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66)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66화(66/278)
66화.
“주변에 실프를 보내놓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데이비드의 조언에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서쪽 숲으로 들어가자마자 나는 실프들을 소환하여 넓게 퍼뜨렸다.
리오덴이 덧붙였다.
“하급 정령도 오크나 요정 정도는 구분할 수 있으니 신호를…….”
나는 리오덴의 말을 잘라내며 웃었다.
“의식으로 대화가 가능하니까 걱정하지 마.”
리오덴은 물론이거니와 데이비드조차 내게 시선을 돌렸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왜?”
“하급 정령과도 대화가 가능하십니까? 하급 정령은 말을 하지 못한다 들었습니다. 상급 정령 이상부터 가능하다고 들었습니다.”
리오덴의 질문에 나는 싱긋 웃었다.
“나는 하급 정령과도 가능해. 최상급 소드 익스퍼트를 어떻게 이겼겠나?”
내 설명에 리오덴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전하께서는 다른 정령사들과는 확실히 다르셨습니다.”
실프들을 정찰대로 활용하고, 만약을 위해서 기사들과 나는 모여 있었다.
-오크들입니다.
-오크들이다!
-오크다!
실프들은 제각기 목소리를 내면서 내게 경고했다.
나는 저절로 얼굴이 굳었다.
“오크야.”
내 말에 기사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데이비드가 검을 뽑으며 물었다.
“어느 쪽입니까?”
나는 짧게 대답했다.
“사방.”
바람의 호흡법을 운용하며 운디네와 노움, 샐러멘더까지 연이어 불러냈다.
일단 중급 정령들은 불러내지 않았다.
쾅-!
사방에서 습격이 시작되었다.
아무런 징후도 없이 서쪽 숲에 도착하자마자 오크들에게 습격을 받았지만, 기사들은 모두 당황하지 않고 대처했다.
금세 오크의 모습이 내게도 보였다.
‘이거…… 실제로 보니 훨씬 더 끔찍하군.’
소설 속에서 나오는 오크를 상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혹은 영화나 만화에서 보던 것과도 차이가 컸다.
흉측한 얼굴과 거대한 덩치는 위압적이었고, 거침없이 뿜어져 나오는 살기는 피부를 따갑게 만들었다.
쾅-! 쾅-!
“모조리 죽여라.”
오크 중 유난히 머리 하나가 더 큰 오크의 말에 나는 혀를 내둘렀다.
‘말 엄청 잘하네.’
오크의 지능 역시 뛰어나고 그들은 대륙 공용어를 사용할 줄 알았다.
‘내가 설정한 건데.’
나는 쓰게 웃으며 바람의 사슬을 펼쳤다.
실프들의 몸이 회전하면서 거대한 사슬을 만들어냈다.
푸슉-!
오크 한 마리가 실프의 공격을 받고 쓰러졌다.
‘생각보다 쉽군.’
나는 바람과 대지의 흐름을 사용하면서 오크들의 공격을 효율적으로 피해냈다.
“샐러멘더!”
불꽃이 크게 일어나며 세 마리의 오크를 불의 장막 안으로 가두었다.
“운디네!”
물의 폭풍이 불의 장막 안에서 펄쳐졌다.
연이은 공격에 마나가 빠르게 소모 되고 있었지만, 그만큼 바람의 호흡법으로 보충했다.
확실히 중급에 오른 뒤 바람의 호흡법 효율도 많이 올라갔다.
하급 정령들로 사용하는 스킬의 마나 소모 정도는 충분히 바람의 호흡법으로 어느 정도 여유만 있다면 회복이 가능했다.
나는 내 근처에 있는 오크들을 상대하면서도 노움으로는 기사들을 도왔다.
모든 속성의 정령과 계약했다는 건 이런 난전에서 무척 효용이 좋았다.
내 도움 덕분에 기사들 역시 비교적 수월하게 오크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문제는 오크들의 숫자.
“전하, 이동해야 됩니다. 점점 포위당하고 있습니다.”
데이비드가 오크 한 마리의 목을 베며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로 이동하지?”
리오덴이 말했다.
“흔적은 더 이상 찾을 수 없습니다. 그나마 다행이군요. 물어볼 오크들이 있으니까요.”
나는 리오덴의 의견에 동조했다.
“저놈은 끝까지 남기지.”
바람의 사슬을 몽둥이로 쳐내는 오크가 바로 이 무리의 리더였다.
리오덴이 검을 뿌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전하.”
나는 중급 정령들을 소환했다.
전투가 길어지면 기사들 중 부상자나 혹은 사망자도 나올 수 있으니까.
아직까지 무리 없이 오크들을 상대하고 있지만, 오크의 숫자는 점점 늘어났다.
실페레 둘이 오크 머리 위로 날아다녔다.
운다이론과 피닉스까지 소환했다.
조금 전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마나 소모가 극심했다.
세 속성의 중급 정령이 동시에 스킬을 사용하자 마나 홀이 잠시 텅 비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폴리시아 꽃이 아니었다면 힘들었을 수도 있겠어.’
폴리시아 꽃 덕분에 마나 홀이 두 배로 커졌고, 그만큼 마나의 양도 많았다.
마나의 양만큼은 중급이 아니라 상급 정령사 못지않았으니까.
실페레가 펼치는 바람의 사슬은 동시에 열 마리가 넘는 오크들의 목을 잘라냈다.
사슬이 마치 줄처럼 펼쳐지면서 오크들의 목을 휘감았고, 실페레가 몸을 돌리며 회수하자 오크들의 목이 허공에 떠올랐다.
피닉스는 불의 장막으로 오크들을 직접 태워 버렸다.
그리고 운다이론!
콰아아아아앙-!
물의 폭풍이 오크만이 아니라 주변의 나무들마저 단숨에 날려 버렸다.
‘화염의 바람은 아껴두자. 지금은 마나 조절해 가면서 사용할 때다.’
전투는 기사들과 함께 펼치고 있었다.
데이비드와 리오덴은 나를 보호하면서 싸웠다.
두 사람이 방어에 취약한 나를 위하여 화력을 아끼는 대신 나는 두 사람의 보호를 믿고 마음껏 스킬을 퍼부었다.
대량 살상을 내가 맡은 것이다.
생각보다 우리의 호흡이 잘 맞고 있었다.
“계속 공격해! 한 놈도 살려두지 마라. 그리고 저놈, 저놈, 저놈은 생포한다.”
우두머리 오크가 나와 리오덴, 데이비드를 정확하게 가리켰다.
밀리고 있는데도 생포할 생각을 하다니, 나는 미간을 좁혔다.
푸슉-!
그 순간, 나무 위에서 화살이 날아왔다.
“커억!”
일부 기사들이 갑작스레 날아오는 화살을 피하지 못했다.
오크들이 또다시 늘어났다.
* * *
게일은 어이가 없었다.
‘대체 뭐하는 놈이지?’
자신이 갇힌 곳은 오크 군단 심장부라 할 수 있었다.
이곳에 들어오면서 본 오크들은 셀 수도 없이 많았다.
더구나 이 동굴을 지키는 오크들도 많았고, 오크 왕이 서식하는 곳과도 멀지 않았다.
여기까지 무사히 들어온 것도 놀라운 일이었다.
솔직히 게일 자신도 은밀히 이곳으로 접근하라고 했다면 불가능할 것 같았다.
‘그런데 이놈은…….’
다시 등 뒤의 벽에서 먼지가 떨어져 나왔다.
하루에 세 번씩 카렌이라는 놈이 접근했다.
오크들의 감시가 느슨해질 때를 정확하게 노려서 구멍을 뚫고 머리를 쑥 내미는데, 도대체 어떻게 그 일이 가능한 것일까?
“아저씨, 괜찮아요? 내가 준 포션 효능 괜찮죠?”
놀라운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올 때마다 주는 포션은 흑마법을 저지하고 있었다.
오크들에게 들킬까 걱정이었지만, 다행히 오크 왕도 오크 술사도 며 칠 전 이후로는 오지 않았다.
“그게 흑마법에 저항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는 포션이에요. 이제 몸을 회복하신 뒤에 빠져나가죠.”
게일은 처음으로 카렌에게 물었다.
“대체 넌 누구지?”
“저요? 카렌이라고 했잖아요.”
표정을 볼 수 없었지만 목소리만으로도 순진무구한 얼굴이 저절로 그러졌다.
게일은 쓰게 웃으며 말했다.
“이름은 알고 있어.”
“딱히 말씀드릴 게 없는데…… 그냥 떠돌이 생활을 하던 도중 괜찮은 보물 지도를 발견했고, 보물까지 발견했는데 또 발견한 게 바로 아저씨거든요.”
게일은 카렌의 말을 도무지 믿기 힘들었다.
대체 어떤 보물이기에 이토록 위험한 곳까지 들어왔다는 말인가?
“어려울 때 돕고 살아야죠. 아저씨도 보통 분은 아니신 것 같은데…… 흑마법에 당하고 있는 와중에도 이토록 강대한 마나라니.”
게일이 움찔 몸을 떨었다.
카렌은 게일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럼 내일은 탈출하자고요. 감시 오크들은 아마 아저씨의 상태를 눈치채지 못할 거예요. 오크 왕이나 오크 술사라면 모를까. 근데 그놈들은 요새 엄청 바쁜 것 같더라고요.”
물어보고 싶은 게 산더미처럼 많았지만, 게일은 이내 카렌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게 되었다.
다시 먼지가 피어오르며 구멍이 메워지는 소리만 들렸다.
‘뭘까.’
흑마법을 완전히 떨쳐내지는 못했지만, 더 이상 마나는 빼앗기지 않고 있었다.
‘흑마법을 시전한 놈은 알고 있지 않을까? 아니다. 생각하지 말자. 지금은 탈출이 중요하니까.’
게일은 아주 천천히 마나 호흡법을 운용했다.
마나는 마나 홀에 즉시 쌓이지 않고 몸 전체를 순환하면서 상처부터 메웠다.
‘힐이라도 배워둘걸.’
힐은 비교적 간단한 마법이었다.
효과가 크지는 않았겠지만, 지금처럼 오직 마나 호흡법만으로 몸을 회복하는 것보다는 빨랐을 것이다.
게일은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포기하지 마세요, 아저씨. 꼭 같이 나가요.
카렌의 목소리가 게일의 귓가를 맴돌고 있었다.
* * *
화살을 쏘는 오크까지 등장하면서 전투 자체가 불리해지기 시작했다.
족히 백 마리가 넘는 오크를 죽인 것 같은데 나는 여전히 드글드글 많은 오크들을 보면서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대체 오크들이 어떻게 서쪽 숲까지…….’
의문을 해결하는 건 나중이었다.
지금은 오직 전투에 집중할 때였다.
푸슉-!
또다시 기사 한 명이 쓰러졌다.
나는 애써 태연하기 위하여 노력했다.
쉽지 않은 퀘스트라고 생각은 했지만 막상 나의 선택 때문에 사람이 죽으니 냉정을 유지하기가 힘들었다.
‘암살 때 내가 직접 사람을 죽인 것과는 다른 충격이다.’
현대라면 결코 겪을 수 없는 일이었고, 인간의 생명이 얼마나 무거운지 나는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빌어먹을.”
절로 험한 말이 흘러나오며 마나가 거칠게 움직였다.
내 감정에 반응한 정령들의 스킬이 한층 더 강렬해졌다.
콰아아아앙-! 쾅-! 쾅-!
물의 폭풍은 주변을 휩쓸었고, 바람의 사슬은 오크들을 압살했다.
“리오덴, 데이비드! 오크를 베는 데 전력을 다해!”
나는 주변에서 움직이고 있는 두 사람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전하.”
데이비드가 먼저 반응했다.
“난 괜찮다. 이대로 가면 기사들의 희생이 더 커지고…… 기사들이 더 죽으면 우리의 목숨도 위험해.”
냉정한 나의 말에 데이비드가 오크에게 포위되어 있는 기사를 향해 몸을 날렸다.
눈부시게 빠른 속도였다.
리오덴은 나무 위로 올랐다.
서걱-!
검이 번쩍이면서 활을 겨누고 있던 오크의 목이 떨어졌다.
나 역시 집중했다.
‘이런 숲에서 도망가기란 요원하다. 어떻게든 다 처리해야 돼.’
애초에 도망은 선택지에 없었다.
숲은 미로와 같았고, 빽빽한 나무들은 이동 자체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실페레!”
정령의 이름을 직접 부르면 그들이 펼치는 스킬의 효용성이 좀 더 커지는 기분이었다.
바람의 사슬이 촤르르 펼쳐졌다.
푸슉-! 푸슉-!
나 역시 나무 위의 오크들을 먼저 노릴 때 오크의 화살과는 또 다른 화살이 날아왔다.
푸슉-!
오크들의 미간에 정확하게 박히는 화살의 모습에 나는 소름이 돋았다.
‘이게 궁술인가?’
오크들은 그저 시위만 겨누고 놓는 수준이었다면, 오크들의 머리를 꿰뚫는 화살은 예술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정확했다.
오크들의 눈 먼 화살마저 다른 화살이 정확하게 맞추면서 순식간에 전투의 흐름이 바뀌었다.
‘누구지?’
화살의 주인은 보이지 않았다.
중요한 건 새로운 세력이 우리를 도와주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전하!”
데이비드의 급한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시선을 돌렸다.
“악, 운디네!”
운디네가 내 머리 앞에 물의 장벽을 세웠다.
콰아아아앙-!
물의 장벽이 아니었다면 머리가 꿰뚫렸을 것이다.
부서진 화살은 조잡한 오크의 화살이 아니었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며 중얼댔다.
“젠장, 우리 편이 아니었군.”
새로운 등장 세력은 오크만이 아니라 우리들까지 무자비하게 노리고 있었다.
오크를 우선적으로 노리고 있을 뿐, 나는 물론이거니와 기사들 역시 새로운 세력의 화살 앞에 안전하지 않았다.
‘역시 S급 퀘스트인가.’
새삼 퀘스트 난이도의 의미를 느끼며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도박을 하는 수밖에.’
나는 바람과 대지의 흐름을 타며 정령을 불러냈다.
바람의 상급 정령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