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82)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82화(82/278)
82화.
리오덴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어두웠다.
“현재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했나?”
나는 애써 불안감을 숨겼다.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리오덴의 대답에 게일이 나섰다.
“그게 무슨 뜻이지?”
대답은 리오덴이 아니라 데이비드에게서 흘러나왔다.
“이곳이 3구역이라는 뜻일 겁니다.”
나는 물론이거니와 게일의 표정 역시 딱딱하게 굳었다.
어둠의 숲 3구역!
그 누구도 살아나간 경우가 없다는 미지의 숲이 바로 어둠의 숲 3구역이었다.
리오덴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일단 주변을 모두 살펴보았습니다. 지대가 높은 곳에서도 보았고, 나무 위로 올라가도 보았지만 어디에도 지도와 비슷한 곳은 없었습니다. 온통 처음 보는 지형뿐이었습니다. 그리고.”
리오덴은 한숨과 함께 말을 이었다.
“3구역에서만 활동하는 블랙 오우거의 서식처도 보였습니다.”
게일이 질문했다.
“블랙 오우거? 3구역에서만 사는 놈인가?”
“그렇습니다. 이곳이 3구역이라는 증거입니다. 3구역에 대하여 알려진 것이 거의 없는데, 유일하게 알려진 게 바로 블랙 오우거입니다. 마법사들이 꿈에 그리는 마법 재료가 바로 블랙 오우거의 가죽과 심장이니까요.”
게일은 고개를 끄덕인 뒤 내게 시선을 돌렸다.
“전하, 계획을 다시 세워야 될 것 같습니다.”
데이비드도 거들었다.
“서부 사령부로 무사히 돌아가려면…… 3구역부터 벗어나야 합니다.”
당연한 이야기에 나는 짧게 대답했다.
“오늘은 쉰다. 내일 오전에 다시 회의를 진행하지.”
나의 축객령에 세 사람이 고개를 숙인 뒤 나갔다.
홀로 남은 나는 야전 침대에 누워 생각에 잠겼다.
‘그 동굴은 무엇이었을까? 죽음의 폭포와 3구역은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는데.’
단순 거리만 하더라도 동굴이 3구역까지 연결되어 있었다는 사실도 불가사의였다.
당장 동굴로 돌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차라리 오크 군단과 멀리 떨어졌다는 사실에 위안을 갖기로 결심했다.
구역에서 살아나간 사람들이 없다는 이야기가 마음에 걸렸지만, 나는 다르다고 믿었다.
리오덴과 데이비드, 그리고 게일까지 합류하였으니 충분히 숲을 빠져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불안감을 증폭시켜 보았자 좋을 건 없었다.
“카렌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어둠의 숲 자체는 내게 큰 긴장감을 주었지만, 그보다 더 크게 신경이 쓰이는 건 바로 게일과 카렌의 만남이었다.
내가 직접 설정한 상황이 아니다보니 두 사람의 만남이 갖는 변수가 못내 궁금했다.
카렌은 과연 내가 설정한 것처럼 고르란을 직접 죽이고 영웅으로서 첫 이름을 알리기 시작할까?
게일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카렌은 오크 군단 본진에서 고르란의 행방을 찾고 있었다. 또한 게일을 구출하고 함께 고르란을 죽이려 했었다.
그 와중에 동굴이 무너졌고, 게일과 헤어지게 되었다.
‘혼자가 되어도 포기할 사람이 아니다.’
솔직히 반드시 카렌보다 먼저 고르란을 죽여야겠다는 절박함은 없었다.
제국을 위하여 고르란의 부활은 막아야 하지만, 카렌이 나를 대신하여 막아준다 하더라도 내 입장에서는 감사한 일이었다.
‘문제는 그것을 시작으로 카렌이 명성을 얻고, 황제가 서서히 민심을 잃는다.’
나는 걱정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어차피 당장 고르란의 부활을 막으러 갈 순 없다. 기사들의 피로도가 너무 많이 쌓였고, 보급도 별로 없다. 3구역을 빠져 나가는 것도 장담할 수 없는데…… 여기서 고르란의 부활을 막기 위해 출정하는 건 무리야.’
마음을 편안하게 먹고 정령들을 소환했다.
실울펜의 조언을 나는 잊지 않았다.
이그니스는 툴툴거렸지만, 이내 실울펜의 옆에 자리를 잡은 뒤 날개를 접고 잠에 빠져들었다.
실울펜 역시 내가 부른 이유를 알고 있는 듯 딱히 다른 말을 하지 않고 눈을 감았다.
나는 미안하지만 몇몇 정령에게는 다른 부탁을 주었다.
“실프, 실페레, 노움, 노에스는 돌아가면서 야영지 근처를 정찰해 줘. 아무래도 위험한 곳이다 보니까.”
정령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괜스레 이그니스를 툭툭 건들며 말했다.
“정령도 잠을 자나?”
“중간계에서는 안 자.”
이그니스의 대답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지금 너랑 실울펜은 나오자마자 잘 기세였잖아?”
“그냥 쉬는 거지.”
이그니스는 짧게 대답했고, 실울펜은 슬그머니 내 시선을 외면했다.
이그니스는 귀찮게 하지 말라는 듯 다시 머리를 돌리고 눈을 감았다.
나는 새로운 사실을 한 가지 더 알게 되었고, 딱히 대단한 건 아니었으니 이그니스에게 더 묻지 않고 눈을 감았다.
상급 정령 둘을 소환해 놓은 것 자체만으로도 마나 홀에서 마나는 꾸준히 흘러나가고 있었다.
바람의 호흡법으로 마나 홀을 가득 채워 놓았고, 잠들기 직전까지 호흡법을 유지할 생각이었으니 밤새 정령들을 소환해 놓은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당분간은 다른 상급 정령과 계약하지 마.”
자는 줄 알았던 이그니스의 목소리에 나는 귀를 기울였다.
내심 물의 상급 정령이나 땅의 상급 정령과도 계약을 할 생각이었는데, 이그니스의 조언은 뼈가 아팠다.
“아직 많이 모자라. 마나도 모자라고 정령술도 모자라. 당분간은 정령술을 익히는 데 집중해.”
스킬을 말하는 것 같았다.
스킬 레벨이 높다고 생각했는데, 이그니스가 느끼기에 많이 부족한 모양이었다.
“그래.”
나는 이그니스의 조언을 받아들이고 천천히 잠에 빠져들었다.
* * *
어둠의 숲 아침은 다른 아침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하!”
리오덴이 아침 일찍부터 찾아왔고, 뒤이어 게일과 데이비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늘 할 일은 간단했다.
바로 어둠의 숲 3구역을 나가는 것.
“방향부터 잡아야 하지 않겠나?”
세 사람은 철석같이 알아들었다.
‘나침반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그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마법이 있었지만, 우리 일행 중 마법사는 한 명도 없었다.
방향을 잘못 잡으면 자칫 서부 임시 사령부와 점점 더 멀어질 수 있기 때문에 방향 잡는 게 가장 중요했다.
또 방향을 잡았다 하더라도 숲이라는 게 직선으로 길이 쭉 이어져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사람의 흔적이라곤 찾을 수 없는 숲이었고 당연히 길도 없었다. 방향을 잡아 길을 만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3구역을 빠져나가는 건 결코 쉽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 해가 떠오르는 곳을 보았습니다.”
리오덴은 생각보다 간단하게 방향을 설정해두었다.
해는 동쪽에서 떠오른다.
서부 임시 사령부는 어둠의 숲보다 동쪽에 위치하고 있었다. 해가 떠오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 나가다보면 분명 제국의 서부 지역으로 갈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해가 떠오른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된다는 말이지?”
내 말에 리오덴은 일단 동의했다.
“그렇습니다, 전하.”
데이비드와 게일 역시 리오덴의 의견을 반대하지 않았다.
지금은 다른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일찍 출발하지. 동쪽으로 방향을 잡고, 우리가 거슬러 올라온 강기슭도 한 번 살펴보지. 어둠의 숲에 물이 있는 곳은 죽음의 폭포밖에 없지 않나? 만약 강기슭을 따라 내려가면 죽음의 폭포를 만날 수도 있으니까.”
리오덴이 아, 하고 탄성을 터뜨렸다.
“전하! 그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막연하게 해가 떠오른 쪽으로 가는 것보다 강을 따라 내려가는 게 훨씬 좋은 선택지입니다.”
데이비드도 거들었다.
“그게 더 확실한 방법 같습니다.”
나는 별 생각 없이 한 말이었는데 반응들이 좋았다.
게일에게 시선을 돌리자 게일 역시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좋아. 가자고. 기사들에게 긴장감을 늦추지 말라고 해. 이곳은 언데드들이 나왔던 동굴보다 더 위험한 곳이니까.”
누구도 들어가서 나온 적이 없다는 어둠의 숲 3구역, 세 사람에게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긴장이 되지 않았다.
야영지를 대충 정리한 뒤 우리는 동굴에서 나온 뒤 빠졌던 강을 찾아갔다.
강은 그리 멀지 않았다.
어둠의 숲에 있는 강이라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물이 맑았다.
‘물고기 한 마리 보이지 않는군.’
정령사가 된 이후 나는 현대에서 살 때보다 시력이 훨씬 좋아졌다. 물도 맑아 강 아래에서 노니는 물고기도 충분히 볼 수 있었는데, 강에는 오직 물만 흐르고 있었다.
생명의 흔적이라곤 찾을 수 없는 요상한 강이었다.
“기슭을 따라 내려간다.”
내 말에 리오덴이 선두에, 데이비드가 후미를 잡았다. 게일은 나와 함께 대열의 중앙에서 움직였다.
“몸은 괜찮지?”
리치와의 전투에서 게일은 무리하게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했다.
마나 홀이 망가져도 모자라지 않을 정도의 도박적인 수였다.
“괜찮습니다.”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했잖아.”
“아주 잠깐이었습니다. 아마 전투가 더 길어졌다면 마나 홀이 파괴 되었을 겁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네. 어쨌든 게일이 합류해서 한층 더 든든해.”
게일은 살짝 고개를 숙였다.
생각보다 조용했다.
“어둠의 숲에 대한 건 자네도 많이 아는 편인가?”
“아마 두 방랑 기사 출신보다 적을 겁니다. 저는 기사 생활의 대부분을 황궁 또는 폐하께서 이끄는 전장에서 보냈으니까요.”
확실히 리오덴과 데이비드는 용병 출신이라 경험이 많았다. 게일보다 약하지만, 여러 변수에 대한 대응은 두 사람이 낫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전하께서는 더 많은 인재를 얻으셔야 합니다. 서부의 일을 마무리 짓고 돌아가시면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견제를 받으실 겁니다.”
게일의 걱정에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황궁을 떠나올 때와 지금의 나는 또 다르니까. 상급 정령사라는 게 흔치는 않잖아.”
자칫 자만으로 들릴 수 있는 말이었지만 자신감이었다.
내 말이 거짓도 아니었고.
게일 역시 그 부분은 나를 칭찬했다.
“전대 가주님보다 훨씬 빠른 성취이십니다. 전대 가주님도 총명하셨지만 전하께서는 정령술을 익히신 지 불과 몇 달도 되지 않았는데 상급 정령사라는 건.”
게일은 굳이 말을 잇지 않고 흐뭇한 미소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다.
‘친화력과 상태창, 그리고 내가 직접 집필했으니 여러 정보를 미리 알고 있었던 덕분이지.’
나는 동급 정령사보다 훨씬 더 강하고, 더 정밀한 정령술을 사용할 수 있었다.
고오오오오오-!
하늘에서 바람이 불어왔다.
“끼에에에엑!”
어디선가 많이 듣던 울음소리였다.
리오덴의 목소리가 기사들 그리고 내 귓가를 찔렀다.
“폐허의 지배자 와이번입니다!”
분명 동굴을 들어가기 전까지 오크 왕과 격렬한 전투를 치렀는데 아마도 승리한 것일까?
나는 하늘로 시선을 돌렸다.
와이번은 우리 위를 빙빙 돌고만 있을 뿐 딱히 위협을 가하지는 않았다.
그 순간, 그르릉거리는 새로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리오덴이 재빨리 대열 중간에 있는 나를 향해 달려오면서 말했다.
“전하, 블랙 오우거입니다. 아무래도 두 몬스터가 싸울 모양인 것 같습니다.”
이번에도 싸움 구경인가?
나는 리오덴에게 물었다.
“빠르게 빠져 나가는 편이 좋겠지?”
리오덴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굳이 저 몬스터들과 싸울 이유는 없으니까요.”
나는 곧바로 명령했다.
“속도를 올린다. 와이번과 오우거가 서로를 의식하고 있는 모양이니까.”
“끼에에에엑!”
폐허의 지배자 울음소리가 다시 한 번 강하게 울려 퍼지면서 순식간에 우리 쪽을 향하여 낙하하기 시작했다.
“피해!”
나도 모르게 외쳤고 동시에 실울펜이 내 의지에 반응하여 위로 솟구쳤다.
“운다이론!”
운다이론까지 불러 와이번의 낙하지점에 물의 장벽을 펼쳤다.
동시에 블랙 오우거의 모습이 드러났다.
두 몬스터가 싸우는 게 아니었다.
우리를 향해 함께 쇄도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