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67)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67화(67/278)
67화.
고오오오-!
숲 전체가 흔들리는 기분이었다.
전투가 지속되면서 꽤 많은 양의 마나를 소모했음에도 불구하고 상급 정령을 불러낼 정도는 남았다.
마나만큼은 상급 정령과 계약할 정도로 충분하다는 뜻이었다.
마나 홀에서 마나가 거세게 회전하는 것 같았다.
몸속에서 바람이 부는 기분이 들었다.
고오오오오-!
거세게 부는 바람이 곧 실체를 드러냈다.
-바람의 동반자를 뵙습니다.
바람의 상급 정령 실울펜의 모습에 오크들이 움찔 몸을 떨었다.
중급 정령과는 차원이 다른 존재감.
오크도 병사들도 가리지 않고 화살을 쏘아대던 미지의 세력 역시 어느새 화살을 멈추고 있었다.
마치 나를 중심으로 시간이 정지한 듯한 느낌이었다.
“계약하겠어.”
나는 목소리를 쥐어짜냈다.
실울펜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부담이 컸다.
‘이대로 전투를 할 수 있을까?’
상급 정령 하나가 전투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건 사실이었지만, 무적이라는 뜻은 아니었다.
상급 정령 역시 다른 하급 정령들과 보조를 맞출 때 효율이 극대화 되는 법이었고, 나는 아직 그 수준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마나를 바닥까지 사용한다.’
나는 결심을 굳히고 실울펜과 계약했다.
-마나의 양은 충분하시지만, 아직 제 힘을 완전히 이끌어내실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그래도 동반자께서 상황이 좋지 않으시니…… 계약한 뒤 한 번은 도움을 드리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크들이 정신을 차렸다.
악의 기운에 완전히 물든 오크들은 평소 오크보다 훨씬 더 잔인한 놈들이었다.
“요정들까지 모조리 죽여!”
우두머리 오크가 친절하게 화살을 쏘는 놈들의 정체를 알려주었다.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진짜 요정들이란 생각에 꽤 당혹스러웠다.
요정들이 오크들만이 아니라 나와 기사들까지 가리지 않고 공격하고 있으니까.
‘요정들은…… 본래 중립 아니었나?’
굳이 긴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다.
오크는 확실히 죽여야 하는 존재였고, 요정들은…… 가만히 물러날 순 없었다.
그들의 화살에 죽은 기사도 있으니까. 이미 그들이 먼저 기사들을 죽인 이상 가만히 앉아 있을 순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화염의 바람을 펼쳤다.
‘우두머리부터 한 번에 죽인다.’
실울펜의 머리 위로 샐러멘더가 올라탔다.
늑대와 같이 생긴 실울펜은 말 그대로 바람이 되어 달렸다.
파파파팟-!
실울펜의 바람은 너무나도 커서 샐러멘더가 일으키는 불꽃은 하급 정령의 것이라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컸다.
실울펜이 지나가는 모든 자리가 잿더미가 되고 있었다.
마나 홀의 마나가 강렬하게 실울펜을 향해 빨려들어갔다.
나는 절로 몸이 비틀거렸다.
콰아아아앙-!
요정들의 화살이 그쳤다.
수십 마리의 오크들이 순식간에 타올랐다.
“실울펜…….”
나는 마지막 의지를 쥐어짜내어 실울펜의 스킬을 유지하고 있었다.
우두머리 오크는 맹렬하게 다가오는 실울펜을 피하지 못했다.
“모여라!”
우두머리 오크가 재빨리 외쳤다.
하지만 우두머리 오크는 이미 통제력을 잃었다.
그 순간, 리오덴이 기사들을 독촉했다.
“공격해!”
단 한 번의 스킬로 전황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나는 머리가 어지러웠고,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지만 입술을 질끈 깨물며 참았다.
한 줌이라도 더 마나를 실울펜에게 내보내기 위하여 바람의 호흡법도 쉬지 않았다.
‘얼마 남지 않았어.’
우두머리 오크는 화염의 바람을 오로지 다른 오크들을 방패막이 삼아서 막고 있었다.
내 마나가 먼저 바닥이 나느냐, 오크들을 뚫고 우두머리 오크를 먼저 죽이느냐의 싸움이었다.
“데이비드.”
리오덴이 오크들의 머리를 밟으며 전진했다.
실로 놀라운 움직임이었다.
보면서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리오덴의 속도는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마나를 자유자재로 운용하잖아?’
보통의 기사들은 오직 검에만 마나를 실을 수 있었다.
나는 집중해야 될 시기에 리오덴의 움직임에 넋을 잃었다. 평가 대회 무대에서 보여준 리오덴의 모습은 진정한 그의 모습 중 절반도 되지 않는 듯했다.
퍽-! 퍽-!
리오덴이 오크의 머리를 한 번 밟고 달릴 때마다 오크의 머리가 터져나갔다.
‘저건 무공, 무공이잖아.’
온갖 잡다한 설정은 다 넣은 세계가 바로 이 세계, 무공은 당연히 빠질 수가 없었다.
다만 결코 중앙 대륙 기사들이 사용하는 기술은 아니었다.
내가 설정한 게 현실로 살아나는 모습은 표현할 수 없는 진기함을 선사했다.
파파팟-!
실울펜의 불길이 약해지면서 오크들의 방벽이 두꺼워졌다.
나는 정신을 집중하기 위해 리오덴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마나 한 방울까지 모조리 실울펜에게 투입하자, 샐러멘더의 모습이 자연스레 사라졌다.
아직 남은 있는 불길과 함께 실울펜은 마지막으로 바람의 사슬을 펼쳤다.
상급 정령이 펼치는 A급 스킬!
그리고 칭호 효과 덕분에 두 배가 되는 위력은 마나가 얼마 남지 않았어도 충분히 오크들을 죽일 수 있었다.
촤르르르-!
실울펜은 족히 3미터가 넘는 거대한 늑대를 연상시켰는데, 바람으로 이루어져 있는 털이 길게 뻗어 나왔다.
촤르르르-!
리오덴과 데이비드, 그리고 기사들은 우두머리 오크 근처에 있는 오크들을 공격했고, 바람의 사슬이 허공을 날아갔다.
“감히!”
우두머리 오크는 더 이상 피하지 않고 바람의 사슬에 맞섰다.
* * *
“상급 정령사라니…….”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대는 동료의 말에 폴이 짧게 말했다.
“간혹 인간들 중에서도 몬스터처럼 돌연변이가 나오기 마련이니까.”
“저 인간…… 냄새가 이상합니다. 바람의 상급 정령을 소환한 것을 보면 바람의 정령과 친화력이 가장 높은 것 같은데…… 다른 정령들의 냄새도 진하게 납니다.”
폴은 눈을 가늘게 뜨고 아룬을 쳐다보았다.
기어이 오크의 우두머리를 죽이는 것에 성공했고, 전황은 단박에 뒤집혔다.
우두머리를 잃은 오크들은 질서를 상실했다.
다수와 다수가 대결하는 전투에서 질서는 상당히 중요한 법이었다.
‘전술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니까. 인간들이 전열을 가다듬었어…… 이대로는 인간들이 무난하게 승리할 것 같은데.’
폴은 고민에 잠겼다.
감히 요정의 숲에 들어와 전투를 벌이는 존재들을 용서할 수 없었다.
조용히 지나가는 것까지는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신성한 숲에서 피를 뿌리는 건 넘길 수 없는 문제였다.
“인간들도 정리해야 되지 않을까요?”
폴은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인간들이 요정의 숲에 들어온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최근 강해지고 있는 악의 기운이 어둠의 숲을 넘어 신성한 숲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인간들은 이곳을 서쪽 숲이라 부르지만, 이 숲의 주인은 요정이며 요정들이 살아가는 신성한 숲이었다.
경계의 나무들이 하나 둘 죽어가며 오크들이 마치 제집처럼 넘나들었다.
그리고 오크들은 인간까지 끌어들였다.
‘인간은 오크랑 크게 다르지 않아. 아니, 오크보다 더욱 탐욕적이고 잔인한 놈들이 인간이지.’
동료가 옆에서 폴을 부추겼다.
“모두 정리하죠. 신성한 숲을 더럽힌 이들을 그냥 내보낼 순 없습니다.”
폴은 아룬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동료의 말이 이어졌다.
“정령사 때문에 그러십니까? 뭐 특이한 것은 사실이지만…… 말씀하신 대로 돌연변이에 불과합니다.”
“요정은 정령의 친구야.”
폴의 뜬금없는 대답에 동료 요정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
“우리는 무한에 가까운 삶을 살아가면서 정말 많은 정령들을 만나지. 정령의 탄생부터 소멸까지 지켜볼 수 있는 중간계의 존재는 오로지 우리뿐이야. 그런데…….”
폴은 말끝을 흐렸다.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동료의 말에도 폴은 여전히 아룬만을 보았다.
‘누구도 모든 속성의 정령과 저토록 높은 친화력을 가지지 못했어. 위대한 핏줄이라 불리는 이들조차…….’
폴의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건 요정들 사이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이었다.
아주 극히 일부만 알고 있는 전설, 세계를 넘어 정령왕을 소환할 수 있는 존재에 관한 전설이 계속 떠올랐다.
“우리가 판단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일단 돌아간다.”
“폴!”
폴이 옅게 웃었다.
“전설의 흔적일 수 있다! 돌아간다!”
폴의 말에 요정들이 어쩔 수 없이 몸을 돌렸다.
* * *
정말 기진맥진해서 서 있을 힘도 없었다.
나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전하.”
데이비드가 곁으로 다가왔다.
그의 숨도 꽤나 거칠어져 있었고, 옷은 오크들의 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나는 한숨과 함께 대답했다.
“마나 소모가 극심해서 잠시 탈진한 것뿐이야. 잠시 쉬지. 시신 냄새가 진동하지만…… 움직일 힘이 하나도 없거든.”
내 말에 데이비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즉시 바람의 호흡법에 빠져들었다.
동시에 갑자기 사라진 요정들의 존재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왜 돌아갔을까?’
분명 오크도, 우리들도 죽였다.
기사 중 몇 명은 요정의 화살에 맞아 죽었다.
‘아닌가? 너무 난장판이라 내가 구분할 수 없었던 것일까?’
바람의 호흡법으로 차오르는 마나가 점점 더 많아지면서 정신은 더욱 맑아졌다.
자잘한 상처도 서서히 아물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마나 호흡법에 목을 매는 이유를 느낄 수 있었다.
포션을 사용하면 상처야 더욱 빨리 낫겠지만, 지금은 포션까지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
이제 고작 한 번의 전투가 끝났을 뿐이니까.
‘S급 난이도라…… 시작부터 장난이 아니네.’
나는 몸을 일으켰다.
리오덴과 데이비드 역시 자신들만의 마나 호흡법으로 어느 정도 기력을 되찾은 모양이었다.
“기사들은…….”
내가 질문을 맺지 못했음에도 데이비드는 찰떡같이 알아듣고 대답했다.
“열두 명이 전사했습니다.”
“시신을 수습하고…….”
사람을 처음 죽였을 때도 엄청난 충격이었다. 내 목숨을 노리던 자를 죽였음에도 손이 벌벌 떨렸다.
그나마 내가 검을 들지 않고 정령사라는 사실을 다행이라고 여길 정도였다.
지금 죽은 이들은 어떠한가.
냉정하게 말해서 내 욕심 때문에 죽었다.
저들 역시 나를 따라온 것은 개개인의 욕심이 있었겠지만, 변하지 않는 건 내가 없었으면 저들은 죽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대체 전쟁은…… 어떻게 일으키는 걸까.’
나는 처음으로 내가 집필한 론 칼 레오드, 아니 아버지의 정신력이 인간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느꼈다.
열몇 명이 나를 위해 죽었다는 사실 자체가 주는 충격이 이 정도인데, 황제는 말 한 마디로 수백, 수천, 수만의 목숨을 죽음의 늪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으니.
나는 애써 담담하게 명령했다.
“시신을 모아. 내가 직접 태운 뒤…… 돌아가서 가족에게 전달한다.”
데이비드가 짧게 고개를 숙였다.
곧 남은 기사들이 죽은 기사들의 시신을 가지런히 눕혔다.
나는 샐러멘더와 피닉스를 소환했다.
시신이 금세 타올랐다.
살이 타는 냄새를 맡으며 나는 애써 눈물을 참았다.
책임감이라는 감정, 솔직히 이 정도인지 몰랐다.
내 한 몸 뉘이기에도 불안한 인생이었다. 칼페온 제국에 오고 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게일은 이미 진정한 충신이었고, 켄의 진심도 얻었다.
나는 그들의 인생에 대해 책임감이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타오르는 시신을 보면서 깨달았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이미 이 세계에 관하여 알고 있기 때문에 적당히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돌아갈 사람은 돌아가도 좋다.”
내 말에 기사들이 움찔 몸을 떨었다.
저들도 느꼈다.
나와 함께하는 이상 목숨은 경각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이번 전투를 통해 뼈저리게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그냥 돌아가는 기사들에게도 약속했던 보상은 변함없을 것이다. 황태자의 이름을 걸고 약속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