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79)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79화(79/278)
79화.
갈라진 공간에서 검은 뼈가 빠져나왔다.
뼈만 남은 손에 이어 팔 전체가 나왔고 이내 검은 해골이 모습을 드러냈다.
커다란 눈동자가 해골 안에서 번뜩거렸다.
“크크크크.”
괴상한 느낌을 주는 웃음소리가 거슬렸지만, 해골이 뿜어내는 마기가 쉽사리 행동을 못하게 만들었다.
해골이 손을 들었다.
동시에 해골 갈라진 공간에서 마기가 휘몰아쳤다.
해골이 두르고 있는 망토가 펄럭거렸고, 스켈레톤과 듀라한의 몸에 공간에서 흘러나오는 마기가 스며들었다.
그 순간, 게일이 허공을 박찼다.
수직으로 상승하는 게일의 움직임은 감탄을 머금게 만들었다.
파파팟-!
게일의 검이 푸르게 빛나면서 공간에서 나온 해골을 갈랐다.
카카캉-!
눈 깜짝할 사이에 해골 앞에 생긴 검은 막이 게일의 검을 막았다.
“리치라니.”
리오덴의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시선을 돌렸다.
“리치?”
“네. 리치가 분명합니다.”
리오덴의 확신에 모두의 얼굴이 굳어졌다.
“인간 주제에 제법 괜찮은 재료잖아?”
리치의 발음은 어딘지 모르게 어색했지만, 알아듣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오크 놈들, 인간들이 여기에 올 때까지 뭐하고 있는지. 하여튼 쓸모없는 놈들.”
게일은 어느새 내 옆에 착지했다.
회심의 한 수가 리치에게 너무 가벼이 막혔다는 사실에 게일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전하, 시간을 벌 동안 빠져 나가십시오.”
게일의 말에 나는 소리칠 뻔한 것을 가까스로 참고 나지막하게 대답했다.
“무슨 말인가?”
“듀라한, 스켈레톤, 리치까지. 몇 명만 살아나가도 기적입니다. 이들과 싸우는 것보다 오크 군단 본진을 몰래 빠져 나가는 것이 더 안전할 겁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자네를 구하기 위하여 모두가 목숨을 걸었다. 이제 와서 나 혼자 살겠다고 도망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하지만 전하 지금 상황이…….”
고집이라는 건 나도 알고 있었다. 게일의 말이 내가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도 느꼈다.
마기를 흡수한 스켈레톤과 듀라한은 전보다 한층 더 진한 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리치의 명령이 떨어지면 다시 한 번 전투가 시작될 것이고, 우리는 일방적으로 밀릴 확률이 컸다.
그럼에도 나는 차마 혼자 도망칠 수 없었다.
나는 기사들에게 약속했고, 황태자로서의 내 명예와 직위를 걸었다.
그 모든 것을 내팽개치고 여기서 혼자 도망쳐 살아남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더구나 도주가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었다.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모두가 여기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 함께 간다. 자네는 리치를 맡아, 떠 있는 상대라 골치 아프지만. 내가 듀라한은 어떻게든 막아 보지.”
리치가 또다시 괴상한 웃음소리와 함께 끼어들었다.
“아주 깜찍한 생각을 하는 모양이군. 미안하지만 다른 놈들은 다 죽일 생각이고 너희 두 놈은 주인님께 바칠 제물이야.”
리치의 손가락 뼈는 나와 게일을 정확하게 가리키고 있었다.
‘도박을 하는 수밖에 없나?’
나는 게일에게 신호를 보냈다.
“아주 잠깐의 시간이면 된다.”
실울펜과 이그니스를 제외하고 모든 정령들을 돌려보냈다.
게일은 내 말을 알아듣고 내게 시간을 벌어주기 위하여 다시금 입을 열려는 리치를 향해 다시 한 번 쇄도했다.
그게 전투의 신호가 되었다.
멈춰 있던 듀라한과 스켈레톤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기사들 검을 들었다.
콰아아앙-!
챙-!
리오덴과 데이비드가 내 주위에서 떠나지 않았다.
나는 시스템 창을 켰다.
아직 위기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었지만 게일을 만나는 것 자체는 성공했고, 퀘스트를 완료하지 않았을까라고 추측했다.
추측은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고, A급 이상 스킬 뽑기권 하나와 보너스 스탯 5,000이 추가되었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스킬 뽑기권부터 사용했다.
-S 붉은 바람의 폭풍이 개방되었습니다.
모아둔 보너스 스탯까지 모조리 스킬 개방에 사용했다.
스킬 하나가 충분히 전황을 바꿀 수 있었다.
-S 늪의 요정이 개방되었습니다.
두 속성 정령이 서로 합쳐져 공격하는 S급 스킬을 두 개나 얻었다.
도박하는 심정으로 생각하지 않고 질렀는데 엄청난 결과가 나왔다.
나는 바람의 호흡법을 빠르게 돌리면서 이그니스와 실울펜에게 신호를 보냈다.
내가 전투에서 벗어난 건 잠시뿐이었지만, 이미 기사들 중 중상자가 나왔다.
“포션을 아끼지 말도록!”
나는 크게 외친 뒤 곧바로 화염의 바람을 펼쳤다.
콰아아아앙-! 쾅-!
두 상급 정령이 스켈레톤 사이를 헤집었다.
‘스켈레톤부터 정리한다.’
콰아아앙-! 쾅-!
‘위력이 달라졌다.’
나는 상급 정령들의 스킬 위력 자체가 높아진 것을 실감하면서 한 단계 더 높은 경지로 올라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직 아니야. 불완전한 상태야.”
이그니스의 목소리가 내 감흥을 깨버렸다.
“확실히 상급 정령사 언저리지만, 불안정해. 이 난장판이 끝나면 네 스스로를 잘 다스려야 될 거야.”
이 와중에도 이그니스는 잔소리를 가장한 조언을 해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투에 집중하기 위하여 두 상급 정령에게는 ‘붉은 바람의 폭풍’이라는 새로운 스킬을 사용하게 신호를 보냈고, 동시에 물의 중급 정령 운다이론과 땅의 중급 정령 노에스를 불러냈다.
늪의 요정 스킬이 지금과 같은 난전에서는 특히 도움이 되니까.
못내 두 속성 상급 정령과 계약하지 못한 게 아쉬울 정도였다.
* * *
늪의 요정 스킬은 새로운 병사를 만들어내는 스킬이었다.
운다이론이 만들어내는 물들이 언데드들의 발목까지 차올랐다.
그리고 노에스가 그 위에 흙을 더하면서 완전한 늪이 완성되었고, 늪 속에서 진흙 요정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나 소모는 상당했지만, 효과는 확실했다.
진흙 요정의 숫자는 한계가 없었다. 내가 운다이론과 노에스에게 마나를 계속 공급하는 이상, 두 정령은 계속 신비로운 물과 단단한 흙을 만들어냈고 늪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캉-! 캉-! 캉-!
진흙 요정 열 명 정도가 진화한 스켈레톤 한 마리를 상대할 수 있었다.
‘기존 스켈레톤이었다면 전투가 쉬웠겠군.’
그사이 실울펜과 이그니스의 스킬도 구현되기 시작했다.
붉은 바람의 폭풍은 화염의 바람보다 범위가 더 넓은 스킬이었고 위력도 강했다.
그만큼 정령들이 준비하는 시간이 길었다.
물론 마나도 많이 들었다.
어느새 마나 홀의 마나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나는 데이비드와 리오덴에게 신호를 보냈다.
“아주 탐나는 인간이구나!”
리치는 슬쩍 곁눈질을 한 뒤 게일을 보며 환한 미소를 머금었다.
나와 게일을 제물로 바칠 생각을 하니까 아주 신나는 모양이었다.
‘고르란의 수하가 리치. 리치를 수하로 둘 정도면 타락 요정이 하급 마족 수준은 되는 모양이군.’
고르란의 설정에 관한 건 당장 몇 가지가 기억나지 않았다.
애초에 카렌의 성장과 명성을 위하여 단편적으로 등장하는 악역이었기 때문이었다.
거기다가 제대로 부활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 나는 그 고르란의 수하로 짐작되는 리치와 상대하고 있었다.
게일은 리치가 마법을 구현하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빠르게 움직였다.
게일의 기세는 매서웠다.
리치 역시 웃고는 있지만 게일을 극도로 경계하면서 오직 게일만 상대하고 있었다.
스켈레톤과 듀라한에게 마기를 주입한 것 이외에 자신의 발밑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투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리치가 개입하기 전에 쓸어버린다.’
나는 후우, 숨을 몰아쉬면서 바람의 호흡법으로 마나를 조금이라도 충전했다.
바람이 불어왔다.
본래 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았지만, 실울펜이 일으키는 바람은 선명한 붉은색을 띠고 있었다.
이그니스가 실울펜과 함께 달리면서 붉은 바람이 이내 크게 몰아쳤다.
콰아아앙-! 쾅-! 쾅-!
매우 넓은 공동이었지만 붉은 바람의 폭풍은 공동 전체를 휩쓸어 파괴할 기세였다.
콰아아아앙-!
스켈레톤들이 일거에 쓸렸다.
듀라한은 검을 들어 몸을 보호하는데 급급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마나 소모가 훨씬 컸다.
본래 스킬을 구현하면 마나 소모도 더 이상 없는데, 붉은 바람의 폭풍은 스킬을 구현하고 난 뒤에도 지속적으로 마나가 소모되었다.
콰아아앙-! 쾅-! 쾅-!
마지막으로 몰아치는 붉은 폭풍이 다시 한 번 공동을 뒤흔들었다.
이내 붉은 폭풍이 잦아들었고, 그 결과가 내 눈에 들어왔다.
족히 절반이 넘는 스켈레톤이 잿더미가 되었다. 듀라한 중 한 마리는 머리를 잃어 자신의 머리를 찾아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인간 정령사가 맞는가?”
리치의 의문 섞인 목소리는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게일의 검이 다시 한 번 푸른빛을 뿜어내며 리치의 목을 노렸기 때문이었다.
기사들 역시 나의 활약에 사기가 잔뜩 올랐다.
“리오덴, 데이비드!”
두 사람은 내 부름에 즉시 응답했다.
나는 전장 한가운데에 서 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눈을 감아 바람의 호흡법에 빠져들었다.
‘절반만 채운다.’
최대한 빨리 마나를 채울 생각이었다.
언데드들은 감정이 없기에 사기가 떨어질 일은 없었지만, 숫자가 확연히 줄어들었으니 기사들이 받는 부담감은 확실히 덜어졌다.
나는 오로지 바람의 호흡법에만 집중했다.
-극한의 상황에서 최대한의 집중력을 발휘하였습니다.
-바람의 호흡법 레벨이 올라갑니다.
-캐릭터 레벨이 올라갑니다.
-위대한 정령사의 길을 걷는 자 호칭이 업그레이드됩니다.
순식간에 마나 홀이 꽉 찼다.
아마도 무슨 보상인 듯싶었지만 나는 시스템 창을 확인할 새도 없었다.
단숨에 모든 정령을 불러낸 뒤 게일에게 외쳤다.
“게일! 이제 정리한다!”
* * *
“막아라!”
마이크 후작의 말에 병사들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벌써 며칠째 오크들은 공성을 지속했다.
처음 오크들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 모두가 그 끝없는 숫자에 질려 버렸다.
오크들은 죽음 따위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죽은 동료 오크들의 시신을 먹는 오크들도 많았다.
“동문 쪽에 병사들을 더 파견하도록!”
마이크 후작 옆에 있던 켄이 나섰다.
“톰슨 경께서 가시지요.”
“네가 뭐라고 나에게…….”
톰슨은 이내 입을 다물었다.
켄은 황제가 직접 임명한 서부 영주 연합군의 군사였다.
즉, 그는 군령을 집행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고 자신은 그것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톰슨은 몇몇 마법사와 함께 동문으로 향했다.
마이크 후작이 빙그레 웃었다.
“자네 덕분에 수성전이 수월해. 저들이 노닥거리면 사실 서부 전력만으로 오크들을 막기란 무리였네.”
“과찬이십니다. 폐하의 명을 받아 서부를 지키기 위하여 왔는데 노닥거릴 리가 없지요.”
켄의 대답에 마이크 후작이 어깨를 으쓱였다.
황태자의 사람인 켄이 없었다면 아무리 황제의 명령이 있었다 한들 두 공작 가문의 일원이 자신의 말을 들었을까?
마이크 후작은 켄이라는 감시자의 존재가 무척이나 든든했다.
그래서 일부러 계속 전투 중에도 자신의 옆에 두었다.
‘두 공작 가문은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켄을 죽일 수 있으니까.’
켄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제 람 경이 오겠군요.”
마이크 후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크들을 바라보는 마이크 후작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다.
켄에게 가장 놀란 건 두 공작 가문의 일원을 수족처럼 부리는 게 아니었다.
마이크 후작은 이토록 수월한 수성의 원인이 무엇인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이자는 천재다. 설사 두 공작 가문의 지원이나 중앙의 지원이 없었더라도 이자의 머리만으로도 수성에 성공했을 것이다.’
그 순간 성벽 밖의 오른편에서 람을 비롯한 기사들이 오크들을 향해 들이닥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