 군단이 형성되기 이전부터 그들의 숫자가 불어나는 것을 어느 정도 감지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놀라자 마이크 후작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그들을 섣불리 건드릴 수가 없었죠. 서부는 안정되지 않은 곳입니다. 지금은 공통의 적이 드러났으니 뭉쳤지만 당시에는 누구도 오크에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대략적으로 상황을 파악한 나는 절로 입맛이 썼다.
“영지의 전력을 뺄 여유가 없으셨다는 말씀이십니까?”
마이크 후작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적단으로 의심되는 집단에 의한 피해가 누적되고 그들의 꼬리를 잡기 힘들자 서부 영주들은 제 병사들을 푸는 것보다 중앙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훌륭한 기사단을 보내달라고요.”
일의 전말이 서서히 밝혀지기 시작했다.
‘이 부분은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정보다. 고르란의 부활에 관해서는 오로지 카렌의 초점에만 맞춰서 집필했기 때문에…… 서부 영주들에 관한 건 나도 알지 못하는 일이야.’
나는 마이크 후작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마적단이라고 보고를 올렸을 뿐 어둠의 힘에 잠식된 오크라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몸을 벌떡 일으켰다.
“맙소사, 마이크!”
쭉 존댓말을 사용하던 내가 거침없이 반말로 이름을 부를 정도로 큰일이었다.
“죄송합니다. 저는 서부의 전력을 지키기 위해서 대표로 나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거대한 적을 앞에 두고 제 살을 깎아 먹을 수 없으니까요.”
“그러니까 후작은 서부 영주들이 서로를 견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크 군단의 존재를 눈치챘고.”
나는 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
“먼저 나서면 욕심 많은 다른 영주가 영지를 침입할 가능성이 높으니 어둠의 힘에 잠식당한 오크들을 마적단으로 둔갑시킨 뒤 중앙에 보고를 올렸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중앙에서 기사단이 파견되면 그때는 서부의 영주들이 경거망동하지 못할 것이고, 중앙 역시 오크 군단의 존재를 인지하게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나는 이를 갈며 소리쳤다.
“덕분에 게일이 실종됐다. 죄 없는 기사들이 죽었고. 네놈들이 서로의 영지를 탐내지 않고 서로를 견제하지 않았다면 처음부터 오크들에게 합심하여 대응할 수 있었다.”
마이크 후작은 담담하게 말했다.
“전하, 제국은 이제 막 건설된 것이나 다름없는 초창기 국가입니다. 여전히 지방 영주들은 폐하에 대한 충성보다 제 영토와 재산을 지키기 위한 자들이 많습니다.”
마이크 후작도 나를 사령관이라 칭하지 않고 전하라 부르며 말을 이었다.
“저는 그래서 폐하께서 직접 오시기를 원했습니다. 서부는 동부 영주들보다 폐하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이곳은 정복 전쟁에서 벗어난 곳이었고…… 영주들 역시 정복 전쟁이 아니라 어둠의 숲과 싸워 온 이들이기 때문에.”
마이크 후작의 눈동자가 빛났다.
“폐하의 무서움을 잘 모르니까요. 게일은 죽었습니다. 덕분에 서부 영주들은 한데로 뭉쳤고 오크 군단을 방어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틀은 마련했습니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왔다.
“후작, 게일은 죽지 않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