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73)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73화(73/278)
73화.
파파팟-!
나와 리오덴이 가장 먼저 동굴로 들어왔고, 데이비드와 기사들이 뒤를 이었다.
나는 모든 기사들이 들어올 때까지 스킬을 유지했다.
마나 홀이 비어가고 있었다.
마지막 기사가 동굴로 들어오자, 나는 그 자리에서 털썩 주저앉았다.
거친 숨이 절로 터져 나왔고, 입 안에서 단내가 풍겼다.
등은 이미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오크들과의 전투는 물론이거니와 폐허의 지배자 와이번의 출연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지라 무척 당황했었다.
다행히 모두 무사히 동굴에 들어와 한숨을 돌렸다.
“모두 괜찮나?”
내 말에 데이비드가 대표로 대답했다.
“네. 부상자가 있지만 심한 건 아닙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쉬고 나면 정령들을 다시 부를 수 있을 거다. 내가 직접 치료하면 되니까 포션은 아끼지.”
언제 어디서 또 변수가 발생할지 알 수가 없었다.
포션은 내 치료 수준보다 훨씬 뛰어나기 때문에 아껴둘 필요가 있었다. 수량도 그리 많지 않으니까.
일단 쉬는 시간을 좀 갖기로 결정했다.
“좀 쉬지. 오크들이 이곳까지 쫓아 올 것 같지는 않고…… 폐허의 지배자 역시 오크들 사냥에만 열을 올리는 모양이니까.”
리오덴이 천천히 동굴 안을 살펴보았다.
“정말 동굴이 있군요.”
“던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데이비드의 의견에 리오덴도 동의했다.
“보통 이런 거대한 동굴은 던전이죠. 그것도 아주 막강한 존재가 만들어 놓았거나 혹은 살고 있는…… 오크 왕의 배후 놈이 만든 건 아닐까요?”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정확한 건 모르지. 하지만 위험한 던전이겠지. 그래도 지형을 보면 이 동굴 반대편 입구가 오크 군단 본진일 확률이 무척 높지.”
데이비드와 리오덴은 딱히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죽음의 폭포와 오크 군단 본진이 무척 가까운 것은 사실이니까.
그리고 동굴이 뚫려 있는 방향을 보았을 때 반대편 입구가 있다면 지도상으로 분명 오크 군단 본진 한복판이거나 최소한 안쪽이었다.
나는 일단 입구에서 등을 기댔다.
콰아아아앙-! 쾅-!
폭포가 떨어지는 소리를 뚫고 절벽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폐허의 지배자 와이번과 오크들의 전투 결과는 관심이 없었지만, 그 영향이 우리에게 미치는 건 결코 원치 않았다.
‘괜히 전투에서 도망치는 오크들이 폭포 뒤로 들어오면 곤란하니까.’
물론 그럴 가능성은 현저히 낮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다.
마나가 어느 정도 회복되었고, 나는 곧바로 운디네를 불러 부상자들을 치료했다.
기사들은 감사를 표했고, 나는 적당히 받으면서 잠시 상태를 확인하기 위하여 상태창을 켰다.
-아룬 칼 레오드(Lv40)
캐릭터 레벨이 5나 올라 있었다.
‘확실히 이번 전투가 큰 도움이 된 모양이야.’
칭호까지 중급 정령술사 마스터로 변경되면서, 이제 상급 정령술사로 가는 길이 열렸다.
재능 레벨도 모두 올랐는데, 유일하게 대지의 친우만 오르지 않았다.
아마도 내가 땅의 정령들을 좀처럼 전투에 활용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바람의 동반자, 물의 수호자가 12레벨로 가장 높았고 화염의 지배자 역시 7까지 올랐다.
스킬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동안 스킬 레벨이 오르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모두 대폭 올랐다.
특히 바람의 호흡법이 25레벨이 되면서 스킬 레벨 중 가장 높았고, 바람과 대지의 흐름이 20으로 그 뒤를 이었다.
‘바람과 대지의 흐름은 주구장창 사용했으니까. 대지의 포효도 좋은 스킬인데 활용 방안이 너무 적었어. 그러니까 재능 레벨이 오르지 않았지.’
나는 앞으로의 성장 방향성에 대하여 잠시 고민했다.
황태자로서의 정치적인 능력도 중요하지만, 이곳은 결국 힘의 논리가 가장 강한 곳이었다.
상급 정령사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전력이다.
‘최소한 상급 정령 마스터는 되어야 제국을 지킬 수 있어.’
이 제국을 무너뜨리고 자신만의 제국을 세우고자 하는 이들이 있었고 그들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애트란 가문, 리버힐 가문에다 아직 만나지 못한 주인공 카렌까지!
‘사방이 적이군.’
나는 쓰게 웃으며 상태창을 껐다.
마나 홀을 꽉 채우기 위하여 바람의 호흡법에 집중했다.
‘불의 상급 정령과 계약을 해야겠어.’
던전을 무사히 통과하기 위해서 나는 더 강해질 필요가 있었다.
돌아갈 때까지 더 이상 한 명의 희생자도 만들고 싶지 않았다.
마나 홀이 꽉 차자 나는 몸을 일으켰다.
“전하.”
데이비드가 다가왔다.
“태울 게 있나?”
“네?”
정령을 최초로 소환하려면 매개체가 필요했다.
샐러멘더와 피닉스가 있지만, 정령은 매개체가 되지 못하니까.
데이비드는 의문을 표하면서도 곧 몇 가지 태울 것을 준비했는데 천막들이었다.
“많이는 필요 없어.”
나는 샐러멘더를 불러 천막 중 일부에만 불을 붙였다.
심호흡 이후 나는 정령 계약을 위하여 맹약의 내용을 읊었다.
고오오오-!
동굴 안에서 마나의 파동이 번지자 기사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나는 손을 들어 괜찮다는 신호를 보냈다.
곧 마나 홀에서 마나가 쑤욱 빠져나가며 불의 상급 정령 이그니스가 소환되었다.
* * *
게일은 카렌의 제안을 거부하지 못했다.
스스로에게 떳떳하기 위해서였다.
‘제국의 재앙을 초래할 악의 종자를 눈앞에 두고 외면하는 것은 기사로서의 책임감을 저버리는 것이다.’
아룬이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게일은 아룬의 변화된 모습을 떠올렸다.
‘내가 없어도 충분히 잘해내실 수 있는 분이다.’
그리고 지금쯤이면 제국 역시 오크 군단에 대한 대비가 되어 있으리라고 믿었다.
게일이 생각하는 론 칼 레오드는 빈틈없는 사람이었고 오크 군단이 아무리 많아도 단칼에 베어낼 수 있는 능력자였으니까.
그래도 조금의 희생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라면 악의 종자를 지금 제거하는 게 좋았다.
만약 카렌의 말처럼 악의 종자가 완전한 힘을 갖추고 세상에 나온다면 제국이 도탄에 빠지는 건 아무리 론 칼 레오드라도 막을 수 없었다.
“아저씨, 확실히 오크들이 많이 없는 것 같아요. 새롭게 태어나는 오크들은 아직 전사의 힘을 갖추지 못했으니 그놈들은 빼고요.”
카렌의 목소리에 게일은 생각을 멈추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악의 종자는 어디에 있지?”
“일단, 동굴 밖으로 나가면 오크 군단 본진 뒷편이거든요? 죽음의 폭포 아시죠?”
게일은 고개를 저었다.
“모른다.”
카렌이 설명했다.
“끌려오면서 거대한 폭포 보셨죠? 그게 죽음의 폭포인데 그 안의 동굴이 세 개인데 그중 하나는 던전이고 두 개는 아저씨가 갇혀 있던 곳과 연결되어 있더라고요.”
게일은 궁금하던 것을 물었다.
“대체 넌 누구냐.”
카렌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냥 떠돌이? 어쨌든 던전 출구 역시 아저씨가 갇혀 있던 곳과 연결 되어 있을 거고…… 참, 그건 중요한 게 아니지.”
카렌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이 동굴 입구, 그러니까 죽음의 폭포 쪽으로 나간 뒤 크게 우회해서 오크 군단 본진 왼편에 있는 곳으로 가면 됩니다. 그곳에서 악의 종자 기운이 강하게 느껴지거든요.”
“그래. 서두르자.”
* * *
이그니스는 피닉스와 생김새가 비슷했다.
‘피닉스가 진화한 게 이그니스인가?’
쓸데없는 생각으로 시간을 낭비할 때, 이그니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더럽게도 좁은 곳에, 더럽게도 약한 불로 잘도 날 불러냈네.”
데이비드는 물론이거니와 리오덴 그리고 기사들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변했다.
정령의 목소리를 아마도 처음 듣는 모양이었다.
나 역시 놀란 건 마찬가지였다.
“꽤나 어벙하게 구네? 소문이 하도 자자해서 직접 나와 봤는데 별거 없는 것 같잖아?”
나 이외의 모든 사람들이 들을 수 있도록 자신의 육성으로 말하는 정령은 처음이었다.
“계약 안 해?”
이그니스의 말에 나는 움찔 몸을 떨었다.
“해야죠.”
“마나는 충분하고 아이들과의 친화력도 매우 높고…… 근데 왜 정령술이 이 모양이지? 아, 너 정령사가 된 지 얼마 안 되었구나?”
쉼 없이 털에서 불꽃이 살아 움직이는 장엄한 외모의 새가 촉새처럼 떠드니 이상했다.
“참, 계약해야지. 꽤 재미있겠네.”
이그니스가 이내 계약 의식을 맺었다.
“정령술은 끝없이 연습해야 되는 거란다. 재능이나 친화력에 비하여 네 정령술은 형편이 없으니까.”
“저…….”
“참, 앞으로는 이런 좁고 음습한 곳에서는 되도록 부르지 않으면 좋겠다.”
이내 이그니스는 스스로 정령계로 돌아가 버렸다.
나는 멍하니 이그니스가 있던 자리를 쳐다보았다.
“전하, 본래 정령들이 저럽니까?”
리오덴의 목소리에 나는 정신을 차렸다.
“아니. 그냥 저 상급 정령이 좀 특이한 성격 같아.”
확실히 특이한 정령이었다.
“다 쉬었으면 가자. 동굴 반대편으로.”
리오덴이 고개를 끄덕이며 기사들 상태를 살폈다. 모두가 양호했다.
데이비드가 먼저 나섰다.
“제가 선두에, 리오덴이 후미를 맡겠습니다.”
리오덴은 반발하지 않고 후미로 자리를 옮겼다.
나는 데이비드와 함께 선두를 자처했다.
“샐러멘더!”
안으로 들어갈수록 동굴은 어두워졌다.
샐러멘더가 앞을 밝혀주었다.
아직까지는 딱히 던전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 평범한 동굴이었다.
“안에 뭐가 있을지 모르니까 조심하지.”
데이비드는 검을 뽑은 채 가고 있었는데,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점을 짚어냈다.
“여기는 기분 나쁜 악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악의 기운?”
“어둠의 숲에 들어올 때부터 쭉 느껴졌던…… 살기와 비슷하지만 분명히 다른 끈적끈적한 악의 기운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동굴 안은 마치 어디선가 깨끗한 공기가 유입되는 것처럼 청량했다.
‘청량하다고?’
데이비드의 말이 이어졌다.
“아무래도 특수한 동굴인 건 분명합니다.”
“그래. 조심해야겠지.”
당장 밝힐 수 없는 문제였으니 경계심을 더욱 높이는 것밖에 없었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동굴의 넓이는 더욱 넓어졌다.
횡으로 열 명이 넘게 설 수 있을 정도였다.
나는 실프들을 불러 앞으로 먼저 보냈다.
그리고 노움도 불렀다.
“혹시 땅 속에 함정 같은 게 있는지 봐줘.”
노움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땅의 정령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많은 위험들을 대비할 수 있었다.
‘대지의 친우 레벨이 더 높아지면 중급 정령과 계약을 해봐야겠어.’
지금의 스킬들로는 조금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모든 속성의 정령들과 계약할 수 있었고, 스킬 역시 다양하다는 장점을 나는 십분 활용하지 못했다.
‘갈 길이 멀군.’
이번 퀘스트를 통하여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고오오오오-!
전방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과 함께 실프들이 급하게 목소리를 들려왔다.
-해, 해골들!
-해골들이다.
-스켈레톤이다.
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청량한 기운이 살아숨쉬는 이 동굴에서 스켈레톤이 발견되었다.
나는 즉시 기사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전투 준비. 전방에 스켈레톤이 있다.”
고오오오오-!
이상한 기운은 앞이 아니라 뒤에서도 느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