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77)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77화(77/278)
77화.
게일은 아룬의 기운을 느끼자마자 낼 수 있는 최고의 속도로 달렸는데, 갑자기 발밑이 푹 꺼졌다.
그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바닥으로 추락하는 사이에도 게일은 정신을 차렸다.
바닥으로 떨어지기 직전, 게일은 허공에서 중심을 잡아냈다.
탓-!
쾅-! 콰아아앙-!
무너져 내리는 돌무더기가 게일을 덮쳤다.
돌무더기 사이로 반짝이는 게 보였다. 카렌이 건네준 검을 떨어뜨린 모양이었다.
쾅-!
게일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돌들은 모두 가루가 되었다.
“카렌!”
게일은 카렌을 불렀지만, 대답이 없었다.
이제 카렌의 검도 아예 보이지 않았다. 폭발의 여파로 묻혀 버린 모양이었다.
게일은 카렌에 대해서 더 생각할 여력이 없었다.
동굴 폭발의 여파가 서서히 가라안자, 게일은 피부를 찌르는 마기에 움찔 몸을 떨었다.
‘이, 이건…….’
오크 왕을 만났을 때도 소름이 돋지 않았는데, 지금은 멀리서 느껴지는 마기만으로도 소름이 돋고 심장이 두근거렸다.
압도적인 존재감!
그 안에 웅크린 살기는 게일을 전율하게 만들었다.
‘대체 뭔가.’
불안함이 가슴을 옥죄었다.
무엇보다 이 근처에 아룬이 있다는 사실이 게일을 두렵게 만들었다.
검에 통달하여 마스터라 불리는 소드 마스터, 그 경지를 바로 눈앞에 두고 있는 자신을 단순한 존재감으로 이토록 떨게 만드는 존재인데 만약 아룬이 그 존재와 마주친다면?
게일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전하를 찾아야 된다.’
대답이 없는 카렌은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동굴이 무너지면서 자신과 다른 곳으로 떨어진 것 같았다.
카렌과 약속한 게 있었지만 아룬의 기운을 확실히 느낀 이상 그 약속을 지키기가 힘들어졌다.
‘미안하다. 언젠가는 반드시…… 은혜를 갚겠다.’
게일은 카렌의 이름과 얼굴을 머릿속 깊숙이 새겼다.
* * *
불길한 느낌을 뒤로 하고 나는 길을 서둘렀다.
“리오덴.”
“네, 전하.”
리오덴의 몸이 걱정되어 다시 한 번 본인에게 물었다.
“괜찮나?”
“네. 전투도 치를 수 있습니다. 심려를 끼쳐 죄송합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리오덴을 격려 했다.
“아니, 듀라한에게 기습적으로 당했는데 죽지 않은 것만 하더라도 대단한 것이다. 자네를 잃었다면 크게 힘들었을 거야.”
“감사합니다. 전하.”
리오덴은 이번에도 망설임없이 선두에 섰다.
말리려 했지만, 결연한 리오덴의 표정에 강한 의지가 엿보였다.
아마도 부상을 당하여 듀라한을 상대하지 못한 게 죄책감으로 남아 있는 것 같았다.
“데이비드.”
“네, 전하.”
“아까 그 기운…….”
“어느 순간 사라졌습니다.”
데이비드 역시 느끼고 있었다. 나와 데이비드의 목소리에 다른 기사들 역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는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마기가 느껴졌지만, 지금은 느낄 수 없었다.
정보가 없는 던전. 함정은 없지만 강한 언데드가 계속 나오고 있었다.
나는 기사들에게 당부했다.
“긴장을 놓지 말도록.”
특히 선두에 있는 리오덴은 이미 한 번 기습에 당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걸음에 신중을 기했다.
동굴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스켈레톤과 듀라한이 더 나오지 않았고, 함정 역시 없었다.
또 길이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그저 직진만 하면 되니까.
얼마나 걸었을까?
어두운 동굴 안을 그냥 걷는 것도 지칠 때쯤, 갑작스레 공간이 확 넓어졌다.
살짝 풀어졌던 근육이 팽팽해졌고, 눈동자에도 힘이 들어갔다.
‘바람이.’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이 뺨을 스쳤다.
굉장히 음습한 기운을 담고 있는 바람이었다.
나는 실프를 불렀다.
‘정찰을 부탁해.’
실프들이 흩어졌다.
리오덴은 속도를 조금 줄였다.
“공동입니다.”
리오덴의 말에 나는 공간을 살폈다. 백 명의 기사가 들어오고도 충분히 남을 정도의 공간이었고 무엇보다 길이 없었다.
“여기가 끝인가?”
이쪽에 길이 있어요.
실프의 말에 나는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
공간이 워낙 넓어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자그마한 길이었다.
나는 기사들에게 통로를 가리켰다.
“저쪽에 출구가 있어.”
리오덴이 이번에도 가장 먼저 나섰다.
“전하, 이곳은…… 걸어갈 수가 없습니다.”
“걸어갈 수가 없다고?”
나는 빠르게 리오덴 곁으로 다가갔다.
확실히 통로가 있었지만, 고개를 숙이고도 들어갈 수 없었다.
‘기어가야 되겠는데?’
만약 기어가다가 아까처럼 동굴에 큰 폭발이 일어난다면?
그대로 생매장이었다.
실프는 물론이거니와 실페레까지 불러서 통로로 보냈다.
하급 정령의 시야보다는 중급 정령의 시야가 더 넓고, 당연히 상급 정령의 시야가 더 넓다.
알 수 없는 충격에 의하여 실프가 강제로 역소환될 수 있으니 실페레까지 붙였다.
이미 듀라한으로 인해 실프가 역소환되는 것을 경험했으니 만약을 위해 실페레라는 보험을 들어놓은 것이다.
-꽤 길어요.
실페레의 말을 나는 기사들에게 전달했다.
“통로가 무척 긴 모양이군.”
“위험하지 않을까요?”
턱수염이 인상적인 기사의 질문에 나도 동의하면서 대답했다.
“위험하다. 만약 통로 끝에 출구가 없거나 혹은 통로가 지금까지 통과한 길보다 조금이라도 더 길다면 돌아간다.”
기어가야 되는 환경을 고려했을 때 설사 통로가 지금까지 온 길보다 짧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 길이 이상이면 과감하게 길을 돌릴 생각이었다.
그때 실페레의 목소리가 들렸다.
-방입니다. 감옥처럼 보이는데…… 인간 기사들이 입는 갑옷이 보입니다.
실페레의 말은 나에게 결정을 하게 만들었다.
“들어간다.”
* * *
리오덴이 선두에 서려는 것을 이번에 내가 막았다.
“내가 먼저.”
“전하.”
“정령들을 먼저 들여보냈으니 내가 가장 앞에서 가는 게 편해.”
나는 리오덴이 더 반박하기 전에 가장 먼저 통로로 머리를 들이밀었다.
실프와 실페레는 계속 통로를 살폈고, 노움을 불러 내 곁을 지키게 하였다.
‘힘드네.’
기어간다는 사실이 예상보다 쉽지 않았다.
걷는 것보다 훨씬 힘들었고, 통로가 밖에서 살펴본 것보다 더욱 비좁았다.
숨도 막히는 기분이었지만, 나는 끈기 있게 앞으로 나아갔다.
가장 우려 했던 동굴의 폭발은 다행히 기미가 없었다.
‘게일이 갇혔던 감옥이 분명하다.’
오크 군단 본진으로 이어져 있는 던전이었다.
오크들이 왜 갑옷을 가지고 있었겠는가? 게일의 것이 분명했고, 드디어 발견한 게일의 흔적이 내 마음을 급하게 만들었다.
“후우.”
나는 숨을 몰아쉬며 속도를 높였다. 팔과 복부, 허벅지가 모두 쓸리는 느낌이 따가웠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드디어 통로 끝 출구에서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얼마 남지 않았다.”
나는 낮은 목소리로 출구가 멀지 않음을 기사들에게 알렸다.
속도를 조금 늦추고 신중하게 출구로 향했다.
출구가 점점 가까워졌다.
이내, 출구에 도착했을 때 나는 곧바로 나가지 않고 안쪽을 살폈다.
정령들의 말처럼 안은 감옥 같았다.
-노움, 저 문 바깥에 오크들이 있나 살펴봐줘.
노움에게 부탁한 뒤 나는 감옥 안으로 들어갔다.
내 뒤로 리오덴, 데이비드가 내려왔고, 기사들도 속속 도착했다.
감옥은 어느 정도 공간이 있어 백 명에 가까운 우리 일행이 모두 들어 올 수 있을 정도였다.
모든 기사들이 도착하자 감옥이 비좁아졌지만, 상관하지 않고 짧게 말했다.
“저 갑옷…….”
내 말에 데이비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국 기사들이 사용하는 갑옷이 맞습니다.”
게일의 갑옷이 확실했다.
리오덴은 기사들 사이를 헤집으며 감옥을 꼼꼼하게 살폈다.
그 순간, 노움이 말했다.
-오크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곳에는 관심이 없는 듯 보입니다. 모두가 분주하게 밖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서부 지역을 장악하기 위하여 오크들이 계속 출정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혹은 폐허의 지배자 와이번과 싸우는 자신들의 왕을 지원하기 위해서 나가는 것일지도 몰랐다.
이유야 무엇이든 오크들이 감옥에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계속 지켜봐줘. 이곳으로 오는 오크가 있으면 바로 알려주고.’
노움에게 말한 뒤 나는 리오덴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갑옷이 벗겨졌고, 저기에 걸려 있었습니다.”
리오덴의 손가락에 모두의 시선이 모였다.
우리가 나온 통로 옆에 큰 나무들이 박혀 있었다.
“이놈의 오크들이…….”
게일을 마치 짐승처럼 다뤘다는 사실에 나는 분노가 차올랐다.
리오덴의 말이 이어졌다.
“꽤 오랫동안 저 위에 결박당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리오덴이 게일이 걸려 있었던 자리 밑의 땅을 살폈다.
“이건…… 돌가루는 이곳 감옥에 있던 게 아닙니다.”
내 눈으로 볼 때는 크게 다른 점이 없었는데, 리오덴의 눈에는 다른 모양이었다.
리오덴은 기사 두 명의 어깨를 밟은 뒤 게일을 묶어 놓았던 나무들 옆을 검으로 툭툭 쳤다.
동시에 먼지가 일어났고, 구멍이 뻥 뚫렸다.
나는 절로 눈이 동그래졌다.
“저건.”
“이쪽으로 탈출하신 것 같습니다.”
리오덴은 손으로 통로를 잡은 뒤 올라갔다. 안으로 들어가자 먼지가 점점 더 심하게 떨어졌다.
“탈출하시면서 흔적을 지우기 위하여 안에서부터 어느 정도 막아 놓은 모양입니다.”
나는 곧바로 결정을 내렸다.
“그쪽으로 따라간다. 오크들에게 발각되기 전에 서두르자.”
게일이 이곳을 빠져나갔다면 굳이 오크들에게 발각되어 드잡이질을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게일이 탈출한 통로는 우리가 들어왔던 통로와 다르게 아주 조금만 기어가면 곧바로 천장이 높아졌다.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리오덴이 들어오는 기사들을 보면서 말했다.
“기어서 들어가야 되는 저 부분만 막아둔 것 같습니다. 샐러멘더를 불러 주실 수 있겠습니까?”
나는 즉시 샐러멘더를 불러 리오덴을 따라다니게 만들었다.
리오덴은 샐러멘더의 불빛을 이용하여 전진하면서 게일의 흔적들을 찾았다.
그사이 기사들이 모두 감옥에서 빠져 나왔고, 다시 앞에 뭐가 있을지 모르는 동굴 탐험을 나서게 되었다.
이 동굴은 게일의 흔적이 확실하게 있었다.
“전하.”
리오덴의 목소리에 나는 재빨리 그의 곁으로 향했다.
데이비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리오덴의 표정이 심각했다.
“무슨 일인가? 게일이 심한 부상이라도 당한 상태로 도망쳤나?”
리오덴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닌 듯 보입니다. 주변에 핏자국도 없고 부상을 치료하기 위해 처치한 다른 흔적도 없어 보입니다. 단지.”
나는 리오덴을 재촉했다.
“왜 그러나?”
“게일 님 혼자가 아닌 듯합니다.”
리오덴의 말에 나는 움찔 몸을 떨었다.
“혼자가 아니라고?”
“혹시 추격하는 오크일까, 라는 생각에 흔적들을 자세히 살폈는데 오크의 흔적이 아닙니다. 또 만약 오크가 뒤를 쫓았다면 이렇게 한 명의 흔적이 아니라 여러 오크의 흔적이 동시에 나타나야 정상입니다.”
데이비드가 질문을 던졌다.
“누군가가 게일 님을 도와 탈출했을 가능성이 높다?”
“확실히.”
리오덴의 대답에 나는 본능적으로 영웅 카렌이 떠올랐다.
지금 이 시기에 오크 군단 본진을 어슬렁거리는 인간은 카렌뿐이었으니까.
리오덴의 말이 이어졌다.
“아마도 이 동굴을 통해 누군가가 감옥을 발견했고, 그때 게일 님도 함께 발견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러 번 왕복한 흔적도 있고, 분명 기회를 엿보다가 탈출했거든요.”
나는 숨을 고른 뒤 말했다.
“게일과 그 누군가가 이 동굴 출구 혹은 입구로 향한 흔적은 확실한가?”
리오덴은 확신했다.
“그렇습니다, 전하.”
“출발한다.”
그럼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퀘스트가 어떻게 되는지도 궁금했지만, 게일의 생사가 가장 중요했기 때문에 살아 있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뒤를 쫓아야 했다.
‘이 동굴의 끝이 어디인지 정확하게 알아본 뒤 먼저 복귀하는 방법도 생각해 봐야겠어.’
이내 나는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구출하지 못하면 게일은 오크 술사 의식에 제물로 바쳐지는데? 그렇다면…….’
나는 서둘러 퀘스트를 확인했다.
퀘스트는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게일이 탈출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내가 아니라 다른 이로부터 탈출했기 때문에 퀘스트는 끝나지 않았다.
즉, 게일은 ‘감옥’에서만 탈출했지 아직 오크 군단 본진에서 탈출했다는 뜻은 아니었다.
“서두른다.”
카렌을 만날지도 모른다, 라는 사실은 이미 머릿속에 없었다.
게일의 위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