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63)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63화(63/278)
63화.
“전하!”
마이크 후작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마적단을 추적하던 기사들은 모두 죽었습니다. 그들의 희생 덕분에 오크 군단의 존재를 눈치챌 수 있었고…… 서부 연합군이 결성되었습니다. 저도 게일이 살아 있다면 좋겠지만…….”
살짝 격양된 마이크 후작의 목소리를 나는 도중에 잘라냈다.
“게일은 살아 있습니다. 후작님.”
나는 차분하게 말했다.
“근거 없는 확신이 아닙니다. 무모한 작전인 것은 사실입니다만, 필요한 작전인 것도 맞습니다. 오크의 왕은 수하에 불과합니다.”
“전하.”
마이크 후작의 목소리가 떨렸다.
나는 애써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객관적으로 설명하기 위하여 노력했다.
“알 수 없는 거대한 악의 종자가 오크들을 부려서 제국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습니다. 아직 힘을 갖추지 못한 악의 종자는 게일의 힘을 흡수하려 들 겁니다.”
“전하 대체…….”
이쯤에서 나는 마이크 후작에게 증거가 될 수 있는 단서를 알려주었다.
“마적단을 소탕하려 파견되었던 기사들의 시신 상태가 어땠습니까?”
마이크 후작의 눈가가 가늘어졌다.
서부의 영주들은 기사들이 오크에게 죽었다는 사실 자체만 중요하게 여겼다.
시신의 상태 역시 중앙에 형식적으로 보고를 올렸을 뿐이었다.
‘카렌은 오크들에게 죽은 시신들의 상태를 보고 고르란의 존재를 인식했어. 어둠의 숲을 수색하는 와중에 보검도 발견하고.’
정확한 위치는 모르기 때문에 나는 보물에는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얻으면 좋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게일이었으니까.
대답하지 못하는 마이크 후작을 보면서 나는 빠르게 말을 이었다.
“마나가 모두 빨린 상태였습니다. 일반 오크들은 식인을 할 뿐 인간의 마나를 흡수하지 않죠.”
마이크 후작의 입이 벌어졌다.
“설마…….”
“네. 흑마법의 흔적입니다. 지금 오크 왕 뒤에 다른 악의 종자가 있다는 뜻이죠. 아무리 오크 왕이라 하더라도 마나를 빨아들이는 마법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
나는 추가적인 근거도 말했다.
“오크 술사들은 주술을 사용하지, 마법을 사용하지는 못합니다. 그리고 오크 술사들의 주술은 모두 저주 형태이죠. 기사들의 마나를 빨아들인 다른 존재가 있다는 뜻입니다.”
마이크 후작은 그제야 상황이 그려지는 모양이었다.
“그 존재가 오크를 부려 기사들을 잡았다는 말씀이십니까?”
“네. 실제로 그러지 않았습니까.”
마이크 후작이 낮은 신음을 흘렸다.
중앙에서 일부 병사들을 파견하고 애트란 가문의 정예, 리버힐 가문의 정예까지 내려왔으니 마이크 후작은 다소 안심하고 있었다.
자신이 생각하지도 못했던 변수가 나오자 마이크 후작은 당혹스러운 것 같았다.
“오크들과의 전쟁은 후작께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들고…… 격렬해질 수 있습니다.”
“오크 왕을 탄생시킬 정도의 흑마법사라면 확실히 단순한 방어전이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람과 톰슨에 대해서는…….’
잠시 생각을 정리한 뒤 나는 천천히 말했다.
“람과 톰슨은 제가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전하!”
마이크 후작의 눈동자가 동그래졌다.
고르란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보다 마이크 후작은 더욱 놀란 것 같았다.
나는 쓰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후작께서도 이미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만? 그들의 가문과 저는 공존하기 힘듭니다.”
“전하께서는 황태자이십니다. 폐하로부터 이 제국의…….”
마이크 후작의 원론적인 말을 길게 듣는 것보다 나는 현실을 직시시켜주었다.
“나는 애트란과 리버힐 같은 외가도 없으며 테드와 첸 황자 같은 평판도 없습니다. 이 서부 원정이 내게 왜 중요하겠습니까?”
마이크 후작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서부의 제국민들을 지키고 영주들을 지키는 건 부가적인 목적입니다. 나를 잔인한 사람이라 욕해도 진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나의 가장 강력한 동기는 서부 방어를 통해 내 평판을 한결 끌어올리는 겁니다. 그래야 나의 자리를 지킬 확률이 조금이라도 높아지니까요.”
씁쓸한 진실에 마이크 후작은 깊은 한숨과 함께 말했다.
“중앙은…… 참으로 복잡하군요.”
나는 여전히 담담하게 말했다.
“게일은 아바마마께서도 곧 벽을 넘을 것이라 인정한 최상급 소드 익스퍼트입니다. 만약 그마저 악의 종자에게 마나를 흡수당한다면…….”
마이크 후작은 이제 심각성을 확실하게 느꼈다.
“중앙은 폐하께서 어떻게든 지켜주시겠지만 서부는 거리와 시간을 고려할 때 확실히 멸망하겠군요.”
나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마도요. 아시다시피 마스터급 강자의 마나를 강제로 흡수하는 건 아무리 흑마법사라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마이크 후작이 동의했다.
“네. 그 정도 강자는 정신력도 매우 강력한 편이고 쉽게 흑마법에 무너지지 않습니다. 게일의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건 악의 종자가 오크를 부려 가둬두고 정신력을 무너뜨린 뒤 온전히 힘을 흡수하기 위해서이군요.”
과연 마이크 후작은 전투 경험만이 아니라 상식도 상당했다.
내가 말한 것들을 통해서 금세 앞으로의 일을 추론해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결론을 내렸다.
“마이크 후작이 해 줄 일이 있습니다.”
* * *
나는 행군의 피로를 핑계로 오늘 하루는 휴식한 이후 내일부터 본격적인 방어 회의에 나설 것이라 전했다.
서부 영주들의 반응은 당연히 썩 좋지 않았다.
“영주들이 꽤 거칠게 나왔습니다.”
켄의 말에 나는 피식 웃었다.
“스스로 해결할 생각은 하지 않고 중앙 파견만 기다렸던 사람들치고는 불만이 많네.”
내 말에 켄도 미소를 머금었다.
“람과 톰슨은 은근슬쩍 영주들의 불만을 옹호하더군요.”
“그 두 사람이야 내가 잘되는 꼴을 볼 수 없으니 당연한 일이겠지. 그냥 두어도 될 것 같아.”
데이비드가 슬쩍 끼어들었다.
“어제 마이크 후작과 이야기를 오래 나누시던데 그를 설득하신 겁니까?”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 대화의 결과를 두 사람과 공유했다.
“마이크 후작이 임시 총사령관으로 이곳을 계속 방어하고 있을 거다. 가장 좋은 건 오크 군단이 우리가 게일을 구하기 전에 진격을 시작하는 것이니까.”
“빈틈이 생기겠군요?”
데이비드의 말에 나는 조금 더 희망을 이야기했다.
“빈틈 정도가 아니라 게일이 갇힌 곳이 어둠의 숲 오크 군단 본진이라면 오크 군단이 진격할 때 본진이 텅 비어 있을 수도 있지.”
켄은 그보다 마이크 후작의 생각이 더 궁금한 모양이었다.
“어떻게 설득하셨습니까?”
“마이크 후작은 진짜 귀족이야.”
내 말에 켄의 눈을 가늘게 떴다.
“진짜 귀족이요?”
“그래. 마이크 후작은 신분 제도의 본래 명분에 충실한 사람이야.”
켄은 그래도 믿기 힘들다는 듯 조심스럽게 말했다.
“귀족들을 모두 믿을 순 없습니다.”
그 부분은 데이비드 역시 격하게 공감하는 듯 거들었다.
“전하, 후작은 뼛속까지 귀족입니다.”
나는 두 사람에게 내가 어제 이야기를 나누고 느낀 마이크 후작에 대하여 말해주었다.
“뼛속까지 귀족이기 때문에 믿는 거야. 귀족의 본분이 무엇인가?”
내 말에 켄과 데이비드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귀족의 덕목은 충성과 책임이야.”
모든 귀족들이 잊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귀족은 귀족으로서의 책임감과 충성이 가장 중요한 신분이었다.
“위로는 황가에 충성하고 귀족으로서 평민과 노예, 즉 영지민들을 자식처럼 여기고 돌보는 게 바로 귀족의 덕목이야.”
두 사람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마이크 후작은 자신의 영지민들의 생명을 위해서 모든 것을 희생했어. 오크 군단의 존재를 눈치채고 곧바로 대피시켰지. 다른 귀족이었다면?”
켄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모든 재산을 전쟁을 핑계로 압수하고 노인, 어린아이 할 것 없이 화살받이로 세웠겠죠.”
나는 천막 안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영주성조차 허물었지.”
데이비드도 그제야 내 말에 공감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귀족으로서의 책임감은 있군요.”
“맞아. 본래 귀족의 본분이 바로 이런 것이지. 그리고 충성. 마이크 후작은 귀족파도 황제파도 아닌 중립이야.”
“폐하께 충성은 하지 않는 겁니까?”
데이비드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충성하지. 하지만 아바마마의 모든 정책을 절대적으로 지지하는 황제파 귀족들과는 달라. 그는 아바마마의 확장 정책을 아주 위험하다고 여기는 사람 중 한 명이야. 당장 동부 원정도 반대했어.”
켄이 다시 대화에 참여했다.
“당장 서부가 위험에 빠졌으니 원정은 반대할 수 있습니다.”
“그는 오크 군단의 존재를 눈치채기 전에도 피레온 왕국 정복에 대해 반대했어. 아바마마께 직접 서신까지 보낸 사람이야. 그는 아바마마에게 진심으로 충성하기 때문에 거침없이 충언하는 사람이지.”
“대단한 사람이군요.”
켄도, 데이비드도 감탄했다.
“어제 이야기를 통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어. 마이크 후작은 람과 톰슨을 적절하게 견제할 거야. 그가 무슨 말을 했는 줄 알아?”
내 질문에 켄과 데이비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젯밤이 생각난 나는 절로 웃음을 터뜨렸다.
-전쟁에서 항명은 즉결처분도 할 수 있는 큰 죄입니다. 두 사람은 폐하로부터 어떤 직책도 받지 못했습니다. 그저 기사단, 마법 병단의 대표로 참여했을 뿐이죠. 사령관의 명령에 조언할 수는 있지만 명령을 어기는 건 말 그대로 항명, 군법을 어기는 것입니다.
내가 그대로 말해주자 켄은 크게 웃었고, 데이비드 역시 통쾌한 표정을 지었다.
“두 공작이 자충수에 빠졌군요.”
켄의 말에 내가 어깨를 으쓱였다.
“아마도? 내가 사령관 자리를 내려놓고 따로 행동하는 건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거니까.”
나는 본격적으로 게일 구출 작전에 대하여 이야기를 꺼냈다.
“데이비드, 평가 대회 참가자들은 어때?”
데이비드가 자신의 성과를 보고했다.
“모두 작전에 참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작전이 성공하면 여러 보상을 줘야 될 것 같습니다. 그중 일부는 평가 대회 본래 보상인 폐하 직속 조직에 들어가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그 정도는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다.
왜 평가 대회의 권위가 높고 참가자가 많겠는가?
모두 아버지의 명성 덕분이었다.
아버지는 황제라는 사실을 떠나서 대륙 최고의 기사이자 정령사, 그리고 수준급 마법사였다.
아버지 휘하로 들어간다는 사실 자체가 주는 이득은 굉장했다.
명문 귀족가 출신도 아닌 아버지가 제국을 이룬 건 모두 본인의 실력 덕분이었다.
그리고 그 실력의 근본이라 할 수 있는 마나 호흡법!
바로 그 마나 호흡법을 배우기 위하여 황제 직속 조직의 조직원이 되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꿈꾸고 있었다.
“몇 명이나 되지?”
나는 참가자 중 최소 절반은 아버지 직속 조직이 들어가기를 원한다고 짐작했다.
“리오덴을 제외한 모두입니다.”
데이비드의 말에 켄이 신음을 터뜨렸고, 나는 허탈하게 웃었다.
“전부?”
데이비드가 내 말을 정정했다.
“리오덴은 저와 함께 전하의 직속 기사단이 되기를 원했습니다.”
“그래. 리오덴 한 명이라도 건졌군.”
그나마 다행이랄까?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리오덴이 의외로 나와 함께하기를 원했다.
“그럼 참가자들과 보오펜 백작 기사들 중 몇 명의 자원을 받아 출발하면 되겠군. 람과 톰슨이 시비를 걸기 전에 곧바로 진행해야 돼. 켄, 자네는 보오펜 백작 기사들을 만나봐.”
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나는 빙긋 웃으며 켄의 어깨를 두드렸다.
“방어 작전이 쉽지만은 않을 거다. 마이크 후작과 이곳을 잘 부탁해.”
켄도 옅게 웃었다.
“물론입니다, 전하. 전하의 수하로서 저도 제법 명성을 쌓을 생각이니까요.”
왠지 모르게 나는 켄의 미소에서 서늘함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