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74)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74화(74/278)
74화.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이토록 잦은 전투라니.
황궁에서도 암살 위협에 시달리고 실제로 암살 시도도 있었지만, 이번 퀘스트를 수행하면서 느끼는 위협과는 비교할 수도 없었다.
‘S급 난이도를 너무 만만하게 보았어.’
주인공 카렌은 온갖 운과 능력을 통하여 S급 난이도의 퀘스트를 해결했지만, 아쉽게도 나는 주인공이 아니었다.
카렌처럼 뛰어난 능력도, 운을 가지지도 않았다. S급 퀘스트는 무척 어렵게 설정해 두었기 때문에 카렌 역시 대부분 운에 기대어 클리어했다.
주인공도 그럴진대, 내 능력은 여전히 모자란 편이었고 준비도 내가 생각했던 만큼 완벽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 동굴에서 그냥 물러날 순 없는 노릇.
게일이 오크 군단 본진에서 죽을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남은 시간은 고작 20여 일.
오크 왕이 폐허의 지배자와 싸우고 있으니 지금이 바로 완벽한 기회였다.
스켈레톤에 굴복하고 돌아가기에는 이미 기사들의 희생도 겪었고 너무 멀리 왔다.
“실울펜.”
바람의 늑대를 소환했다.
고오오오오-!
실울펜은 나와 함께 앞으로 달려갔다.
스켈레톤의 모습이 점점 눈에 들어왔다. 등 뒤에서도 느껴지는 섬뜩한 기운은 우리가 동굴 안에서 포위되어 있음을 깨닫게 만들었다.
‘앞에 있는 놈들을 단숨에 처리한다.’
나는 결심을 굳히고 다른 정령들은 모두 돌려보낸 뒤 이그니스를 소환했다.
“또야?”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이그니스는 불만 어린 목소리를 터뜨렸지만, 나는 가볍게 무시하고 곧바로 스킬을 펼쳤다.
화염의 바람, 실울펜과 이그니스 두 상급 정령이 혼합하여 펼치는 스킬은 전과 차원이 다른 위력을 지녔다.
실울펜과 샐러멘더, 피닉스의 합이 아니라 상급 정령과 상급 정령이 합하여 하나의 스킬을 만들어냈다.
앞에 있는 스켈레톤은 대략적으로 오십 마리가 넘어 보였다.
한 마리, 한 마리가 오크들보다 훨씬 강력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괴상한 칼을 들고 신속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무척이나 위협적이었다.
해골이라 움직임이 딱딱할 것이라는 내 생각과 다르게 그들은 마치 기사들처럼 유려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후미 조심해!”
실울펜과 이그니스의 모습을 확인한 데이비드는 나의 공격 이후 스켈레톤을 상대할 생각인 모양이었다.
리오덴이 맡고 있는 후미 부분에서 이미 전투가 벌어졌다.
챙-! 챙-!
스켈레톤과 기사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사이 실울펜이 달렸고, 이그니스가 그 위를 날아갔다.
고오오오-!
곧 두 정령이 일으키는 바람과 화염이 합쳐지면서 하나의 스킬로 구현되었다.
콰아아아앙-! 쾅-! 쾅-!
실울펜이 달리면서 일으키는 바람은 마치 회오리처럼 불었다.
그리고 그 회오리 안에 화염이 더해졌다.
콰아아아앙-! 쾅-! 쾅-!
엄청난 위력이었다. 동굴 전체가 흔들리는 느낌이었고, 천장에서는 스킬의 여파로 돌들이 가루가 되어 떨어지고 있었다.
나는 두 정령에게 쉴 새 없이 마나를 공급하면서 화염의 바람에 이어 각각 바람의 사슬과 불의 장막도 연이어 펼쳤다.
실울펜이 스켈레톤 사이를 헤집으며 기다란 사슬을 만들어냈다.
이그니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화염은 장막으로 변하여 스켈레톤을 한곳으로 모았다.
콰아아아앙-!
여전히 끝나지 않은 화염의 바람 스킬과 실울펜이 새롭게 만들어내고 있는 바람의 사슬에 스켈레톤의 몸이 잿더미가 되고, 뼈들이 가루가 되었다.
일부 스켈레톤의 머리가 잘려 바닥으로 뒹굴었다.
나는 입에서 단내를 뿜어내고 있었다.
동시에 상급 정령 둘을 유지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하여 여러 스킬을 동시에 사용하니 마나 홀이 순식간에 비어갔다.
레벨이 오르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공격이었지만, 나는 기어이 공격에 성공했다.
쾅-!
마지막 폭음과 함께 우리 앞에 있던 오십 마리의 스켈레톤 중 족히 절반 이상이 날아갔다. 나머지 절반의 스켈레톤 역시 몸을 이루는 뼈들이 어디 한 군데는 사라져 제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열 명은 전하를 보호하라, 나머지는 스켈레톤을 처리한다.”
나의 공격이 모두 끝나고 상급 정령 둘이 다시 정령계로 돌아가자 데이비드가 기사들과 함께 스켈레톤 사이로 달려들었다.
나는 바람의 호흡법을 빠르게 운용했다.
내 주위를 기사들이 원으로 감싸안았다.
챙-! 챙-! 챙-!
전방의 살아남은 스켈레톤들은 내 스킬 때문에 크게 다쳤지만, 후미는 아니었다.
리오덴이 분전하는 게 보였다.
나는 기사들에게 명령했다.
“이제 괜찮다. 데이비드를 도와서 남은 해골 놈들을 처리하도록.”
이어서 바람과 대지의 흐름을 사용하여 후미로 향했다.
확실히 레벨이 대폭 올라서 그런지 속도도 빨랐고, 움직임도 부드러운 느낌이었다.
리오덴이 스켈레톤 한 마리의 목을 베는 게 보였다.
“리오덴!”
“전하.”
나는 중급 정령 운다이론과 땅의 하급 정령 노움을 불렀다.
마나 홀의 마나가 충분하지 않지만, 전투에 도움이 되기 위하여 운다이론으로 먼저 물의 폭풍을 펼쳤다.
위력은 약했다.
아무래도 마나가 모자랐다.
‘노움!’
나는 기사들이 상대하고 있는 스켈레톤들이 있는 동굴 바닥을 움직였다.
대지의 포효를 사용하면서 스켈레톤들의 움직임을 방해했다.
그리고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좋은 효과를 거뒀다.
스켈레톤 역시 기사들처럼 두 발을 땅에 딛고 검을 들고 싸우는 존재들이었다.
순간적으로 땅이 뒤틀리고 몸이 흔들리니, 기사들의 날카로운 공격을 막아내지 못했다.
‘혼자 싸우는 게 아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적들을 물리칠 수 있다.’
나와 함께하는 기사들은 모두 실력자들이다. 정령사로서 나는 직접 적을 죽일 수도 있었지만, 동료들을 보조하며 그들의 능력을 키울 수도 있다.
절로 미소를 머금으며 리오덴에게 말했다.
“빨리 처리하지.”
내 의지에 따라 노움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 * *
정령사는 전투에 어떤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는가.
나는 오늘 그 방법을 내가 상상하면서 쓰는 게 아니라 직접 몸으로 체험했다.
상급 정령들과 함께 직접 스켈레톤을 죽였고, 노움과 함께 기사들을 보조하는 전투를 치렀다.
특히 기사들을 보조하면서 느끼게 된 점이 무척 많았다.
“전하께서는 점점 더 노련해지시는 것 같습니다.”
데이비드의 말에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더 노련해져야지.”
스켈레톤들을 모두 처리하고 난 뒤 걸음은 한결 가벼웠다.
함정이나 혹은 다른 언데드 종류들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확실히 이상한 동굴이기 때문에 긴장을 늦추지 않았지만, 과도하게 불안감에 떨 필요는 없었다.
스켈레톤과의 전투는 내게 큰 자신감을 주었다.
꼭 위력이 강한 스킬이나 혹은 상급 정령이 아니더라도 전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치료도 할 수 있고.’
나는 마법사보다 정령사를 더 희귀한 존재이며, 전투에 있어서도 도움이 된다고 설정해 두었는데 집필 당시에는 스스로도 몰랐던 원인을 직접 정령사가 된 이후 깨닫고 있었다.
‘정령사는 마법사보다 전투에서 훨씬 다양한 변수를 만들 수 있다. 기사와는 비교할 수조차 없고. 전투가 서로 간의 약속에 따라 싸우는 것도 아니고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적을 이기거나 죽이는 게 가장 중요한 목적인 만큼, 변수를 창출할 수 있는 존재가 무서운 것은 당연한 일.’
정령사로서의 자각이 확실해졌다고 해야 될까?
나는 어떤 자신감이 올라왔다.
“스켈레톤, 몬스터가 아니라 언데드이지?”
내 말에 데이비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확실히 오크 왕 뒤에는 어둠의 종자가 있는 게 분명합니다. 마족과 연관이 있겠지요.”
마족이라는 존재는 내 글 후반부에나 나오는데, 고르란의 부활 사건에서 첫 번째로 언급되었다.
‘카렌의 영웅적인 면모는 제국을 무너뜨린 뒤 마족과의 전투에서도 나타나니까.’
그 내용까지는 집필하지 못했다.
아룬 칼 레오드가 되었으니까.
어쨌든 현재 시점에서 마족이라는 존재를 사람들이 인식하는 건 확실히 내 설정보다는 조금 빠른 면이 있었다.
그때 실프들이 목소리를 전했다.
앞에 뭔가 있어요.
꺄아아악!
“시, 실프!”
실프들의 동시다발적인 비명에 내 몸이 크게 흔들렸다.
실프가 강제로 정령계로 역소환당했다.
내 의지에 상관없이 정령이 정령계로 돌아가는 건 막대한 타격을 입었을 때였다.
당연히 나에게도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커, 커억!”
“전하!”
나는 비명을 삼키며 말했다.
“앞에 뭔가…….”
콰아아아앙-!
동굴 전체가 흔들릴 정도의 충격과 함께 앞에서 뭔가가 번쩍 빛났다.
순간, 시야가 사라졌다.
스스스슷-!
나는 정신을 차리기 위하여 노력했다.
귓가에 불안한 소리가 들렸다.
스스스슷-!
리오덴이 크게 외쳤다.
“듀라한이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뒤 리오덴은 후미에서 선두로 튀어나와 검을 휘둘렀다.
“컥!”
서서히 돌아오는 시야 사이로 피를 뿜어내는 리오덴이 보였다.
그리고 이어서 느껴지는 압도적인 어둠의 기운!
몸이 벌벌 떨렸다.
폐허의 지배자 와이번 피어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공포감이 등 뒤를 엄습했다.
“리, 리오덴!”
“저, 전하 여기서…….”
리오덴의 말이 이어지지 못했다.
듀라한이 거대한 발을 들어 리오덴의 가슴을 밟았다.
“컥!”
리오덴의 몸이 새우처럼 굽었다.
고오오오오오-!
“리오덴!”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찢어졌다.
동시에 실울펜이 튀어나왔다.
머리를 옆구리에 끼고 있는 괴물, 무시무시한 어둠의 기운을 뿜어내고 있는 듀라한에게 실울펜이 빛의 속도로 쇄도했다.
동굴 안에 거대한 바람이 불면서 수십 개의 바람의 사슬이 듀라한의 몸을 낭자했다.
서걱-! 서걱-! 서걱-!
끔찍한 소리와 함께 듀라한의 몸에서 검은 피가 솟구쳤다.
“허억, 허억!”
나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리오덴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한 탓이었을까?
실울펜의 내 감정에 감응하여 소환 되었고 어느 때보다 격렬한 스킬이 구현되었다.
하나의 정령이 여러 개의 바람의 사슬을 만들어낸 것 자체가 처음이었다.
“리오덴!”
내 말에 기사들이 급히 움직였다.
갑작스레 벌어진 상황에 몸이 굳었다가 내 목소리를 듣고 정신을 차렸다.
“아직 숨이 붙어 있습니다!”
기사의 다급한 목소리에 나는 즉시 운다이론을 소환했다.
정화의 물결을 사용하려는 순간 갈기갈기 찢어졌던 듀라한의 몸에서 어둠의 기운이 터져 나왔다.
콰아아앙-!
그 충격에 기사들과 나는 바닥을 뒹굴었고, 이내 나는 서늘한 기운에 본능적으로 정화의 물결이 아니라 물의 장벽을 펼쳤다.
쾅-!
듀라한의 거대한 검이 물의 장벽을 뚫고 내 어깨를 꿰뚫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