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80)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80화(80/278)
80화.
위대한 정령사의 길을 걷는 자 칭호에 효과가 추가되었다.
가장 바라고 있던 효과였다.
속성 화합 스킬. 즉, 화염의 바람, 붉은 바람의 폭풍, 늪의 요정처럼 두 속성의 정령이 합하여 구현되는 스킬은 마나 소모가 기존보다 절반으로 줄어든다.
세 스킬 모두 S급이었고 가장 위력이 강한 스킬이었던 만큼 마나 소모도 상당했다.
나는 모든 정령들을 불러내어 바람과 불의 정령들은 하급, 중급, 상급을 가리지 않고 모두 붉은 바람의 폭풍을 사용했다.
물과 땅의 정령들 역시 늪의 요정을 펼쳤다.
아무리 마나 소모가 반으로 줄어들었지만 동시에 스킬을 펼치자 마나 홀이 당장 텅텅 비는 느낌이었다.
콰아아아앙-! 쾅-!
하지만 위력만은 막강했다.
스켈레톤 사이를 넘나드는 붉은 바람의 폭풍은 공동 전체를 쓸어버릴 것 같았다.
하급 정령들이 힘을 합하여 만들어내는 늪의 요정과 중급 정령들이 만들어내는 요정들은 확실히 차이가 있었다.
그럼에도 충분히 스켈레톤의 발목을 잡을 정도는 되었고, 전황은 단숨에 나와 기사들 쪽으로 기울었다.
그리고 게일의 기세가 달라졌다.
게일 역시 경험 많은 기사였다.
지금 단숨에 몰아붙여 전투를 끝내겠다는 듯 어마어마한 기세를 뿜어냈다.
리치의 눈동자에 처음으로 당혹감이 물들었다.
“인간 주제에!”
리치가 손을 횡으로 뻗었다. 공간이 갈라지면서 리치의 지팡이가 튀어나왔다.
‘전력을 다하겠다는 건가?’
마법사에게 마법 지팡이만큼 중요한 물건이 어디에 있으랴.
리치의 본질은 마법사였다.
지금 상대하고 있는 리치는 마법보다는 네크로맨서 즉, 언데드들을 부리고 강화시키는 소환술만 보여주었다.
라이프 배슬만 멀쩡하다면 영원한 삶을 사는 리치, 언데드 소환술은 물론이거니와 그 긴 세월 동안 흑마법 역시 강력할 게 분명했다.
“놀이는 끝났다. 다크…….”
리치의 지팡이가 흔들리기 전에 게일이 어느새 리치의 앞에서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카카캉-! 캉-!
그 와중에도 실드로 막는 리치는 과연 리치의 명성에 어울렸다.
‘게일이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게일은 리치에게 마법을 사용할 틈을 주지 않을 것이고, 나는 그사이 모든 스켈레톤과 듀라한을 죽이기로 마음먹었다.
실울펜과 이그니스에게 다시 한 번 붉은 바람의 폭풍을 요구했다.
두 상급 정령이 서로 화합하며 붉은 바람을 일으켜 공동 전체를 흔들었다.
“리오덴, 데이비드!”
게일을 제외하고는 가장 강한 기사인 두 사람을 나는 크게 불렀다.
나의 외침에 담긴 의미를 금세 파악한 두 기사는 정령들과 함께 듀라한에게 쇄도했다.
콰아아아아앙-! 쾅-!
스킬이 구현되고 리오덴과 데이비드 역시 자신이 펼칠 수 있는 최고의 기술을 선보였다.
특히 데이비드의 검에서는 황금빛이 흘러나오며 경이로운 광경을 선사했다.
정령들의 공격을 간신히 막아냈지만, 듀라한은 이어지는 데이비드의 검과 리오덴의 머리를 찌르는 검은 막아내지 못했다.
푸슉-!
서걱-!
듀라한의 허리가 데이비드의 검으로 반으로 갈렸고, 리오덴의 검으로 옆구리에 있는 얼굴이 꿰뚫렸다.
검은색 피가 사방으로 튀면서 듀라한이 뒤로 넘어갔다.
나는 마나를 쥐어짜냈다.
‘스켈레톤은 확실히 약해졌다.’
광범위하게 작용한 나의 스킬들 덕분에 스켈레톤은 리치에게 강화를 받기 전보다 많이 약해졌다.
어깨뼈, 다리뼈가 나뒹구는 스켈레톤도 많았고 늪의 요정의 공격에도 버거워하는 스켈레톤도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당연히 그 틈을 기사들이 놓치지 않았다.
캉-! 쾅-! 챙-!
기사들이 완벽한 우위를 잡으면서 쓰러지는 스켈레톤의 숫자가 점점 늘어났다.
나는 깊게 숨을 몰아쉬었다.
마나는 점점 바닥을 드러냈다.
콰아아아앙-! 쾅-! 쾅-!
머리 위에서 터지는 폭음에 절로 시선이 돌아갔다.
리치의 얼굴에 엄청난 분노가 드리워 있었고, 그 앞에 검은 구체가 둥둥 떴다.
“산 채로 바치려 했는데, 그냥 둘 수가 없구나.”
검은 구체가 움직였다.
속도가 느려 게일이 쉽게 피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나는 게일의 표정을 보며 내 예상과 다르다는 사실을 느꼈다.
‘왜 피하지 못하지?’
게일의 검이 흔들렸다. 푸른빛이 점점 강해지면서 다가오는 구체를 반으로 갈랐다.
콰아아앙-! 쾅-! 쾅-!
리치의 구체와 게일의 검이 만나면서 큰 폭발을 일으켰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돌무더기도 아래에 있는 나에게 큰 부담이었다.
나는 재빨리 운다이론을 불러 물의 장벽을 펼쳤다.
쾅-! 쾅-!
“커억!”
게일의 신음 소리가 들렸다.
나는 재빨리 피닉스를 올려보냈다.
‘게일을 도와줘!’
피닉스는 나의 다급한 심정을 느낀 듯 순식간에 위로 솟구쳤다.
먼지가 점점 가라앉고, 게일과 리치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났다.
게일의 몸은 상처 투성이였고, 리치는 어깨 하나가 아예 없어졌다.
리치의 일그러진 표정을 보면서 나는 피닉스에게 마나를 불어넣으며 말했다.
불의 장막!
리치 근처로 화염이 화르륵 펼쳐지면서 점점 그 범위를 좁혔다.
“조잡한 정령 따위가!”
리치의 목소리와 함께 불과 검은 구체 수십 개가 부딪쳤다.
쾅-!
피닉스가 받는 충격이 나에게도 전해졌다.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게일과도 정령들처럼 소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게일이 내 의도를 알아차리기를 바라면서 실울펜을 불렀다.
리치의 손이 바삐 움직이면서 검은 구체는 더욱 더 늘어났다.
‘불의 장막이 리치를 압박하고 실울펜 그리고…… 게일의 공격으로 마무리하는 게 가장 좋은데.’
나는 전투 방향이 제발 내 뜻대로 움직이기를 바라면서 실울펜에게 말했다.
‘바람의 사슬을 리치에게 들키지 않고 사용할 수 있을까?’
* * *
해가 지고 있었다.
람과 애트란 가문의 기사들을 필두로 측면에서 오크들을 덮쳤던 기사들은 널브러진 오크들의 시신을 몇 번이나 검으로 푹푹 찔렀다.
“끈질긴 놈들이다. 시체라 생각하지 말아라. 살아 있다 생각하고 정확하게 목을 베어라.”
람의 명령에 기사들은 물론이거니와 병사들도 분주하게 움직였다.
굳이 명령이 아니더라도 쓰러진 오크들이 몸을 회복하여 다시 덤벼드는 건 끔찍한 일이라는 사실을 온 몸으로 느꼈다.
오크는 인간과 달라 목을 베지 않으면 끈질기게 살아남는다. 그리고 하루 만에 전부 회복하여 전투에 나섰다.
해가 완전히 질 때쯤 오크 시신에서 목을 모두 분리해낸 기사들이 속속들이 성으로 복귀했다.
람도 마찬가지였다.
검에 묻은 오크의 피를 툴툴, 털어내면서 람이 짜증스럽게 중얼댔다.
“빌어먹을.”
성 문 안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켄을 보면서 람은 욕을 멈추지 않았다.
“젠장, 저 따위 놈에게…….”
이름도 몰랐던 천한 놈이 황제와 황태자의 가호를 등에 업고 제국에서 가장 귀한 애트란의 핏줄을 이은 자신을 부리는 상황이 분노를 치밀게 만들었다.
문제는 놈에게 명분이 있고, 그걸 실행할 힘도 있다는 사실이 람의 가슴을 짓눌렀다.
람은 애써 표정을 수습했다.
켄의 옆에서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씩씩 거리고 있는 톰슨과 같은 인격의 인간은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고생하셨습니다. 정말 완벽한 순간에 측면을 쳐 오늘 수성도 어렵지 않게 성공했습니다.”
람은 켄의 주둥아리를 한 대 때리고 싶었지만, 충동을 꾹 누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입가에 경련이 일어나는 건 어쩔 수 없었지만, 람은 최대한 담담하게 대답했다.
“어려운 일은 아니었으니까.”
평온함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람은 켄과 오래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았다.
“그럼 나는 이만 가서 쉬지.”
람이 돌아서려는 순간, 켄이 나섰다.
“아, 오늘은 야간 작전도 있습니다. 기사단과 함께 저녁을 드신 뒤 임시 사령부 막사로 오십시오.”
“그러지.”
람은 짧게 대답하고 돌아섰다.
조금 멀어지자마자 람은 감정을 쏟아냈다.
“천한 새끼가 감히.”
“기사도 흉내를 잘도 내더니 기어이 성격이 나오는 건가?”
톰슨이었다.
비아냥거리는 기색이 역력한 톰슨을 보면서 람은 눈을 가늘게 떴다.
“언제 쫓아온 거지?”
“할 말이 있어서.”
톰슨은 어깨를 으쓱였다.
람이나 톰슨이나 처지가 우습게 된 것은 마찬가지였다.
황태자를 제거하기 위하여 거창하게 두 가문의 일시적인 화합까지 맺었는데, 정작 황태자는 서부에 온 뒤로 코빼기도 볼 수 없었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 수도 없었고, 마냥 기다리며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수도 없었다.
황태자가 남기고 간 군사라는 놈이 한 시도 가만두지 않았으니까.
람은 쫓아오는 탐슨을 굳이 내치지 않고 막사로 향했다.
“가서 식사하고 쉬도록. 부상자들은 포션을 사용하고.”
서부 지역 영주들은 포션을 아꼈지만, 람은 포션을 물 쓰듯 사용하고 있었다. 가문에서 지원받은 포션의 수도 만만치 않았고, 보급 물자마저 서부 사령부의 통제를 받으면 견디지 못할 것 같았다.
마이크 후작 역시 그 부분은 람과 톰슨의 비위를 맞춰 주었다.
람의 뒤를 따라 톰슨이 그의 막사 안으로 들어갔다.
람은 곧바로 마법 난로를 켠 뒤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독한 와인을 잔에 가득 채웠다.
톰슨 역시 와인잔을 들어 내밀었다.
람은 톰슨의 잔까지 채운 뒤 단숨에 자신의 잔을 비웠다.
“애트란의 신사가 어지간히 자존심이 상한 모양이야?”
톰슨이 이죽거렸다.
람의 눈동자가 진하게 가라앉았다.
“적당히 하지. 무슨 일이야?”
람은 곧바로 본론을 물었다.
탐슨도 더 이상 람을 자극하지 않고 본래 목적을 꺼냈다.
“이대로 계속 마이크 후작과 그 애송이 놈에게 휘둘릴 생각은 아니겠지?”
람의 목소리에 짜증이 묻어났다.
“어쩌자는 것인가?”
“이대로 휘둘릴 수는 없지. 어디 듣도 보도 못한 놈이 제국 최고의 정예인 우리를 부하 취급하면서 다루고 있지 않나? 거기에 마이크 후작도 제 잇속만 챙기려고 서부 기사단보다 너의 기사단과 우리 마법 병단을 전투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람은 일단 톰슨의 말을 들어보기로 결정했다.
“물론 명분이 놈에게 있다는 건 알아. 그 명분에 힘을 싣는 건 마이크 후작이고.”
톰슨이 와인으로 입술을 적신 뒤 말을 이었다.
“마이크 후작이 놈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는다면?”
람이 물었다.
“마이크 후작을 제거하기라도 하자는 건가?”
톰슨이 설마, 라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건 불가능하지. 그는 서부의 대영주야. 하지만 대영주이지 서부의 총사령관은 아니라는 뜻이지. 임시 사령관이야.”
람은 톰슨의 속셈을 눈치챘다.
“바꾸자는 말이군.”
톰슨이 빙그레 웃었다.
“역시 말이 통해.”
람은 잠시 고민에 잠겼다.
톰슨의 제안이 그리 나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황제의 칙령에서 서부 사령관은 어디까지나 황태자였다.
그 황태자가 임시로 마이크 후작에게 사령관을 넘긴 상태였는데, 다른 영주들이 모두 뜻을 모은다면 충분히 임시 사령관 정도는 교체할 수 있었다.
“임시 영주를 우리 두 가문 영향력 아래 있는 영주로 바꾸고 그때 그 천한 놈을 처리하자고. 마이크 후작이 두 눈을 부릅뜨고 있는 상황에서 일을 벌이기는 부담이 따르니까.”
톰슨의 말에 람이 물었다.
“사령관 교체부터 난관인데 방법이 있나?”
“방법이랄 게 있나. 서부는 촌구석이야. 촌놈들이 영주랍시고 거들먹거리고 있는데 우리 둘이 나서서 적당히 기름칠 좀 하면 홀라당 넘어오겠지.”
톰슨의 눈가에 살기가 번졌다.
“네가 영주 절반을 맡아. 나머지 절반은 내가 설득하지. 마이크 후작이 임시 사령관에서 밀리고 켄이라는 천한 놈이 죽으면 황태자가 돌아와도 서부 사령부를 장악하고 있는 건 우리니까.”
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쁘지 않은 방법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