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76)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76화(76/278)
76화.
나는 완벽한 기회를 노리기 위하여 듀라한을 세심하게 관찰했다.
노움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듀라한을 흔드는 방법도 있었지만, 나는 단 한 번의 공격으로 듀라한에게 큰 틈을 만들고 마무리를 데이비드가 하는 그림을 그렸다.
데이비드는 물론이거니와 다른 기사들 역시 듀라한에게 큰 틈이 생기면 놓치는 실력들은 아니었다.
데이비드가 검을 크게 휘두르는 순간, 다른 세 명의 기사의 기세 역시 달라졌다.
나는 기회라고 느꼈다.
듀라한은 데이비드와 기사의 이번 공격이 심상치 않다는 사실을 느낀 듯, 방어에 집중했다.
‘노움!’
나는 노움에게 순간적으로 막대한 마나를 공급했다.
하급 정령이기 때문에 많은 마나를 공급해도 스킬 위력이 갑작스레 확 커지는 건 아니었지만, 좀 더 강해지니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듀라한이 데이비드의 검을 막으려는 찰나, 동굴 바닥이 크게 흔들렸다.
듀라한이 몸을 휘청이자, 데이비드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푸슉-!
데이비드의 검이 듀라한 가슴을 꿰뚫었고, 나머지 기사들 역시 틈을 놓치지 않았다.
검 하나가 옆구리에 끼어 들고 있는 머리를 베었다.
서걱-!
듀라한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데이비드가 다시 한 번 검을 휘둘렀다.
서걱-!
반으로 갈리는 듀라한의 몸이 서서히 뒤로 넘어갔다.
데이비드가 크게 숨을 내뱉었다.
다른 기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전하.”
데이비드가 다가오면서 나에게 감사를 표했다.
“확실히 스켈레톤과 차원이 달랐어.”
내 말에 데이비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 듀라한은 상급 이상의 기사가 죽고 리치와 영혼의 거래를 통해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게다가 듀라한급부터 생전보다 더 강해지니까요.”
데이비드가 듀라한의 시신을 보면서 말을 이었다.
“아마 최상급 익스퍼트 기사는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같은 최상급 익스퍼트라도 개개인은 실력이 전부 다른 법이었다.
이번에 죽은 듀라한이 얼마나 강한 기사였는지 상관없었다.
문제는 동굴 뒤에 지금 죽인 듀라한보다 더 강한 언데드가 있는지의 여부였다.
“경계를 세우고 쉰다. 리오덴이 정신을 차리고 움직이는 게 좋으니까.”
아직 리오덴은 의식을 차리지 못했다.
정확히 어떤 상태인지 알 수는 없으나 상처도 모두 나았고, 마기도 정화시켰으니 기다리면 될 것 같았다.
불안함을 완전히 씻어낼 수는 없었지만 당장 방법이 없었다.
다시 서부 임시 사령 본부로 돌아가는 것보다 여기서 리오덴이 의식을 차리기를 기다리기로 결심했다.
“네.”
데이비드가 몇몇 기사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나머지 기사들과 나는 동굴 벽에 기대어 조금이나마 피로를 씻어냈다.
나는 기사들에게 내색하지 않고 이 동굴의 정보를 떠올리기 위해 기억을 뒤져 보았다.
‘듀라한까지 나올 정도라고? 고르란의 영향인가?’
아무리 기억을 뒤져도 이런 난이도의 던전을 지금 시점에서 설정하지 않았다.
즉, 이건 내가 직접 설정한 동굴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내가 모르는 정보.’
언젠가는 이런 경우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거대한 세계를 창조하는 건 신이나 가능한 일이니까.
지금이 선택의 순간이라고 느껴졌다.
앞으로 더 가느냐, 아니면 이대로 돌아가느냐.
스켈레톤에 이어 듀라한이 나왔다.
그렇다면 상식적으로 동굴 안쪽은 듀라한보다 더 강한 언데드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예상이 되었다.
지금까지는 어찌저찌 기사들의 희생이 없었지만 듀라한보다 강한 언데드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리치나 데스 나이트라면? 혹은 둘 다 나온다면?’
그런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면 지금 걸음을 돌리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
여기서 걸음을 돌려 동굴을 나간 뒤 최대한 오크와의 접촉을 피해 임시 사령부로 간다면?
높은 확률로 지금보다 더 큰 위험이 기다리고 있을 동굴 안쪽보다 그 선택이 더 안전할 수 있었다.
문제는 게일이었다.
퀘스트는 완료했을 때 보상은 말해주지만 실패했을 때의 불이익에 대해서는 정확히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용을 통하여 실패의 불이익을 예측할 수 있었다.
-오크의 왕은 게일이 가진 마나를 뽑아 고르란에게 바칠 생각입니다. 오크의 왕이 오크 술사들을 동원하여 의식을 치르기 전, 게일을 구출하십시오.
구출하지 못하면? 내가 외면하면?
오크 술사들은 예정대로 의식을 치를 것이고 마나를 모두 뽑힌 게일은 죽을 수밖에 없었다.
‘이미 희생이 있었어. 그리고 기사들에게 다짐했고.’
나는 결심을 굳혔다.
빈손으로 돌아갈 순 없었다.
‘땅의 중급 정령과도 계약을 해야겠어.’
물의 상급 정령이나, 땅의 상급 정령과의 계약은 아직 무리였다.
친화력 덕에 지금의 경지에서도 두 속성의 상급 정령과 계약했다.
하지만 더 이상은 정령에게 거부당할 확률이 높았고, 설사 계약을 한다 하더라도 정령이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그럴 바에는 계약도 확실하고 충분히 힘을 발휘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중급 정령이 좋았다.
‘땅의 정령이 얼마나 전투에 도움이 되는지 확실히 알았으니까.’
나는 곧바로 정령과의 맹약을 읊었다.
콰콰쾅-!
갑작스러운 폭음에 깜짝 놀랐다.
쉬던 기사들 역시 번개같이 몸을 일으켰다.
나 역시 정령과의 계약을 미루고 폭음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하여 소리의 진원지로 시선을 돌렸다.
쾅-! 쾅-! 콰아아앙-!
폭음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여러 번 이어졌다.
소리만이 아니라 동굴 전체가 흔들렸다.
“앞에서 뭔가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노움, 앞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려줘.
실프를 부를 수도 있었지만, 듀라한과의 전투를 통하여 한 가지 배운 점이 바로 실프보다 노움이 좀 더 은밀한 임무에 적합하다는 사실이었다.
노움은 보통 땅 속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적들에게 들킬 확률이 적었다.
노움이 빠르게 멀어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동굴 천장이 무너지면서 갈림길 중 하나가 완전히 막혔습니다.
나는 곧바로 되물었다.
‘언데드는?’
-언데드는 보이지 않습니다. 막힌 갈림길 쪽으로 들어가 보려고 했는데 이곳부터는 땅 속마저 막혀 있어 제 힘으로는 뚫기 힘듭니다. 상급 정령은 되어야 될 것 같습니다.
노움의 설명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곧바로 데이비드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었다.
“정확하게 무슨 일인지 알 수는 없지만 앞에 갈림길이 있는데 하나가 막혀 버렸다.”
데이비드가 말했다.
“언데드나 다른 건 보이지 않는 겁니까?”
“그래.”
나는 결정을 내렸다.
“남은 길이 있으니 그쪽으로 움직이지. 그리고 이제 좀 서두르는 게 좋을 것 같다. 동굴 전체가 무너지면 곤란하니까.”
데이비드가 리오덴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직 리오덴이 깨어나지…….”
말하기가 무섭게 리오덴의 입에서 얕은 신음이 터져 나왔다.
“리오덴!”
나는 즉시 리오덴에게 다가간 뒤 운다이론을 소환했다.
다시 한 번 정화의 물결을 펼쳤다.
의식을 차렸다는 건 어느 정도 몸이 회복되었다는 뜻, 이럴 때 다시 한 번 스킬로 치료하면 효과가 크지 않을까.
정화의 물결이 끝나자 리오덴이 서서히 눈을 떴다.
리오덴의 입에서 마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저, 전하.”
“괜찮나?”
리오덴이 힘겹게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포션을 더 사용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데이비드의 권유를 나는 곧바로 받아들였다.
“포션.”
리오덴도 굳이 거부하지 않고 기사가 주는 포션을 받아 마셨다. 포션을 모두 마신 뒤 자세를 잡고 호흡을 가다듬는 리오덴의 얼굴이 점차 안정되었다.
‘바람의 호흡법 못지않은 호흡법인 모양이군.’
현대 과학과 지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 바로 마나 호흡법이었다.
리오덴은 용병 출신이었지만, 자신만의 독문 호흡법이 있는 모양이었고 그 수준이 매우 뛰어나 보였다.
리오덴의 혈색이 점점 더 좋아지더니 눈을 뜨고 입을 열었다.
“감사합니다, 전하.”
나는 옅게 웃었다.
“무사해서 다행이다. 듀라한에게 밟혔을 때 자네가 죽었다고 생각했어.”
“거의 죽음 직전까지 갔던 모양입니다. 그래도 동료들과 전하 덕분에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습니다.”
서쪽 요정 숲 오크와의 전투 이후로 기사들끼리 꽤 친해졌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번 일로 더 끈끈한 사이가 되었다.
리오덴을 바라보는 기사들의 눈길에 안도와 미안함이 모두 들어 있었다.
생사를 함께하고 위기를 극복하니 사이가 더욱 돈독해지는 건 당연했다.
처음에만 하더라도 기사들끼리도 분명 신분에 따른 벽이 있었다.
평가 대회 출신들은 대부분 리오덴처럼 용병이거나 혹은 평민이었기에 보오펜 성에서 합류한 기사들과 서로 이질감을 느꼈다.
내가 당장 해결해 줄 수 없는 문제였고 퀘스트 생각으로 가득 찼기에 그다지 신경 쓰지 못한 문제였는데 막상 지금의 모습을 보니 나 역시 새롭게 깨달았다.
동료애가 얼마나 중요한지.
리오덴이 회복하자 모두의 사기가 올라가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움직여도 되겠지?”
나는 리오덴에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었다.
리오덴이 대답했다.
“당장 전투도 할 수 있습니다. 포션과 전하의 치료 효과가 엄청납니다. 전보다 더 강해진 느낌이랄까요.”
리오덴의 너스레에 잠시 기사들 사이에 웃음이 번졌다.
나 역시 안도감에 크게 말했다.
“그럼 출발하지. 동굴이 무너지기 전에 빨리 나가야겠어.”
앞에 또 뭐가 기다리고 있을 지 알 수 없었지만, 이 동굴을 빠져나가면 오크 군단 본진이라는 믿음은 변치 않았다.
설사 아니라 해도 어쩔 수 없었다.
지금 다시 돌아가기에는 이미 너무 멀리 왔고, 시간이 지금도 계속 줄어들고 있으니까.
나는 걸음을 옮기면서 땅의 중급 정령 노에스와 계약했다.
중급 정령과의 계약은 상급 정령과의 계약보다 훨씬 수월했다.
마음만 먹으면 금세 계약할 수 있었다.
‘운다이론, 피닉스, 노에스.’
나는 세 속성의 중급 정령들과 추가로 또 계약을 맺었다.
확실히 상급 정령에 가까워진 것이 세 객체의 정령들과 동시에 계약해도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았고 마나 소모도 적었다.
이왕 하는 김에 나는 하급 정령들도 모두 속성마다 다섯으로 숫자를 맞췄다.
최대한 많은 정령들과 계약할 수 있다면 하는 편이 좋으니까.
중급은 둘씩 계약했고, 상급 정령은 실울펜과 이그니스 둘이 한계였다.
아무래도 상급 정령 비기너는 되어야 추가로 물의 상급 정령이나 혹은 땅의 상급 정령과 계약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시스템 창이 알려주는 게 아니라 내 본능처럼 느껴졌다.
‘냉정하게 내 전력은 상급 정령 비기너보다 더 뛰어나다.’
평범한 정령사라면 상급 정령사 비기너가 되어도 상급 정령 둘과 계약하기엔 무리였다.
나는 바람의 호흡법이라는 최고의 호흡법과 폴리시아 꽃 덕분에 마나 홀이 크게 늘어난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령들과의 친화력이 엄청나니 다소 정령들이 내 경지에 만족하지 않아도 계약을 해주는 면이 있었다.
‘장점을 잘 살린다. 또다시 기사들을 잃을 순 없어.’
여러 생각을 하는 사이 갈림길에 도착했다.
“정말…… 엄청난 마기입니다.”
데이비드가 목소리를 떨었다.
리오덴과 기사들 그리고 나 역시 완전히 무너져 막혀버린 갈림길 뒤에서 새어나오는 마기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운이 좋은 걸까요?”
데이비드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길이 뚫린 곳은 마기가 별로 느껴지지 않으니까. 그래도 방심은 금물이다.”
모두가 내 말에 동의했다.
던전에서 방심은 자칫 목숨이 위험해지는 위기로 이어지니까.
나는 막히지 않은 길로 걸음을 옮기면서 잠시 시선을 무너진 길로 옮겼다.
‘듀라한이 뿜어내는 마기와 비교할 수도 없다…… 저 뒤에 있는 건 대체 뭐지? 혹시 고르란일까?’
여러 의문이 들었지만, 지금은 전진할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