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81)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81화(81/278)
81화.
스켈레톤, 듀라한과의 전투에서 승기를 잡고 내가 본격적으로 게일과 함께 리치를 상대하자, 리치는 순식간에 밀렸다.
이그니스가 일으킨 불의 장막을 모든 것을 태울 듯 리치를 압박했다.
그리고 게일은 자신의 한계를 넘어섰다.
선명한 푸른 오러 블레이드가 불의 장막을 가르면서 리치를 향해 날아갔다.
게일은 아직 소드 마스터가 아닌데, 오러 블레이드를 펼쳤다는 건 둘 중 하나였다.
게일이 소드 마스터에 올랐거나, 혹은 무리하여 억지로 오러 블레이드를 펼쳤다는 뜻이었다.
나는 게일의 상태를 슬쩍 보았다.
‘소드 마스터가 된 게 아니다. 저건 무리하고 있는 거야.’
게일의 입가에 핏물이 흐르고 있었다.
-접근했습니다.
실울펜의 목소리였다.
실울펜은 형체는 본디 바람, 중간계로 오면서 형상을 실체화한 것이 바로 늑대의 모습이었다.
지금의 실울펜은 바람 자체였고 눈에 보이지 않았다.
콰아아앙-! 쾅-!
게일의 오러 블레이드가 검은 구체들을 가르면서 리치의 어깨를 꿰뚫었다.
“끄아악!”
뼈가 갈라지는 고통에 리치가 처음으로 비명을 터뜨렸다.
그 순간, 나는 실울펜에게 말했다.
‘지금이야!’
고오오오오-!
실울펜이 리치의 뒤에서 갑작스럽게 모습을 드러냈다.
게일의 오러 블레이드와 이그니스의 불의 장막에만 신경을 쏟고 있었던 리치는 실울펜이 펼치는 바람의 사슬에 고스란히 노출되었다.
서걱-!
바람의 사슬이 리치의 목에 휘감겼다.
마나 홀에 남아 있던 모든 마나가 실울펜에게 투입되었다.
쾅-!
리치의 목이 떨어졌다.
바닥으로 툭, 떨어진 목이 데구르르 굴렀다.
“제물 놈들이 아주 제법이구나.”
고오오오오오-!
목이 분리되었지만 리치는 태연하게 말했다.
스켈레톤과 듀라한은 연기가 되어 서서히 흩어지고 있었다.
“어둠의 주인께서 깨어나실 날이 멀지 않았다. 산 제물로 바치고 싶었는데, 곧 다시 만나지.”
리오덴이 다가와 리치의 해골을 밟았다.
팍, 하는 소리와 함께 리치의 해골이 산산조각 났다.
“전하.”
게일이 곁으로 다가왔다.
안색이 창백했고, 리치와의 전투로 인하여 부상도 무척 심했다.
기사 중 한 명이 즉시 게일에게 다가와 포션을 건넸다. 새 포션이 아니라 먹다가 남은 포션이었다.
전투 도중 포션을 아낌없이 사용하였으니, 아마도 남은 게 없는 것 같았다.
게일은 굳이 거부하지 않고 포션을 받아 마셨다.
나는 데이비드에게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기사들 중…… 희생자는 없나?”
“지금 파악하겠습니다.”
데이비드와 몇몇 기사들이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워낙 난전이었기에 정확한 희생자 숫자도 이제야 셀 수 있었다.
게일은 자리에 앉아 마나 호흡법으로 몸을 회복하는 중이었고, 리오덴과 다른 기사들도 마찬가지였다. 나도 바람의 호흡법으로 텅 비어버린 마나 홀을 삼 분의 일 정도 채웠을 때 데이비드가 다가왔다.
“전하, 죽은 이는 모두 셋입니다. 중상자는 두 명입니다.”
“세 명이나…….”
나는 애써 비통함을 숨겼다.
리치와 듀라한 그리고 스켈레톤까지 있었던 전투였다.
세 명만 죽은 것도 기적이라 할 수 있었다. 내가 이그니스와 계약하지 않았다면 더 큰 희생을 치렀을 것이다.
몸을 일으키는 게일의 표정도 어느 때보다 무거웠다.
굳이 내가 말하지 않아도 게일은 나와 기사들이 자신을 구하러 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시신을 화장하고 돌아간다.”
불의 정령들을 불러내어 죽은 이들을 화장한 뒤 중상자들을 부축해 동굴 밖으로 나갈 준비를 시작했다.
‘고르란의 사살 퀘스트도 클리어하려면 일단 서부 사령부로 돌아간 뒤 전력을 보강하는 게 좋다.’
보급품도 더욱 많이 필요했다.
게일과도 할 이야기가 있었고 생각보다 오래 사령부를 비워두었기 때문에 서부 지역 방어에도 사령관으로서 신경 쓸 부분이 있었다.
쾅-! 쾅-! 쾅-!
그때 등 뒤에서 엄청난 폭발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동굴이 무너지는 것 같습니다.”
데이비드의 다급한 말 뒤 기사 한 명의 목소리가 크게 들렸다.
“전하, 이쪽에 출구가 생겼습니다!”
시선이 모두 그 기사에게 몰렸다.
본래 꽉 막힌 넓은 공동이었는데, 사람 한 명이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출구가 있었다.
“간다!”
쾅-! 쾅-!
폭발 소리는 더욱 커졌고 이제는 공동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천장에서 돌가루가 떨어졌고, 발 밑 역시 지진이라도 난 듯 뒤틀렸다.
“부상자들을 챙겨!”
중상자들은 거동이 불편했다.
두 명의 중상자들을 다른 기사들이 업고 달렸다.
다행히 출구 통로는 기어다닐 수준이 아니라 뛸 수 있을 정도였다.
나는 바람과 대지의 흐름을 사용하면서 최대한의 속도로 달렸다.
콰아아앙-!
폭발음과 동시에 멀리서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점점 가까워지는 빛 사이로 나는 몸을 날렸다.
“우아앗!”
갑작스레 발밑이 푹 꺼졌다.
나는 재빨리 실프를 불렀다.
실프들이 나를 받쳤다.
풍덩-!
내 뒤를 따르던 기사들은 그대로 떨어졌는데, 천만다행인지 발밑은 강이었다.
아마도 죽음의 폭포에서 이어지는 물줄기인 것 같았다.
풍덩-! 풍덩-!
중상자들을 업고 있는 기사들만 정령들로 밑을 받쳐주었고, 나는 강기슭으로 올라갔다.
물에 빠진 기사들은 알아서 잘 나왔다.
게일도 마찬가지였다.
“전하!”
게일이 그제야 내게 크게 고개를 숙였다.
나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무사해서 다행이야 게일.”
이제야 제대로 된 해후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았다.
* * *
두 피닉스가 돌아다니며 불을 피웠다. 어둠의 숲 한복판이었지만, 아주 적당한 공터를 발견했고 나와 일행들은 그곳을 야영지로 정했다.
물은 운디네와 운다이론이 생성하는 물을 사용했다. 식량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았지만 며칠 정도는 충분히 버틸 수 있었다.
일단 현재 위치를 정확하게 확인한 뒤 서부 임시 사령부로 돌아갈 생각이었기 때문에 식량 부족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리오덴은 일부 기사들을 데리고 정찰을 나갔다. 어둠의 숲 지리를 가장 잘 알고 있으니 현재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건 리오덴뿐이었다.
데이비드는 야영지 정비에 한창이었고 가장 먼저 만들어진 나의 막사 안에서 나는 게일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몸은?”
“괜찮습니다.”
반년도 되지 않은 기간이었지만 게일과 떨어지고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다행이네.”
“어떻게 된…… 일입니까?”
게일의 질문부터 시작된 대화는 꽤 오랫동안 이어졌다.
나는 황궁에서 있었던 일부터 시작하여 평가 대회, 그리고 서부 사령관으로 임명되는 과정까지 소상하게 게일에게 설명했다.
게일은 언제나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나의 설명을 담담하게 모두 들었다.
내 설명이 끝나고 나서야 게일을 입을 열었다.
“대단하시군요.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게일의 칭찬에 나는 빙긋 웃었다.
“황태자로서 조금은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해. 그리고 밖에 있는 기사들 중 평가 대회 출신들은 모두 내 직속 기사들로 끌어들일 생각이고.”
게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전하와 함께 몇 번이나 생사고비를 넘긴 이들입니다. 모두 전하의 마음을 알았을 것이니 충분히 수하로 들일 수 있습니다.”
“보오펜 백작 기사들은 돌려보내야겠지만.”
못내 아쉬운 내 표정에 게일은 가볍게 조언했다.
“충성을 맹세한 주군이 있는 이들입니다. 오히려 전하에게 넘어오면 그것도 문제입니다.”
게일은 그래도 대견하다는 듯 덧붙였다.
“저들이 보오펜 백작 휘하로 돌아갔을 때 전하를 칭송할 것입니다. 그 자체만으로도 전하는 많은 것을 얻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보오펜 백작은 휘하 기사들이 칭송하는 전하를 당연히 좋게 볼 것입니다.”
“본래 충성스러운 자였지만 뭐.”
나는 어깨를 으쓱인 뒤 지나가는 듯 가장 궁금한 점을 물었다.
“감옥에 갇혀 있었을 때 자네를 구해준 건 누구야? 리오덴 말로는 자네 혼자 탈출한 건 아니었던 것 같던데.”
“방랑 기사였습니다. 이름이 카렌이라고 했는데 아마 유명한 자는 아닌 것 같았습니다.”
나도 모르게 움찔 몸을 떨었다.
영웅 카렌, 이 세계의 주인공이었다.
‘아니지. 영웅 카렌은 내가 쓴 소설의 주인공이었지 내가 살아가는 이 현실의 주인공은 아니야. 그렇다하더라도 카렌은 항상 의식하고 있어야 하는 존재다.’
내가 제국의 황태자인 이상, 카렌은 가장 강한 적이나 마찬가지였다.
특별한 변수 없이 카렌의 운명이 나의 설정대로 흘러가면?
론 칼 레오드, 나의 아버지조차 결국 카렌에게 쓰러진다.
나는 애써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방랑 기사 카렌? 실력이 대단한 자였던 모양이야. 오크 군단 감옥에서 자네를 탈출시킬 정도면.”
“마음가짐이 인상 깊었습니다. 잊고 있던 기사도를 떠올리게 만들어주더군요. 제게 검도 내어주었습니다.”
“검?”
“네. 한 번도 사용하지 못하고 잃어버렸지만요.”
‘검? 카렌이 미스릴 검을 얻는 것은 이 시기가 맞긴 한데, 설마 게일에게 그 검을 준 건 아니겠지?’
게일의 말이 이어졌다.
“오크 왕을 세운 자가 따로 있다고 했습니다. 저 역시 오크들이 범상치 않다고 느꼈습니다. 또 전하께서도 보셨듯 스켈레톤과 듀라한 그리고 리치까지. 그런 언데드는 갑작스레 나타나는 존재들이 아닙니다.”
카렌과 미스릴 검에 대한 말을 더 하고 싶었지만, 나는 대화의 흐름을 따랐다.
“악의 종자이지. 우리가 싸웠던 리치조차 수하로 부리는…… 내가 이곳으로 오게 된 명분이었고. 오크 군단 전멸과 악의 부활을 막기 위해 피레온 왕국과의 전쟁이 예정되어 있는데 병력을 지원받은 것 아닌가.”
게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크 군단도 큰 문제이지만 역시 뿌리를 뽑아야 합니다.”
“맞아. 서부 사령부로 돌아가 전력을 가다듬은 뒤 특공대를 다시 편성할 생각이야. 지금쯤 아마 사령부도 정신이 없을 거다. 내가 동굴로 들어가기 전에 전진하는 오크들을 보았으니까.”
나는 오크 왕 이야기도 게일에게 해주었다.
폐허의 지배자 와이번 이야기까지 모두 들은 게일이 조언했다.
“최대한 빨리 서부 사령부로 돌아간 뒤 작전을 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게일과의 대화를 마무리하고 나는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기며 위로했다.
“살아 있어 정말 고맙다, 게일.”
게일이 내게 무릎을 꿇었다.
“전하.”
게일은 내게 전통적인 기사의 예법에 따라 충성을 맹세했다.
그리고는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않았던 솔직한 심정을 고백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저 전대 가주님의 유언을 지키고자 전하 곁에 있었습니다. 기사로서 주군을 목숨으로 지켜야 하지만, 오히려 주군에게 구함을 받았습니다. 주군의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나는 게일을 일으켜 세웠다.
“기사에게 기사도가 있듯 주군으로서의 책임도 있는 거니 너무 마음 쓰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충성 맹세는 고맙고.”
게일답지 않게 눈시울을 붉혔다.
“자네를 구하기 위하여 나는 몇 명의 기사를 잃었어. 마음의 빚으로 남기라는 말은 아니야. 하지만 나 역시 그들을 기억할 것이고, 자네도 그들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잊지 않겠습니다, 주군.”
게일이 나를 부르는 호칭이 바뀌었다.
나는 굳이 정정하지 않고 옅게 웃었다.
“그만 나가자고. 자네를 소개하는 시간 정도는 가져야지.”
밖으로 나가자 리오덴이 기다리고 있었다.
벌써 정찰이 끝난 모양이었다.
“오, 리오덴! 일찍 돌아왔네.”
리오덴이 고개를 숙였다. 표정이 썩 좋지 못했다.
나는 대번에 심각한 상황임을 직감하고 리오덴 그리고 데이비드를 내 막사 안으로 불렀다.
리오덴은 들어오자마자 말했다.
“전하, 아무래도 서부 사령부로 일찍 돌아가기 힘들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