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64)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64화(64/278)
64화.
새벽, 나는 은밀하게 사령부를 빠져나갔다.
내 옆에는 데이비드, 뒤에는 백 명의 기사들이 따라오고 있었다.
해가 떠오를 때까지 질풍과 함께 달리자 어느새 서쪽 숲이 멀리서부터 보였다.
언덕 위라 그런 듯 광활한 숲이 한 눈에 들어왔다. 끝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은 숲은, 지평선의 경계마저 녹색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나는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말했다.
“굉장하군.”
실제로 보는 서쪽 숲은 표현이 가능한 단어를 찾기 힘들 정도로 대자연의 웅장함을 보여주었다.
나의 말에 데이비드도 동감했다.
“저도 말로만 들었지 실제로 보니…… 정말 바다 같은 숲이군요.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저 숲 너머에는 사막이 있고 또 그 사막을 넘어 바다를 건너면 서대륙이라지?”
“네. 하지만 서대륙의 존재는 고대 문헌에만 나와 있을 뿐 아무도 가본 적이 없는 대륙입니다. 고대 문헌에는 이곳과는 완전히 다른 검술, 주술 등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더군요.”
데이비드는 마치 전설이라는 듯 말했지만, 나는 그 정보가 사실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가문, 심법과 비슷한 마나 호흡법 등 일부 개념은 모두 무협에서 따왔다. 그리고 서대륙은 무협 세계이고. 카렌은 그곳에서도 기연을 얻었지.’
새삼 하나의 소설에 정말 많은 설정을 넣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잡다하다고 욕먹을 만했구나. 주인공 강하게 만들자고 말 그대로 모든 수단을 동원했으니…….’
정작 칼페온 제국이 현실이 되니 여러 설정들이 나에게 제법 도움이 되었다.
“당장 서쪽 숲은 요정들이 사는 곳이니 출입 자체도 힘들지.”
제국은 서쪽으로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었다. 서쪽 숲 남부에 작은 소규모 왕국들이 있지만 그곳은 아버지가 욕심을 낼 정도로 좋은 곳은 아니었다.
이미 서부 영주들 영향력 아래에 있기 때문에 자연스레 제국으로 흡수될 나라들이었다.
나는 질풍의 갈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서쪽 숲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지 않으면 요정들을 자극할 일은 없으니 일단 길을 그쪽으로 잡지. 서쪽 숲을 타고 어둠의 숲 남부로 접근해야 되니까.”
데이비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전하.”
나는 한 가지를 더 말했다.
“점심쯤에 기사들과 인사라도 나누지. 목숨이 걸린 임무에 자원한 것이고…… 살아돌아오지 못할 확률이 높은데 어떤 사람들인지는 서로 알아야 되지 않겠나.”
“네. 전해놓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데이비드가 기사들을 향해 말을 돌리는 것을 본 뒤 다시 질풍 위로 올라갔다.
천천히 언덕을 내려가면서 지도를 꺼내 살폈다.
‘이거 데이비드가 없었으면…… 길도 못 찾았겠군. 네비게이션이 있는 시대도 아니고.’
곧 데이비드가 내 명령을 전달한 뒤 옆으로 다가왔다.
“가지.”
데이비드는 내 말에 자신도 지도를 한 번 살펴 본 뒤 길을 잡았다.
나는 데이비드의 뒤를 따르며 생각에 잠겼다.
‘딱 한 달 남았다.’
나는 상태창을 살폈다.
게일을 구출하는 퀘스트는 시간 제한이 있는 퀘스트였다.
난이도가 괜히 높은 것이 아니었다.
한 달 안에 구출하지 못하면 퀘스트는 실패였고 당연히 게일의 생사를 장담할 수 없었다.
‘아마 죽겠지…….’
게일이 죽으면 단순한 퀘스트 실패가 아니라, 나의 앞으로 행보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게 분명했다.
게일과 같은 기사는 구하기 힘들 뿐더러, 그와 같은 충성심을 가진 기사는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니까.
“전하.”
나는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생각을 정리하고 고개를 돌렸다.
리오덴이었다.
데이비드의 눈동자에 이채가 스쳤다.
리오덴은 평가 대회 우승 후보 중 한 명이었고, 데이비드와 같이 용병 출신이었다.
데이비드는 호승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데이비드는 평가 대회를 위해 수도에 올라왔었지.’
내 계획 덕분에 데이비드의 미래가 완전히 바뀌었다.
어디 데이비드뿐이랴.
켄의 운명도 바뀌었고, 그의 여동생, 소리스와 밤의 그림자 걸음 길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리오덴은 그 사람들과 달랐다.
‘내가 쓰지 않은 사람들도 일생을 살아간다.’
나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무슨 일이지?”
“작전에 참여한 기사들을 한 명씩 만나보신다 들었습니다.”
리오덴의 굵직한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점심 먹으면서 천천히 인사를 나누고자 했지. 이런 작전에 자원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니까.”
평가 대회 참가자들 중 이탈자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단 한 명도 이탈하지 않고 모두 작전에 참가했다.
리오덴도 마찬가지였다.
더구나 그는 아버지도 눈여겨보던 실력자였고, 누구보다 평가 대회 우승을 바란 느낌도 받았다.
“어쨌든 위험한 작전에 참여해줘서 고마워. 그리고 이제 와서 말하지만 대회에서 인상 깊었어. 그대와 같은 강자와 싸울 수 있다는 자체가 즐거웠거든.”
“패배에 대한 변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저 전하의 실력이 저보다 더 뛰어났을 뿐이죠.”
리오덴이 피식 웃으며 덧붙였다.
“대회가 아니라 전장이었다면 전 그대로 죽었을 겁니다. 평생을 전장에서 살았는데…… 무대 위에서 싸우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경험이었습니다.”
나는 허를 찌르듯 물었다.
“나한테 패배해서 내 직속 기사단이 되기를 원한 것인가? 본래 그대는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고 싶어 평가 대회에 참가한 거 아니었나?”
리오덴이 고개를 저었다.
“폐하의 가르침은 본래 받을 생각이 없었습니다.”
이건 또 뭔가.
리오덴의 신선한 대답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 * *
‘살아 돌아가기 힘들겠군.’
게일은 혐오스러울 정도로 많은 오크들을 보면서 애써 절망을 삼켰다.
하루에도 수백 마리의 오크들이 새롭게 태어나고 있었다.
보통 오크들과 이곳의 오크들은 달랐다.
태어나자마자 전사였다.
두 발로 몸을 일으키고 조잡한 무기를 받아 휘두르는 모습은 도저히 방금 태어난 오크들이라곤 믿기 힘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수백 마리의 오크가 태어나고 또 많은 오크들이 동족들에게 잡아먹히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만약 오크들이 서로를 잡아먹지 않았다면 벌써 수만 마리의 오크들이 어둠 숲 남부를 완전히 장악했을 것이다.
‘이제…… 의미가 없나?’
게일은 묶여 있는 자신의 양팔을 보며 쓰게 웃었다.
마치 푸줏간의 돼지고기처럼 널려 있는 자신의 처지가 막 태어나 잡아 먹히고 있는 오크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젠장, 언제 나가는 거야?”
“몰라.”
“바깥에는 인간 고기가 많은데.”
“왕께서 기다리라고 하시잖아.”
오크들의 말을 들으며 게일은 눈을 가늘게 떴다.
확실히 오크 왕 휘하의 오크들은 다르긴 달랐다.
대륙 공용어를 사용했고, 발음도 인간 못지않아 알아 듣기가 무척 수월했다.
“인간들이 바글바글하던데. 곧 축제가 벌어지겠지.”
그 말에 게일은 추측했다.
‘서부 영주들이 모이고 있는 모양이군.’
“저놈 감시는 그만해도 되지 않아? 오늘 태어난 놈들 중 야들야들한 몇 놈은 먹자고.”
“그래. 그래.”
어둠의 숲 오크 군단의 본진 깊숙한 곳, 자신을 지키는 수십 마리의 오크들이 떼지어 나가는 것을 보고 게일은 깊은 한숨을 머금었다.
필사적으로 마나를 끌어올리려고 했지만 이내 마나 홀에서 느껴지는 극심한 고통에 몸부림쳤다.
도저히 오크 술사의 수준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의 강력한 마법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마나가 조금씩 빨려 들어가고 있다.’
마나 홀의 단단히 자리 잡고 있는 마나가 하루가 다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놀라울 정도로 그 과정이 자연스러워서 마치 마나가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마나 홀에 쌓이지 않는 마나는 자연스럽게 흩어진다. 하지만 마나 홀에 자리를 잡은 마나가 아무런 고통도, 흔적도 없이 빨려 들어가는 건…… 흑마법이 분명해.’
오크 왕이 흑마법까지 사용하는 것일까?
게일은 계속 고민해 보았지만 뚜렷한 답은 나오지 않았다.
쾅-! 쾅-!
그때 밖에서 거친 소리가 들려왔다.
오크들의 머리가 터져나가는 끔찍한 소리였다.
거대한 돌문을 단숨에 열고 들어 온 존재는 다른 오크들보다 훨씬 더 컸다.
족히 4미터는 넘어 보이는 키와 우락부락한 근육들은 덩치를 훨씬 더 크게 보이게 만들었다.
흉흉한 안광은 절로 오금을 저리게 만들었다.
마스터의 경지를 눈앞에 두고 있는 게일조차 오크가 자연스럽게 내보내는 살기에 움찔 몸을 떨었다.
‘이런 맙소사, 피어라니.’
게일은 입을 벌렸다.
“꽤 오래 버티는군.”
입을 연 거대한 오크는 피부조차 다른 오크들과 살짝 달랐다.
전사형 오크들은 일반 오크보다 훨씬 더 진한 녹색 피부를 가지고 있는데, 색이 진할수록 더 강하고 흉폭한 특징이 있었다.
오크 술사들은 허리가 살짝 굽은 게 특징이었고, 괴상한 해골들로 장식한 지팡이를 들고 다녔다.
거대한 오크의 피부는 푸른색에 가까웠다.
그리고 옆에서 대답하는 오크 술사 역시 거의 90도에 가깝게 허리가 휘었고, 지팡이만이 아니라 목에도 해골을 달은 목걸이를 하고 있었다.
“인간 중에 제법 강한 자입니다. 아마 이놈의 마나를 모조리 빨아들이면 고르란 님께서 눈을 뜨실 겁니다.”
“나를 왕으로 태어나게 하시고 인간들에게 빼앗긴 대륙을 되찾게 해주실 고르란 님은 반드시 부활하셔야 된다.”
오크 술사의 목소리에 비음이 섞였다.
“물론입니다. 왕이시여.”
게일은 눈앞의 오크가 왕이라는 사실에 놀랐지만, 그보다 두 오크의 대화가 가지는 의미에 경악했다.
‘이런 존재를 태어나게 했다면…… 단순한 흑마법사가 아니다.’
대륙에 재앙이 터졌다.
제국만이 아니라 대륙 전체를 악으로 물들일 대장이었다.
‘반드시 빠져 나가야 한다. 다행히 이놈들을 날 당장 죽일 생각은 없어.’
오크 왕이 다시 입을 열었다.
“감시하는 놈들은 한 번만 더 자리를 비우면 쉽게 죽이지 않겠다고 분명하게 경고해라.”
“네. 왕이시여.”
오크 왕이 게일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인간, 아무런 희망도 갖지 말아라.”
자신에게 하는 말에 게일이 피식 웃었다.
“오크의 충고라니. 믿기 힘들군.”
오크 왕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흉폭한 얼굴의 미소는 진한 살기를 머금고 있었다.
“곧 너희의 세상은 끝난다. 이 숲은 물론이거니와 요정들이 빼앗은 광활한 영토, 너희가 차지하고 있는 비옥한 대륙은 모두 나의 땅이다.”
게일은 굳이 오크 왕에게 대답하지 않았다.
그와 대화를 나눠서 좋을 것도 없었고 오크 따위와 드잡이질을 해서 남는 것도 없었다.
오크 왕은 곧 몸을 돌려 나갔다.
밖이 소란스러워졌다.
‘다른 감시자들이 들어올 모양이군. 과연 빠져 나갈 수 있을까?’
아무리 절망하지 않으려 노력해도 눈앞의 절망은 성큼 다가왔다.
오크 왕의 말처럼 희망을 갖는 것 자체가 고문이었다.
‘이대로 죽는 건가. 가주의 유언은…….’
게일은 죽어가면서도 아룬을 생각했다.
자신의 유일한 주군이었던 이리엘의 유언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이 서글펐다.
그 순간, 게일을 걸어 놓은 암벽이 꿈틀거렸다.
팔에 떨어지는 암벽의 가루를 느끼자 게일이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이내 동그란 구멍이 생기더니 사람의 얼굴이 쑤욱 나왔다.
“와, 죽는 줄 알았는…….”
목소리는 이어지지 못했다.
돌문이 다시 열리면서 오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전에 있던 놈들은 우리가 알아서 먹으래.”
“여기서 나가지 않고 가만히만 있으면 고기가 떨어지는데 그놈들도 바보군.”
수십 마리의 오크들이 각자 자리를 잡으며 동족의 시신을 뜯어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게일의 귓가에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저씨, 갇혔어요?”
게일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믿을 수 없는 곳에서 희망이 솟아오르는 것일까?
“전 카렌이라고 하는데…… 와, 검 하나 얻고 돌아가는 줄 알았는데 여기서 사람을 볼 줄은 꿈에도 몰랐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