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78)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78화(78/278)
78화.
“전투 흔적입니다.”
리오덴이 빠르게 움직였다.
“상대는 스켈레톤인 것 같고…… 최소 스무 마리 이상이었던 것 같습니다.”
전투 흔적은 리오덴이 짚어주지 않더라도 나 역시 눈에 보일 정도였다.
여기저기 스켈레톤의 뼈 조각이 돌아다니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게일 님은 전투에 참가하지 않았습니다.”
그 말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뜰 수밖에 없었다.
“게일이?”
“네. 동행하던 사람이 스켈레톤을 모두 죽였습니다.”
리오덴의 목소리에도 놀라움이 담겨 있었다.
스켈레톤이 듀라한보다 약하다는 것은 나도 직접 경험해보았지만, 그래도 최소 기사 세 명, 네 명이 동시에 공격해야지 피해 없이 죽일 수 있는 강력한 언데드였다.
우리 일행이 피해 없이 스켈레톤을 정리할 수 있었던 건 나의 존재도 있었지만, 애초에 기사들의 숫자가 스켈레톤보다 훨씬 많았던 덕분이었다.
하지만 게일의 동행이라 짐작되는 사람은 홀로 스켈레톤 최소 스무 마리를 죽였다.
‘카렌이다.’
직접 만나지 않았지만 나는 이제 완전히 확신할 수 있었다.
“흔적은 계속 앞으로 이어지나?”
“네.”
나는 곧바로 길을 재촉했다.
점점 마음이 급해지기에 서둘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동굴이 완전히 무너져 있었다.
“아마도 아까 들었던 폭발음이 이곳이었던 모양입니다.”
우리가 있었던 동굴과 지금의 동굴은 다른 곳이지만, 감옥과 이어진 것을 생각하면 거리 자체는 그리 멀지 않은 모양이었다.
리오덴은 무너져 내린 곳 근처까지 가서 밑을 내려다보았다.
“아무것도 안 보입니다. 엄청…… 깊은 것 같은데요?”
나는 곧바로 실프를 내려보냈고, 피닉스를 불러 아래를 밝혔다.
무저갱이라도 되는 듯 피닉스의 불빛으로 무너져 내린 곳의 바닥까지는 비추지 못했다.
실프의 목소리가 들렸다.
-엄청 깊어요.
‘얼마나?’
-아직도 더 내려가야 될 것 같아요.
‘바닥에 도착하면 말해줘.’
나는 기사들에게 상황을 알렸다.
“일단 정령을 보내 얼마나 깊은지 알아보고 있습니다.”
이내 건너편에도 생각이 미쳤다. 동굴이 완전히 무너져 내린 게 아니라면, 이 구멍을 넘어 건너편으로 이어지는 곳도 있을 것 같았다.
다른 실프에게 구멍의 길이가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았다.
-엄청 길어요. 한 번에 구멍을 절대로 뛰어넘을 수 없을 것 같은데요?
실프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리오덴에게 물었다.
“게일은 소드 마스터를 눈앞에 둔 기사야. 아바마마께서 직접 말씀하셨으니 틀림없지.”
데이비드와 리오덴은 물론이거니와 다른 기사들도 무척 놀랐다.
제국 황제가 공언했다는 건 진실이나 다름없었으니까.
“하지만 감옥에 갇혀 있었으니 몸 상태가 정상은 아니었을 거야.”
리오덴이 추리를 보탰다.
“만약 아까 폭발음이 이 구멍이 만들어지는 소리였고, 게일 님이 이 자리에 있었다면 건너편으로 순식간에 이동하지 못하고 그대로 떨어졌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리오덴은 자신의 추리에 논리를 보태기 위하여 구멍 근처를 꼼꼼하게 살폈다.
“아무래도 제 추측이 맞는 것 같습니다. 구멍 직전까지 두 사람의 흔적이 이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흔적의 간격을 보아 엄청난 속도로 달렸던 듯 보입니다.”
데이비드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엄청난 속도?”
“네. 흔적의 간격이 짧고, 이 흔적을 보면 발이 거의 땅에 스친 듯 보입니다. 게일 님을 생각하면 이건 마나를 최대한 활용하여 몸을 가볍게 만들고 최고의 속도로 달렸다는 뜻이죠.”
나는 얼굴 근육이 딱딱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빨리 달리다가 이런 큰 구멍이 갑자기 생기면?”
“추락했을 겁니다.”
데이비드는 다른 문제도 짚었다.
“게일 님이 엄청난 속도로 달릴 정도였다면 몸 상태도 거의 회복되었다는 뜻입니다. 아마 추락했다고 부상을 입지는 않으셨을 겁니다. 문제는 저희가 내려갈 수 있느냐죠.”
나는 게일의 안위만 생각했지 막상 이제 어떻게 쫓아가야 하는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데이비드가 말을 이었다.
“전하, 깊이가 얼마나 된다고 합니까?”
데이비드의 목소리에 얼른 정신을 차리고 밑으로 내려간 실프에게 물었다.
‘바닥에 도착했어?’
-네. 엄청 깊어요.
‘엄청?’
-뛰어내리면 꽤 오랫동안 떨어질 것 같은데요?
“아래로 내려간다. 내가 제일 먼저 내려가고 신호에 따라 열 명 정도씩 내려와. 신호는 실프 두 명을 동시에 올려 보내는 것으로 하지. 실프가 보이면 뛰어내려. 내가 정령들로 밑에서 받쳐줄 테니까.”
기사들이 뛰어내리면 정령들의 힘을 빌어 기사들이 떨어지는 속도를 어느 정도 느리게 만들어줄 생각이었다.
기사들은 그 정도만 하더라도 충분히 안전하게 착지할 수 있는 실력들이었으니까.
모두가 좋은 방법이라 생각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실울펜을 불렀다.
기사들처럼 착지를 멋지게 할 수 있는 능력은 없었기 때문에 나는 몸을 온전히 정령에게 맡겨야 하는 처지였다.
실울펜의 등 뒤에 올라타자, 실울펜은 곧바로 구멍 안으로 몸을 날렸다.
실프의 말처럼 정말 깊은 구멍이었다.
그리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공기가 차가워지는 것 같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실울펜이 바닥에 착지했고, 나는 피닉스를 불러 주변을 밝혔다.
엄청난 돌더미들이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 * *
“아무래도 빨리 따라잡아야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모든 기사들이 정령들의 도움을 받아 다치지 않고 내려온 뒤 리오덴은 흔적을 살피며 내게 조언했다.
“빨리?”
“네. 게일 님의 흔적은 여기에 있는데 동행자의 흔적은 끊겼습니다. 그리고 게일 님은 앞으로 빠르게 전진했습니다.”
리오덴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서두른다.”
리오덴이 방향을 잡았고, 우리들은 리오덴의 뒤를 따랐다.
나는 새삼 리오덴의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느꼈다.
그는 지금까지 게일의 흔적을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넓은 개활지는 물론이거니와, 숲 속에서도 그리고 어두운 동굴에서도 리오덴은 귀신같이 흔적을 찾아냈다.
리오덴이 없었다면 과연 이토록 수월하게 게일의 흔적을 찾아낼 수 있었을까?
아마 지금보다 훨씬 더 큰 난관과 변수에 허덕였을 가능성이 컸다.
내가 직접 설정한 인물이 아니었기 때문에 리오덴에 관해서는 이렇게 하나, 둘 새롭게 알아가는 기분이었다.
물론 내가 직접 설정한 인물들 역시, 내 설정과는 많이 다르다는 사실을 항상 느꼈다.
그들로 인하여 나는 이 세계가 살아 있는 새로운 세계라는 사실을 실감하니까.
“전하!”
리오덴의 목소리가 다급했다.
멀지 않은 곳에서 선명한 전투 소리가 들려왔다.
“데이비드, 선두로.”
후미를 받치고 있던 데이비드가 선두에 합류했다.
나는 바람과 대지의 흐름을 펼치면서 속도를 더욱 끌어올렸다.
동시에 정령계로 돌려보냈던 실울펜을 불렀다.
점점 소리가 가깝게 들렸다.
콰아아아앙-!
폭음과 함께 동굴이 흔들렸다.
먼지 사이로 전투를 벌이는 이들의 정체가 서서히 선명해졌다.
“게일!”
넓은 등, 갈색 머리카락은 분명 게일이었다.
게일이 긴 뼈를 든 채 달려왔다.
“전하!”
해후를 나눌 시간 같은 건 없었다.
“검!”
기사 중 한 명이 여분의 검을 게일에게 던졌다. 게일은 뼈를 내던지고 검을 바르쥐었다.
우리가 겨우 이길 수 있었던 듀라한이 무려 세 마리나 있었고 스켈레톤의 숫자는 세기도 힘들었다.
“실울펜!”
바람의 상급 정령 실울펜이 스켈레톤 사이로 뛰어들었다.
데이비드와 리오덴 역시 마찬가지였다. 바람같이 전투에 끼어들었고, 다른 기사들 역시 스켈레톤들에게 붙었다.
싸우라고 마련한 자리인 듯 백 명에 가까운 우리와 수많은 스켈레톤, 듀라한까지 치고받을 수 있을 정도로 넓은 공동이었다.
나는 화염의 바람을 펼쳤다.
노리는 건 듀라한이었다.
듀라한의 강력함을 경험해 보았기 때문에 가장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된다고 판단했다.
실울펜에 이어 피닉스까지 소환되면서 순식간에 주변은 열기로 가득 찼다.
두 상급 정령이 함께 어우러지며 펼치는 화염의 바람은 실로 막강한 위력을 보여주었다.
바람을 일으키며 달리는 늑대와 그 위를 나는 불새의 조화는 한 편의 그림과도 같았다.
콰아아아앙-! 쾅-! 쾅!
스켈레톤들에게도 스킬의 영향이 미쳤고, 동굴 벽도 스킬의 위력에 부서져 나갔다.
그리고 한 마리의 듀라한이 완전히 불길에 휩싸였다.
옆구리에 끼고 있는 머리에서 괴상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크아아아아!”
과연 듀라한은 강력한 언데드라는 사실을 자랑하는 듯 스킬 한 방에 죽지 않았다.
무려 상급 정령 둘이 펼치는 스킬인데도 듀라한은 고통마저 금세 이겨냈다.
쾅-!
듀라한이 휘두르는 검에 실울펜이 밀려났다.
이그니스가 쩌렁쩌렁하게 외쳤다.
“뭐해! 마나를 더 공급해야지! 상급 정령이 역소환 당하면 정령사가 얼마나 큰 타격을 받는지 몰라?”
나는 서둘러 정신을 차리고 실울펜에게 마나를 더 많이 공급하고, 운다이론까지 불렀다.
노에스 둘도 잊지 않고 소환했다.
마나가 물 흐르듯 소모되었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어쩌면 이 자리에서 모두 죽을 수도 있었다.
듀라한과 스켈레톤의 조합은 그만큼 무서웠다.
특히 듀라한이 한 마리도 아니고 세 마리라는 게 부담이었다.
한 마리는 게일이 전담으로 상대하고 있었지만, 나머지 두 마리를 우리가 맡아야 했다.
한 마리를 상대했던 것도 상당히 힘들었고, 리오덴은 사경을 넘었다.
그런데 두 마리라니.
듀라한뿐만이 아니라 스켈레톤까지 있었고 공간까지 넓으니 전투 방향은 지금까지와 완전히 달랐다.
대체 게일은 어찌 버틴 걸까.
“커억!”
벌써 기사들의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최대한 정령들을 소환하여 모든 전투에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 노력했다.
듀라한 한 마리를 완전히 붙잡아 두고 노에스로 하여금 스켈레톤들의 움직임을 방해했다.
운다이론과 피닉스는 기사들과 함께 스켈레톤을 직접 공격하는 역할을 맡았다.
“정말 많이 발전하셨군요. 그 짧은 사이에.”
게일이 검을 휘두르며 말했다.
나는 솔직히 대답할 여력이 없었다. 그저 싱긋 웃으면서 게일의 칭찬에 화답할 뿐이었다.
상급 정령사라 하더라도 정확히 하나의 상급 정령에만 집중해야 제대로 된 위력이 나왔다.
내가 특별하다는 사실은 스스로 느끼고 있었다.
지금과 같은 전투 상황에서 나는 어머니의 정령서에서 서술한 일반적인 정령사들과는 완전히 달랐다.
중급 정령사 마스터인데 서로 다른 속성의 상급 정령에 이어 중급 정령들까지 소환하여 다루고 있으니.
나는 정신이 없었지만, 최선을 다해 모든 정령들이 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실울펜!”
역시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건 듀라한이었다.
실울펜과 이그니스를 통하여 듀라한을 끊임없이 괴롭혔지만, 결정적인 타격은 없었다.
그건 게일도 마찬가지였다.
갑작스레 느껴지는 서늘한 기운에 나는 본능적으로 바람과 대지의 흐름을 펼쳤다.
휘웅-!
등 뒤에서 스켈레톤의 검이 허공을 갈랐다.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
완전한 난전이었다.
숲에서 오크들과 전투를 했을 때보다 지금 상황이 훨씬 더 위험했다.
지금은 갑작스레 나타나 도와줄 요정도 없었다.
고오오오오-!
스산한 기운이 공동 전체에 번졌다.
쾅-! 쾅-!
듀라한의 검이 실울펜을 강하게 때렸다.
나에게도 그 충격이 전해졌다.
컥, 하고 절로 비명이 터져나왔다.
공동 천장이 어둠으로 물들었다.
“크크크크크.”
낮은 웃음소리에 전투가 거짓말처럼 멈췄다.
나와 기사들은 웃음소리 진원지에 시선이 빼앗겼고, 언데드들은 움직임을 멈췄다.
“크크크크크.”
다시 한 번 들리는 웃음소리와 함께 허공에 공간이 갈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