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83)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83화(83/278)
83화.
‘하루를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군.’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황궁에서는 항상 암살 위협에 시달렸고, 황궁 밖으로 나왔어도 암살 위협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전선에 지원했기 때문에 전투야 숙명이라고 생각했지만 이토록 하루가 멀다 하고 싸우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싸우는 존재들은 또 어떠했는가. 오크부터 시작하여 요정에게도 위협을 당했고 언데드에 이어 이제는 와이번과 오우거까지 상대하게 되었다.
나는 실울펜에게 다소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오우거를 날려버려!
대답은 이그니스에게 들려왔다.
“정령사는 언제나 냉정해야 된다. 너의 감정이 우리에게도 전달되니까. 흥분할수록 정령술은 흔들리게 되어 있어. 격한 감정이 때로는 도움이 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마나의 흐름을 꼬이게 만들고 너와 감응하는 우리를 힘들게 하니까.”
이그니스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진지했고 또한 날카로웠다.
나도 모르게 몸이 떨렸다.
“감정을 가라앉히고 네 특유의 호흡법에 집중해라. 정령술은 결국 정령과의 감응이다. 차분하고 정확하게 사용해.”
이그니스가 말을 맺었다.
나는 주먹을 불끈 쥔 뒤 바람의 호흡법을 운용했다.
폐허의 지배자 와이번과 블랙 오우거와의 전투가 이미 시작되었지만 리오덴, 데이비드 그리고 게일과 기사들을 믿었다.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하여 잠시 동안 바람의 호흡법에 집중했다. 금세 평온한 마음이 되었다.
쾅-! 콰아아앙-!
게일과 폐허의 지배자가 부딪치고 있었다.
기사들은 블랙 오우거를 포위하고 돌아가면서 상대하는 중이었다.
‘폐허의 지배자부터다.’
블랙 오우거는 지상 몬스터이고, 폐허의 지배자 와이번은 공중 몬스터였다.
마법사가 없는 우리 일행에게 까다로운 건 당연히 하늘에서 공격하는 와이번이었다.
블랙 오우거 역시 족히 5미터가 넘는 덩치와 검으로 뚫리지 않을 정도의 단단한 가죽을 지니고 있었지만, 하늘을 날 수는 없었다.
기사들도 그동안 전투를 통하여 경험도 쌓였고, 강해진 이들도 있는 만큼 시간 정도는 충분히 벌어줄 수 있었다.
‘굳이 죽이지 않아도 폐허의 지배자가 도망만 가도 블랙 오우거는 충분히 잡는다.’
나는 실울펜과 이그니스를 통하여 스킬을 구현했다.
화염의 바람부터.
실울펜이 폐허의 지배자를 향해 쇄도하다가 용수철처럼 튀어올랐다. 이그니스가 실울펜 위에서 화염을 뿜어냈다.
“게일!”
나의 신호에 게일 역시 근처 나무를 빠르게 올랐다.
어마어마한 속도였다.
바람처럼 내달리는 실울펜과 피닉스 못지않았다.
푸른 오러가 게일의 검에서 반짝였다.
폐허의 지배자 와이번은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한 명의 인간과 정령을 보면서 어처구니가 없는 모양인 듯 크게 날개를 펼쳤다.
‘기회다.’
전투를 시작하자마자 아주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폐허의 지배자 와이번이 날개를 펼치자 크기가 족히 10미터는 넘어 보였는데 그만큼 공격할 곳이 많다는 뜻이었다.
실울펜과 이그니스가 화염의 바람이 되어 오른쪽 날개쪽을 덮쳤고, 게일은 나무 위에서 그대로 뛰어 다리 아래 바닥이 있는 듯 허공을 밟으며 검을 휘둘렀다.
콰아아앙-! 쾅-!
게일은 왼쪽 날개를 공격했다.
두 날개를 거의 동시에 공격받은 폐허의 지배자 와이번의 몸이 기우뚱거렸다.
“끼에에에엑!”
오러를 덧씌운 검은 폐허의 지배자 와이번의 가죽을 뚫었고, 화염의 바람 역시 가죽을 안까지 태웠다.
고통스러운 신음소리와 함께 와이번은 그대로 하늘로 솟구쳤다.
“끼에에에엑!”
조금 전과는 다른 소리였다.
저절로 가슴이 답답해졌다.
‘피어인가.’
“끼에에에엑!”
연속적으로 울리는 울음소리에 블랙 오우거가 순간 몸을 멈췄다.
그리고 그 틈을 리오덴과 데이비드가 놓치지 않고 블랙 오우거의 옆구리, 가슴을 찔렀다.
푸슉-!
“크아아!”
블랙 오우거 역시 비명을 터뜨렸다.
나는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했다.
휘이이잉-!
머리 위로 엄청난 바람과 함께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본능적으로 바람과 대지의 흐름을 펼쳤고, 내 몸보다 훨씬 큰 와이번의 발톱이 내가 있던 자리를 스쳐 지나갔다.
거대한 날개에 몇몇 기사들은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블랙 오우거는 두 팔을 교차하여 와이번의 몸통을 막았다.
쾅-! 콰아아앙-!
근처의 나무들이 와이번이 몸을 돌리자 거친 폭음과 함께 쓰러졌다.
“전하!”
“괜찮다!”
게일의 목소리에 나는 내 주위를 정령들로 보호했다.
그리고 게일은 와이번이 내려 온 틈을 놓치지 않았다.
‘미, 미친!’
나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게일은 와이번의 날개 위로 올라탔고, 그대로 달리면서 머리를 노렸다.
와이번은 자신의 몸 위에 올라탄 인간을 용서할 수 없다는 듯 몸을 털며 수직으로 상승했다.
나는 다시 한 번 실울펜을 불렀다.
바람의 사슬!
중급 정령들에게도 동시에 스킬을 사용하게 만들었다.
블랙 오우거를 향하여 물의 폭풍과 대지의 포효 그리고 바람의 사슬까지 동시에 들어갔다.
부상을 입은 기사들이 아직 일어나지 못했지만 당장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와이번의 모습이 점이 되어 사라졌다.
‘게일이 떨어지는 것을 대비해야 된다.’
나는 이그니스를 향해 말했다.
“올라가서 게일을 도와줘, 실울펜, 게일이 떨어지면 반드시 받아야 돼.”
* * *
“정말 저자는…….”
오스틴은 말을 잇지 못했다.
슬쩍 옆을 바라보니 베레곤 역시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콰아아아앙-! 쾅-!
전장을 휘날리는 바람의 최상급 정령은 자비가 없었다.
“끄아아아악!”
정령이 한 번 날아갈 때마다 족히 수십 명의 병사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정령 밑에는 론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피레온 기사들의 목을 베고 있었다.
정말 두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정령을 부리면서 저런 게 가능하다니. 저자는 진정 신이라도 되는 것인가?”
오스틴의 말에 베레곤이 입을 열었다.
“신이라…….”
오스틴이 눈썹을 꿈틀거렸다.
“황태자를 서부로 보내고 우리 둘은 전장에 끌려왔는데 별 감흥이 없는 모양이군?”
베레곤이 고개를 저었다.
“감흥이 있지. 어쩌면 영원히 저자의 그림자 속에 갇혀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아주 커졌지.”
오스틴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피레온 왕국도 오래가지 못하겠군.”
“저자가 전장에서 패배한 적이 어디 있던가?”
오늘 따라 유독 황제에게 주눅 들어 있는 것 같은 베레곤의 모습에 오스틴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자네, 괜찮은 건가?”
“내가 보는 건 저자의 정령술이나 마법이 아니야. 바로 저 검이지.”
베레곤의 말에 오스틴이 론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론은 찌르기, 베기 검술의 가장 기본적인 두 가지 동작으로 피레온 기사들의 목을 베고 있었다.
한 번 검을 찌를 때마다, 혹은 휘두를 때마다 반드시 한 명의 기사의 목이 떨어졌다.
“저자는 지금 인간을 넘어서고 있다.”
오스틴의 얼굴이 굳어졌다.
자신은 그저 지나가는 듯 신이라는 단어를 언급했지만, 베레곤이 느끼는 점은 다른 모양이었다.
“보이나? 지금 저자는 검에 오러를 두르지 않고 있어. 그런데 기사들의 갑옷과 목뼈가 너무 쉽게 썰리고 있지.”
“미스릴 검이라든가…….”
오스틴의 말에 베레곤이 고개를 저었다.
“저건 그냥 평범한 롱소드야.”
베레곤의 말에 오스틴은 더 이상 입을 열지 못했다.
“피레온에 줄을 대지.”
“뭐라고?”
오스틴이 깜짝 놀랐다.
“황제 한 명도 공작 가문 모두가 합심해도 감당할 수 없는 존재로 가고 있다. 수족이라도 잘라내야지. 피레온이 황제의 그림자들 중 적어도 삼분의 일 정도는 날려줘야 하지 않겠나.”
잔뜩 기가 죽어 있는 줄 알았던 베레곤이 너무나도 위험한 수를 제안하자 오스틴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자네는 빠져도 되네. 하지만…… 이거 하나는 장담하지.”
베레곤이 말을 맺었다.
“황제의 수족이라도 잘라내지 못한다면 나와 자네가 아니라 나와 자네의 아들, 그 아들의 아들이 모두 레오드를 향해 머리를 조아려야 할 거야.”
* * *
‘이그니스, 괜찮은 건가?’
-이놈 받을 준비해!
“실울펜!”
실울펜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게일의 모습이 점점 더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폐허의 지배자 와이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그니스가 먼저 내려왔다.
“잘 받아라. 부상이 심해.”
이그니스의 말에 나는 얼굴이 굳어졌다.
“전하, 블랙 오우거가 도망쳤습니다.”
데이비드가 다가와 보고했다.
“두 명이 중상을 입었습니다.”
나는 즉시 운다이론을 불러 부상자들에게 정화의 물결을 펼쳤다.
포션을 모두 소모한 지금 당장 치료할 수 있는 건 오직 나뿐이었으니까.
이내 실울펜이 떨어지는 게일을 받았다.
의식은 있었지만, 겉으로 보기에도 부상이 매우 심해 보였다.
게일에게도 정화의 물결을 사용했다.
리오덴도 곁으로 다가왔다.
“두 몬스터가 모두 도망쳤습니다. 하지만 폐허의 지배자 와이번은 조만간 다시 나타날 겁니다. 최대한 빨리 어둠의 숲을 벗어나야 합니다.”
블랙 오우거도 강한 상대였지만, 와이번 정도는 아니었다.
게일과 내가 초반에 밀어붙이지 않았다면 기사들의 피해는 더욱 컸을 것이다.
“부상자들을 챙겨라. 당장 이동한다.”
언제 어디서 변수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곳이 어둠의 숲 3구역이었다.
블랙 오우거와 와이번이 동시에 공격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우리는 다시 강기슭을 따라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나마 다행히 반나절이 지날 동안 몬스터는 보이지 않았다.
그사이 게일은 꽤 많이 회복했다.
중상자들 역시 내가 지속적으로 치료하여 제 발로 걸을 수 있을 수준까지 몸 상태가 좋아졌다.
“심려를 끼쳐 죄송합니다, 전하.”
“아니야. 그런데 대체 위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이그니스는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따라오고 있었고, 전투에 대하여 내가 물었지만 딱히 대답하지 않았다.
게일은 치료를 받느라 이제야 입을 열었다.
“와이번을 죽일 수 있는 기회라 생각했습니다. 무리하게 머리로 접근하려다가 반격을 당했습니다.”
“반격?”
“와이번 가죽에 있는 털은 단순한 털이 아니라 하나하나가 모두 강철보다 강력했습니다. 그리고 그 털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더군요.”
리오덴이 슬쩍 끼어들었다.
“폐허의 지배자가 무서운 건 육중한 몸집에서 나오는 힘, 그리고 피어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점과 바로 그 송곳 같은 털입니다. 몸에서만 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마치 무기처럼 날릴 수도 있습니다.”
리오덴의 말에 나도 모르게 중얼댔다.
“놈이 도망친 게 행운이었군.”
“다시 올 겁니다. 와이번의 지능은 인간 못지않습니다. 자신을 당황시킨 적도 결코 잊지 않을 겁니다. 녀석이 지배자라 불리는 이유는 경쟁자를 용납하지 않는 습성 때문입니다.”
게일이 물었다.
“자네는 와이번에 대하여 무척 잘 알고 있군.”
“용병대 중 홀로 살아남았습니다.”
딱 한 문장에 모든 설명이 들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게일은 리오덴을 위로했다.
“미안하군.”
리오덴이 옅게 웃었다.
“아닙니다.”
지금 상황에서 어울리지는 않게 느껴졌지만 나는 기회라는 느낌에 입을 열었다.
“황태자 직속 기사단 단장이 게일이야. 자네의 단장이라는 뜻이지.”
두 사람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변했다.
데이비드도 마찬가지였고, 내 목소리를 들은 기사들도 다르지 않았다.
나는 싱긋 웃었다.
“아바마마가 멀쩡히 계신데 황태자 직속 기사단이 어색한 모양이군? 이미 아바마마의 허락을 받았으니 문제가 될 게 뭐가 있나.”
이어서 나는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이미 내 동생들은 직속 기사단은 물론이거니와 마법사, 정령사 가릴 것 없이 모든 인재들을 휘하에 두지 못해 안달인데. 더구나 그것을 그들의 외가가 열심히 지원 중이고.”
무거운 현실에 모두의 표정이 굳어졌다.
나는 짧게 선언했다.
“내가 가장 늦었지만 아마 내 기사단이 가장 강할 거라 생각해. 그렇지 않나 게일?”
게일이 고개를 숙였다.
“물론입니다. 전하.”
나는 가볍게 속도를 높였다.
“그럼 가자고. 또다시 다른 몬스터 놈들이 튀어나오면 곤란하니까.”