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71)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71화(71/278)
71화.
멀리서도 폭포가 한 눈에 보였다.
절경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신기하지 않나? 이런 죽은 숲에 폭포라니!”
내 말을 리오덴이 거들었다.
“어둠의 숲에는 풀 수 없는 문제들이 많습니다. 3구역에 들어가면 더 이상한 장관도 많다고 합니다. 물론 직접 본 사람의 경험담이 아니라 그저 풍문일 뿐이지만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와이번 둥지는 어디지?”
내 물음에 리오덴이 죽음의 폭포 오른쪽을 가리켰다.
“저 나무 보이십니까?”
“죽은 나무가 분명한데…… 어마어마하게 크군.”
잎 하나 없는 나무는 죽음의 폭포와 비견될 정도로 거대했다.
“저 나무가 와이번 둥지입니다. 평소에는 3구역으로 사냥을 다니다가 배가 부르면 돌아와서 잡니다.”
리오덴의 대답에 나는 절로 혀를 찼다.
나는 화제를 돌렸다.
“이제 죽음의 폭포가 눈에 보이니 길이 얼마 남지 않았군.”
리오덴도 와이번의 이야기는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은 듯 내 말에 동조했다.
“이제부터는 좀 더 은밀하게 움직여야 될 것 같습니다.”
데이비드도 동의했다.
“지금부터는 오크들을 더욱 피해야합니다. 군단 본진 근처이니…… 아마 침입자로 여길 겁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사들에게 주의를 준 뒤 움직인다.”
모두가 긴장을 유지하고 죽음의 폭포로 향하기 시작했다.
나는 내 어깨 위에 운디네만 올려놓고 나머지 정령들은 모두 멀리 퍼뜨렸다.
‘오크가 보이면 곧바로 말해줘.’
실울펜이 대표로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나는 정령들이 먼저 정찰을 하고 있다는 점을 데이비드와 리오덴에게 알려주었다.
“일단 정령들을 앞서 보냈어. 하지만 그들이라곤 완벽한 건 아니니 긴장을 늦추지 말도록 해.”
“네.”
죽음의 폭포까지 우리는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바람과 대지의 흐름을 사용하면서 기사들과 함께 움직였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반가운 시스템 음성이었다.
그동안 스킬 레벨이 잘 오르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스킬 레벨이 올랐다.
지속적으로 바람과 대지의 흐름을 사용했으니 확실히 많은 경험치가 쌓인 모양이었다.
레벨 11. 바람의 호흡법을 제외하고는 바람과 대지의 흐름 레벨이 가장 높았다.
‘확실히 많이 사용하는 게 경험치에 좋군.’
스킬 레벨 자체는 캐릭터 레벨이 높거나 혹은 정령술 단계가 올라간다고 하여 오르지 않았다.
오직 스킬 사용 자체만으로 스킬 레벨이 오르는 구조였기 때문에 전투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스킬 레벨을 올리기 위해 안 해도 될 전투를 해서는 안 된다. 안전이 최우선이고, 모두의 목숨은 소중하니까.’
나는 조급하게 마음을 먹지 않았다.
죽음의 폭포 근처에서 카렌이 얻은 검에 대해서 생각했다.
‘와이번 둥지에 있던 검인 것 같은데.’
와이번 둥지에 있던 검의 효력이 악의 세력에게 치명적인 효과를 지니고 있다는 점만 썼다.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검에는 크게 미련이 없었다.
‘지금쯤 카렌은 와이번 둥지를 공략하고 있을 수도 있겠어.’
나는 계속 달리면서 카렌과 마주칠 가능성과 그가 고르란 부활을 막는 시점을 유추했다.
‘어둠의 숲에서 내려온 오크 군단이 서부를 휩쓸었다. 제국 서부 주민들은 동부 공격에만 집중하고 있는 황제를 원망했다. 죽어가는 제국민들을 보면서 카렌은 제국의 악덕에 혀를 내둘렀고, 그들을 구하기로 결심했다. 카렌은 조사를 하면서 오크들이 문제가 아니라, 오크 왕이 누군가의 지휘를 받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악의 세력이 부흥한 원인을 찾아 어둠의 숲으로 방향을 잡았다.’
내가 쓴 문구들을 유추하면 카렌이 고르란의 부활을 막은 시점은 이미 오크 군단이 서부를 쑥대밭으로 만든 이후였다.
고르란의 부활을 막은 카렌은 오크 왕마저 베어내어 자신의 이름을 서부 전역에 떨치게 된다.
그 이후 카렌은 오크 왕까지 베면서 대륙의 강자로 첫 명성을 날리게 된다.
나는 고민에 잠겼다.
‘아직 카렌이 어둠의 숲에 없다면 게일을 구하고 고르란의 부활도 막은 뒤…… 게일과 함께 와이번을 잡는 것도 고려해 봐야겠군.’
목표를 크게 잡아서 나쁠 건 없었다.
퀘스트를 클리어하는 것, 즉 게일을 구출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였지만 그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게 있다면 당연히 얻어야 했다.
‘앞으로 악의 세력 부흥은 종종 있는 일이니 검을 얻어서 나쁠 건 없어.’
그사이 우리는 죽음의 폭포와 한층 가까워졌다.
악의 기운이 점점 더 강해져 피부를 찌르는 한편, 머리까지 지끈거리게 만들었다.
-오크들입니다.
실울펜의 목소리였다.
나는 곧바로 기사들에게 전달했다.
“근처에 오크들이 있다.”
이제 나도 꽤 대담해진 것 같았다.
“수가 적습니까?”
리오덴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저으며 다시 긴장을 끌어올렸다.
“잠시만, 물어볼게. 아무래도 피하지 못할 것 같으니까.”
‘실울펜, 오크가 몇 마리나 돼?’
-주인이시여, 셀 수가 없습니다.
“뭐, 뭐라고?”
“전하.”
리오덴의 목소리에 나는 서둘러 말했다.
“무조건 피해. 셀 수 없이 많아.”
* * *
“폐허의 지배자는?”
왕의 말에 술사는 공손하게 대답했다.
“이번에 보낸 전사들도 모두 전멸했습니다. 아무래도 왕께서 직접 나서지 않는 이상…… 그놈을 잡기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오크 왕은 혀를 찼다.
어둠의 산맥을 넘어 서부의 인간 제국과 요정들이 지배하고 있는 땅까지 모두 점령하려면 더 강한 전사들이 필요했다.
폐허의 지배자는 폭포 옆에 살고 있는 와이번인데, 그 와이번을 부릴 수만 있다면 인간들을 좀 더 쉽게 상대할 수 있었다.
“주인만 부활한다면 뭐든 문제가 없겠지만…… 인간 제국으로 진격한 전사들에게는 확실히 주지시켰나?”
늙은 오크 술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왕이시여! 마나가 풍부한 인간들은 산 채로 잡아오라고 몇 번이나 말했습니다.”
“분명 참지 못하고 먹는 놈들이 나올 거야.”
왕의 시선이 움직였다.
“폐허의 지배자에게 직접 가 봐야 하는 건가…… 과연 지배자라는 건가. 이 몸이 직접 나서야 하다니.”
“주인께서도 직접 언급한 놈이니 왕께서 나서셔도 격이 맞지 않는 건 아닙니다.”
늙은 오크 술사는 왕이 직접 와이번을 잡기를 바라는 모양이었다.
왕은 직접 나서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조금 전에 전사들이 어둠의 숲에 들어온 인간들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인간들?”
왕의 눈동자가 붉게 변했다.
“재밌군. 인간 놈들은 모조리 성에 모여 있는 줄 알았는데 겁도 없이 이곳까지 왔다는 건가?”
“요정의 숲에서 전사들 중 일부가 죽었는데, 그때 요정들과 함께 있었던 인간들이라고 합니다. 살아돌아온 전사 놈이 냄새가 같다고 했으니 틀림없습니다.”
오크 왕은 즐거운 듯 웃었다.
“꽤 하는 인간들인 모양이군? 마침 잘되었군. 주인께 바칠 인간도 부족했는데 그놈들을 임시로 드리면 되겠어.”
“술사들을 모으겠습니다.”
오크 술사는 친히 행차하겠다는 왕을 위하여 말했다.
무식하게 힘만 센 전사 놈들보다 현명하고 주술도 가능한 오크 술사가 왕을 보좌하기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이었다.
오크 왕도 오크 술사의 권유를 뿌리치지 않았다.
“좋다.”
오크 술사가 고개를 숙였다.
“위대한 왕, 아르간이시여 오늘 해가 지기 전에 인간들을 취하시고 폐허의 지배자 와이번을 복종시키실 것입니다.”
오크 술사는 들고 있는 해골 지팡이를 흔들며 점궤를 읊었다.
왕은 탄탄한 가슴을 두드렸다.
“출발하지.”
* * *
“실울펜!”
동시에 피닉스를 불러내 화염의 바람을 펼쳤다. 실울펜은 거칠게 울부짖었고, 피닉스가 그 위에 화염을 더했다.
나는 바람과 대지의 흐름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면서 쉴 새 없이 스킬을 사용하고 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건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리오덴이 근처에서 검을 휘두르며 말했다.
“아무래도 오크들이 저희 동선을 이미 알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나도 리오덴의 말에 동감했다.
오크들은 죽음의 폭포 근처에 우리가 도착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다가왔다.
족히 수천 마리는 되는 것 같았다.
자칫하다가는 이곳에서 뼈를 묻을 수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죽음의 폭포 근처 지형이 협곡이라는 점.
한 번에 달려드는 오크들은 좁은 지형 때문에 적을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아직까지는 기사들의 희생 없이 오크들을 막아내고 있었지만, 도주로조차 없는 상황이니만큼 시간이 흐를수록 오크들에게 유리했다.
데이비드가 몸을 한 바퀴 돌리며 리오덴의 후미를 노리는 오크의 목을 베었다.
서걱-!
“전하, 죽음의 폭포 쪽으로 가야 합니다.”
데이비드의 말에 내가 눈을 가늘게 뜨며 실프들을 주위로 퍼뜨렸다.
실프들이 동시에 펼치는 바람의 사슬이 촤르르르 풀리며 오크들의 발을 묶었다.
“저 인간부터 죽여라!”
“정령을 부리는 인간부터 노려!”
오크들의 공격이 나에게 집중되기 시작했다.
나는 데이비드의 말에 대답할 겨를이 없었다.
데이비드가 빠르게 말을 이었다.
“와이번 둥지 근처로 가야 그나마 희망이 있습니다.”
마나 홀의 마나를 단숨에 짜내며 실울펜에게 불어 넣었다.
실울펜이 일으키는 바람이 순간적으로 훨씬 더 거세졌다. 협곡이 온통 바람을 타고 흐르는 화염 구덩이가 되었다.
“와이번의 주의를 끌어서 오크들을 상대하자는 건가?”
내 말에 데이비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전하.”
나는 리오덴에게 명령했다.
“도주로를 확보하도록.”
리오덴의 신형이 솟구쳤다.
오크들의 머리를 밟으며 유려하게 검을 휘둘렀다.
서걱-! 서걱-!
“이쪽입니다.”
나는 리오덴의 말에 정령들을 불렀다.
“실울펜! 전면으로! 실페레, 운다이론, 피닉스 길을 막아!”
실울펜이 오크들 가운데에서 난장을 피우는 동안 실페레가 바람의 사슬을 펼치며 일부 오크들의 발을 잘라냈다.
그리고 운다이론과 피닉스는 각각 물의 장벽과 불의 장막을 펼쳤다.
순간적으로 오크들과 우리 사이에 물과 불의 거대한 벽이 세워졌다.
나는 바람과 대지의 흐름에 몸을 맡겼다.
리오덴은 물과 불의 벽을 돌아 길을 잡았고, 데이비드는 가장 후미에 서서 내 스킬을 빠져 나오는 오크들에게 검을 휘둘렀다.
나는 대열의 중간쯤에서 끊임없이 정령들에게 마나를 공급하고 있었다.
여기서도 실울펜이 조언한 수련의 효과가 드러났다.
정령들이 내 의식을 읽고 스킬을 사용한다 해도 내게만 느껴지는 아주 미세한 시간차가 있었는데, 지금은 마치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졌다.
즉, 나와 정령들의 소통이 훨씬 더 원활해졌다.
덕분에 스킬은 전보다 빠르고 부드럽게 펼쳐지고 있었다.
작은 효과라고 할 수 있지만 결과는 결코 작지 않았다.
‘스킬의 연속성이라는 게 확실히 강해졌어. 효율이 올라갔다. 정령들끼리의 움직임도 자연스러워졌고.’
나름 도주할 희망이 생긴 순간, 거대한 괴성이 하늘을 울렸다.
“끼에에에에엑!”
그리고 나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