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65)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65화(65/278)
65화.
전장에서 목숨을 파는 용병들은 물론이거니와 황제를 경계하는 명문가의 귀족들조차 검술을 익히는 자라면 모두가 황제의 가르침을 받기를 원했다.
황제, 아니 아버지는 인간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강한 자라고 평가받고 있었다.
검술만이 아니라 마법, 정령술도 극에 이르렀기 때문이었지만 가장 기본은 역시 검술이었다.
‘아버지는 서른이 되기 전에 소드 마스터가 되었고…… 마흔 이전에 인간의 마지막 벽이라 알려진 마스터의 벽마저 뛰어넘는다.’
그 누구보다 나는 아버지의 강함을 잘 알고 있었다.
영웅 카렌을 기연 범벅에 사기에 가까운 캐릭터로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최종 보스 역시 강하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그런 아버지의 가르침이 필요없다고 말하는 리오덴의 모습은 내게 있어 정말 신기했다.
“아바마마는 검을 든 자라면 누구나 존경해 마지않는 사람인데?”
내 질문에 리오덴이 옅게 웃었다.
“베레곤 공작님도 폐하 앞에서 검을 꺾고 충성을 맹세했죠.”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리오덴은 황제와 귀족의 대립을 알고 말하는 것일까, 아니면 다른 의도로 나를 떠보는 말일까?
리오덴의 말이 이어졌다.
“애트란 가문은 폐하의 등장 이전 최고의 검술 명가였습니다. 그리고 현 가주 베레곤 공작님은 어렸을 때부터 천재로 유명했죠. 그런 분이 검을 꺾었다는 건…… 대륙의 많은 검사들에게 충격이었습니다.”
“아바마마는 상식 밖의 계시니까. 그분을 기존의 상식으로 판단하기에는…….”
나는 말끝을 흐렸지만, 이내 본론으로 돌아왔다.
“베레곤 공작의 패배가 아바마마의 가르침을 원하지 않는 이유인가?”
“아닙니다. 폐하께서는 이미 완성되신 분입니다.”
리오덴이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홀로 일어나셔서 대륙의 강자들을 꺾으셨고, 제국을 세우셨죠. 그리고 이제 폐하는 대륙의 통일로 나아가고 계십니다.”
황제의 욕심은 과연 어디까지인가, 라는 말은 여러 번 나왔지만 누구도 입 밖으로 꺼내기를 어려워만 했다.
리오덴은 쉬쉬하고 있었던 아버지의 욕심을 짐작했다.
“피레온 왕국을 정복하시면 동부의 왕국들을 차례로 무너뜨리시겠죠. 피레온은 동부의 관문이나 마찬가지이니까요. 그 이후 남부의 왕국들…… 그리고 북부의 야만족들마저 정복하실 겁니다.”
나는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고 리오덴의 말을 들었다.
“폐하의 생애에 대륙 통일은 끝날 겁니다. 역사 이래 그분처럼 강한 분이 없었고 또 제국처럼 강력한 국가는 없었습니다. 충분히 가능하죠. 그리고도 폐하의 욕심은 끝나지 않을 겁니다.”
리오덴은 말을 멈추지 않았다.
“그 이후에는 바다 건너 신비의 대륙들에도 손을 뻗치시겠죠. 그분을 보좌하면서 그 위대한 행보와 함께하며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것도 멋진 일이지만…….”
리오덴의 미소가 진해졌다.
“세력이 약한 후계자가 치열한 암투 속에서 생존하는 것을 옆에서 보좌하며 황좌에 오르는 것을 함께하는 게 더 재밌을 것 같더군요.”
데이비드가 움찔 몸을 떠는 게 보였다.
‘이거 참, 하나같이 대담한 자들뿐이로군.’
황태자 앞에서 황태자 욕을 대놓고 하는 이가 나는 참으로도 많다고 느꼈다.
그나마 소리스가 처음부터 황태자 대우를 해주었다고 해야 되나?
어쨌든 나는 리오덴의 동기를 알았고, 지적할 생각은 없었다.
‘켄과 비슷한 이유군.’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럼 이번 작전은 반드시 성공해야 되겠군. 자네가 원하는 대로 되려면 이번 작전에서 죽지 않는 것은 물론, 성공도 필요하니까.”
리오덴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수성하는 것도 재밌지만, 이런 임무가 더 적성에 맞습니다.”
데이비드와 리오덴은 성향이 완전히 반대되는 용병이었다.
용병 생활을 하면서 단 한 명의 사람도 죽이지 않아 무딘 검이라 불렸던 데이비드였다.
그리고 리오덴은…… 정통적인 용병으로 유명했다.
‘용병으로 유명해졌다는 건…… 그만큼 많은 전장을 겪었다는 뜻이다. 즉, 많은 사람을 죽였다는 것이지.’
리오덴은 내가 입밖으로 꺼내지 않았지만, 마치 짐작하고 있다는 듯 입을 열었다.
“용병 생활을 오래하다 보면 사람이 사람으로 보이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제국은 안정되었지만 지방은 영주들끼리 문제가 많고, 상인들 사이에서의 다툼도 활발하죠. 그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중 가장 편리한 것이 바로 폭력이죠. 상대방을 죽이는 것이죠.”
리오덴은 말 갈기를 쓰다듬으며 차분한 목소리를 이어나갔다.
“전 그 부분에서 꽤 재능을 발휘했고 유명 인사가 되었죠. 피 튀기는 전장 속에 있을 때…… 그 순간에는 우습게도 유일하게 살아 있다고 느낍니다.”
리오덴이 말을 맺었다.
“폐하와 같은 강한 분과 전장에 함께 서면 그저 거들 뿐이지만, 전하와 같이 불안한 분과 함께 서는 전장은…… 실로 즐겁지 않겠습니까.”
나는 리오덴의 말을 들으며 생각했다.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다면…… 내게 해가 될 수도 있겠어.’
리오덴은 어쩌면 내게 있어 하나의 시험이 될지도 몰랐다.
켄, 데이비드는 물론이거니와 게일, 소리스와도 리오덴은 완전히 달랐다.
* * *
꼬박 하루 동안 기사들과 면담 비슷한 것을 진행한 뒤 어둠의 숲으로 빠르게 접근했다.
어둠의 숲이 가까워질수록 질풍이 더욱 불안해하는 게 느껴졌다.
나 역시 피부를 따갑게 만드는 생소한 기운에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이 끈적끈적한 건…….”
데이비드가 대답했다.
“어둠의 기운입니다.”
“어둠의 기운?”
내가 되묻자 어느새 내 오른쪽 자리를 차지한 리오덴이 입을 열었다.
“어둠의 숲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가 바로 이 어둠의 기운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노출되면 일반 사람들은 미치기도 하고…… 혹은 급사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숲 정중앙에서 시작되는 이 어둠의 기운은 몬스터들을 한층 더 흉폭하게 만들죠.”
데이비드도 리오덴의 설명을 거들었다.
“어둠의 숲을 누구도 정복하지 못한 이유가 바로 이 어둠의 기운 때문입니다. 일반 사람들은 물론이거니와 수련한 기사들마저 시간이 지나면 이 어둠의 기운이 심장을 파고 들어 마나 홀에 막대한 영향을 줍니다.”
데이비드의 눈이 가늘어졌다.
“대륙을 뒤흔들었던 살인마들이 어둠의 숲 인근에서 살았다는 조사 결과도 있을 정도죠.”
나는 혀를 내둘렀다.
‘정말 내가 설정하지 않은 것도 많구나. 세계를 구성하는 요소는 끝이 없어.’
멀리서 보이는 어둠의 숲은 푸른 서쪽 숲과는 완전히 달랐다.
어둠의 기운뿐만이 아니라 숲 자체가 죽어 있는 듯 보였는데, 신기하게도 죽은 숲마저 광활한 풍경이었다.
“흔적을 찾지. 근처에 게일의 흔적이 마지막으로 발견된 곳이니까.”
나는 본래 목적을 두 사람에게 상기시켰다.
데이비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전하.”
리오덴도 나섰다.
나는 데이비드와 함께 움직였다.
“말들을 돌려보내야 될 것 같습니다. 질풍이 아마 잘 이끌고 돌아갈 겁니다.”
데이비드의 권유에 나도 동의했다.
“사람조차 미치게 만들 정도의 기운인데 말들이라곤 멀쩡하겠나. 그렇게 하지.”
질풍은 명마 중의 명마였다.
나는 질풍에서 내렸다.
데이비드가 명령을 전달했고, 곧 말들이 한 군데 모였다.
나는 질풍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잘 데리고 성으로 돌아가.”
질풍은 큰 눈동자를 껌벅거린 뒤 이내 몸을 돌렸다.
다른 말들도 역시 질풍 뒤를 따르며 빠르게 어둠의 기운을 벗어나기 위해 달렸다.
“확실히 특별한 말인 것 같군요.”
데이비드의 감상에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나는 기사들에게 말했다.
“지금부터는 조를 나누어 흩어져 흔적을 찾는다.”
이미 사전에 데이비드가 조율해 두었기 때문에 나는 작전 개시 명령만 내리면 되었다.
기사들이 조를 이루어 근처로 흩어졌고, 나는 데이비드와 리오덴과 함께 행동했다.
어둠의 숲과 서쪽 숲 경계가 만나는 곳에서 게일의 흔적은 끊겼다.
한쪽은 광활한 푸른 숲, 한쪽은 아예 죽은 숲이었다.
극명하게 갈리는 두 숲의 모습을 잠시 보면서 나는 퀘스트 창을 살폈다.
변화는 없었다.
‘아직 게일은 죽지 않았어. 29일 남았다.’
한 달 정도의 시간 안에 게일을 구하지 못하면 게일의 생사를 장담할 수 없었다.
솔직히 내가 수색에 큰 도움이 되기는 힘들었다.
관련 지식이 없을 뿐더러, 경험도 없으니까.
그럼에도 내가 이 수색 작전을 결심한 건 게일이 오크 군단에 잡혀있다는 사실 자체를 알고 있는 덕분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리오덴의 목소리가 들렸다.
“전하.”
나는 즉시 리오덴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솔직히 주변에는 아무 것도 없었고, 어둠의 기운으로 질식할 것 같았지만 나는 내색하지 않고 물었다.
“발견했나?”
“전투 흔적입니다.”
리오덴은 다른 기사들보다 이런 작전에 능숙해보였다.
용병으로서의 리오덴 경험은 보오펜 백작의 기사들, 평가 대회 참가자들보다 훨씬 많았다.
“격렬한 전투의 흔적입니다. 아마도 이건 피 같군요.”
리오덴은 바닥을 손바닥으로 쓸며 말을 이었다.
“오크의 피와…… 인간의 피가 섞여 있습니다.”
어느새 기사들이 근처로 모여 들었다.
“그리고 이건 끌려간 흔적인데…….”
솔직히 나는 리오덴이 뭘 보고 말하는지 알 수 없었다.
데이비드와 기사들은 리오덴이 흔적을 지적할 때마다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잠자코 리오덴의 설명을 들었다.
“어둠의 숲으로 이어져 있지 않습니다. 서쪽 숲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리오덴의 말에 나는 움찔 몸을 떨었다.
다른 이들 눈동자에도 의문이 떠올랐다.
리오덴의 의견을 믿을 수 없는 게 아니라, 당연히 어둠의 숲이라 생각했던 흔적이 서쪽 숲으로 이어졌다는 말 때문이었다.
“어둠의 숲이 아니라고?”
내가 되묻자 리오덴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서쪽 숲 방향입니다.”
나도 모르게 서쪽 숲으로 시선이 움직였다.
이내 나는 짧게 명령을 내렸다.
“서쪽 숲으로 이동한다.”
다른 이들도 더 이상 의문을 표하지 않았다.
게일을 구하기 위한 작전이니 흔적을 따라가는 건 당연한 이치.
나는 가장 앞서서 달렸다.
이제는 질풍을 타지 않고 이동하기 때문에 바람과 대지의 흐름을 사용했다.
바람과 대지의 흐름은 내가 가진 유일한 이동 스킬이었다.
전투 상황이 아닌 상황에서 처음 펼쳤으나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효과가 좋았다.
말을 타고 달리는 것보다 오히려 더 빨랐다.
마나 소모도 크지 않았다.
데이비드가 옆으로 붙으며 물었다.
“요정들이 경계하지 않을까요?”
“요정들은 서쪽 숲 중앙에 살잖아. 경계에는 거의 나오지 않고…… 아마 만날 일은 없지 않을까?”
리오덴이 끼어들었다.
“요정들이 경계로 나오는 경우는 딱 한 가지뿐입니다. 악으로 물든 이들이 서쪽 숲으로 들어왔을 때뿐이죠.”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게일이 오크들에게 잡힌 것은 확실한데…… 만약 그들이 게일을 데리고 서쪽 숲으로 들어갔다면 요정들을 만났을 수도 있어.”
리오덴이 앞장서서 방향을 잡으며 대답했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뭔가 더 흔적이 발견될 겁니다. 게일 기사를 끌고 간 오크들은 한두 마리가 아니라 최소 수백 마리니까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지평선으로 보이는 푸른 숲을 눈에 담았다.
‘요정이라. S급 난이도 퀘스트이니 쉽지는 않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